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마니아 또는 음악 애호가와 이야기하다 보면 부친이 마니아이거나, 최소한 음악을 좋아하시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데 나는 유감스럽게도 전혀 그렇지가 않다. 내 기억에 카세트테이프로 폴 모리아 류가 서너 개인가 있었던 것 같고, 돌 사진이나 웨딩 사진 찍어서 사은품으로 준 것으로 추정되는 00사장 기념품이란 띠를 두른 LP가 한 장 있었을 뿐이다. 물론 전축이 없어 틀어 보지는 못하고, 당시 통기타 가수 노래도 집에서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패티김 노래는 가끔 들어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익히 알고 있지만 찾아서는 듣지 않았던 이탈리아 칸초네의 여왕 밀바의 음반이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다. 패티김도 그러하고, 에디트 피아프도 그러하고, 밀바 역시 2차 대전 이후 비슷한 노래들을 부르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았었다. 이견이 없는 검증된 실력, 힘차고 호소력 짙은 감성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던 가수로, 그의 노래가 많이 번안되기도 하고 다른 유명한 노래도 많이 번안해 부르기도 했다. 워낙 다작이고 지금은 절판도 많아 현실적으로 구할 수 있는 것은 베스트 음반이 대부분, 그중에서 이 음반이 가장 많은 수록곡과 좋은 음질을 들려준다. 물론 편집 앨범이기에 녹음 상태는 들쑥날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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