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음악 인생이 살아 숨 쉬는 곳, 카메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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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음악 인생이 살아 숨 쉬는 곳, 카메라타
  • 정우광
  • 승인 2011.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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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용 씨

‘바쁘게 살던 삶을 정리하고서 한적한 시골에 아담한 집을 짓고 좋아하는 음악이나 실컷 들으면서 지낸다’는 것은 모든 오디오파일들이 갖고 있는 꿈의 하나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것이 하나의 꿈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지만, 이를 엄연한 현실로 실현시켜가면서 정말 남부럽지 않은 삶을 누리고 계신 분이 있어 만나 보기로 했다. 이번에 찾아본 곳은 월간 오디오의 편집부가 있는 용산 전자랜드로부터 서북쪽으로 약 45km 떨어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에 위치한 ‘카메라타’이다.

이곳은 헤이리라고 알려져 있는 곳인데, 주변의 경관이 뛰어나고 예술적인 감각을 가지고 지어진 건축물로만 마을이 구성되어있어 마을을 순환하는 관광 셔틀버스도 운영이 되고 있는 곳이다. 편집부로부터 나와 강변 북로를 지나 자유로를 약 40여분 달려가면 성동 IC가 나오고 여기서 자유로를 나와 5분여를 더 가면 도심에서 불과 40여분 떨어진 곳에 이런 이국적인 정서의 아름다운 마을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고즈넉한 마을이 나온다. 카메라타는 이 헤이리 마을의 중심부에 주변의 녹색 숲을 배경으로 해 수수하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는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이곳의 주인장은 오랜 세월 방송계에 종사하다 은퇴한 황인용 선생이다. 아나운서로, 디스크자키로 평생을 활약해 오던 이 분이 유명한 오디오파일이라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기도 하다. 워낙 음악을 좋아하던 터라 방송에서도 오랜 세월을 디스크자키로 활약을 해왔지만 오디오에 대한 열정도 상당하여 20여년쯤 전에 오디오 잡지인 하이파이 저널을 창간했던 것으로도 유명한 분이다. 필자와는 하이파이 저널의 설립 멤버로서 함께 창간호를 준비할 때부터 인연이 있었지만 이런 저런 사연 때문에 만나 뵙지 못한 지가 벌써 15년이 넘었다.

이곳에 정착한 지는 지금으로부터 약 6년쯤 전이라고 하는데, 이곳의 부지를 구입하고 건물을 건축하는 모든 일을 직접 관리했다고 한다. 이 건물은 모두 4개의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아래층 우측이 오디오 기기를 통한 음악 감상과 주말마다 연주회가 열리는 음악 공간이 된다. 나머지 부분은 갤러리와 주거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건축물이 설계될 때부터 안에 들어와 살 주인장의 의도가 반영된지라 가장 신경 쓰여 지어진 공간이 음악을 듣는 공간이 된다. 여기에는 오래전부터 황 선생님이 모아 놓으신 오디오 기기들을 이상적으로 전시 활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 결과 실내의 한쪽 벽에는 클랑필름의 스피커 시스템을 콘크리트 벽 안쪽으로 매립해 놓았고 스피커 시스템과 가까운 거리에 턴테이블과 앰프가 놓이는 위치에 콘크리트로 탁자를 빌트인 해 놓았다. 재생 기기들의 뒤쪽으로는 수집해 놓은 음반들이 수집되어 있는데 얼추 보아도 만여 장은 족히 넘을 분량이다. 실내에는 여러 개의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어 누구나 들어와서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음악을 재생하는 시스템은 3가지의 기본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웨스턴 일렉트릭 시스템으로 실내에 들어서면 가장 눈길을 끄는 15A 혼이 555 드라이버가 장착되어 천정에서 드리운 체인에 매달려 있다. 이는 웨스턴 일렉트릭의 4181 우퍼와 597A 트위터가 추가되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완성되었다. 3개의 유닛 모두가 다 전자석을 사용한 유닛이라 자기회로를 위한 전원부가 필요하게 되는데, 영구 자석을 사용하지 않은 전자석을 사용하는 유닛인지라 강력한 자기 회로와 이 때문에 얻어지는 높은 능률의 사운드는 오디오 기기의 원점이라고 할 정도로 감동의 사운드이지만 3개의 유닛에 각각의 전원부를 마련하고 이것이 스테레오가 되면 총 6개의 전원 공급 장치와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4벌이 추가되어야 하는 매머드급 시스템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일반 오디오파일들은 꿈에서만이 그려보는 시스템이 되고 만다. 이것을 이렇게 균형 잡힌 상태로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며 그러한 행운을 이처럼 가까이에 접할 수 있도록 해 놓은 주인장은 아마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사회에 커다란 공헌을 하는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하니 사람 좋은 황 선생은 껄껄 웃으면서 뭐 그렇다고 할 것까지야 없지 않겠는가. 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이니 그저 사람들이 많이 와서 즐겨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이지 이러한 시스템의 상태를 이렇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비용과 노력이 드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뒤로하고 그저 편안하게 차나 마시면서 음악을 듣고 있자니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또 다른 시스템은 클랑필름의 오이로다인 시스템이다. 이것도 전자석을 이용한 시스템인데 한 벌을 가지고서는 넓은 홀을 채우기가 힘들어서 한 벌을 더해서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의 시스템은 최근에 구입한 것으로 독일의 비고라는 회사의 제품인데 스피커의 인클로저 하나에 모두 7개의 유닛이 들어 있는 시스템이다. 이 세 가지의 스피커 시스템을 중심으로 이를 구동하는 앰프와 입력장치인 턴테이블과 CD 플레이어가 갖추어져 있는데, 모두가 다 빈티지급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황 선생께서 하나씩 수집해 놓은 것들이라고 한다. 방문했을 때가 비교적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내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있었다. 옛날의 음악 감상실처럼 신청곡도 받고 모든 기기의 조작을 본인이 직접하기 때문에 자리를 비우는 일이 거의 없단다. 그날의 방문에서도 매우 안정적인 소리를 들려주었는데 사실 이러한 소리로 안정된 것은 극히 최근에 와서의 일이라고 한다. 워낙에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제품들이고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사용되어지던 기기들이다 보니 사용 전압이 모두 제각각인 제품을 최적의 전원으로 공급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수없이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국내에서 제작된 파워텍의 제품을 만나고서야 모든 제품이 제자리를 찾아 안정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강조하는 말이 빈티지 오디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기의 성능을 미처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는 모두 다 부실한 전원부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원부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제 카메라타의 시스템은 안정이 된 것처럼 아주 편안한 소리가 울려 나오고 있었다. 거기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좋은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인가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편안하게만 보였다. 하도 많은 기기들을 보고 듣고 하다 보니 예상했던 시간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나중에 다시 시간을 내어 여러 차례 방문을 해야 할 것 같다.
이곳의 오디오 시스템은 모두가 상당한 연륜을 가진 빈티지급의 시스템으로 재생되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현대적인 기술을 자랑하는 최신의 제품들이 빛을 발휘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고 완벽한 사운드가 재생되고 있었다. 소장하고 있는 오디오 기기를 하나하나 설명하는 황 선생의 모습이 너무나도 해맑고 평온한 모습이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좋은 음악으로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기를 바라면서 자정이 다 되어서야 카메라타를 나설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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