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y Music Entertainment

일본 록의 다채로운 색상을 느낄 수 있는 음반들

고등학교에 일어과로 진학한 여동생 덕에 불법 일본 음반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언어 공부 때문인지, 그냥 겉멋 들어서인지 애매하지만 아무튼 덕분에 X-Japan, 안전지대, 그리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많은 가수의 록 음악과 홍대 서림제과점 옆 건물의 으슥한 계단을 올라가면 빌려 주는 녹화된 공연 비디오테이프를 해금되기 전부터 볼 수 있었다. 안전지대의 화려한 공연을 보면서 저 아저씨 볼수록 나훈아 닮았다면서 나도 옆에 있던 친척 할머니도 다마키 고지의 열창을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1억이 넘는 시장에 한 번 빠지면 열광을 하는 일본이어서 인지 우리나라가 록 발라드 또는 댄스 열풍이 불면 우르르 한 방향으로 몰려가는 특성과 달리 20여 년 지난 지금도 이 분위기 그대로 이어지는 것 같다. 오랜만에 4장의 일본 록 음악을 들으니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파이에어는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는 록 밴드이다. 특히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은혼의 주제가를 부른 가장 지명도 있는 록 밴드 중에 하나이다. 2장의 베스트 앨범에는 하드하고 묵직한 전통 일본 록 밴드의 사운드가 꽉 차 있다. 파워풀하고 강력한 사운드의 마치 80년대 하드록을 듣는 듯한 힘이 넘치는 연주가 록 애호가의 기호에 맞을 것 같다. 많은 앨범을 발매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일본 음반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검증된 인기 록 밴드의 베스트 앨범은 필청할 만한 음반이다.
스파이에어와 대조되는 여성만으로 구성된 일본 록 밴드로는 스캔달이 대표적이다.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앙칼지면서 날카롭고 헤비한 연주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의외성을 지니고 있다. 아직 어린 나이들이지만 고등학생 나이에 데뷔한 오랜 경험에 연주 실력이 상당해 비주얼형이 아닌 실력을 인정받아 여러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부르기도 했다. <Hello World>라는 제목처럼 국외 진출을 생각하며 만든 정통 록 음악이다.
일본의 대표적 여성 싱어송라이터인 유이가 이끄는 플라워 플라워 역시 강한 록을 선보인다. 감성적인 이름과 앨범 재킷과 달리 표독스러울 정도로 날카로운 보컬이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날이 서 있다. 공황 장애로 정상적인 음악 활동이 어려운 상태에서 발표하고 다시 휴식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독특한 음색과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음반이다.
록 음악으로 보기는 너무 듣기 편한, 정말 J-Pop다운 음악을 들려주는 이키모노가카리의 일본 레코드 대상의 우수 작품상 수상작인 ‘러브송은 멈추지 않아’가 실린 <Fun! Fun! Fanfare!>가 출시되었다. 보이는 그대로 상큼하고 발랄한 혼성 그룹의 노래로, 우리의 90년대 댄스 음악처럼 재미있고 밝고 부담 없고, 귀여운 외모의 키요에의 보컬이 밝게 이어진다. 유독 이 앨범 사진에 더 어리고 예쁘게 나온 것 같다.
본지에 리뷰를 하면서 일본 대중음악이 소개된 적이 많지는 않았다. 생각해 보면 록 음악 자체가 그랬던 것 같다. 하드록의 경우 하이엔드 오디오가 지향하는 바와는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꽉 채우고, 약간 빅 마우스 경향이 있고, 특히 앞으로 내지르는 느낌의 오디오가 좋은 결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녹음 자체도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고, 조금 더 높은 음량으로 울리는 것이 넓은 대역폭보다 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모처럼 크게 음악을 틀고 있으면 쌓인 것이 내려간다. 록, 그래서 저항의 음악이라고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