EgglestonWorks The Em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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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glestonWorks The Emma
  • 김남
  • 승인 2015.03.02 00:00
  • 2015년 3월호 (51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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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와 전통을 지켜 내는 패기 넘치는 모습을 발견하다

비교적 작은 구경인데도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 연주가 웅장하다. 소극적이고 깨끗하기만 한 소리가 아닌 것이다. 마치 출정을 기다리는 육군사관학교 생도대처럼 질서와 정결, 패기와 열정 면에서 최고가 될 것 같은 기대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안드라의 명예와 전통을 결코 저버리지 않는 고귀한 자손의 새 모습을 본다.

1995년 무렵 마치 오만한 역도 선수처럼 생긴 안드라라는 스피커가 나왔다. 별로 크지는 않았지만 양 옆에 육중한 대리석을 부착해서 한 대당 100kg에 육박하는 이 스피커는 출시되자마자 미국의 오디오 전문지들에게서 그 해의 스피커 상을 받았다. 유례가 없던 일이다. 한 기종으로 삽시간에 세계 스피커 시장을 장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그 스피커 가격이 당시로서는 상당히 고가였다는 약점을 빼놓고서는 단숨에 소리로서는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국내는 물론이고, 어느 국가에서든지 오디오 마니아들이라면 마치 구극의 구세주가 나타난 것처럼 갈채를 보냈고, 모든 오디오 전문지는 기꺼이 그 스피커를 일약 최고의 제품으로 떠받들며 수없이 많은 상을 주었다. 하지만 미국 테네시 주의 멤피스에서 소수의 인원으로 특이한 제품을 개발해 냈다는 것 외에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고, 또 이 스피커는 최초 개발자가 누구인지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로 일부러 내막을 공개하지도 않았었다. 그래도 모렐이라는 미드레인지 유닛과 다인오디오의 에소타 트위터와 12인치 더블 우퍼를 결합하고, 미드레인지는 네트워크가 없이 일종의 풀레인지 스타일로 구동하는, 그 오만한 역도 선수 앞에서 수많은 오디오 애호가들의 한숨이 맺혔었다. 하지만 차츰 세월이 지나면서 너무 무겁고 키가 낮아서 소리의 불일치가 나온다는 등의 뒷소리가 이어지더니 2000년대 들어 안드라 2로 개량기가 나왔다.
그 후 이 메이커의 진로를 보면 타 메이커와는 확실히 다르다. 전작을 뛰어넘는 대작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꼭 그래야만 한다는 오디오파일들의 악마적인(?) 기대 심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다운그레이드 내지는 사용하기 쉬운 소형기들을 내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글스톤웍스의 이름은 다소 소강상태에 들어가고 말았다. 평범하고 안온한 생활보다는 기복이 심하고 난관 많은 인생에 (물론 타인의 경우) 갈채를 보내는 인간의 속성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점은 이해가 안 되는 대중들에게는 마치 더 이상의 무리를 하지 말라는 의미가 없다는 이글스톤웍스의 경고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초기 안드라보다도 훨씬 더 복잡하고 크고 괴상한 초 하이엔드 제품을 만들기는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을 것이다.
이글스톤웍스는 풍문에 의하면 최초 개발자가 그런 상향 의욕을 불태우다가 반대하는 사내 팀과 갈등을 일으키고 회사를 떠나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로 이 메이커는 안드라와 달리 소형이고 가격도 낮으며 성능도 좋은 일반 스피커 개발에 힘써 왔다. 하지만 이 시장은 훨씬 더 경쟁이 심하고 복잡하다. 가짓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동양 사람들은, 특히 우리나라 민족은 정신적인 콤플렉스 때문인지 어떻든 크고 화려한 것에 대한 외경심을 가지고 있다. 승용차도 대형기를 무조건 숭상하는 본능이 있는데, 한옥을 봐도 그런 것이 잘 나타난다. 가옥의 지붕을 이렇게 웅장하고 화려하게 만드는 건축물은 한옥이 최고이다. 반면 정작 거주하기 위한 집인데 웅장한 지붕 아래 있는 방을 보면 한심할 정도로 면적이 좁다. 99칸 양반 가옥의 안방을 보면 집의 크기에 비해서는 무척 작은 정도인 것이고, 사대부 대 가옥이라고 해도 방의 면적을 모두 보태 봤자 총 면적과 비교하면 좁은 편이고, 고래등같은 한옥 한 채의 전용 면적도 그리 크지 않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살기 편한 가옥을 짓기보다는 남 보기에 좋은 집만을 지어 온 것이다. 그나마 근래 들어서는 점차 그런 생각이 조금씩 옅어져 실용성을 위주로 생활하는 관습이 넓어지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말이다.
시청기는 그런 안드라의 추억과 후광 속에서 최근 출시된 신 모델인데, 역시 체구는 아담하고 가격도 원만한 편이다. 안드라의 혈통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외관만 보고서도 이글스톤웍스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선이 우아하며, 어딘지 모르게 차갑고 육중해 보이는 본 시청기는 변함없이 이글스톤웍스의 개성 넘치는 체취를 풍긴다. 여전히 우아하고 정밀한 인클로저 디자인과 알루미늄을 가공한 배플 등 캐비닛 마무리의 측면에서 최고인 것이다. 특유의 이글스톤웍스 스타일인 셈이다. 소형 덕트가 전면에 있고, 사용하는 유닛은 트위터가 1인치 돔, 중·저역은 2개의 6인치의 카본 콘이다. 시청기는 45Hz에서 24kHz로 대역을 표시하고 있는데, 이런 사이즈로 저역을 20Hz 정도까지 내려놓은 기종도 있지만 그럴 경우 필연적으로 소리는 두꺼워지고 벙벙 거릴 수밖에 없게 된다. 당연히 소리는 원조 안드라와 대동소이하다. 특히 감도가 91dB나 되기 때문에 이글스톤웍스는 사용하기 힘들다는 선입견도 사라진다. 다만 감도가 91dB이긴 해도 임피던스가 4Ω이기 때문에 약간의 출력은 필요해 보인다.
시청기를 플리니우스의 프리와 파워 앰프, 뮤지컬 피델리티의 CD 플레이어로 연결해 본다. 파워 앰프는 200W 출력으로, 앰프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소리가 진하고 미려한 그런 쪽이 아니고, 깨끗하고 정직하며 담백하고 색채감도 적다. 악기의 실체감이 놀랄 정도로 대단하다. 비교적 작은 구경인데도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 연주가 웅장하다. 소극적이고 깨끗하기만 한 소리가 아닌 것이다. 마치 출정을 기다리는 육군사관학교 생도대처럼 질서와 정결, 패기와 열정 면에서 최고가 될 것 같은 기대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안드라의 명예와 전통을 결코 저버리지 않는 고귀한 자손의 새 모습을 본다. 

수입원 SP-오디오 (070)7119-5287
가격 420만원   사용유닛 우퍼(2) 15.2cm 카본 콘,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45Hz-24kHz(-3dB)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91dB 
크기(WHD) 19×104.1×35.5cm   무게 24.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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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3월호 - 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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