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al 1229 Turn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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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al 1229 Turntable
  • 김기인
  • 승인 2015.02.01 00:00
  • 2015년 2월호 (51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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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턴테이블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특히 신형이 고가이다 보니 비교적 저가인 구형 턴테이블들이 속속들이 재등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무조건 구형이라고 인기 있는 것은 아니고, 구형 중에서도 그 사운드나 내구성, 디자인 측면에서 현재까지 현역으로 뛸 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턴테이블 중심으로 리바이벌되는 것이 추세이다.
상급기로 가라드, 토렌스, EMT 등이 있다면, 중급기로는 엠파이어, AR, 듀얼 등이 줄을 선다. 이 중에서 엠파이어 398은 음유 시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유럽에서 인기가 높고, AR도 단순한 구조로 아직까지 마니아층이 두꺼운 명기이다. 이 두 종류는 벨트 드라이브 방식으로, 일반적 벨트의 특성적 음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듀얼은 아이들러 방식으로 명기 가라드의 음색에 접근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어 인기가 있다.

듀얼은 상당히 모델이 많다. 아이들러 방식에서 벨트 방식, 다이렉트 방식까지 장기간 다양한 모델을 출시해 왔다. 듀얼의 전 모델 중 아직까지도 그 명성을 유지하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초창기 모델인 아이들러 방식 턴테이블 1219와 1229이다. 두 모델 공히 12인치 플래터의 아이들러 방식 턴테이블 중 최상급기에 해당한다. 당시 출하 가격은 일제 벨트나 다이렉트 방식 턴테이블 판매가의 3배에 육박하는 고급기였으나 점차 일제 다이렉트 턴테이블의 저가 공세에 견디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이미 세계적으로 대단히 많은 1219, 1229 턴테이블이 보급된 이후여서 국내를 비롯해 일본이나 미국, 영국, 그리고 현지인 독일 내에서 쉽게 발견되는 턴테이블이다. 십 수 년 전 독일 여행 시 어느 LP 가게에 들렀는데, 주인이 애지중지하며 듀얼 1229를 최고의 턴테이블이라 자랑하며 틀고 있었다. 판매할 것이냐 물어보니 단호하게 ‘No’라고 대답한 기억이 난다.
듀얼 중에서도 1229는 최상급기로, 1219와 다른 점은 스피드 컨트롤용 스트로보가 달려 있다는 특징 외에 전 기능이나 성능이 1219와 동일하다. 물론 거래 가격도 거의 동일하며, 1229가 나중 모델이기에 외형상이나 동작상 더 완벽한 제품이 많을 것이라는 상상은 된다.
그동안 1229는 필자의 리스닝 룸에서 거의 떠나 본 적이 없다. 사용하다 깨끗한 제품이 나오면 교환하고, 또 더 완벽한 기능이라 생각되면 교환하고 했기 때문이다. 실제 사용하지 않더라도 보고 싶고 그리운 점이 있어서 꺼내 보고 살펴보고 했다. 특히 기계적 메커니즘이 필자의 시각에서는 매력 있어 싫증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동안 여러 대의 1229를 보아 왔는데, 기본적으로 동작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대부분 자동 플레이, 즉 자동 스타트와 자동 리턴에서 고장이 많았었다. 어떨 때는 아예 자동 부분 메커니즘을 제거하면 사용 면에서나 소리 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을 실감하기도 했다. 1229의 기본 메커니즘, 즉 모터나 톤암, 플래터 등은 독일제답게 견고하고 기능적이어서 기본 음질을 보장해 준다. 특히 아이들러 메커니즘은 모터와 함께 상당히 완성도가 높다. 플래터 또한 정밀하고 견고하며 육중해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장한다. 필자가 볼 때 이 부분의 성능은 명기인 가라드 301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다만 몸체가 가라드 301과는 달리 철판 절곡이어서 육중한 맛은 덜하지만, 소리를 들어 보면 크게 뒤지지 않는다.
1229의 톤암은 기본적 기능을 다 갖춘 수준급이다. 내구성은 전체적 메커니즘에 비해 약간 못하지만, 다이내믹 밸런스에 안티 스케이팅, 높이 조절 기능 등이 아기자기하게 설계되어 있어 예민한 성능을 보여 준다. 특히 무게 추의 스프링 댐퍼 처리, 정밀 판 스프링에 의한 다이내믹 침압 조정과 안티 스케이팅은 좌우 밸런스를 정확히 유지하고, 음구를 트레이싱하는 능력이 상상 외로 좋다. 다만 셸이 유니버설 타입이 아니라 듀얼 특유의 탈착 방식이어서 접속 불량이 많고, 구하기 어려운 점은 단점이다. 셸의 접점, 특히 암 쪽의 접점은 신경 써서 청소해 주어야 하며, 셸 쪽도 리드선 컨텍트부터 암 접속 부위까지 세심하게 다루어야 한다. 청소할 때는 휘발유나 기타 수지성 용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핀 접점 속에 있는 미세 스프링과 베이스가 녹아 붙으면 헤드셸을 버려야 되기 때문이다.

십 년 이상 동작하지 않고 처박혀 있던 1229도 기름을 몇 군데만 치면 이상 없이 동작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그리고 느슨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디테일감, 육중한 저역 등이 1229의 매력이다.
기본적으로 슈어 V-15 타입 3이 듀얼 OEM으로 장착되어 있는 경우도 많아 카트리지 값으로 턴테이블 전체를 사 본 경험도 여러 번 있다. 물론 지금처럼 카트리지에 예민하지 않던 십 수 년 전 일이다. 슈어 카트리지와 매칭이 좋고, 가장 좋았던 소리는 역시 V-15 타입 3과 연결되어 있을 때라고 말하고 싶다. 더 좋은 카트리지와 연결해도 제 성능을 발휘하리라 생각하지만, 보통 고가의 MC를 연결하지는 않는 추세여서 V-15 정도를 연결해 편하게 즐기는 턴테이블로는 이 이상 없으리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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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2월호 - 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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