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an M1 Speaker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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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an M1 Speaker System
  • 월간오디오
  • 승인 2015.01.01 00:00
  • 2015년 1월호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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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함을 가진 한 마리의 백조를 만나다

길고 긴 겨울밤. 방치해두던 진공관 앰프를 작은 스피커에 연결하여 음악을 듣는다. 에스프레소 또는 와인 한 잔의 진한 향이 진공관의 따듯한 오렌지 빛과 섞이고 잔잔한 음악이 스피커와 내 사이의 공기를 투명하게 정화한다. 차분해지는 마음. 그리고 아련해지는 분위기. 이어 멋진 음에 감동하는 최고의 순간. 음악과 오디오를 취미로 가진 것이 내 인생의 행운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르농쿠르의 ‘음악의 헌정’이 이토록 아름다웠나? 온통 생산성과 효율을 추구하는 삭막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이렇게 작은 호사조차 누릴 수 없었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갔을까? 음악을 만족스럽게 듣는 것은 비록 작은 행복일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이가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니 지금 듣고 있는 진공관 앰프는 출력관의 짝이 맞지 않는다. 오래 전에 출력관 네 개를 뽑아 다른 앰프에 쓰고, 여기저기에서 남은 출력관들을 장착한 것이다. 쿼드 매칭이나 페어 매칭은 고사하고, 아예 브랜드가 다른 출력관이 섞여 있는 어색한 진공관 앰프라는 것은 예전에 나라면 듣는 상상조차 하기 싫었겠지만, 그걸 까맣게 잊은 채 무심코 울려본 음이 지나치게 훌륭하다. 이렇게 엉뚱한 기기에서 의외의 음을 듣고 깜짝 놀란 기억이 제법 있었는데, 가격이 저렴하거나 오래되어 낡은 ‘미운 오리 새끼’들도 기기 매칭이나 리스닝룸의 아주 작은 변화에 갑자기 ‘백조’로 환골탈태하곤 했다. 돌이켜보니 이 진공관 앰프는 5년 넘게 갖고 있었지만 작은 스피커를 물려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에 오디오 기기는 애정을 갖고 꾸준히 울려야만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주장하던 나로서는 머쓱할 수밖에.
천덕꾸러기 진공관 앰프가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닌 ‘백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고마운 스피커는 스완의 M1이다. 얼마만이었을까? 리뷰를 위해 상자를 열고 스피커를 꺼내는 순간부터 마음이 설렌 기억은. 이 스피커의 가격을 대략 알고 있었기에, 메이커의 이력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리고 ‘가격대 성능비에 있어서만은…’ 운운한 글들도 충분히 읽어 보았기에 꽤 괜찮은 녀석이 나올 줄은 알았지만, 실물을 보았을 때부터 기대 이상이었다. 예쁘다. 요즘 오디오 기기들의 가격이 너무 올라버리는 바람에 ‘너무 비싼 것 말고’를 연발하는 지인들에게 권해줄 만한 스피커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소리만 괜찮다면 이 녀석이야말로 까다로운 친구들을 쉽게 만족시킬 후보 1순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목 마감(정확하게는 MDF에 오크 베니어 마감)과 전면 배플의 천연 가죽, 그리고 그릴을 얼핏 보고 소누스 파베르 또는 차리오를 연상했지만 그래도 좋다. 언제부턴가 소누스 파베르의 스피커들을 보면, 수수했던 첫사랑의 그녀가 성형수술을 받은 후 갑자기 잘 나가는 연예인이 된 것만 같은, 그래서 도저히 말을 걸지도 못할 것 같은 도도함에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끼곤 했는데, 이 모습은 예전 풋풋한 모습 그 느낌에 닿아 있었던 것이다.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 몬테레이 파크에서 창업한 스완은 주로 다양한 스피커 유닛의 제조에 관련해 높은 기술력과 축적된 노하우를 갖고 있던 회사다. 스완을 창립한 프랭크 헤일(Frank Hale) 씨는 매우 뛰어난 음향 전문가로 초기부터 경영과 제품 개발에 고군분투하던 인물로서 회사를 캘리포니아 아카디아로 이전한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아직도 제품 개발에는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홈시어터, 멀티미디어와 카오디오 등의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힘을 비축한 스완은 2000년경부터 본격적으로 하이파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초기에 디바 시리즈를 필두로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출한 결과, 더 쇼(T.H.E. Show)와 CES에서 많은 상을 받았고 독일의 오디오와 같은 전문지에서 극찬을 받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대형 메이커로 발돋움한 스완은 유닛과 인클로저는 물론, 네트워크 부품까지도 자사제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본사에서 제품을 설계하고 중국 공장에서 철저하게 관리하며 생산하는 합리적인 방식을 취하여, 자신들의 제품에 고급스러운 만듦새와 높은 성능에 걸맞지 않은 ‘착한’ 가격표를 붙임으로써 애호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M1은 스완의 북셀프 제조 기술이 집약된 북셀프의 ‘대표 선수’라고 할 수 있는 스피커다. 고역에는 초경량 캡튼 필름 트위터(전성 시절의 인피니티에서 즐겨 채용하던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는데, 유닛 메이커로 사업을 시작한 스완에서 자랑하는 유닛 중 하나다. 평면 리본 유닛에는 일반적인 둥근 자석이 아닌 바(Bar) 형상의 자석이 필요한데, 스완에서는 네오디뮴을 가공하여 사용함으로써 강력한 자성을 진동판에 균일하게 공급하도록 했다. 그리고 평면 리본 유닛은 그 뛰어난 섬세함에도 불구하고 지향성이 좁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는데, 스완에서는 캐스트 알루미늄 프레임에 바이래디얼 혼 형상의 음향 렌즈를 일체형으로 만들어 지향성을 개선하고 있다.
미드·우퍼는 케블라에 페이퍼를 합성한 5인치 콘. 페이퍼는 자연스럽고 가볍지만 펀치력이 약하기 쉽고, 케블라와 같은 고분자 재질은 강하지만 딱딱하거나 둔중한 느낌이 나기 쉽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이를 조합한 콘 유닛이 어떤 소리를 낼지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센터에는 전면의 음압을 컨트롤하는 페이즈 플러그가 부착되어 있으며 브래킷은 트위터와 같이 알루미늄제다. 진동판의 크기와 맞먹는 대형 마그넷이 특히 인상적인데, 마그넷 무게만 1.6kg에 달한다고. 유닛 사이의 거리는 최소화하여 점음원에 가깝게 했으며, 유닛들은 천연 가죽을 씌운 프런트 배플에 장착되어 있다. 전면 배플이 워낙 작아 음의 반사는 많지 않을 것 같지 않지만, 천연 가죽으로 인해 공진과 반사를 더욱 억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외 스펙을 보면 네트워크는 4차.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공개하지 않았으며 음압은 86dB, 임피던스는 8Ω이다. 스피커의 크기를 고려하면 음압은 높다고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임피던스 변동이 그리 크지 않아 울리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 주파수 대역은 자료에 따라 다른데, 아마도 메이커 측에서 측정 기준을 명시하지 않았거나 모델 이름의 변경 없이 개량 모델이 출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좁게 잡아 53Hz~20kHz를 커버하며 자료에 따라 저역은 48Hz, 고역은 40kHz까지 재생한다고 한다.
포장을 뜯자마자 처음 들어본 인상은 중역이 조금 딱딱하고 거친 인상. 하지만 매우 치밀하고 섬세해서 ‘물건’이 될 소질이 뚜렷하게 보인다. 길들이기 위해 디지털 인티앰프에 연결하여 작은 음량으로 며칠 간 워밍업을 시켰다. 일신우일신. 시간이 지날수록 포커스가 명확해지고 윤기가 흐르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대략 200시간 가량의 워밍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문득 소리가 충분히 무르익었다는 느낌이 들었고, 볼륨을 올려 본격적으로 소리를 들어 보았다. 조그마한 녀석이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저역은 커다란 스피커와 비교하자면 당연히 부족하지만 말끔하고 깨끗해서 충분한 매력이 있다. 하늘거리는 고역의 섬세함은 역시 리본 트위터답다. 콘형 유닛과의 연결에 있어서도 위화감 없이 매끄럽고, 맑고 투명한 느낌으로 피아노의 명징한 터치는 실로 발군으로 재생한다. 발랄한 고음과 저음이 스피커에서 앞으로 톡톡 튀어나오는 느낌. 따라서 음장이 스피커 뒤편에 넓게 펼쳐지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음장이 명확하게 핀포인트에 정위한다. 니어필드 리스닝 공간에서는 이 이상 뭐가 필요할까 할 정도로 음이 쉽게 잘 나온다.
기특한 마음에 집에 있는 앰프 몇 종류를 연결시켜 보았다. 의외로 매칭에 민감한 것을 보면, M1은 가격적으로는 저렴할지 몰라도 분명히 마니아들을 의식해 제작된 스피커로, 두고두고 사용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것은 마니아들에게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음이 좋지 않다고 방치했던 진공관 앰프에 물려 보았고, 그 진공관 앰프는 곧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가 되었다. 

■ 수입원  헤르만오디오 (010)4857-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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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5년 1월호 -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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