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우의 슈퍼 아날로그 마니아 탐방[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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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우의 슈퍼 아날로그 마니아 탐방[1]
  • 정승우
  • 승인 2007.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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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공덕동 박수진 씨

음악과 오디오 모두 최고의 경지에 오른 분들은 의외로 드문데 이분의 경우 최고 수준의 시스템과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감히 달관의 경지에 이르신 듯한 풍모마저 느껴진다.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들은 제 직업을 방송국 PD인 줄 압니다.” 아마 이분 댁에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리스닝 룸에 자리 잡은 LP와 CD, DVD까지 정말 어마어마한 컬렉션에 놀라게 된다. 필자도 꽤 많은 소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분에 비하면 초보 수준에 불과하다. 잠시 후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대화를 나누겠지만 정말 대단한 음악 애호가이자 오디오파일로서 행복한 취미 생활을 하고 계신 분이다. 이분의 성함과 직함은 박수진 부장님, 국내 굴지 대기업의 마케팅 부장으로서 필자와는 오랫동안 교우해온 절친한 지인 사이이다. 오디오 기계부터 시작해 레코드 정보, 심지어 영화 정보까지 대단히 해박한 지식으로 필자가 평소 사부님으로 모시며 많은 정보를 얻을 만큼 다방면의 고수이시다. 이분 댁은 서울 마포의 H 아파트, 용감하게도 안방을 리스닝 룸으로 사용하면서 거실에 별도의 AV 시스템을 운용 중이시다. 안방을 가족에게 양보한 필자의 입장에서는 부러운 상황이고, 게다가 보유중인 다양한 소스들을 보며 항상 동경의 대상이 될 만큼 아날로그 마니아 탐방의 1호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는 분이다. 얼마 전 크렐 LAT-1 스피커 시스템에서 B&W 800D로 교체하신 후 최근 앰프 및 케이블까지 업그레이드하시어 한창 최고의 소리를 위한 튜닝에 열중하시고 있다.

소리가 어느 정도 잡혀 간 것 같은데 만족도는 어느 정도이신지요. 지난번 LAT-1 시스템과 비교하여 장단점에 대해 의견 부탁드립니다.
LAT는 어딘지 모르게 중역 중심의 성향이고 현대를 대표하는 하이엔드 스피커이지만 빈티지 성향도 많이 갖고 있습니다. 특히 성악곡의 재생과 구 녹음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최신의 하이엔드 지향적 소리는 분명 아닌 것 같습니다. 신형인 LAT-1000의 경우 대역 특성이나 음색 등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은데 솔직히 동일 스피커를 다시 사용하기는 난센스인 것 같아 B&W로 교체했습니다. 다이아몬드 트위터의 맑고 청아한 음색과 특히 현악 재생 시 질감 측면에서 탁월한 것 같고 대체로 다방면에서 무난한 재생을 해줍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실망했지만, 에이징이 되어가면서 차츰 잡혀가는 느낌입니다. 약간은 건조한 듯한 성향인 것도 사실인데, 앞으로 지금의 성향에서 윤기를 보완하는 느낌으로 튜닝할 예정입니다. 가끔은 LAT의 보컬 재생음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어차피 오디오라는 것이 만능은 없다고 생각하며 대체로 만족하는 편입니다.

LAT-1도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스피커인데 특별히 B&W로 가게 된 동기가 있으신지요.
사실 최신의 유닛을 장착한 스피커를 사용해 보고 싶었습니다. LAT의 소리가 무르익을 만큼 완성된 상황이었고, 오디오 마니아적 기질이 발동하여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 싶었던 거죠. 지인 댁에서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장착한 스피커를 듣고는 방향을 잡은 셈입니다. 당초에는 B&W 스피커보다는 다른 스피커를 염두에 두었지만 단골 숍에서 들은 FM 어쿠스틱스와의 매칭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 항상 공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된다면 궁극의 스피커로 동경해 온 오리지널 노틸러스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물론 차이는 있지만 800D와 노틸러스의 음은 일맥상통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상에 오른 후 다른 산을 찾아 헤매는 산악가나 우리 오디오 마니아들이나 비슷한 성향을 가진 것 같다. 필자 역시 항상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또 다른 시스템을 찾아 방황을 거듭해온 세월이 자그마치 20여 년이니 말이다. 여기서 잠깐 시스템 소개를 하면 메인 스피커 800D를 중심으로 FM 어쿠스틱스 411 파워 앰프, 255 프리앰프, 어큐페이즈 DP 800/DC 801 CD 플레이어 시스템, 클리어 오디오 맥시멈 솔루션, 베이시스 데뷔 MK2 구성이며 케이블은 최근에 갖춘 아르젠토 오디오 서레너티 마스터 레퍼런스 스피커 및 인터 케이블, 트랜스페어런트 레퍼런스, MIT Shotgun 인터케이블, 아르젠토 오디오 플로우 전원 케이블 등의 구성이다. 아날로그 시스템의 전체 매칭에 대해선 잠시 후 다시 언급하기로 하겠다.

소리가 많이 바뀌었네요. 상당히 섬세하고 개방감 있는 취향으로 바뀐 것 같은데, 케이블 교체의 영향인가요? 평소 케이블에 대해선 좀 인색하신 편이었는데 많은 차이가 있었나 봅니다. 최근 튜닝된 음향에 대해 간단한 소개와 좋아하시는 취향이 궁금합니다.
사실 오디오 마니아 치고는 케이블 교체에 좀 인색한 편이었습니다. 5년만에 케이블을 교체한 것이니까요. 얼마 전 단골 숍에서 빌린 MIT 케이블이 도화선이 된 것 같습니다. 과거의 MIT 케이블들과 비교할 때 일단 정보량과 투명감의 발전에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소스·프리간 케이블을 MIT로 교체 후 결국에는 스피커 케이블과 프리·파워 인터 케이블, 스피커 점퍼선까지 아르젠토 오디오 서레너티 마스터 레퍼런스 케이블로 교체했습니다. 주변의 지인 분들에게서 케이블의 우수한 성능에 대하여 칭찬을 많이 받은 터에 제 시스템에 연결해 보고 결정했습니다. 전 사실 전원 케이블에는 아직까지 좀 인색한 편인데 아파트 바로 밑에 변전실이 있어 전기 사정이 상당히 우수한 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전원 케이블의 경우 제 시스템에서는 큰 변화를 못 느끼고 있습니다. 아무튼 케이블 교체 이후 불만이었던 음의 건조함도 크게 개선된 느낌이고, 투명함과 정보량, 자연스러움 등에서 케이블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남들이 자극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샤프하고 라이브한 음을 좋아했었습니다. 이제는 세월에 따라 취향도 변하는지 자연스럽고 편안한 음을 선호합니다.

세월의 흐름이 재생음의 취향까지 바꾼다? 사실 필자도 요즘 음의 취향이 바뀌는 것을 스스로 느끼면서 놀라곤 한다. 이제 늙어간다는 증거인 것 같은데 좀 서글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음악과 오디오에 대한 열정이 살아 있는 자신을 느끼면서 위안을 삼곤 한다.

오디오 경력이 상당히 오래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한 30년 넘은 것 같군요. 그때는 사실 오디오라기보다는 컴포넌트로 음악을 듣던 시절이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 시절은 음반 수집에 열을 올리던 시절이었죠. 학창 시절 용돈을 쪼개 사 모은 음반들인데 대부분이 해적 반들입니다. 아직도 그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가끔 당시 음반들도 듣곤 합니다.

필자도 중학교 시절부터 모은 해적 반들이 상당수이다. 주로 헤비메탈 계통의 음반들 위주인데 그 중 일부는 지금 들어도 손색없는 좋은 음질을 보여 주어서 놀라기도 한다. 흑백 바탕의 재킷과 세월의 흔적이 담긴 그 시절의 음반들을 볼 때마다 같이 음악 들었던 친구들과 감수성 많던 사춘기의 기억들이 떠올라 그 시절의 추억이 펼쳐진다. 사실 아날로그에는 우리들 젊은 날들의 추억과 향수가 함께 담겨 있기에 더 애착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스템 구성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요인은 어떤 것들이신지요? 가령 소스 기계 혹은 스피커와 앰프 매칭에 대한 의견 및 튜닝에 대한 노하우를 부탁드립니다.
전 비교적 소스기계에 대한 애착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좋다는 턴테이블의 경우 다 써보고 싶은 욕심에 각종 명기들을 섭렵했었죠. 그동안 거쳐 간 기기들은 EMT 930, 토렌스 프리스티지, 린 손덱 LP12, 가라드 301, 소타 코스모스, 마이크로 8000-Ⅱ 등 숱하게 많습니다. CD 플레이어의 경우도 시대를 대표할 만한 각종 명기들을 두루 섭렵했습니다.  사견이지만 음의 입구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소스부터 음의 퀄러티가 떨어지면 그 시스템은 제 성능을 발휘 못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날로그 시스템의 경우 특히 승압 트랜스 매칭을 선호하며, 톤암은 다이내믹 밸런스나 리니어 트랙킹 방식, 카트리지의 경우 고출력 계통, 턴테이블의 경우 리지드 타입을 선호합니다. 어차피 스피커의 경우 사용자의 룸 환경에 따른 선택의 폭이 결정되고, 이에 따른 매칭 앰프를 결정하면 되지만 소스의 선택은 시스템 전체의 퀄러티를 결정하므로 항상 신중한 편이었습니다. 케이블은 가능하면 사용 소재에 대한 통일을 이루는 방식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가령 은과 동을 사용하는 케이블들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 기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음향적 언밸런스를 보여주는 것 같아 가능하면 같은 소재로 통일하는 편입니다.

소스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는 필자와 같은 의견이지만 케이블의 소재를 통일한다는 발상은 필자와 다른 개념인 것 같다. 필자의 경우 소재에는 좀 둔감한 편인데 아무튼 소재까지도 신경을 쓰신다니 머리 아픈 얘기인 것 같다. 케이블의 경우 필자 개인적인 의견일지도 모르지만 시스템 전체의 특성을 좌지우지할 만한 수준까지 영향을 주는 느낌이다. 가끔은 우수한 케이블을 매칭시켜 시스템 전체의 성향이 바뀔 때는 심지어 짜증까지 나기도 한다. 그만큼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케이블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 외로 큰 것 같다.

그동안 하이엔드만을 추구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빈티지 시스템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지요?
이를테면 웨스턴이나 EV, 탄노이 계열의 최고봉에 대한 경험은 없으나, 아무래도 대편성 곡이나 최근의 디지털 녹음 재생에는 빈티지 시스템이 한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얼마 전 탄노이 모니터 레드로 들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곡 같은 경우 아직도 귀에 생생할 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 장르에 따라 우열을 가릴 문제이지 어느 쪽이 우수하다는 판단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 같습니다. 아직은 빈티지에 대한 욕심은 없습니다. 나이가 더 들면 모르겠지만요

필자의 경우 오랫동안 탄노이 스피커의 마력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 적도 있었다. 특히 현악의 독특한 미적 감각은 명불허전으로 아직도 그 소리가 그리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지만 대편성 곡이나 현대 녹음에 대한 한계는 박 부장님과 같은 의견이다.

기기와 소스에 욕심이 많으시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예전에 음반을 한창 모을 때 단골 레코드 숍 사장님이 해외에서 음반을 구매하고 귀국하시는 날이면 여러 사람이 줄을 서서 쟁탈전을 벌이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미리 주문해 놓은 음반을 어렵게 구입하면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눈 내리던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음반을 구매하던 기억도 생생하고 어렵게 구한 음반일수록 지금도 애정이 가득합니다. 80년대 후반 제가 20대 후반 시절부터 용산에서 오디오 기계들을 구입했는데 처음 간 숍에서 고가의 기계들에 대한 상담을 할 때면 상담에 응해 주지 않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아마 젊은 사람이 괜히 궁금증만 해소하고 정작 구입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거죠. 돌이켜 보면 참 열정적인 시절이었죠. 사고 싶은 음반이나 기계가 있으면 잠도 오지 않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아마 지금 젊은 사람들이 들으면 미친 사람이라 하겠죠.

아무튼 이분의 소개드린 독특한 오디오 관과 경험, 노하우 등은 우리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대담 중 들려주신 몇몇 관현악곡 및 현악곡들의 경우 다이아몬드 특유의 아름다운 음색과 자연스러움으로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흔히들 B&W 스피커의 경우 중립적이고 정확한 사운드 재생이 장기이지만 다소 모니터적인 성향 때문에 개성적인 음으로 울리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오늘 들어본 사운드는 필자가 경험한 B&W 스피커 중 과히 최상의 사운드였다고 확신한다. 해상력과 밸런스를 기본으로 음의 침투력과 음장 재현,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음색으로 가히 고수의 경지에 이르신 이분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금부터는 본격적인 아날로그 시스템 소개 및 이분의 경험 및 음악관련 이야기로 정리해 보려 한다.

메인 플레이어가 베이시스인가요? 아니면 클리어 오디오인가요? 플로팅과 리지드 타입의 최첨단 하이엔드 기계를 사용 중이신데 자세한 매칭 소개 및 소리 경향에 대해 의견 부탁드립니다.
엄밀히 말씀 드리면 주중에는 베이시스, 주말에는 클리어 오디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클리어의 경우 톤암을 3개 장착했고 아우터 링 등 사용이 좀 복잡하여 주말에 주로 사용합니다. 베이시스의 경우 그래험 팬텀 톤암에 반덴헐 프로그 카트리지와 그리폰 레가토 포노 앰프의 조합이고, 클리어 맥시멈 솔루션 턴테이블의 경우 총 3개의 톤암을 운용 중입니다. 고에츠 오닉스 카트리지의 경우 클리어 오디오 유니파이 톤암에 그리폰 헤드 엠프와 포노 스테이지 조합, 미야비 커스텀의 경우 다이나벡터 MK2 톤암에 올닉 1500 포노스테이지 MC 조합, 헬리콘 모노 카트리지의 경우 이케다 IT407 톤암에 코터 MK2 L 승압 트랜스와 올닉 1500 MM 조합입니다. 음향적 특징은 먼저 베이시스의 경우 5년 남짓 사용 중인데 플로팅 특유의 부드럽고 편안한 음 재생이 장점입니다. 특별히 가리는 소스 없이 뛰어난 성능을 보여 주는 편이지만 해상력과 정보량 측면에서는 클리어 오디오 플레이어가 더 뛰어난 실력을 보여 줍니다. 클리어 오디오 플레이어의 경우 상당히 현대적이고 CD를 능가하는 정보량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톤암을 3개나 장착할 수 있는 장점과 다양한 업그레이드 옵션 등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처음 사용 시 경험해보지 못한 음질 특성에 다소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현대 아날로그 사운드의 한 정점을 보여 주는 듯한 재생음은 사용할수록 깊은 애정을 느끼게  합니다.


 
사실 필자도 클리어 오디오의 동일 제품을 사용 중이며, 압도적인 음향적 재생 능력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향후 좀더 아날로그적 풍부함과 질감의 추구를 위하여 다양한 시도를 해 볼 계획이며, 기본적인 자질이 충분한 플레이어로서 가능성이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 오늘 들어 본 이분 댁의 클리어 사운드는 필자의 시스템과 약간은 다른 성향을 보여 주었으며, 필자가 얻지 못하고 있는 장점들 또한 많이 있어 다양한 의견들을 나누었으나 좀 사적인 특정 제품에 대한 의견이므로 본 글에는 생략하기로 했다.

카트리지를 총 4개 사용 중이신데 어떤 방식으로 운용 중이신가요. 예를 들면 음악 장르 별로 나누어 운용 중이신지요. 각각의 음향 특성 및 장단점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고에츠의 경우 주로 현악기 재생에 탁월합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주 독특한 분위기의 음색으로 현악 재생에 발군인데 고역이 약간 답답하다는 느낌은 있으나 최근의 케이블 교체 등의 튜닝으로 많이 개선된 느낌입니다. 미야비의 경우 재즈, 보컬곡, 관현악곡 전문인데 음색을 계절에 비유하면 가을 같은 느낌입니다. 차분하면서도 조용하고 특유의 음색으로 분위기 있는 재즈곡이나 보컬 재생에 발군의 실력을 보여 줍니다. 대편성 관현악곡의 경우 다소간 해상력에 문제는 있지만 잘 정리된 고급스러운 음색으로 매력을 보여 줍니다. 모노 음반의 경우 헬리콘 모노 카트리지를 사용 중인데 과거의 SPU 계열보다는 확실히 음의 깊이감과 해상력이 월등하여 가끔 모노인지 스테레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해상력이 뛰어난 느낌입니다. 구수한 음색은 과거의 SPU 계열 대비 좀 떨어지지만 제 시스템에는 더 좋은 매칭인 것 같습니다. 참 지난번 댁에서 들었던 미야비 모노 카트리지도 참 매력적인 것 같던데 만족하시죠? 저 역시 기회가 된다면 한번 써보고 싶은 제품입니다. 반덴헐 프로그의 경우 최근 헬리콘에서 교체되어 사용 중인데 팝, 클래식 장르를 가리지 않고 사용 중입니다. 음의 경향은 스트레이트하면서도 밝은 느낌이며 음악성도 뛰어 납니다. 고역의 에지 부분이 약간 경질인 느낌인데 에이징이 되면 개선될 것 같습니다.

반덴헐 카트리지의 경우 제 경험으로는 오랜 에이징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우수 어린 음색이 특별하며 거기에 현대적인 해상력 또한 발군으로 저 역시 지금은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기회가 되면 반드시 다시 사용할 것입니다. 사견으로는 팬텀과의 조합보다는 리니어 트랙킹 암과의 조합이 좋았던 것 같은데 기회가 되시면 꼭 한 번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미야비 모노 소리도 좋지만 헬리콘 모노 참 인상적인데요. 특히 모노 관현악 곡 재생과 50년 대 올드 팝 재생에는 한 수 위인 것 같네요. 그래서 많은 아날로그 애호가들이 다수의 카트리지를 사용하며 독특한 개성을 만끽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최근에 반덴헐 콘도르를 내보내고 골드핑거 하나로 스테레오 재생을 하는데 반덴헐의 매력도 잊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실 제 경우는 리니어 트랙킹 암의 사용으로 3개의 톤암을 운용하는 것이 좀 불편하여 내보냈는데 지금 생각하니 좀 후회되기도 합니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톤암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리니어 트랙킹 방식이라 생각하며 사용 검토 중입니다. 어차피 아날로그로 30년 동안 동고동락 해온 김에 좋다는 건 다해 보고 싶습니다.

사용해 보신 카트리지 중 특히 인상적이셨던 기종은 어떤 것이신지요.
헬리콘 카트리지입니다. 현대 카트리지의 시발점 정도로 평가할 만한 기종인 것 같습니다. 아날로그가 디지털의 해상력과 정보량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준 제품으로 평가되는 제품이라 생각합니다. 이후 등장한 많은 카트리지에 벤치마킹 대상이 될 만큼 그 뛰어난 성능은 아직도 인상적입니다. 지금은 모노 카트리지를 이 제품으로 사용 중이어서 스테레오 헬리콘을 내보냈는데 오랜 기간 상당히 만족했던 제품입니다.

톤암, 카트리지, 포노 이퀄라이저, 심지어 암 케이블 등 아날로그 시스템에는 각종 변수가 많은데 매칭 시 특별한 원칙이나 노하우는 있으신지요? 현 시스템은 어떤 원칙하에 매칭을 하셨는지요?
MC 카트리지의 경우 가능하면 트랜스 매칭을 지향합니다. 물론 제 경우도 모든 카트리지에 트랜스 매칭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가능하면 트랜스 매칭을 하고 있고 그것이  음질적으로 우수한 느낌입니다. 포노 앰프의 로드 임피던스는 가능하면 높게 설정하고 있으며, 경험상 미스 매칭만 피한다면 임피던스에 의한 음질 차이는 미세합니다. 톤암 케이블은 가능하면 순정 조합을 선호합니다. 다행히 요즘 개발되고 있는 톤암들이 카트리지 리드선부터 포노 앰프까지 원 포인트로 접속되는 경향인데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카트리지의 선택은 가급적 저 임피던스 고출력을 선호합니다. 고출력 카트리지의 경우 음의 입체감이나 해상력 측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판단되며 매칭되는 포노 앰프의 선택도 자유롭습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중 어느 소스 쪽이 더 애정이 가시는지요?  각각의 장단점 및 의견 부탁드립니다.
요즘은 아무래도 편리성 때문에 CD에 손이 많이 갑니다. 하지만 역시 음악적인 감흥이나 오디오적인 재미는 아날로그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음반 하나에 얽힌 사연들과 애정은 아직도 각별합니다. 그리고 최신 플레이어와 톤암, 카트리지의 조합은 고유의 아날로그의 장점에다 디지털을 능가하는 해상력으로 역시 아직까지는 아날로그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전 아직도 클래식의 경우 대부분 화제의 신 녹음들을 구입하는 입장으로 CD에 대한 애정 역시 각별합니다. 이제는 솔직히 당연한 얘기겠지만 최신 녹음은 CD를 통해 과거의 명반들은 아날로그를 통해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전 사실 음반에 대한 호기심은 아직도 대단해서 가능하면 여건이 닿는 한 새로 나오는 음반들은 다 들어 보고 싶은 욕심입니다.

참으로 골치 아픈 이야기다. 이분의 음악적 호기심과 욕심은 상식을 뛰어넘는 대단한 것으로 필자가 본 최고의 음악 애호가인 것 같다. 필자의 경우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클래식에 한정되지만 이분의 경우 장르를 가리지 않는 음악 감상과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그간 사용해 보신 플레이어가 상당 수 있는 걸로 압니다. 간략한 소개 및 특히 인상적이었던 매칭은 어떤 조합이신지요?
가장 오래 사용한 플레이어는 린 손덱 LP12입니다. 특유의 아름다운 음색과 디자인, 컴팩트함이 매력이고 특히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했는데 최근에는 가격이 너무 올라 메리트가 사라진 느낌입니다. 그 외에도 앞서 소개드린 많은 기종에 대한 경험이 있지만 아무래도 제 취향에는 최근 발표되고 있는 하이엔드 성향의 플레이어가 맞는 것 같습니다. 진동 차단과 안정적인 동작, 해상력 등에서 과거의 명기는 분명 현대의 플레이어와는 비교되지 않거든요. 물론 오디오 특히 아날로그가 지극히 주관적인 자기만의 세계라고 봤을 때 빈티지 플레이어가 주는 매력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마 제가 빈티지 플레이어를 쓰는 경우는 현재 시스템의 교체 의미가 아닌 추가로 한 대 더 쓰는 방식이 될 겁니다.

현재도 톤암을 4개나 사용하고 계신데 욕심의 한계가 없으신 것 같다. 사실 필자도 여력만 된다면 빈티지의 최고 기종인 EMT 927이나 토렌스 레퍼런스에 대한 호기심은 있으니 이래저래 오디오 마니아 기질은 이분이나 필자나 동일한 것 같다.

좋아하시는 음악 장르는 어떻습니까.
클래식, 재즈, 팝 심지어 가요까지 가리지 않고 듣습니다. 클래식 중에는 특히 첼로 곡들을 좋아합니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트럼펫 곡도 즐겨 듣고요, 가요는 주로 70년대 포크 송, 이 밖에도 롤링 스톤즈나 AC/DC의 록 음악도 즐겨 듣습니다. 특히 바흐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에 대한 애정은 각별해서 초반 위주로 명반들을 수집해 왔는데 사실 이 곡의 경우 음반 값이 무척 고가여서 경제적인 지출이 컸지만 저에게 주는 음악적인 감동을 생각하면 후회는 없습니다. 어차피 음악이 제게 주는 커다란 기쁨과 고마움을 생각할 때 당연한 투자라 생각합니다.

참으로 마음이 숙연해 지는 의견이다. 필자 역시 음악과 오디오에 바친 세월이 꽤 오래되었지만 이분의 진지하고 열정적인 자세에는 같은 애호가로서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 사실 필자의 경우 다른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 잠시나마 오디오와 음악에서 멀어진 적도 있었지만 한결 같은 심지어 구도자 같은 이 분의 자세를 보면 부끄러움마저 느껴진다.

현재 LP와 CD가 얼마 정도 되시는지요? 특히 애정이 가는 명반이나 희귀반이 있으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LP가 대략 1만장 정도, CD가 4천장 정도입니다. 특별히 희귀반들은 없고 명반 위주로 항상 해외와 국내 관련된 서적들을 공부해가며 모아 왔습니다.

이 분의 리스닝 룸을 온통 채우고 있는 다양한 LP와 CD 컬렉션 등을 보면 일반 애호가라 보기에는 믿기지 어려울 정도의 방대한 컬렉션이다. 사실 희귀 반이 없다고 하신 말씀은 겸손함이라 생각하고 필자가 보기에 부러울 정도의 구하기 어려운 명반들을 많이 보유하고 계시다. 남에게 자랑하기 위한 컬렉션들이 아니라 한 장씩 공부해 가면서 모으신 30년의 내공이 느껴지는 주옥같은 컬렉션이라 확신한다.

컬렉션의 원칙이 있으신지요?
LP는 주로 현악, 성악, 모노 시절의 명반들 위주로, CD는 대편성 곡 위주로 수집했습니다. 대중음악의 경우 아날로그 녹음은 LP, 디지털 녹음은 CD의 원칙으로 수집했습니다. 최근의 리마스터링 기술 역시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아날로그 전성 시대의 녹음된 초반들을 들어 보면 음질적 매력을 떨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비싼 값을 지불하고 좋아하는 음악들은 초반 위주로 구매합니다. 최근 발행되고 있는 클래식 재발매 음반들은 수집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이 경우 리마스터링된 CD 음질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 편이성과 가격을 고려하여 CD를 구입하는 편입니다.

좋아하시는 연주자는 누구입니까.
첼로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로스트로포비치와 푸르니에를 특히 좋아합니다. 벤자민 브리튼과 협연한 로스트로포비치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의 경우 데카 와이드 밴드 초반을 아직 구입하지 못했습니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상태가 맘에 들지 않아 아직까지 손에 넣지 못했습니다. 최근 타계로 음반 가격이 더 오른 것 같은데, 그래도 꼭 상태 좋은 초반을 구입하려 합니다. 음질적인 우수함도 있지만 솔직히 말씀 드리면 좋아하는 음반에 대한 컬렉터적 집착도 인정합니다. 이외의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지휘자, 피아니스트 등의 경우 음반 수집에 대한 집착이 좀 강한 편입니다.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궁극의 시스템은 어떤 것이신지요?
기회가 된다면 대형 스피커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윌슨이나 아발론, 혹은 최근 세라믹과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장착한 대형 스피커에 레퍼런스급 LP 플레이어의 조합을 늘 마음속에서 상상합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 뿌듯해지는 느낌입니다. 최근 몇몇 동호인들 댁에서 대형 스피커를 경험을 했었는데 장점도 많지만 밸런스 좋은 음으로 울리기가 어려운 일이 아니더군요. 30년간의 오디오 경력의 노하우를 살려 한 번 멋지게 울려 보고 싶습니다.

오디오를 하는 마니아의 입장에서 대형 스피커는 필자의 마음속에서도 항상 동경의 대상이다. 아마 여건이 허락한다면 이분과 함께 많은 정보를 공유하여 대형 스피커에 도전할 계획이다. 실연이 주는 감동도 분명 대단한 것이지만 타계한 수많은 거장들의 녹음을 실제 연주와 같은 스케일과 감동으로 재현해 보는 것도 대단한 일일 것이다. 사실 이것이 목표이기도 한데 아무래도 이 경우 대형 시스템이 주는 장점은 부정하기 어려운 것 같다.

마지막으로 후배 애호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으십니까?
자기 주관을 갖고 오디오에 임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군요. 사실 요즘 아날로그의 열풍이 다시 불어 많은 애호가들 중 보유한 소스도 없이 무작정 아날로그를 시작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분명 음악입니다. 감상할 음악 소스가 없는데 왜 굳이 아날로그를 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최신 녹음의 디지털 음원의 경우 일정 수준의 플레이어만 있으면 수준급 이상의 음질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경험해 보셔서 알겠지만 웬 만큼의 정성과 노력 없이 아날로그는 결코 디지털보다 우수한 재생이 어렵습니다. 물론 제대로 세팅된 아날로그 사운드가 주는 매력은 디지털보다 훨씬 뛰어나지만요. 전 그래서 섣불리 아날로그에 입문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편이고 반드시 준비된 상태에서 아날로그를 시작할 것을 권합니다. 좀 독설적인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꼭 드리고 싶은 의견이 있습니다. 일부 마니아들 중 LP 판을 전시용으로 수십 혹은 수백 장 단위로 박스 채 구입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분명 위대한 음악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합니다. 반드시 시간과 정열을 갖고 한 장 씩 수집하실 것을 권합니다. 아날로그는 음악 이전에 하나의 추억이며 소중한 시간의 간직이니까요.
 
참 귀담아 들을 의견인 것 같다. 사실 오디오 취미라는 것이 예술의 추구라는 의미와 정신세계를 윤택하게 해주는 분명 고품위의 취미 생활이지만 일부 몰지각한 애호가들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졌던 적도 많았던 것 같다. 취미 세계는 남들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의 길을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그리고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추구하는 것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 대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필자가 항상 부러워하는 분을 여러 독자들에게 소개해 드린다는 의미에서 무척 기쁜 마음이었다. 음악과 오디오 모두 최고의 경지에 오른 분들은 의외로 드문데 이분의 경우 최고 수준의 시스템과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감히 달관의 경지에 이르신 듯한 풍모마저 느껴진다. 특히 이 분의 800D 소리는 그동안 필자의 선입견을 깨버린 인상적인 사운드로서 놀라움을 선사했다. 각 카트리지마다 고유의 독특한 개성을 볼 수 있었는데, 고에츠 카트리지로 듣던 첼로 곡들이 특히 인상적으로 첼로 음악을 좋아하시는 취향답게 잘 튜닝된 음색과 섬세함은 실연보다 우수한 느낌마저 받았다. 평소 필자 시스템의 경우 첼로 음색이 너무 밝고 화려한 느낌이었는데 다소 어둡지만 소박하고 고혹적인 음색은 부러울 따름이었다. 미야비로 듣는 성악과 반덴헐의 개방감 역시 인상적인 조합으로 오랜 기간의 노하우로 얻은 완성도 높은 사운드 재생이었다. 탐방이라기보다는 좋은 음악과 함께 보낸 행복한 시간이었고, 대담 중 피력하신 일부 의견은 상당히 교훈적인 내용으로 필자 역시도 귀 담아 간직할 만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 사용하는 시스템
스피커 B&W 800D   프리앰프 FM 어쿠스틱스 255   파워앰프 FM 어쿠스틱스 411-MK2
SACD 플레이어 어큐페이즈 DP800   CD 트랜스포트 어큐페이즈 DP800
D/A 컨버터 어큐페이즈 DC801   턴테이블 베이시스 데뷔 MK2, 클리어 오디오 맥시멈 솔루션
톤암 클리어 오디오 유니파이, 그래험 팬텀, 이케다 IT407, 다이나벡터 MK2
카트리지 고에츠 오닉스, 반델헐 프로그, 미야비 커스텀, 헬리콘 모노
승압트랜스 코터 MK2 L, 유레카 모델-2, 그리폰   포토앰프 그리폰 데카토, 올닉 H-1500
튜너 마란츠 10B   전원장치 타이스 파워블록 시그너처 3
인터커넥트 케이블 아르젠토 오디오 서레너티 마스터 레퍼런스, 트랜스페어런트 레퍼런스, MIT Shotgun
스피커 케이블 아르젠토 오디오 서레너티 마스터 레퍼런스   전원케이블 아르젠토 오디오 플로우
카세트데크 나카미치 1000 골드    릴데크 나그라 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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