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noy Canterb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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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noy Canterbury
  • 김기인
  • 승인 2015.03.02 00:00
  • 2015년 3월호 (51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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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수많은 스피커 편력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 많은 스피커를 옮겨다니면서 이제는 이 스피커에 정착해야지, 이젠 다 왔어 끝이야 하는 여러 번의 약속을 스스로에게 했다. 이 편력은 어렸을 적 AR-3a → AR3 → AR LST로 시작해, 알텍 604-8G → 604E → 604C → 604 → A-7 → A-5를 거치고, EV 파트리시안 Ⅳ를 지나서도 그치지 않았다. 물론 그 사이에 또한 W.E. 755A, 텔레풍켄 8인치 필드, 클랑필름 같은 풀레인지 스피커와 보스 901, B&W 매트릭스 801, 다인오디오 컨피던스 등 수많은 서브 스피커를 거느려 왔다. 그러면서도 양이 차지 않아 또 다른 스피커를 기웃기웃하면서 다시 옛날 스피커로 돌아가기도 하고, 별별 방황이 많았다. 마니아라면 잘 알다시피 스피커가 바뀌면 그에 따라 모든 앰프 라인업과 소스, 케이블 등 전체적 튜닝이 불가피해진다. 그 후속 조치의 번거로움이 이루 말할 수 없음은 당연지사다. 특히 다시 거쳐 온 지난 기기를 회자하면 더욱 암담하다. 이럴 걸 왜 왔던가 하는 후회는 오디오 마니아들의 가장 큰 슬픔이다.
사실 6년 전 다시 오리지널 알텍 구형 A-5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가 최근 들어 탄노이 미국제 오토그라프 실버 15인치 코액셜 유닛에 이르면서 모든 시스템을 한 번 교체한 상태였다. 지금까지 국산 인클로저 실버 15인치 오토그라프 스피커에 많이 실망해 바라보지도 않다가 오리지널 영국제 GRF나 오토그라프, 특히 미제 오토그라프를 접하면서 탄노이에 대한 많은 편견이 바뀌었다. 특별히 오토그라프의 경우는 영국제보다 미국제 오토그라프(스탠다드 오토그라프)의 윤곽이 잡힌 저역과 전체적인 대역 밸런스 및 연주회장과 비슷한 음색과 임장감을 포함하는 사실감에 매료되어 최종 변경을 시도했다. 그리해 6년을 잘 들었는데, 최근에 그 소리를 들어 본 의사 선생님이 소스부터 프리·파워 앰프, 심지어 스피커 케이블과 인터 케이블까지 하나도 손대지 않은 조건으로 시스템 전체를 분양해 가 버렸다. 그 이후 다시 제로 상태에서 시스템을 시작해야 했는데, 도저히 탄노이 오토그라프 미국 인클로저의 음색을 잊을 수가 없었다. 특히 그 자연스러운 음장감과 현과 보컬의 질감은 더욱더 했다.

그리해 들여놓은 것이 탄노이 캔터베리다. 캔터베리는 탄노이 신형 스피커 라인에도 있는데, 통칭 캔터베리 15로 불리는 이 스피커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물론 그 기원은 같이 하는 것이라 해도 맞을 것이다. 캔터베리는 영국 캔터베리 성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이미 실버 유닛을 장착한 캔터베리가 1950년대에 발매되었다. 코너형으로 외형은 오토그라프와 비슷하지만, 내부는 미로 혼형이 아닌 베이스 리플렉스형으로 박스 타입이다. 동일 형으로 코너 요크가 있는데, 코너 요크가 15인치 동축형을 위한 인클로저라면 캔터베리는 12인치 동축형을 위한 시스템이다. 코너 요크가 받침판으로 하부를 마감했다면 캔터베리는 3개의 지지 다리로 하부를 마감한 것이 다르며, 사이즈 또한 작다. 캔터베리는 실버 시대에 나온 것과 레드 시절에 나온 것이 있는데, 전면 그릴망의 종류가 다르다. 초기형은 나일론 합성사를 짜서 만들었고, 후기형은 천으로 마감되어 있다. 물론 실버 시대의 캔터베리 통이 소리가 좋고 인기도 좋다.
필자가 구한 캔터베리는 2만7천번대의 노 오픈(납 봉인이 되어 전면 보호망이 그대로 있는)인데, 연번으로 인클로저는 1번, 유닛은 약 20번 차이나는 극상 컨디션의 제품이다. 초기형 중에서 후기형에 해당하며, 네트워크도 레드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지만 실버 네트워크다. 필자의 시청 소감으로는 오히려 초기 실버 네트워크보다 듣기도 편하며 풍성해 실버 자체의 단점을 약간 보완해 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만족스러웠다. 실버를 구하는 마니아 중에는 무조건 초기형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지만, 소리 측면에서 후기형이 레드의 장점을 갖는 음질 특성을 보여 주기도 해 필자의 입장에서는 그 음색의 완성도나 유닛의 동작 상태 면에서 오히려 후기형 실버를 선택하는 것이 만족도가 높다고 말하고 싶다. 후기라고 해 봤자 1950년대이므로 연대는 이미 충분히 묵어 있다고 보면 된다.

파워 앰프는 전 오토그라프의 마란츠 2에서 브룩 12A, 프리앰프는 전의 마란츠 7C 1만5천번대에서 1만3천번대로 교환되었다. 브룩 12A는 2A3 PP로 미국 5대 명기 반열에 올라 있는 검증된 제품으로 탄노이와 상성이 좋다. 프리앰프는 결국 다시 마란츠 7C로 돌아왔다. 연결 케이블 역시 전의 구형 W.E. 실크 3선 스피커 케이블과 실크 인터 케이블로 결정했다. 아무리 고가의 타 제품을 연결해도 그 사실적 질감이 안 나왔기 때문이다.
오토그라프보다는 더욱 대역 밸런스가 좋고 질감도 살아나는 규모 있는 음장이 재현되었다. 물론 스케일은 오토그라프보다는 작지만 오히려 국내 리스닝 룸 실정에는 캔터베리가 더 맞는다는 인상이다. 탄노이의 경우 15인치보다는 12인치가 더 완성도 면에서 앞서는 것이 실감났다. 사실 12인치의 저역이나 스케일도 15인치에 비해 모자라지 않으며, 더욱 단정한 이미지여서 만족스러웠다. 아기자기한 현의 질감, 보컬의 사실성, 특히 피아노의 명료한 타건은 15인치의 그것보다 한 수 깊어진 인상이었다. 가장 한국 실내에 맞는 스피커 시스템 1위를 선택하라면 필자 입장에서는 서슴없이 탄노이 캔터베리를 선택할 만큼 완성도 있는 스피커로 인클로저의 울림이 악기처럼 번지는 명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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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3월호 - 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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