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우의 슈퍼 아날로그 마니아 탐방[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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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우의 슈퍼 아날로그 마니아 탐방[3]
  • 정승우
  • 승인 2007.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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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권인희 씨

“실연의 감동을 오디오로 재생하는 것이 제 궁극의 목표입니다. 현장의 음과 가까운 음향, 그것이 저의 목표이자 앞으로 오디오 인생동안 걸어갈 길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금번 아날로그 마니아 탐방의 주인공은 권인희 회장님으로 한국 시각 장애인 협회 회장이시며 각종 봉사 활동 및 선행으로 모범적인 인생과 함께 행복한 오디오 생활을 누리고 계신 분이다. 필자와는 얼마 전 단골 레코드숍에서 우연히 만난 사이로 이번 방문이 두 번째다. 아마 이분의 경우 오디오 마니아라면 대부분 알고 계실 만큼 오디오계에서도 유명한 분이시다. 금번 방문은 경기도 안양, 사무실 겸 리스닝 룸이 있는 곳으로 약 20평의 공간에 이소폰의 아라바-Ⅱ 스피커와 TAD TSM-1 스피커 두 조의 위용이 대단하다.

지난 번 방문할 때보다 소리 자체의 경향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특히 아라바의 음향이 더욱 자연스러우며 아름답게 울리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으신지요?
케이블의 교체 및 제가 원하는 현장 음악의 재현이라는 목표로 열심히 튜닝을 해왔습니다. 아큐톤 유닛들의 경우 에이징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는 경향이 있어서 에이징에 대한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소폰 아라바 스피커를 쓰면서 느낀 점이 매우 자연스럽고 중립적인 성향이라는 것입니다. 자기만의 특이한 고집이나 성향을 강조하기보다는 주변기기의 특성에 따라 정직한 음을 내줍니다. 스피커의 경우 소스의 신호를 왜곡시키는 경향이 있으면 음의 튜닝이 상당히 어려운데 비해 아라바 스피커의 경우 이런 특이한 성향이 없어 원하는 방향으로 튜닝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성향이 제가 이 스피커를 선택하게 된 배경이죠. 아마 아큐톤 유닛들을 쓴 스피커 중 최고라고 자부할 만큼의 음악성과 오디오적인 장점을 동시에 갖고 있는 스피커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최근 케이블 교체에 따른 엄청난 효과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하이엔드 케이블들을 두루 섭렵해봤지만 최근 교체한 아르젠토 케이블은 정말 물건인 것 같습니다. 바이앰핑을 하므로 스피커 케이블 두 조와 전체 파워 케이블을 마스터 레퍼런스 급으로 교체한 후 대단한 효과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특히 음의 질감과 특정 대역을 강조하는 특이 성향보다는 음이 참 순수하고 자연스럽습니다. 광대역은 기본이고 음의 순도, 이탈감 등 많은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인터 케이블의 경우 특이하게 노이만 스튜디오 장비용 배선재를 케이블로 만들어 사용 중입니다. 다른 어떤 하이엔드 케이블보다 제 취향에 맞는 것 같아 만족스럽게 사용 중입니다.

여기서 잠깐 아날로그를 제외한 전체 시스템을 소개해드리면 메인 스피커로 신형 아큐톤 유닛 들을 장착한 이소폰의 아라바-Ⅱ 스피커, TAD TSM-1 스피커에 파워 앰프는 모니터 PA용 MC2 3조(TAD용 1조, 이소폰용 2조), 어큐페이즈 C-2810 프리앰프, 메르디안 800 CD 플레이어, 매그넘 다이나랩 튜너의 구성이다.

이소폰 스피커의 경우 바이앰핑으로 사용 중이신데 효과는 어떠신지요? 그리고 파워 앰프가 좀 특이한 제품인 것 같은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바이앰핑의 위력은 단순한 구동 능력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여유로운 힘에 의한 대역간의 자연스러움과 거기에 따른 음색의 변화도 차원이 다른 것 같아 효과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사실 아라바의 경우 진공관 앰프로도 거뜬히 울릴 만큼 구동이 용이한 스피커입니다. 단순한 구동 문제만이라면 바이앰핑이 전혀 필요 없을 만큼 한 조만으로도 여유로운 재생이 되지만 전반적인 질감이나 사운드 퀄러티 측면의 엄청난 효과로 바이앰핑으로 사용 중입니다. 아마도 향후 앰프 교체를 고려하더라도 바이앰핑은 지속적으로 시도할 계획입니다. 브리지 접속 시 음의 순도나 스피드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던 경험이 있지만 바이앰핑의 경우 단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좋은 음향 특성을 보여줍니다. MC2 앰프의 경우 스튜디오 모니터용으로 PA 전용인데 뛰어난 스피드와 댐핑 특성으로 만족스러운 사운드를 재생해 줍니다. 잠시 후 다시 언급 드리겠지만 댐핑 능력과 스피드는 자연스러운 실연의 음악을 재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조건입니다. 최근에는 FM 어쿠스틱스의 파워에 대한 관심이 높아 구입을 고려 중인데 과연 FM 어쿠스틱스와 비교 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저 자신도 무척 궁금합니다. 조만간 FM 어쿠스틱스 파워 앰프를 구입할 계획입니다.

필자도 어큐페이즈사의 동일한 프리앰프를 사용 중입니다. 필자의 경우 현대를 대표할 만한 극한의 해상력과 중립적인 음색으로 무척 만족하고 있습니다. 회장님의 경우 어떠신지요?
사실 처음에는 일본 제품에 대한 선입견으로 구입을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사용하던 제품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제 시스템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좋은 소리로 보답하였습니다. 음의 강약대비가 특히 우수하며 자체적인 착색이 없어 만족스럽습니다. 최근 다양한 메이커의 프리앰프 비교 시청 후 이 앰프의 진가를 확인하게 되어 더욱 더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상황입니다. 특히 제가 추구하는 현장음에 가까운 성향이라 주저 없이 구입하였습니다.

사실 필자의 경우 어큐페이즈 프리앰프의 가장 큰 특징은 음의 순도의 뛰어남과 최고 수준의 해상력이라 생각한다. 그 이외에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있지만 특정 제품에 대한 사견이므로 생략하겠지만 최근 주변에 이 제품에 대한 애용자가 많은 것을 보면 분명 평가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이라는 의견이다.

회장님의 경우 지속적으로 말씀하시는 최종 목표가 현장음에 가까운 사운드의 재생이라 하셨는데 오디오에 대한 철학과 특별한 동기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초창기 오디오 시절 말씀드리기는 부끄럽지만 무조건 유명 메이커 고가의 제품을 선호했습니다. 전 클래식 음악 애호가이기 때문에 콘서트를 자주 다닙니다. 음악회에 다녀온 다음에는 항상 제 시스템의 초라함에 음악 듣는 일이 어려워지더군요. 그때부터 계속 철학도 없이 원인도 모른 채 기계 교체에만 열중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참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죠. 나름대로의 심각한 고민과 다양한 기계 교체 끝에 얻은 결론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악기의 소리는 한결같은데 현대의 과학 기술로 개발된 하이엔드 오디오는 자신들의 강점과 마케팅에 열중하여 자꾸 물리적인 대역 특성 만 강조하고, 순수 음향에 개성적인 음색을 첨가해서 자연스러움과 거리가 먼 자기만의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물론 음악적인 밸런스를 잃지 않고 개성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것도 좋지만 일부 메이커들의 경우 왜곡과 착색이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원 브랜드로 시스템을 통일시켜도 왜곡된 사운드를 재생하여 자연 음향과 멀어지는 메이커의 경우도 있는데 시스템마다 다른 메이커로 구성하는 경우라면 얼마나 더 많은 왜곡이 생길까요. 그래서 나름대로의 결론을 얻었습니다. 가장 중립적이고 무색무취한 오디오 기계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나름대로 얻은 노하우는 현장 음향에 가까운 사운드를 재생하려면 먼저 댐핑 능력이 좋아야 하고, 강약 대비가 좋은 음향 특성을 위해 순발력과 스피드 특성이 우수해야 자연스러운 음의 재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먼저 파워 앰프의 경우 실제 녹음 현장에 널리 사용하는 PA용 제품을 선정하였고 바이앰핑을 통해 위력을 배가시켰습니다. 파워 앰프가 높은 댐핑과 스피드를 갖고 스피커를 구동하니 당연히 넓은 대역 특성을 확보하게 되었고 특히 MC2 앰프의 경우 묵묵히 자기 본분만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 일체의 착색이나 과장이 없습니다. 프리의 경우 무색무취한 중립적인 경향과 강약 대비가 무척 뛰어난 어큐페이즈를 선택하였고,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 중 가장 중립적인 성향이라고 판단되는 이소폰 아라바-Ⅱ 스피커를 선택하였습니다. 중립적인 성향 이외에 이 스피커의 가장 큰 장점은 음의 스피드가 무척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음의 스피드가 뛰어나니 당연히 강약대비가 우수하고 저역의 왜곡이 적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최종적인 사운드 튜닝은 케이블을 통해 현재에 이르게 된 겁니다. 제가 말씀 드린 대로 FM 어쿠스틱스 파워 앰프를 고려하고 있는 이유는 이 메이커 역시 PA용 장비로 시작하여 성장한 회사로 근본적인 성향 자체가 댐핑 능력의 우수함과 더불어 중립적인 성향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전 당분간은 이 시스템을 중심으로 최종적으로 실제 연주회장의 느낌과 가장 유사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사실 오디오 마니아 입장으로 볼 때 무척 공감이 가는 이야기지만 필자의 경우 어차피 현장음과 오디오음에 대한 차이를 명확히 인정하고 오디오는 나름대로의 개성과 재생되는 음향 자체가 왜곡과 개성이 있더라도 감상자에게 감동을 선사하면 된다는 입장으로 이분과 약간은 견해가 다른 것 같다. 하지만 현장음에 맞추어 튜닝에 매진 중이신 이 분의 자세는 분명 본받을 만한 점이 많을 것이다.

물론 메인은 아라바이시지요? 두 조의 스피커를 어떤 원칙으로 운용 중이신지요?
TAD의 호방함도 좋지만 역시 자연스러운 특징 때문에 메인은 아라바입니다. 특별한 원칙은 없고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번갈아가며 음악을 듣습니다. 오디오적인 쾌감과 스케일을 만끽하고 싶을 때는 TAD를 종종 듣습니다. 특히 성악의 매력은 대단합니다. 아라바 스피커의 경우 하이엔드의 한 전형이라고 할 만한 특성도 가졌지만 워낙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변화하는 체질이라 빈티지적 분위기의 첨가도 가능합니다. 지금 이 바이올린 소리를 한 번 들어 보십시오. 잘못 운용되는 하이엔드 시스템이 보여주는 음색적인 화장이나 위화감이 없는 자연스러움 그 자체 아닌가요?(웃음)

오클레어 연주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필자 역시 무척 좋아하는 음반으로 상당히 귀에 익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시스템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경향이었다. 물론 취향의 문제이겠지만 지금 듣는 이 편안함과 자연스럽고 윤기 충만한 바이올린 선율은 이분의 오랜 기간 동안의 오디오 경력과 최근의 집중적인 튜닝 효과로 인한 대단히 매력적인 재생음이었다.

오디오 경력과 그동안 사용하셨던 시스템은 어떤 것들이 있으신지요?
20년이 조금 넘은 것 같네요. 부끄러울 만큼 기계 교체가 심했던 적도 있었고 사실 특정 제품의 비방 같은 느낌이 드는 것 같아 사용했던 기계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피하고 싶군요. 아무튼 중요한 것은 자신의 오디오 철학입니다. 숍의 얘기만 듣고 고가의 유명 브랜드만 고집한다면 분명 패가망신할 취미입니다. 20년의 방황 후 이제야 말씀드린 자연스러운 현장 음향에 가까운 재생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시스템의 완성 단계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특히 동구권 악단의 실연을 듣고 저역 튜닝에 대한 기준을 잡았습니다. 연주회장에 가서 듣는 동구권 악단의 저역 부분의 연주는 정말 엄청나거든요. 자신할 수는 없지만 전 아마 당분간 기계 교체 없이 현재에 만족하려 합니다.

그동안 줄곧 하이엔드 시스템만을 운용 중이셨는데 빈티지 시스템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지요?
사실 빈티지의 장점 일부는 인정합니다. 특히 잘 매칭된 빈티지 시스템의 경우 벤치마킹 대상이 될 만큼 자연스럽고 음악적인 음색은 상당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빈티지의 최고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웨스턴이나 독일 계통의 시스템은 원래 극장용으로 사용하던 제품입니다. 제 리스닝 룸이 극장 규모이면 모를까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당연히 무리가 따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왜곡이 생기게 되죠. 특히 보컬 곡을 들어보면 가수가 리스너를 압박하는 듯한 거대한 형상이 되는데 과장을 싫어하는 제 입장에서 보면 분명 추구해야 할 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 항상 오디오 시스템의 기준을 대편성의 곡 위주로 생각합니다. 소편성 위주의 음악 감상이라면 굳이 하이엔드를 추구할 필요가 없겠죠. 그냥 풀레인지의 단출한 시스템으로 즐겨도 충분한 매력과 장점이 나옵니다. 대편성 위주의 튜닝과 재생에는 아무래도 대역 특성이 좁은 빈티지 시스템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악기들이 중첩되고 특정 악기가 강조되어 제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현장음악과는 분명히 차이가 나겠죠. 사용하시는 분들에게는 분명 죄송스러운 견해입니다만 빈티지 시스템의 그 매력은 인정하지만 제게는 분명 과장이고 왜곡된 시스템이라는 겁니다.

아무튼 현장 음향에 대한 독특한 철학과 오디오에 대한 진지한 자세는 필자에게도 많은 교훈적인 내용이었던 것 같다. 대담 중 몇 곡의 다양한 음악을 들었는데 한결같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재생 특성과 동시에 강약 대비가 훌륭하였다. 실연에 가까운 감동을 추구하시는 회장님의 철학과 노하우가 담긴 사운드로 말씀하신 오디오 철학과 일치되는 경향이라 특히 공감이 컸던 것 같다. 사실 아라바 스피커는 필자 역시도 관심이 높아 많은 시청 기회가 있었는데 그동안 필자가 알고 있던 경향과 상당히 다른 음향을 보여주었다. 오디오는 역시 사용자의 정성과 튜닝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는 생각과 더불어 이 스피커의 다양한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시스템 관련된 내용은 이 정도로 마무리 짓고 아날로그 시스템과 음악에 대한 내용으로 정리하려 한다. 현재 아날로그 시스템은 노르마 베이스에 토렌스 124, 노르마 톤암, 노르마 모노전용 카트리지, 노르마 베이스에 가라드 301, 노르마 톤암에 미야비 커스텀 카트리지 구성이다. 사용 중이신 포노 앰프는 FM 어쿠스틱스 222 MK2로 전반적으로 하이엔드와 빈티지적인 조합이라는 느낌을 받았으며 실제 재생 음향의 특성도 두 가지 장점이 교묘하게 융화된 느낌을 받았다.

노르마 턴테이블을 두 조나 운용 중이신데 선택하신 동기가 있으신지요?
턴테이블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구형 턴테이블을 사용해 보신 분들은 경험해보셨겠지만 기계 자체의 안정성이 완벽한 경우가 무척 드뭅니다. 심지어 전에 사용하던 제품의 경우 신품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벨트가 풀어지고 세팅이 빈번히 틀어져 고생했던 경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르마의 경우 안정성과 세팅이 틀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신뢰성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음 역시 안정적이고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음색으로 자연스러우면서도 현장 음향에 가까운 사운드를 재생해줍니다. 제가 아날로그를 메인으로 음악을 듣는 이유는 다름 아닌 실제 음향에 가까운 특징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디지털의 경우 왜곡된 경향을 띠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디지털 시스템의 경우라도 아날로그를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소리를 어떻게 디지털로 재생이 가능하겠습니까?

여기서 잠깐 이분의 그동안 거쳐 간 아날로그 시스템을 살펴보면 토렌스 320, 520을 필두로 베이시스 데뷰 MK5 턴테이블과 그래험 2.2 톤암, 라이라 타이탄 카트리지 조합과 롤프 켈츠 레퍼런스 Ⅱ 턴테이블과 SME-V Gold 톤암에 클리어 인사이드 레퍼런스 카트리지, 그래험 팬텀 암에 클리어 골드핑거 카트리지를 거쳐 현재의 시스템이 되었다.

그동안 사용해 보신 아날로그 시스템 중 기억에 남는 시스템은 어떤 것들이 있으신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베이시스 턴테이블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큽니다. 베이시스는 음의 안정성과 편안함, 기계적인 완벽함과 외부 진동에 상당히 강한 시스템으로 사실 오랜 기간을 함께 하려 했는데 당시 다양한 카트리지와 톤암에 대한 실험도 못해보고 교체하여 아쉬움이 큽니다. 전반적인 음의 경향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는데 당시의 조합이 현악기 재생에 약간 거칠고 딱딱한 느낌이 들어 내보내게 되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구입하여 다른 조합으로 시도해 볼 계획입니다. 카트리지는 지금 사용 중인 미야비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에너지감과 섬세함을 동시에 갖춘 보기 드문 성향으로 특히 소스의 정보를 정확하게 재현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클리어 카트리지도 훌륭한 성향이었는데 사용 당시 매칭이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시도해 보고 싶기도 합니다. 포노 앰프 역시 지금 사용 중인 FM 어쿠스틱스 222가 가장 뛰어난 것 같습니다. 특히 클래식 음의 재생에는 따라올 수 없는 매력이 충분합니다.

현재 보유 중인 소스는 얼마나 되시는지요?
20여 년간의 오디오 생활 중 모은 LP가 3천 장, CD가 약 4천 장 정도입니다. 사실 아날로그 초창기 때 세팅의 문제로 잠시 아날로그를 접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다시는 아날로그는 손대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보유 중이던 다량의 LP를 아는 사람에게 양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죠. 제 경험으로 볼 때 아날로그는 세팅이 절반 이상으로 정교한 세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세팅이 틀어지면 보급형 시스템의 퀄러티만도 못합니다. 그때의 실수로 세팅의 안정성이 확보되는 플레이어 위주로 기계들을 선택하였습니다.

음반 컬렉션의 원칙이 있으신지요?
한때는 초반의 매력에 빠져 고가의 판들을 구매했던 시절도 있습니다. 데카 와이드 밴드만도 100장이 넘을 정도로 데카반의 매력에 빠졌던 적도 있었죠. 특히 당시의 시스템이 와이드 밴드의 재생에 탁월한 경향을 보여 수집에 열중을 했었죠. 그런데 이후 시스템이 바뀌면서 그동안 형편없이 들렸던 다른 레이블의 음반들은 물론 초반, 재반 가릴 것 없이 훌륭한 사운드를 재생해주어 이제는 초반 구입을 자제하고 연주 위주의 컬렉션을 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잘 세팅된 시스템은 음반과 관계없이 녹음에 담긴 정보를 정확히 재생합니다. 지금 듣고 계신 프랑소와 연주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도 재반이지만 전혀 아쉬움이 없는 사운드를 재생합니다.

사실 초반이 주는 매력은 음질 외에도 소장가치, 역사적인 의미 등 여러 가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희귀반들의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으로 필자 역시도 회의가 드는 것은 사실이다. 어차피 음반을 모으는 것 자체도 취미 생활의 일부이고 음악이라는 취미 생활의 의미를 볼 때 어떤 방향이 옳은 길인지는 어차피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원하는 음반을 어렵게 구입했을 때의 희열감이나 소장에 대한 만족감 역시 우리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기 때문에 무작정 초반 구입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아무튼 오늘 들려주신 쇼팽 피아노 협주곡 음반의 경우 음반 자체의 퀄러티를 떠나 재생되는 사운드는 정말이지 훌륭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넓은 공간에 낭랑히 펼쳐지는 피아노의 영롱함은 마치 꿈을 꾸듯 필자에게 감동을 선사하였다.

가장 즐겨 듣는 애청반은 어떤 것이신지요?
엘리 나이 연주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입니다. 정말 여성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의 스케일과 섬세함, 그리고 카리스마가 가득한 연주입니다. 전 특히 동구권 연주가들을 좋아해서 지휘자로는 스베틀라노프와 페도세예프, 현악 연주가로는 앙드레 나바라, 파블로 카잘스, 오클레어, 올레그 카간 등의 연주자들을 특히 좋아합니다. 실연 역시 좋아하며 동구권 악단들의 내한 시 항상 연주회장을 찾습니다.

필자 역시 동구권 연주자들의 연주를 무척 좋아한다. 사견으로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은 음악적인 순수함과 기초 위주의 교육을 통해 기본기가 매우 탄탄한 연주를 들려주는 것 같다. 특히 오래전 연주회장에서 느낀 동구권 악단의 연주를 듣고 필자 역시도 시스템의 초라함을 느껴 한동안 오디오로 음악 듣는 일이 힘든 적도 있었는데 아마도 그때의 경험들이 현재 필자의 시스템 튜닝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계획 중인 궁극의 시스템은 있으신지요?
아마 현재의 시스템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20여년의 오디오 라이프 중 최상의 만족을 주는 시스템이기에 현 시스템에 대한 애착은 각별합니다. 아마 교체가 있다면 말씀 드린 대로 FM 어쿠스틱스의 파워 앰프와 베이시스 턴테이블의 추가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이제는 욕심을 그만 접고 음악 감상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후배 애호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으신지요?
무엇보다도 연주회장을 자주 찾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음악 장르에 관계없이 연주회에서 듣는 실연은 분명 우리가 오디오를 하면서 추구해야 할 궁극의 목표입니다. 저 역시 최근에 와서야 그런 철학을 정해놓고 오디오 생활을 즐기고 있지만 제가 이런 원칙을 조금 더 일찍 깨달았으면 훨씬 더 쉽게 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일부 애호가 분들 중에는 전체적인 시스템의 밸런스를 생각하지 않고 소스의 특정한 부분의 재현에만 신경 쓰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예를 들면 라이브 녹음의 경우 음악의 밸런스와 전체적인 사운드 퀄러티는 무시하고 박수 소리가 어떻게 들린다든지 기침 소리가 더 잘 들린다든지 하는 특정한 부분의 재현에만 신경 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이건 분명 전체적인 사운드 퀄러티를 해치는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우면서 과장이 없는 사운드가 재생되고 난 후에 세부적인 튜닝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다양한 연주회의 실연을 통해 실연과 가까운 음향을 머리 안에 주입시키고 난 후 전반적인 시스템의 구축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탐방을 마치고 나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하였다. 필자의 경우 오디오적 음향과 실제의 음향 사이에서 갈등하던 적도 있었지만 결국 오디오는 나름대로의 매력과 밸런스를 갖고 충분히 실연과는 또 다른 감동을 주면 된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다른 견해를 피력하신 회장님의 의견과 사운드를 듣고 혼란에 빠졌다. 아무튼 중요한 사실은 오디오는 분명 개인의 취향과 추구하는 길에 따라 각양각색의 사운드가 재생되지만 적어도 주변의 얘기보다는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과 적어도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을 만한 밸런스를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원칙인 것 같다. 특히 사운드의 개성이라는 것은 항상 전체의 밸런스 위에 가치 있다는 사실은 만고불변의 진리라는 것. 오늘의 탐방을 마친 필자에게 다시금 강하게 다가올 만큼 귀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  사용하는 시스템
스피커 이소폰 아라바-Ⅱ, TAD TSM-1   프리앰프 어큐페이즈 C-2810   파워 앰프 MC2 Audio MC750
CD 플레이어 메르디안 800    턴테이블 노르마 베이스 토렌스 124, 노르마 베이스 가라드 301
톤암 노르마 톤암   카트리지 노르마 모노 전용 카트리지, 미야비 커스텀 카트리지
튜너 매그넘 다이나랩 MD-109   포노 앰프 FM 어쿠스틱스 222 M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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