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우의 슈퍼 아날로그 마니아 탐방[4]
상태바
정승우의 슈퍼 아날로그 마니아 탐방[4]
  • 정승우
  • 승인 2007.12.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곡동 정영현 씨

‘단순한 기계들이지만 오디오 시스템은 저에게 기계 이상의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관심과 실력에 따라 같은 시스템으로 전혀 다른 사운드가 재생되는 특성상 항상 최대의 성능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과 실험을 게을리 하지 않는 편입니다. 원하는 방향의 사운드가 완성되면 오디오는 제게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예술적인 감동을 주는 존재가 됩니다. 단순하지만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는 저의 오디오 철학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아날로그 마니아 탐방의 주인공은 정영현 사장님으로 IT 계통 사업체의 대표이시고 생활 속에서 음악을 항상 곁에 두시는 골수 음악 마니아로 잠시 후 자세히 거론할 이 분의 오디오 경력과 철학은 상당히 귀담아들을 내용이 많은 만큼 대단히 정열적인 분이시다. 필자와는 최근 가끔씩 음악과 오디오 관련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지만 필자 역시 이번 탐방을 계기로 첫 방문을 하는 바 상당한 기대 속에 대담을 진행했다. 위치는 서울 도곡동의 주상 복합 아파트로 거실을 메인 리스닝 룸으로 쓰시는 만큼 비교적 대형 스피커인 에벤사의 X-4 스피커가 실내 분위기와 무척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에벤 X-4 스피커는 다소 사용자가 많지 않은 기종인데 어떤 계기로 선택하게 되셨는지요?
짧지 않은 오디오 경력 동안 전 항상 단순히 유명 메이커의 제품만을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메이커 중 해외에서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각광을 받고 있는 제품이 꽤 많거든요. 가끔씩 참관하는 해외 오디오 쇼에서 우리가 잘 모르는 메이커의 제품 중 뛰어난 제품이 상당수 있습니다. 물론 오디오 취미의 특성상 중고로 처분할 때 본전 생각이 절실히 날 만큼 무명 메이커 제품을 선정해서 피해를 본 적도 많지만 전 성능만 좋다면 과감히 선택하는 편입니다. 아마 제가 국내에서 1호기로 쓴 제품도 다수 있으니 ‘얼리어답터’의 근성을 가진 편입니다. 에벤사의 제품 역시 해외에서는 충격적인 반응을 일으킨 제품이지만 국내에서 인지도가 예상 외로 낮습니다. 아마도 비교적 대형 시스템인데다 국내 주거 환경 특성상 천정이 높은 경우가 드물어 인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스피커의 경우 음향적인 밸런스가 뛰어나 공간의 제약을 의외로 적게 받는 편이며 대형기이면서도 각 대역간의 이음새가 뛰어나고 질감이 뛰어나 제 취향에 잘 맞는 편입니다. 전 항상 스피커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요소는 음색이나 해상력 같은 물리적인 수치가 아닙니다. 우선적으로 밸런스와 질감 특성이 좋은 위주로 선택하고 그 밖의 부족한 요소들은 소스나 앰프 등의 선택으로 보완하며 세심한 세팅을 통해 추구하는 음을 완성하는 편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스피커라 해도 기본적인 밸런스가 치우친 경향이라면 도저히 다른 요소들로 튜닝하기가 어려운 못된 버릇들이 있어서 선택을 꺼리는 편입니다. 그동안 일부 제품 중 개성적인 음색과 특정 대역의 기막힌 울림 등으로 선택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몇 번 있었습니다. 이후 얻은 결론이 밸런스의 원칙과 질감의 중요성을 기본으로 음을 만들어 가는 방향으로 오디오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스피커를 처음 듣는 순간 확 와 닿는 그런 매력은 없었지만 뛰어난 대역 밸런스와 음의 촉감이 뛰어나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에벤 스피커의 팬이 되어 주변 분들에게도 많이 추천해 주는 편인데 저 만큼 과감하고 용감한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필자가 듣기에도 대형기이면서 편안하고 밸런스가 잡힌 음들이 돋보인다. 물론 필자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약간 다르게 재생되는 경향도 있었지만 이는 개성과 취향의 문제이지 결코 질을 따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급스러운 질감과 세련된 음색은 두고두고 인상에 남을 만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스피커를 도입하신 지 얼마나 되셨고 그동안 어떤 방법으로 음을 튜닝하셨는지요? 제가 생각했던 에벤 스피커의 음과는 상당히 다르게 들립니다. 좀 의외입니다. 물론 좋은 의미에서의 의외이지만 솔직히 사용자에 따라 이렇게 180도 변하는 음을 들으니 좀 당황스럽습니다(웃음).
역시 평론을 하시는 분이니 무척 예리하십니다(웃음). 그럼 제가 음을 다시 180도 바꾸어 볼까요?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의문스러웠던 점은 두 조의 메인 앰프(프리·파워 앰프 세트)를 운용하고 계시는 점이 궁금했다. 일반적으로 두 조의 스피커나 바이앰핑 등으로 파워 앰프를 운용하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두 조의 메인 앰프를 운용하는 경우는 특히 빈티지가 아닌 하이엔드 시스템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다. 현재 운용되는 두 조의 앰프는 VAC사의 플래그십 제품인 르네상스 30/30 파워 앰프와 르네상스 시그니처 MK2 프리앰프, ASR Emitter II Exclusive 인티앰프로 취향과 소스에 따라 별도로 운용하고 계신다. 처음 들었던 사운드는 ASR 앰프와의 매칭이었고 갑자기 VAC로 교체하니 전혀 다른 스피커로 들릴 만큼 새로운 경향의 사운드가 연출된다.

이것이 바로 저의 오디오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저는 하나의 스피커로 두 가지 전혀 다른 사운드를 추구합니다. 앞에서 말씀 드렸지만 그런 방향으로 추구하기 위해서는 밸런스가 좋고 특이 성향이 없는 스피커를 선택하는 것이 필수 조건입니다. 처음에는 두 조의 스피커를 운용했던 적도 있지만 공간의 제약 문제도 있어 방향을 바꾸게 된 겁니다.

두 앰프의 차이점과 운용의 원칙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먼저 ASR의 경우 상당히 현대적인 광대역 재생이면서도 피곤하지 않고 편안한 음이 장기입니다. 구동력도 좋고 스피드, 음의 이탈감 어느 하나 부족한 면이 없는 모범적인 성향입니다. 제가 이 조합의 시스템에서 추구하는 길은 중립적이며 편안한 음색으로 대편성 곡이나 피아노곡들을 위주로 감상합니다. VAC의 경우 국내에서 널리 사용하는 인기 제품은 아니지만 제게는 오랜 시간을 같이 했던 브랜드로 이 모델이 벌써 3번째 VAC 제품입니다. 이 제품은 진공관 특유의 화사함과 질감으로 소편성 현악곡 위주로 즐겨 듣습니다.

필자 역시 공감이 갈 만큼 두 시스템간의 음질적 변화는 대단했다. 찰기 있고 윤기 있게 흐르는 현악기의 선율들은 아마도 고급 진공관 앰프가 아니면 구현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히 매력적인 재생이었다. 필자의 경우 메인 시스템 하나에만 집중적으로 심혈을 기울이는 편으로 최적의 밸런스와 원하는 방향의 튜닝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여러 독자들도 경험해보셨겠지만 모든 장르의 음악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기에는 항상 아쉬움이 따르는 법이어서 이분의 추구하시는 두 조의 앰프 운용 방식도 분명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후에 아날로그 관련 대담 시 자세히 다루겠지만 두 조의 플레이어와 2종의 카트리지, 두 조의 포노 앰프 등을 운용하시고 계시고 이에 따른 음의 경향 역시 스피커가 바뀐 듯한 그 독특한 음의 차이는 대단했다.
 
참 대단한 내공인 것 같습니다. 사실 하나의 시스템을 완성하기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 두 조의 시스템을 이렇게 완벽한 밸런스로 운용하고 계신 것을 보면 부럽습니다. 시스템 구성 시 특별한 매칭의 원칙이 있으신지요?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음의 출구인 스피커는 특이 성향이 없는 밸런스가 좋은 제품으로 선택합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음을 만들기 위해 앰프를 선택합니다. 그동안 다양한 기계를 접한 덕분에 머릿속으로 음의 경향을 상상합니다. 아시겠지만 취향이라는 것은 세월이 흐르면서 바뀌고 기계들 역시 신제품이 등장하면서 진화하기 때문에 저는 항상 최신의 기술 흐름과 기계들에 대해 각종 오디오 서적을 탐독하고 오디오 쇼 참석 및 수입사나 오디오 숍의 시청실을 자주 찾습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의 기준과 선택을 하는 거죠.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아날로그 소스 쪽입니다. 메인이 디지털이 아니고 아날로그이다 보니 아날로그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편입니다. 특히 카트리지나 톤암, 플레이어 등에 대한 음의 변화는 상상 이상으로 원하는 방향의 음을 정해 놓고 선택합니다. 예를 들면 동일한 논리이지만 하나의 아날로그 시스템으로 만능의 음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클래식의 분야별, 다른 음악 장르에 적합한 조합을 찾다 보니 현재 3조의 아날로그 소스를 운용 중입니다. 추가로 관현악곡에 만능인 플레이어를 찾고 있었는데 최근 쿠즈마 스타비 XL의 구입을 결정했습니다. 저역의 스케일이나 해상력 부분이 아날로그 특유의 질감을 유지한 채 재생된다는 느낌을 받아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케이블의 경우 무조건 고가의 케이블을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재생 경향에 맞추어 선택하는 편인데 저는 기본적으로 저역이 강조되는 음을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신호 전송에 충실하고 착색이 없고 과장이 없는 케이블 위주로 선택합니다. 사실 고가의 하이엔드 케이블들도 호기심 때문에 몇 번 매칭을 시도해봤는데 대부분 개성이 너무 강하더군요. 지금은 상투스, PAD, 아크로링크, 실텍 등을 사용 중인데 앞으로 큰 업그레이드 없이 사용할 계획입니다.

여기서 잠깐 이분의 아날로그 시스템을 제외한 시스템 구성을 살펴보면 에벤 X-4 스피커를 중심으로 VAC와 ASR 앰프, 바이스 사의 제이슨/메디아 CD 플레이어 시스템의 구성이다.

오디오 경력이 상당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한 15년 남짓 된 것 같습니다. 전 사실 학창 시절부터 클래식 기타를 연주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타 음악 위주로 음악 감상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겨 듣지만 처음 오디오 시스템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기타 음악에 최적인 조합 위주로 시스템을 구성했었죠. 사실 밝히기 창피할 정도로 많은 기계들을 사용했습니다. 수많은 기계들 중 앰프로는 VAC가 가장 애착이 가는 편이며 스피커는 소누스 파베르 스피커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이밖에 실험 정신이 발동해 선택한 각종 무명의 제품들도 많이 있는데 바꿀 때마다 손해를 많이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빈티지 시스템을 경험해 본 적은 없으신지요?
빈티지 시스템이 주는 매력을 부정하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빈티지를 운용하시는 분들께는 죄송스러운 이야기가 되겠지만 역시 밸런스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대의 과학 기술 발전에 따른 오디오 시스템 역시 혁신적인 발전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제가 추구해 온 방향과는 길이 다른 것 같아 아직까지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대담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뚜렷한 자기 주관을 갖고 오디오 취미 생활을 하고 계신 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대담 중 다양한 오디오관에 대해 의견을 교류했는데 각종 기계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 및 정보들은 평론을 하는 필자조차도 놀랄 만큼 대단한 수준이었다. 사실 정리된 내용들 외에도 상당히 많은 오디오에 관련한 대화가 있었지만 지면의 관계로 이쯤에서 정리하고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아날로그 시스템에 대한 내용들을 정리하려 한다.

간단히 아날로그 시스템에 대하여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재 클리어 오디오 마스터 레퍼런스에 마스터 TQI 리니어 트래킹 톤암, 인사이드 레퍼런스 카트리지 구성입니다. 매칭 포노 앰프는 골드문트 PH-3입니다. 다른 시스템은 롤프 켈츠 레퍼런스 Ⅱ에 SME V 톤암, 클리어 오디오 골드 핑거 카트리지, 그래험 팬텀 톤암에 골드 핑거 카트리지의 조합이며 포노 앰프는 FM 어쿠스틱스 222입니다. 현재 쿠즈마 스타비 XL을 주문 중이며 아직 매칭 카트리지는 결정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아마도 관현악곡에 최적인 제품을 선택할 계획입니다.

어떤 시스템이 메인 시스템인지요? 특별히 매칭에 대한 원칙이 있으시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다양한 소스의 음악을 듣기 위한 구성이기 때문에 특별한 메인 시스템은 없습니다. 단 제가 좋아하는 실내악 위주의 음악을 자주 듣다 보니 롤프 켈츠에 그래험 팬텀과 골드 핑거 조합을 가장 즐겨 듣는 편입니다. 전 좀 특이하게 클리어 오디오 카트리지를 3조나 운용 중인데 인사이드 레퍼런스 카트리지의 경우 특히 리니어 트래킹 암과의 상성이 좋은 것 같습니다. 특유의 해상력과 광대역을 중심으로 대편성 곡이나 팝, 재즈, 제3세계 음악 등을 즐겨 듣습니다. 골드 핑거 카트리지는 제가 사용해 본 제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경향으로 현재 그래험 팬텀과 SME V암의 매칭에 따라 절묘하게 다른 성향을 보여 줍니다. 기본적인 성향은 중역대가 무척 충실하고 질감 역시 뛰어나 특유의 압도적인 스펙적 특성과 더불어 단점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솔직히 쿠즈마 도입 후 적당한 카트리지를 못 찾을 경우 한 조 더 구입할 계획입니다. 아마 세계 최초로 3조의 동일 카트리지를 운용하는 마니아가 되지 않을까요?(웃음) SME V암과 그래험 팬텀 역시 극명하게 경향이 다릅니다. 같은 카트리지인데도 너무나 다른 경향이어서 이래서 오디오가 참 재미있고 특히 아날로그의 세계는 오묘하다고 느낍니다. SME V의 경우 스테이지가 넓고 상당히 임팩트가 강한 경향으로 현악 협주곡 재생 시 최상의 결과를 보여 줍니다. 그래험 팬텀의 경우 결이 곱고 좀더 세련된 느낌으로 현대적인 성향입니다. 해상력도 뛰어나 현악기 보잉의 세심한 질감 표현 등에 탁월해서 독주곡이나 실내악 위주로 사용 중이며 특히 제가 좋아하는 기타곡 재생에 탁월합니다. 이렇게 암에 따른 차별화된 음에 당황스럽지만 이런 재미와 호기심 때문에 더 많은 조합의 아날로그 시스템을 운용하게 됩니다.

대담 중 들려준 여러 조합의 아날로그 사운드는 동일한 스피커의 재생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고유의 개성을 보여 주었다. 필자 역시 골드 핑거 카트리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본인의 시스템과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그래험 팬텀에 조합된 현악의 재생은 경험하기 힘들 정도의 윤기와 질감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으며 SME V암에 조합된 재생도 호방함과 다이내믹 특성 등에서 골드 핑거의 장점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포노 앰프에 따른 차이는 어떤 점이 있는지요?
일부 애호가 분들 중 포노 앰프에 대한 중요도를 플레이어나 카트리지에 비해 낮게 설정하는 편인 것 같은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포노 앰프 역시 아날로그 시스템에 있어서는 메인 앰프와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다양한 포노 앰프에 대한 경험을 해봤는데 단연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두 제품이 최상인 것 같습니다. 골드문트 PH-3의 경우 음의 해상력이 대단합니다. 결도 상당히 고운 편이고 현대적이며 세련된 경향이고 음의 질감 역시 탁월합니다. FM 어쿠스틱스 222의 경우 특유의 표현하기 힘든 음색적인 마력이 있어 현악기 재생에 특히 탁월합니다. 해상력을 강조하는 분위기보다는 청자를 감싸 안은 듯한 느낌과 적절한 온도감 등 최상의 매력을 보여 줍니다. 개인적으로 동사의 제품군들 중 포노 앰프가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뛰어난 제품입니다.

필자 역시 예전에 FM 어쿠스틱스 122를 사용했고 현재 골드문트 PH-3을 사용 중인데 아마도 아날로그에서 추구하는 방향이 서로 비슷한 것 같다. 필자 역시도 기회가 된다면 FM 어쿠스틱스 222는 꼭 사용해 보고 싶은 제품으로 오늘 경험한 실력은 과거에 필자가 사용했던 FM 어쿠스틱스 122 모델과는 격을 달리하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사용해 보신 플레이어나 카트리지 등 기억에 남는 제품이 있으신지요??
다수의 플레이어를 사용해 보면서 느낀 점은 최근 개발된 제품일수록 많은 발전을 이룬 느낌입니다. 현재 사용 중인 롤프 켈츠와 클리어 오디오의 경우 리지드와 플로팅을 대표하는 최신 제품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예전처럼 각 플레이어의 단점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플로팅은 저역에 문제가 있고, 리지드는 중고역의 피어오르는 듯한 화사함에서 플로팅보다 못하다는 등의 선입견들이 이제는 없어진 듯한 느낌입니다. 물론 각각의 타입의 장점들은 가지고 있으면서 단점들을 대부분 해결한 느낌입니다. 플로팅 타입으로는 린 LP-12가 오랫동안 함께 한 제품으로 기억에 남고 리지드 타입은 현재 사용 중인 클리어 오디오 제품이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록산 쉬라츠 카트리지의 질감과 반덴헐 블랙뷰티의 음색도 기억할 만합니다. 포노 앰프로는 그리폰 레가토 역시 온화함과 정숙성, 질감 등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제품입니다.

특별히 아날로그를 선호하시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첫 번째도 음악성, 두 번째도 음악성입니다. 디지털과 비교할 수 없는 음악적인 표현 측면에서 아날로그를 선호합니다. 또 한 가지 제 오디오 철학의 하나인 다양한 음향을 즐기기에는 아날로그가 최적입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의 경우 하이엔드로 갈수록 음의 해상력이나 질감 등의 기본적인 성능이 개선되는 것이지 개성이 변화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날로그는 카트리지나 심지어 같은 카트리지에 다른 톤암을 사용했을 때 전혀 다른 성향의 재생이 가능하니 제가 추구하는 오디오 철학과 일맥상통하죠. 카트리지를 바꾼다는 것은 사실 메인 시스템의 스피커를 바꾸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음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음악을 즐겨 듣는 목적 외에도 오디오를 추구한다는 것은 오디오 자체로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데 약간의 변화로 다양한 음을 만들 수 있는 특성상 아날로그 사운드의 오디오적인 재미는 디지털이 갖고 있지 못한 고유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컬렉션 음반 역시도 대부분 아날로그 쪽에 집중하여 수집했기 때문에 제 오디오 인생의 마지막까지 아날로그를 주로 즐길 예정입니다.

현재 음반은 어느 정도 이신지요?
LP가 1500장, CD가 1000장 정도입니다. 한때 3000장이 넘기도 했는데 오히려 많이 줄인 상태입니다. 요즘은 주로 현악 위주의 실내악곡들과 제3세계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반들을 수집 중입니다. 이작 펄만을 특히 좋아해서 펄만 음반들은 보이는 대로 수집하는 편입니다.

쿠즈마 스타비 XL을 주문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정도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요. 또 다른 플레이어가 필요하셨는지요?
사실 욕심이죠. 한편으로는 이제 됐다 싶으면서도 끝없이 추구하는 것을 보면 저 역시도 마니아적인 숙명을 타고 난 것 같습니다. 솔직히 현재의 아날로그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을 정도로 정성을 들여 세팅하고 음 역시 만족스럽습니다. 얼마 전 우연히 쿠즈마 턴테이블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현재 사용 중인 두 플레이어의 장점들을 결합시켜 놓은 듯한 재생음이 일품이더군요. 나름대로 해외 리뷰나 가까운 분들께(물론 필자님도 포함) 상의 한 결과 결정한 겁니다.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클리어 외에 다른 카트리지를 사용해 보고 싶은 욕심에 선택한 점도 있습니다.

사용자로서 추천 드리고 싶은 것은 쿠즈마의 경우 반드시 에어라인 톤암의 사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이 제품 자체의 설계가 에어라인을 중심으로 최적화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쿠즈마의 경우 특성 자체가 상당히 호방하고 저역 특성도 다른 플레이어에서 얻을 수 없을 만큼 밀도감을 수반한 남성적인 성향이므로 카트리지나 포노 앰프 등은 반대 성향의 매칭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 FM 어쿠스틱스 222보다는 골드문트 PH-3 와의 상성이 좋을 것 같으며 카트리지는 섬세하고 분해능이 좋은 성향을 선택하시면 최적의 매칭이 될 것 같습니다. 아마 골드 핑거를 그대로 사용하시고 롤프 켈츠에 다른 성향의 카트리지를 찾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초기에 몇 종의 카트리지를 테스트한 결과 현재 사용 중인 골드 핑거 플래티늄 버전이 가장 좋은 결과를 보여 주더군요. 그리고 간과하면 안 되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스탠드 부분입니다. 리지드 턴테이블의 경우 스탠드의 중요성이 상상 외로 큰데 쿠즈마 역시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제품의 경우 전용 스탠드가 없는 관계로 저의 경우 별도로 초중량급 스탠드를 만들어 그 위에 현재 블링크만 턴테이블에서 채용된 HRS 받침대를 놓고 세팅했습니다. 초기에 턴테이블 전용 스탠드가 아닌 일반 목재 오디오 랙과 비교 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의 개선된 음향특성을 보여 줍니다. 특히 저역의 디테일과 해상력, 배경의 정숙성 등 스탠드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스탠드, 세팅 등 모든 것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생각입니다. 아직 적당한 카트리지는 선택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조언대로 그런 성향을 갖는 카트리지를 찾아 골드 핑거와 비교 후 최종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계획하고 계신 궁극의 시스템이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에벤의 최상급기인 X-5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6개월 정도 사용 중인 X-4의 성능에 90% 이상 만족하고 부족한 10%는 아마 상급기인 X-5가 채워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디오 취미의 특성상 다른 기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지만 대형기이면서도 설치의 용이성이나 제 취향과 상당히 근접한 성향인 것 같아 고려중입니다. 이제 소스기기는 더 이상 욕심이 없고 쿠즈마가 들어온 후 다양한 카트리지의 매칭은 시도할 계획입니다. 에벤 X-5 역시 두 조의 메인 앰프로 운용할 계획이며 진공관과 솔리드스테이트 앰프로 이루어진 방식으로 운용할 계획입니다. 사실 VAC에 대한 오랜 애착으로 이제는 다른 진공관 앰프를 고려 중입니다. 아마도 램이나 BAT 혹은 구동 능력만 된다면 300B를 사용한 앰프 등도 고려 중입니다.

끝으로 후배 애호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매칭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유명 메이커의 제품만을 선호하지 말라는 것이 첫 번째 조언입니다. 특히 추구하는 사운드의 방향도 잡지 못하고 단순히 메이커와 가격에 연연해서 오디오를 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은데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수억대의 시스템에서 매칭 실패로 중급 대 이하의 사운드 퀄러티가 나오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조언 드리고 싶은 내용은 여러 기회를 통해 다양한 기계들을 접하면서 자신의 판단 기준을 세우라는 것입니다. 좋은 사운드는 경험해 보지 못하면 결코 판단할 수 없습니다. 사람의 청각에 대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운드를 자주 접해야 판단 기준이 생기고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경험 없이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생각한다면 결코 발전할 수 없습니다.

단순한 기계 이상으로 오디오를 바라보며 최대의 성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다양한 실험 정신과 학습으로 오디오를 추구하시는 정 사장님의 자세는 분명 올바른 취미 생활의 모범을 보여 주시는 하나의 전형이 될 것 같다. 특히 동일 스피커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앰프 시스템 및 아날로그 시스템 마다 개성적인 사운드를 추구하는 실력은 단순한 기계에 대한 호기심이 아닌 분명 자신이 추구하는 사운드 퀄러티의 완성을 위한 의미 있는 시도라고 확신한다. 이번 탐방을 계기로 특히 아날로그 시스템에서 좀더 다양한 매칭을 시도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며 필자 역시 오디오 마니아의 숙명을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  사용하는 시스템
스피커 에벤 X-4   프리앰프 VAC 르네상스 시그니처 MK2   파워 앰프 VAC 르네상스 30/30
인티앰프 ASR 에미터 Ⅱ 익스클루시브   CD 트랜스포트 바이스 제이슨   D/A 컨버터 바이스 메디아
턴테이블 클리어 오디오 마스터 레퍼런스, 롤프 켈츠 레퍼런스 Ⅱ
톤암 클리어 오디오 TQI 리니어 트래킹, SME V, 그래험 팬텀
카트리지 클리어 오디오 인사이드 레퍼런스, 클리어 오디오 골드 핑거
포노 앰프 골드문트 PH-3, FM 어쿠스틱스 222   전원장치 리처드 그레이 파워 컴퍼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