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el RC-1580 M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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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el RC-1580 MK2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5.01.01 00:00
  • 2015년 1월호 (51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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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는 다기능 정통파 프리

정통파 아날로그 프리앰프의 존재가 귀한 요즘, 로텔에서 만든 RC-1580 MK2란 제품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동사가 주로 인티앰프나 AV 리시버 쪽에 강세를 가졌으므로, 이런 본격 프리를 제조하는 것 자체가 화제인 데다가, 그 퀄러티도 뛰어나 여러모로 관심을 끌게 한다.
본기의 핵심 콘셉트는 바로 다기능이다. 그야말로 양질의 프리를 원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두루두루 갖춰져 있다. 어디 다른 쪽으로 돌지 않고, 그야말로 정공법으로 공략한 것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포노단의 제공. 사실 로텔에는 RHQ 10이라는 전문 포노 앰프가 있는데, 이 기술을 응용해 본기에 넣었다. MM·MC에 모두 대응함으로, 이 자체만으로 감격할 지경이다.
두 개의 프리 아웃단을 제공하는 것은, 두 개의 파워 앰프를 동시에 쓸 수 있다는 뜻도 된다. 특히 바이와이어링을 요구하는 스피커는 엄밀히 말하면 두 개의 파워 앰프를 쓰라는 것과 같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바이 앰핑에 최적화된 프리앰프라 해도 무방하다. 참고로 레코드 아웃단도 두 개나 제공되는 점은, 과거 아날로그 앰프의 화려한 전성기 때 만들어진 프리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내부를 보면 질서정연한 좌우 대칭의 PCB 기판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좌우 채널을 완전 분리해서 상호 간섭을 극력 억제한 콘셉트이다. 투입되는 부품들도 상당한 수준급이다. 기본적으로 로텔은 영국과 독일의 콘덴서를 쓰고, 일본과 미국의 반도체를 사용한다. 단,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는 자사 생산품으로 한다. 역시 트랜스에는 많은 특주 사항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을 안다면, 신호 전송 과정에 투입되는 메탈 필름 저항과 폴리프로필렌 커패시터의 수준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본기는 기본적으로 풀 다이내믹스를 재현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그에 걸맞은 설계와 물량 투입이 이뤄진 것이다. 특히 로우 임피던스로 작동하는 파워 서플라이와 특별히 본기를 위해 만든 포일 커패시터의 존재는 귀중하며, 이를 통해 일체의 누락이 없는 음성 신호의 전송을 실현할 수 있다.
로텔은 창업한 지 벌써 50년이 넘는 회사다. 우리에게 인식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고, 더구나 인티앰프와 AV 리시버 중심이어서, 다소 신생 브랜드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 장구한 내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에 쌓아올린 노하우도 상당하다. 이를테면 솔더링 방식을 들 수 있다. 납땜 자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호의 일그러짐이나 왜곡을 피한, 로텔만의 독자적인 기술이 적용되었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또 새로운 클래스D 방식을 제창하는 바, 절대 디지털 앰프는 아니다. 그런데 일반 아날로그 방식에 비해 무려 5배나 효율이 좋다. 전기를 적게 먹으면서 대출력을 실현했다는 점은, 일종의 에코 친화적인 기술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다.
아무튼 풍부한 기능을 갖춘데다가, 긴 역사의 로텔이 쌓아올린 기술적 성과가 어우러져, 본기는 외관에 비해 상당한 내실을 갖추고 있다. 오로지 2채널 중심의 프리가 자꾸 시장에서 사라지는 마당에, 이런 정공법으로 만들어진 프리의 존재는 무척 신선하고 또 귀중하다고 하겠다. 본기의 시청을 위해 파워 앰프는 로텔의 RB-1581를 썼고, 스피커는 와피데일의 다이아몬드 250, 소스기기는 조금 과하게 럭스만의 D-08u가 각각 동원되었다.

첫 곡으로 들은 칼 뵘 지휘의 모차트르 레퀴엠. 코러스와 악단의 분리가 명료하고, 각 악기와 보컬의 음색이 매혹적이다. 특이한 컬러링이 일체 없이 담백하면서도, 소스 자체의 질감이나 다이내믹 레인지를 충분히 표현하고 있다. 원래 서사적이고 비극적인 작품이라, 그런 슬픔이 구구절절 다가와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그 정수를 꿰뚫고 있는 인상이다.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피레스-뒤메이 조합으로 듣는다. 피아노가 영롱하게 공간을 차지한 가운데, 바이올린이 매혹적인 음색으로 다가온다. 한 올 한 올 수를 놓듯이 차분히 조탁해가는 부분이 일목요연하게 다가온다. 두 개의 악기뿐이지만 충분히 공간을 장악하고, 빼어난 밀도감으로 이쪽에 압박해온다. 애잔하고, 처연한 느낌이 잘 살아서 쭉 빠져들게 하는 재생이다.
마지막으로 스탄 게츠의 ‘Desafinado’. 흥겨운 보사노바 리듬을 바탕으로, 신명난 게츠의 테너 색소폰이 춤을 춘다. 오른편에 자리한 찰리 버드의 현묘한 손놀림은, 어쿠스틱 기타의 극한의 테크닉을 펼쳐 보인다. 이런 장르 특유의 유쾌함이 잘 살아 있고, 고수들의 만남이 절묘하게 포착되어, 가벼운 발장단으로 즐기게 한다. 너무나 재생이 자연스러워, 연주자들이 본격 녹음이라는 사실을 잊고, 한 판의 놀이로 몰두한다는 느낌까지 든다.

수입원 샘에너지 (02)6959-3813
가격 230만원

510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5년 1월호 -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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