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찾아 머나먼 길을 여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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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찾아 머나먼 길을 여행하다
  • 월간오디오
  • 승인 2006.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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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고영민 씨

2채널과 멀티채널의 사운드를 보강하기 위하여 DVD 플레이어를 온쿄에서 아캄 DV 27로, 또 아캄에서 메리디언 596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그리고 드윈 사의 영상 스케일러도 구입했다. 메리디언은 그때까지는 잘 알지 못하던 브랜드였는데, 직접 사용해보니 이전에 사용하던 제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화질과 음질을 선사해주었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새롭고 신기한 물건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 아마도 얼리 어댑터의 기질을 타고 났나보다. 지금의 직업을 갖지 않았다면, 공대에 가서 납땜을 하고 기계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뭔가를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뚝딱거리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
어쨌든 이런 얼리 어댑터의 기질을 타고난 나에게 새로운 ‘기술적 산물’은 언제나 심적 풍요로움을 선사했다. 어느 날 내 안테나에 새로운 소식이 잡혔다. 엄청난 고화질의 디지털 HDTV 방송이 시작된다는 것.
충격이었을까, 기쁨이었을까. 음성신호의 디지털화는 소니와 필립스의 CD 개발과 함께 이미 오래전에 실현되었지만, 영상신호의 디지털화가 상용화가 되기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상신호의 디지털화는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다. HD의 경우 1920·1280의 초고해상도 정지화상을 초당 24~30 프레임식 화면에 디스플레이해야 하며, 또 이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저장장치와 이를 처리하기 위한 연산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술발전은 ‘역시’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그리고 나의 시청환경도 ‘역시’ 빠르게 변화되어 갔다.
그 변화에 대응하여 구입한 것은 1280·720해상도를 가진 소니의 16:9 60인치 TV와 일본 BS HDTV 수신기였다. 이것들이 합세하여 온쿄 리시버와 DVD 플레이어, 그리고 포컬(JM 랩스) 사의 코발트 826 스피커로 구성된 홈시어터 오디오 시스템이 완성되었다.
고화질 TV로 즐기는 다큐멘터리 영상과 각종 공연물들은 실로 감동이었다. 이 감동을 오래 간직할 수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빅터 사의 HD VTR을 구입했다. HD VTR 구입과 함께 좋은 HD 영상 소스를 구하기 위하여 HD 영상물의 교류가 활발한 동우회에 가입하게 되었다.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동우인이 날 부르더니 현존 최고의 영상을 보여주는 바코 사의 9인치 프로젝터 시네 맥스를 설치한 분이 있는데 함께 구경하러 가자는 것이다. 난 망설일 것 없이 그분과 함께 바코 프로젝터를 구경하러 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듣고 말았다.
최고의 영상기기로 보는 대화면 영상은 그야말로 60인치로 보는 영상과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아파트 한 채 값을 넘어가는 그 오디오 시스템은 나에게 이제껏 듣지도 보지 못한 경지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나에게 큰 자극이었다.
일단 영상을 대화면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보 수집에 들어갔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동우인들 집에도 직접 방문하며 이것저것 비교해보았다. 오랜 사투 끝에 답이 나왔다. 소니의 8인치 삼관식 프로젝터 G70. 드디어 내게도 120인치 세계가 펼쳐진 것이다.
이후 2채널과 멀티채널의 사운드를 보강하기 위하여 DVD 플레이어를 온쿄에서 아캄 DV 27로, 또 아캄에서 메리디언 596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그리고 드윈 사의 영상 스케일러도 구입했다. 메리디언은 그때까지는 잘 알지 못하던 브랜드였는데, 직접 사용해보니 이전에 사용하던 제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화질과 음질을 선사해주었다.
이렇게 영상 쪽에 많은 업그레이드로 소위 말하는 총알 부족에 시달렸다. 그러다보니 오디오 쪽은 지금의 시스템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하이파이 보강을 위한 끊임없는 사투
AV 동우회 회원을 통하여 하이파이 동우회 사이트도 가입하게 되고, 자연히 하이파이 사이트 회원들의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석할 기회가 많아졌다. 이런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서 얻는 정보는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다양한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 기기들과 각각의 사운드 성향을 알게 되었고 그 차이점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또 내가 추구하는 사운드가 어떤 것인지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 경험은 아마 훗날 위한 포석이 될 것이다.
하이파이 사운드 보강을 위해 처음 시도한 것은 AV 앰프의 업그레이드였다. 일단 AV 리시버 중 최고급으로 사용해 보기로 하고 앰프를 온쿄에서 소니의 플래그십 모델인 9000ES로 교체했다. 소스기기는 메리디언 596의 2채널 하이파이 성능이 워낙 뛰어나 그리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이미 하이엔드 하이파이 오디오의 사운드에 익숙해져 버렸기에 100% 만족할 만한 사운드는 아니었다.
스피커를 먼저 업그레이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모델을 고를지 심각한 고민 끝에 하이파이 마니아들 사이에서 최근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은 ATC 사의 50SL MK2 모델로 결정했다. 결정의 기쁨도 잠시 또 액티브와 패시브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주위에서 패시브의 경우 울리기가 매우 어렵다는 의견을 경청했고, 결국 파워 앰프가 내장된 모델로 결정했다.

스피커 업그레이드의 효과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ATC 액티브 스피커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소리를 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할 수만은 없었다. 다시 욕심이 생겼다. 다음 타자는 프리앰프다. 프리앰프의 결정도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AV와 하이파이 둘 다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바이패스 기능이 있거나 하이엔드 프로세서 중에서 선택해야 했다. 다시 한 번 인터넷 정보와 동우인들의 의견을 조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메리디언 861 프로세서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메리디언 861 프로세서의 성능은 소문대로 만족스러웠다. 해외의 평가와 사용자들의 한결같은 칭찬은 사실 그대로였다. 특히 2채널 프리로서의 성능은 대단했다. 초고가의 하이엔드 전용 프리를 무색케 할 정도의 성능을 뽑아냈으니 말이다. 특히 음장의 입체감이 뛰어났고, 해상도가 높은데도 그것을 드러나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자연스런 사운드로 표현해 냈다.
861 프로세서가 AV와 하이파이 센터로 자리 잡게 되자 861에 내장된 하이엔드 DAC부를 100%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구입한 것이 하이엔드 CD 트랜스포트인 마크 레빈슨의 31L. 또 메리디언 596과 드윈의 영상 프로세서는 DVI 영상 출력이 지원되는 데논의 A1-XV DVD 플레이어와 김문종 씨 DVI 보드로 대체되었다. 이후 소스기기의 업그레이드가 한 차례 더 진행되어 메리디언 808 CD 플레이어가 마크 레빈슨의 자리를 밀어냈으며, 메리디언의 DSP 5500 센터의 영입으로 트라이앵글의 레오마이너 센터와 REL의 우퍼는 그 자리를 내주었다.
아파트가 지어진 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전원이 불안정하고 기기간의 노이즈 문제가 있는 등 전원 트러블이 간혹 발생했다. AV 시스템을 운용할 때는 그럭저럭 지냈는데, 하이파이에 눈을 뜨기 시작하니 이런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전원부 보강을 위해 PS 오디오의 P1000을 구입했고, 케이블들도 몇 종류를 비교하여 리버맨 사의 것과 킴버 사의 것을 장만했다.
이렇게 하여 ATC 50 MK2 스피커를 주축으로 메리디언 861 프리프로세서, 메리디언 808 레퍼런스 CD 플레이어로 2채널 시스템이 완성되었다. 이 시스템은 클래식, 재즈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을 특정 장르에 치우침 없이 매우 잘 재생해 주었으며, 다른 동우인 분들의 어떤 시스템과 비교해도 별로 유혹을 받지 않을 만큼 마음에 드는 시스템이었다. ATC도 다소 투박한 외모가 아쉬웠지만, 매우 중립적이고 밸런스가 잘 잡힌 소리 내주었다.
그러던 중 또 한 번의 업그레이드 기회가 찾아왔다. ATC 50 ASL MK2를 사용하면서 가진 만족감 때문에 언젠가 기회가 오면 상위 모델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매우 좋은 조건이 들어왔다. 거침없는 업그레이드에 돌입. 50ASL MK2에서 150 ASL MK2로 또 다시 150 TASL MK2로 이어졌다.
ATC의 기념 제품인 T시리즈는 150 기본 모델과 비교했을 때 사운드 성향은 좀더 하이엔드 지향적으로 변했고, 저역의 확장성은 개선되었다. 그리고 개방적인 사운드가 일품이다. 기념 모델로 업그레이드한 것은 150 기본 모델의 소리에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만듦새 때문이었다. 100년 된 매그놀라아 수목 뿌리에 날개를 편 나비의 형상을 한 무늬목은 평생을 두고 소유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요즘 아날로그 시스템을 추가하면서 다시 아날로그로 회귀하고 있다. ‘얼리 어댑터가 웬 아날로그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차세대 오디오 포맷이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날로그’라고 대답했던 어떤 하이엔드 브랜드 CEO의 대답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지금은 턴테이블을 SME 30/2과 BAT의 최고봉 진공관 포노 EQ를 사용하고 있는데 매우 만족스러운 소리를 내주고 있다. 앞으로 내공을 좀더 연마하여 모노 카트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레퍼런스 턴테이블을 하나 더 운영하고 싶다.
다른 오디오파일들과는 달리 그리 바꿈질을 자주하는 편은 아니다. 그것은 아마도 초기부터 동우회에서 활동하시는 고수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사운드에 가장 근접한 ATC를 비교적 시행착오 없이 일찍 만났던 것도 그 이유가 될 것이다.
요즘은 다른 생각 없이 현악 독주, 실내악 등의 음반을 꾸준히 모으고 있다. 또 틈나는 대로 음악회에 자주 참석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금 생각으로는 현재의 시스템이 오랜 기간 아니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의 역할을 할 것 같다. 그러나 얼리 어댑터의 기질이 날 이대로 내버려 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 고영민 씨의 시스템
[하이파이 오디오]
스피커 ATC SCM 150TASL MK2   프리앰프 메리디언 861 Pre/Pro  
SACD 플레이어 데논 DVD-A1XV   CD 플레이어 메리디언 808   턴테이블 SME 30/2
톤암 SME Ⅳ   카트리지 벤즈마이크로 루비   포노 EQ BAT P10SE
전원장치 PS 오디오 P1000   인터커넥트 케이블 리버맨 케이블
[홈시어터 시스템]
프로젝터 소니 G70   DVD 플레이어 SONY 9000ES
리어 스피커 미라지 4   센터 스피커: 메리디언 DSP 550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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