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re KX-R Twenty·MX-R Twen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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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re KX-R Twenty·MX-R Twenty
  • 최윤구
  • 승인 2015.03.02 00:00
  • 2015년 3월호 (51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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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의 설계 철학을 잘 보여주는 20주년 기념작

KX-R Twenty와 MX-R Twenty는 스피커를 다그치지 않고 음원에 담겨 있는 소리 그 자체가 듣는 이에게 전달되도록 전달한다. 음상 구현이 어떻다든가 각 대역군의 성능이 어떻다든가 하는 개별적인 평가를 비웃는 높은 수준에서의 ‘음악 재생능력’이 돋보이는 역작. 스피커 구동용이 아니라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할 앰프를 찾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서가를 뒤져 본지 2006년 2월호를 찾았다. 책을 펼치자 포커스 오디오의 플래그십 스피커였던 마스터 3에 대해 내가 쓴 리뷰가 나온다. 꽤 많은 제품군을 거느린 회사에서 가격과 성능 면에서 최고라고 내놓은 오디오를 처음으로 ‘제 리스닝 룸’에 들여놓고 여유를 가지고 듣게 된 이의 흥분과 경탄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와서 미소를 짓게 된다.
하지만 이제 나온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옛날 잡지를 꺼내든 이유는 추억을 더듬는다던가 하는 감상적인 데에 있지 않았다. 마스터 3에 물린 앰프가 당시 에어의 기함이었던 K-1xe 프리·파워 세트였다는 사실이 기억이 나서였다. 리뷰를 읽어 보니 키가 160cm에 달하는 거한인 마스터 3을 울리는 데에 대한 두려움을 에어의 앰프 세트가 해결해주었다는 서술 정도가 앰프에 대한 언급의 전부다.
10년이 다 되어서 이렇게 말하는 게 조금 우습긴 하지만 그 때 나는 스피커 못지않게 에어의 프리·파워 조합에 매혹 당했었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3차원적인 무대를 그려낸 뒤에 압도적인 해상도를 바탕으로 정보를 쏟아 붓는 당시 오디오 계의 흐름을 비웃듯 닿을락 말락, 소리 그 자체라기보다는 소리가 만들어낸 결이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광경’은 경이적이기까지 했다.
하이엔드라는 명칭을 사운드 재생의 극한이 아니라 끝도 없이 오르는 가격표를 염두에 둔, 그래서 명품 마케팅의 일종으로 하이엔드 오디오를 인식하는 이들에게 에어의 제품군은 하이엔드 오디오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리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장인의 작품이 하이엔드 오디오라고 믿고 있는 이들에게는 에어와 그 주재자인 찰스 한센은 하이엔드 오디오의 가치를 웅변하는 존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동사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발표된 KX-R Twenty는 논 피드백 수법에 대한 찰스 한센의 집념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역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디오 업계에서 거의 존경을 받는 경지에 오른 이 거장에게 논 피드백 수법이란 설계 철학이나 다름없기 때문. ‘자연의 음에 피드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에어 사운드의 탄생설화 첫 구절과도 같다.
KX-R Twenty에 투입된 기술들을 일람하고 있자니 한 인간이 자연과도 같은 소리를 재생하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악전고투해 온 20년간의 일지를 읽는 듯했다. 이전 모델인 KX-R과는 섀시만을 공유할 뿐 부품과 회로의 모든 부분에서 최적화와 개선이 이루어졌다. 에퀼록(Equilock)이라고 명명된, 증폭 소자를 동작시키는 독자적인 회로가 개량되었으며, 출력단에는 기존의 회로를 폐지하고 KX-5의 개발 과정에서 만들어낸 다이아몬드 버퍼 회로를 발전시킨 더블 다이아몬드 버퍼 회로를 장착했다. 회로 부분의 혁신은 전원에도 미쳐서 에어록(AyreLock)이라고 명명된 전원 회로가 본 기를 위해 만들어졌다.

소리에 대한 철학을 가진 장인의 끊임없는 연구가 낳은 진화의 최신 단계. 그것이 에어의 새로운 플래그십 프리앰프 KX-R Twenty인 것이다. 기술적인 개선의 압권은 VGT 모듈. 소스기기로부터 입력 받은 음악 신호를 감압하여 고정된 증폭률을 증폭 회로로 보내지 않고 입력 전압은 고정으로 놓아두고 증폭 회로 값을 가변으로 세분화하여 조절한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KX-R과 같다. 그러나 본기는 고음질 저항을 채용하고, 구동용 스텝 모터의 동작을 세분화하여 특유의 동작음을 작게 만들었다.
KX-R Twenty와 짝을 이루는 MX-R Twenty 파워 앰프는 상술한 기술적 요소들을 공유하는 대망의 작품. 모노블록이지만 싱글 와이어링만을 지원하는 MX-R Twenty는 프리와 마찬가지로 MX-R의 최신 진화형으로, 개인적으로는 정평 있는 프리보다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던 프리와는 달리 구동력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유저가 많았던 것이 이 제품의 전작. MX-R Twenty는 이 점에서 확신한 개선, 아니 혁신이 이루어졌다. 순간의 강력한 인상을 통해서가 아니라 클래식 음악회 프로그램이 진행될 정도의 시간을 들여 MX-R Twenty가 들려주는 음을 듣는다면 이 파워 앰프가 스피커를 구동한다기보다는 울리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여전히 오디오파일들이 원하는 바닥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명료하고 강력한 저음은 아니지만 이 단단하고 묵직한 모노블록 파워 앰프가 들려주는 음은 분명한 저음이다. 에어 특유의, 청자의 귀에 와 꽂히는 것이 아닌 공기에 돋을새김을 한 듯한 화사한 고음을 대비를 통해서가 아니라 떠받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달까. 그래서인지 MX-R Twenty의 저음은 찰스 한센의 설계철학에 부합하는 지극히 자연적인 소리다.
스피커는 피에가의 마스터 원, 소스는 마이트너 오디오의 MA-2를 매칭했다.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던 프리와는 달리 구동력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유저가 많았던 것이 이 제품의 전작. MX-R Twenty는 이 점에서 확신한 개선, 아니 혁신이 이루어졌다. 순간의 강력한 인상을 통해서가 아니라 클래식 음악회 프로그램이 진행될 정도의 시간을 들여 MX-R Twenty가 들려주는 음을 듣는다면 이 파워 앰프가 스피커를 구동한다기보다는 울리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여전히 오디오파일들이 원하는 바닥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명료하고 강력한 저음은 아니지만 이 단단하고 묵직한 모노블록 파워 앰프가 들려주는 음은 분명한 저음이다. 에어 특유의, 청자의 귀에 와 꽂히는 것이 아닌 공기에 돋을새김을 한 듯한 화사한 고음을 대비를 통해서가 아니라 떠받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달까. 그래서인지 MX-R Twenty의 저음은 찰스 한센의 설계 철학에 부합하는 지극히 자연적인 소리다.

최근에 CD, LP, 고음질 음원, 한마디로 지금 음반업계가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형태의 포맷으로 출시된 마리아 칼라스의 전집을 집중적으로 들어보았다. 팝의 비틀즈와 함께 전통의 명가 EMI의 대표적인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마리아 칼라스의 위상에 걸맞은 예우를 위해 EMI를 인수 합병한 워너 클래식은 근래 보기 드문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했다. 압권은 마리아 칼라스의 녹음 현장에 있었던 원로 프로듀서를 작업에 참여시킴으로써 리마스터링 작업에 의고적인 단순 작업이 아니라 훈고학적인 권위를 불어넣는 대목.
에어 세트로 CD와 고음질 음원과의 비교 청취를 해 보니 ‘현장에서 들었던 바로 그 소리’라는 원로 프로듀서의 말이 마케팅을 위한 공치사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업적으로 이런 판별 작업을 해야 하는 내게 한정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번 에어의 플래그십 앰프 세트는 모니터링 작업을 위해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제품 가운데 하나로 꼽아야 할 것이다. 고역에서 억센 기색이 역력한 칼라스의 노래를 벨칸토라 부를 수 없다며 테발디를 더 우위에 두는 이들의 견해에 손을 들어주게 만드는 원색적인 소리가 리스닝 룸에 울려 퍼진다. 하지만 그 노래가 다름 아닌 담배공장 여공인 카르멘이 돈 호세를 유혹하기 위해 부르는 ‘하바네라’임을 감안하면 이는 성악적인 한계라기보다는 배역에 맞춘 해석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 ‘꿈 속에서 살고 싶어’를 칼라스의 노래로 듣는 것만큼 위의 얘기를 증명하기에 적합한 행동은 없을 것 같다. 단, 그 중개자로 에어의 20주년 기념작을 개입시키는 것이 꼭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칼라스의 엄청난 해석이 얼마나 자연적인지를 치가 떨리도록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그리고 그 마음이란 디바 마리아 칼라스가 극의 흐름과 맞물린다고 판단했을 때에만 먹는 마음이다) 얼마든지 활짝 열린 고역을 들려줄 수 있는 오페라의 여신이 당신의 리스닝 룸에 강림하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CD와는 다른 개성을 지녔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우수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던 기존의 고음질 음원들과는 달리 이번 마리아 칼라스의 고음질 음원은 CD 버전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우수한 해상력을 에어의 20주년 기념작은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점은 이들이 칼라스의 광대무변한 해석의 깊이를 낱낱이 풀어내면서도 듣는 이를 피곤하게 만들지 않는 자연스런 음을 낸다는 점이다. KX-R Twenty와 MX-R Twenty는 스피커를 다그치지 않고 음원에 담겨 있는 소리 그 자체가 듣는 이에게 전달되도록 전달한다. 음상 구현이 어떻다든가, 각 대역군의 성능이 어떻다든가 하는 개별적인 평가를 비웃는 높은 수준에서의 ‘음악 재생능력’이 돋보이는 역작. 스피커 구동용이 아니라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할 앰프를 찾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수입원 로이코 (02)335-0006

가격 3,700만원   주파수 응답 DC-250kHz   입력 임피던스 2MΩ   출력 임피던스 300Ω 
크기(WHD) 43.8×9.5×29.2cm   무게 18kg

가격 4,000만원   실효 출력 300W(8Ω), 600W(4Ω)   게인 26dB   입력 임피던스 2MΩ 
주파수 응답 DC-250kHz   크기(WHD) 28×9.5×48cm   무게 2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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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3월호 - 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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