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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우의 슈퍼 아날로그 마니아 탐방 [12]
이촌동 홍종근 씨
글 정승우 2008-08-01 |   지면 발행 ( 2008년 8월호 - 전체 보기 )




"음악적인 순수성을 추구하는 시스템, 바로 제가 지난 50년간 걸어온 길이며 앞으로도 가야할 길입니다. 음악적인 순수성이라는 의미 자체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쉬운 것은 아니지만, 제가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의 본질에 대한 감동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음악적인 순수함을 추구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분명 단순한 오디오적 용어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제 감성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며 지난 50년간의 오디오와 음악 생활을 통해 얻은 단순한 진리가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이번 아날로그 마니아 탐방 12호의 주인공은 홍종근 사장님. 숱한 경험과 열정적 자세를 두루두루 갖춘, 어찌 보면 현대 하이파이 오디오의 산증인이자 필자에게도 많은 교훈을 던져준 대가적인 풍모를 느끼게 해준 분이다. 취미 생활에도 오랜 경력이 뒷받침되면 분명 득도의 길이 보이게 되며 향후 필자의 남은 세월 동안 오디오 취미의 방향성을 제시해준 것 같아 특별히 이번 탐방이 유익하고 의미가 깊었다는 점을 미리 밝혀 두고 싶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세대 차가 없다는 정설이 실감날 정도로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동안 음악과 오디오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주고받은 좋은 시간들로, 특히 대담 중 들려주었던 음악들에 대한 감동은 아직도 글을 정리하는 필자의 뇌리에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거실을 메인 리스닝 룸으로 사용 중이며 필자에게는 다소 생소해 보이는 빈티지 스피커의 모습이 첫눈에 들어왔다.


▲ 1 독일 클랑필름사의 Biodyn 스피커. 음악적인 밸런스가 탁월하며 중역대가 맑고 청아하다. 오리지널 배플의 경우 그 폭이 3m가 넘는 대형 필드형 시스템이나 리스닝 룸 사이즈에 맞게 배플을 제작하여 사용 중이다. 2 클랑필름 Biodyn 스피커에 설치된 KL 12003유닛과 KL 44025유닛.

빈티지 경험이 꽤 많은 제게도 다소 생소한 시스템인 것 같습니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독일 클랑필름사의 ‘Biodyn’이라는 제품입니다. 원래 오리지널 배플의 경우 그 폭이 3m가 넘어 대형 필드형 시스템으로 보아도 무방한 제품입니다. 320mm와 300mm 두 개의 유닛 구성이며 현재 리스닝 룸 크기에 맞게 배플을 제작하여 사용 중입니다. 아마도 가정용 제품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공간에서 상당한 밸런스감을 갖고 편안한 사운드를 재현해줍니다. 오리지널 배플을 꼭 사용해 보고 싶지만 공간의 제약 때문에 항상 아쉬움이 남습니다. 보유한 지는 한 10년 정도이며 사용한 지는 약 4년 남짓 되었습니다. 제 경우 50년 전에 오디오를 처음 시작했으니 지금 사람들이 빈티지라고 부르는 시스템을 중심으로 처음 오디오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항상 빈티지류의 제품들로 시스템을 구성해 왔으며 현재 사용 중인 제품은 제 취향과 더불어 즐겨 듣는 음악을 재생할 때 음악적인 밸런스가 탁월하여 불만 없이 사용 중입니다. 특히 독일 제품들의 사운드가 약간은 경직되고 우리들 정서와 맞지 않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제게 이 시스템의 사운드는 다소 의외의 느낌이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의 전반적인 경향은 100%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특히 중역대의 맑고 청아한 느낌이 마음에 들어 가능성을 갖고 도입하게 되었으며 원하는 방향으로 튜닝을 거듭하여 현재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아무튼 다소 생소한 스피커를 운용 중이신데 만족스러우시다니 다행입니다. 특별히 사운드 자체의 튜닝에 대해 기울이신 노력이나 노하우 등에 대하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매칭 앰프의 경우 마란츠 7, 9를 중심으로 실험 삼아 몇 가지 제품들을 평가해 보았지만 현 조합이 주는 매력을 능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기본적인 자질과 성향상 마란츠 제품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하고 최상의 앰프 조합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즉, 동일 모델 내에서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고의 상태를 갖는 제품으로  구성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현재 사용 중인 마란츠 7 모델의 경우 10대 이상의 제품 중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제품을 선정한 것이고, 시리얼 넘버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14000번대입니다. 사람들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제 경우 14000번대 모델이 가장 음의 투명성이나 자연스러움 등에서 만족스러워 이 번호대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제품을 고른 것이 현재의 시스템입니다. 같은 논리로 마란츠 9 모델 역시 여러 번의 교체를 통해 현재의 모델을 선택하게 된 것이죠. 현재 사용 중인 마란츠 9의 경우 초창기 제품으로 상태 극상인 제품을 선정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답니다. 한번은 박스까지 보유 중이었던 거의 미개봉 상태의 후기 9 모델을 입수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기대를 하고 음을 들어 보았지만 제가 생각하던 마란츠 9의 음이 아니더군요. 아무튼 제 취향상 마란츠 9 모델의 경우 초기형을 선호하여 현재의 제품을 고르게 된 것입니다. 이후 진공관을 종류별로 테스트를 하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마란츠 9의 출력관은 뮬라드 계열로, 마란츠 7의 경우 텔레푼켄 계열로 최종 선정하여 사용 중입니다. 이후 설치 위치에 특히 민감한 이 스피커의 특성을 고려하여 최적의 위치를 선정하여 튜닝을 완성하였습니다. 제 경우 특히 중역대가 맑고 과장되지 않은 음을 좋아합니다. 현대의 하이엔드 지향적인 광대역 사운드 역시 그 실력을 인정하는 편이지만, 어차피 제 나이가 되면 가청 대역이 줄어들게 되어 제 청감상 맞는 대역을 중심으로 재생되는 사운드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이런 연유로 중역대의 충실한 음을 사운드 튜닝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단, 여기에서 오해가 없어야 할 부분이 있는데 이는 바로 중역이 충실하다는 의미를 본 대역이 강조되거나 지나치게 과장되는 경향이 아니라 맑고 윤곽이 분명하며 정확한 음상을 갖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부 중역이 과장되는 시스템의 경우 음악을 듣기가 피곤해지며 악기간의 분리감이나 해상력 등이 묻혀버리게 됩니다. 제 경우 비록 청감상의 대역폭은 젊은 시절보다 많이 감쇄하였지만 오랜 세월 동안의 오디오 생활로 적어도 청감상 가청 대역 내에서는 해상력이나 음의 맑기, 질감, 순도 등을 평가하는 능력은 아직도 상당히 예민한 편입니다. 아무튼 이런 전반적인 기본 방침과 취향에 맞게 현재 음을 튜닝한 것으로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대담 중 클렘페러 지휘의 말러 교향곡 2번이 흘러나왔다. 빈티지 시스템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해상력이 뛰어난 풀 오케스트라의 분리감이 탁월한 음의 경향에 필자 역시도 상당한 감명을 받았다. 특히 음장의 펼쳐짐이나 깊이감은 상상 이상으로 현대의 하이엔드 시스템에 부럽지 않은 재생 경향이었다. 특히 목관 악기들의 질감은 쉽게 경험하기 힘든 수준으로 사운드 튜닝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히 배어나오는 느낌이었다.

오디오 경력이 상당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지나온 길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50년대 후반에 처음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당시로는 상당히 사치스러운 취미였지만 클래식 음악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당연히 오디오 시스템에 대한 욕심이 생겨 AR4X 스피커에 다이나코 앰프의 조합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뛰어난 사운드는 아니었지만 저의 첫 시스템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추억에 잠길 만큼 생생합니다. 이후 스피커로는 AR사의 여러 제품들과 탄노이, 클립쉬, 알텍, 바이타복스, 젠센 등 여러 기종을 거쳤으며 앰프 역시 마란츠 계열의 여러 제품들과 매킨토시, 다이나코 등 많은 제품들을 사용했습니다. 최종적으로 마란츠 7, 9 모델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특히 바이타복스 CN-191의 경우 유닛만 구해 인클로저를 국내 제작하여 사용했던 제품입니다. 제가 아마도 국내에 처음으로 인클로저를 제작하여 사용했습니다. 당시 어렵사리 이 스피커의 설계도를 입수하여 김박중 씨에게 의뢰하여 제작했던 경우로 이후 많은 국산 인클로저 제품이 등장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이 모델의 경우 오리지널 제품을 입수하여 사용하게 되었는데 실제로 국산 제품과 큰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당시 제작된 인클로저의 성능이 뛰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 경우 워낙 오랜 세월 동안 오디오 취미 생활을 한 경우로 실제 기기 교체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습니다. 즐기되 적당히 하자는 원칙으로 많은 교체 유혹을 참으며 현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이 분의 현재 시스템을 간단히 소개해드리면 앞에서 소개해드린 클랑필름사의 ‘Biodyn’ 스피커와 마란츠 7, 9 앰프 조합을 중심으로 EMT927ST 턴테이블과 마란츠 10B 튜너의 조합으로 사용 중이다.


▲ 1 마란츠 7. 14000번대 시리얼 넘버의 제품으로 텔레푼켄 계열의 진공관으로 선정하여 사용 중이다. 2 마란츠 9. 출력관을 뮬라드 계열로 선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3 마란츠 10B 튜너.

현재 디지털 시스템은 운용을 안 하고 계신 것 같으신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아날로그로 오디오를 처음 시작했고 이후 한 번도 디지털에 대한 시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CD라는 소스가 제가 이미 20년 이상 오디오 생활을 한 이후에 등장하였기 때문입니다. CD라는 새로운 소스에 대한 수집을 할 의향이 없었으며 특별한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세월은 돌고 돌아 아날로그가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제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음이라는 것은 습관과 같습니다. 굳이 디지털이냐 아날로그냐를 따지기 이전에 오랜 세월 동안 들어오고 익숙한 아날로그의 세계는 이미 저에게는 습관 같은 존재여서 아무리 뛰어난 기술적 진보를 통해 디지털 음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앞으로도 아날로그에만 정진할 계획입니다.

오랜 경력 동안 많은 제품들을 사용하신 하이파이 오디오의 산 증인이시기도 한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조합은 어떤 것들이 있으신지요?
사실 나이에 따라 세대에 따라 유행도 바뀌듯 취미 생활도 분명히 시대에 따라 취향이 바뀌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시기별로 좋아하는 사운드와 음악적 취향이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보편타당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기본기 위에 특정한 매력이 있는 사운드를 추구했던 것이죠. 저는 항상 그때마다 제가 당시에 좋아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구성하였고 튜닝하였기에 각 시스템마다 개성적이고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클래식 외에 다른 음악은 잘 듣지 않는 성향상 장르별로 각각 최고의 성능을 보여 주던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현재의 시스템은 대편성 곡을 중심으로 운용하기에 대편성 곡에 적합한 시스템으로 튜닝하였습니다. 가장 최근까지 사용하던 젠센 스피커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의 경우 결코 현재의 시스템보다 매력이 없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으며 당시에 좋아했던 취향과 즐겨 듣던 음악을 감상하기에는 더없이 훌륭했던 시스템으로 기억합니다. 이렇듯 오디오는 당시의 좋아하는 음악과 취향에 맞추어 구축하고 튜닝하여야 한다는 의견이며 원하는 사운드를 완성했을 때의 희열과 기쁨이야말로 진정한 오디오 취미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인 오디오 관련 내용은 이쯤에서 정리하고, 아날로그 시스템과 음반에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대담한 내용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현재 메인 플레이어가 EMT 927st 군요. 전반적인 아날로그 시스템에 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EMT 927st와 EMT 톤암에 TSD-15 카트리지, 미야비 커스텀 카트리지, EMT 모노 카트리지를 운용 중입니다. 현재 메인 카트리지는 미야비 커스텀으로 TSD-15와 번갈아가며 사용 중이지만 최근에는 미야비 커스텀에 대한 애정이 더욱 각별합니다. 매칭 승압 트랜스 역시 EMT 제품이며 포노는 마란츠 7의 포노단을 이용 중입니다. EMT 포노 제품보다 제 경우에는 마란츠 7 포노단을 선호하며 특히 이 스피커의 성향과 절묘한 매칭 경향으로 불만 없이 사용 중입니다. 남성적 경향인 제 스피커의 기본기에 섬세하고 온화한 느낌의 마란츠 7의 포노단은 절묘한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스피커와 앰프의 매칭만 많이 고려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제 경험상 아날로그 사운드의 소스 특징과 스피커의 전체적인 성향의 매칭은 어찌 보면 앰프 매칭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의견으로는 절대적 기준의 명기나 기기간의 우열을 따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는 의견이며 이런 연유로 소스기기의 선택, 심지어는 포노 앰프나 카트리지의 선택은 반드시 스피커에서 나오는 최종적인 음의 경향을 고려하여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미야비 커스텀 카트리지의 경우 만약 다른 시스템에 매칭될 경우 TSD-15와 비교 시 떨어질 수도 있으나, 제 시스템과의 궁합은 절묘할 정도로 뛰어납니다. 특히 각 대역간의 풍부한 음의 울림은 인상적으로 다소 경직될 수 있는 독일 빈티지 계열의 사운드를 풍만하고 온화하게 울릴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온화함과 해상력이라는 두 가지 장점을 갖춘 제품으로 안정적이고 중량급 사운드 경향을 갖고 있는 EMT 927st와도 상성이 매우 훌륭합니다. EMT 927st의 경우 많은 아날로그 플레이어를 섭렵한 후 최종적으로 선택한 제품으로 다소 투박하고 우직한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음의 안정감이나 스케일, 솔직하고 중립적인 음색 등에서는 대안이 없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제품입니다. 특히 대편성 곡을 좋아하는 저의 취향과도 잘 맞아 떨어지는 음향적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용해 보신 턴테이블은 어떤 것들이 있으신지요?
듀얼, AR, 테크닉스, 토렌스 계열 등을 사용한 후 EMT930 이후 현재의 플레이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토렌스 계열의 맑고 아름다운 여성적인 경향의 소리를 좋아했던 시절에는 동사의 여러 기종을 섭렵하며 특유의 아름다움을 수반한 매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실내악 중심의 소편성 곡을 중심으로 즐겼었고, 취향이 바뀌어 EMT 계열을 사용한 이후에는 대편성 곡 중심으로 사용 중입니다. 토렌스 계열 턴테이블 제품의 뛰어남에는 의문을 달 여지가 없지만 대편성 곡을 안정적으로 스케일 감 있게 재생하기에는 무리라는 판단 하에 EMT 계열을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EMT930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훌륭한 제품이지만 EMT927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교체한 후 만족스럽게 사용 중입니다. 음의 성향이나 음색 등은 비슷하지만 스케일감과 안정감 등에는 역시 한 수 위의 실력을 보여 줍니다. 특히 관현악 총주에서 어딘지 모르게 EMT930의 경우 악기간의 중첩이 생기며 특히 저역 부분의 해상력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향이었으나, EMT927의 경우 저역을 재생하는 악기들의 탁월한 분리감을 보여 주어 전반적인 밸런스 측면에서 우위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향후에도 플레이어에는 더 이상 욕심이 없을 정도로 만족스럽습니다. 특히 미야비와의 만남 이후 존재했던 약간의 불만감도 해소되었습니다.


▲ EMT 927st 턴테이블. EMT 톤암에 TSD-15 카트리지, 미야비 커스텀 카트리지, EMT 모노 카트리지를 운용 중이다. 승압 트랜스는 EMT 제품이며 마란츠 7의 포노단을 이용 중이다. 온화하며 해상력이 훌륭하다. 탁월한 분리감을 보며 전반적인 밸런스가 우수하다.

오랜 시간 동안 아날로그만을 추구하신 경우인데 아날로그 시스템의 사운드 완성을 위한 노하우나 특별한 비결이 있으신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앞에서도 말씀 드린 매칭입니다. 전반적인 시스템의 성향을 고려하여 음의 튜닝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원칙도 없이 무조건 좋다는 조합만 추구하면 실패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아날로그 사운드라는 것은 워낙에 많은 컴포넌트의 조합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요소요소에 음의 튜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카트리지의 중요성이야 당연한 것이고, 심지어는 승압트랜스나 포노단의 진공관만 바꾸어도 사운드의 경향은 심한 경우에는 180도 바뀌는 것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원하는 사운드가 재생되지 않을 경우 무조건적으로 플레이어 등 큰 부분을 교체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아주 작은 것들부터 시작하면 의외의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군요. 일단 플레이어는 특이한 한두 가지의 매력에 의존하는 제품 보다는 기본기가 충실한 제품을 선택한 후 다양한 매칭과 실험을 통한다면 분명 감동적인 사운드로 보답해 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다른 컴포넌트들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아날로그 시스템의 경우 절대적인 명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견입니다.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세심한 부분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특히 아날로그 시스템에서는 반드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당한 클래식 음악 애호가이자 전문가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음악에 입문하게 되었던 계기나, 그동안의 음악 생활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으시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58년 당시 UN방송이라는 라디오 방송이 있었습니다. 즐겨 듣던 프로였는데 당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듣고는 상당한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 제 감성적 측면과 잘 맞아 떨어지는 곡으로 음반을 산 이후 수도 없이 많이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음반을 구입한다는 것 자체가 요즘과 달리 상당히 어려워서 당시에 사 모은 한 장 한 장에는 남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할 추억이 담겨 있답니다. 특히 음반 구입이 어려운 당시 상황과 더불어 음반에 대한 지식조차 부족해서 SAX 초반을 Angel 반으로 바꾸었던 기억도 있고, 지금 세대에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것들이 제 젊은 시절에 대한 추억과 제 인생과 함께 해 온 추억들이기에 지금 나이에도 아직 오디오를 추구하고, 음반을 수집하고, 남들이 보면 참 이해가 안 되는 행동들을 하고 있죠.

음반 컬렉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클래식을 중심으로 약 1500장 정도를 보유 중입니다. 어마어마한 컬렉션을 가진 일부 애호가 분들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지만 적어도 각각의 음반을 감상한 횟수를 따지자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모아 둔 음반에 대한 사랑과 애정은 각별합니다. 초반이 약 60% 정도이며 대편성을 좋아하는 관계로 오토 클렘페러나 브루노 발터, 카라얀 등의 음반을 특히 많이 보유 중입니다.

필자 역시도 가끔은 듣지도 않을 음반을 컬렉션의 개념으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한데, 이분의 경우 수없이 많이 감상한 1500장의 음반 컬렉션은 그보다 10배가 많은 분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음반 수집을 컬렉션적으로 추구하는 경우와 음악 감상을 위주로 한 수집, 어떤 경우도 각자 나름대로의 가치관에 따라 소중한 것으로 생각하며 적어도 감상을 위한 컬렉션을 철저히 추구하신 자세는 분명 본받아 마땅하다는 의견이다.


향후 음반 수집이나, 오디오에 대한 열정과 계획이 있으시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는데 아직도 열정이 넘치는 것을 보니 저는 꽤 낭만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인 것 같습니다(웃음). 이런 저를 주위에서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제 자신은 제 취미생활과 저의 열정에 감사하며 살고 있답니다. 그동안 오래 음악을 들어 왔지만 아직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의 음악을 위주로 감상할 예정입니다. 예를 들면 바로크 이전의 음악이나 현대 음악 등이 되겠죠. 콘서트도 자주 갈 계획이며 그동안 시간이 없어 제대로 못해 본 것들을 즐길 계획입니다. 오디오 시스템의 경우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 같으며, 서브시스템으로 현대 스피커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어센도라는 메이커의 제품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데 공간의 제약 등 여러 가지 문제로 고민 중입니다.

끝으로 후배 애호가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50년이라는 세월 동안 곁눈질 없이 줄곧 오디오와 음악에 대한 취미 생활을 가까이 했습니다. 시스템이 어떻고, 음반의 컬렉션이 어떻고 하는 단순한 접근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때의 호기심으로 잠깐 동안의 취미 생활로 쉽게 접근하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비록 초라한 시스템과 컬렉션일지라도 진정으로 좋아하고 즐기라는 조언을 하고 싶군요. 음악과 오디오, 분명 좋은 취미 생활이고 고귀한 예술 활동입니다. 한순간의 기분으로 추구하고 끝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취미 생활이지요. 지난 시절 열심히 즐긴 덕에 저는 지금 돌이켜 보면 수없이 많은 추억들과 좋은 경험들이 있습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 지난 시절을 회상하는 경향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 저는 적어도 취미 생활에 있어서는 항상 웃음 지을 수 있고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는 수많은 추억들이 있어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런 좋은 기억들을 갖기 위해 한순간의 호기심과 과시욕이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는 단순한 순간적인 만족을 줄지는 모르지만 오랜 시간 동안 진정한 행복과 기쁨을 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필자 역시도 지난 20년간 추구해 온 길을 돌이켜 보면서 이 분의 말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취미 생활을 계속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추구하는 동안은 열정적으로 진정으로 사랑하며 음악과 오디오를 대해야겠다는 결심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초고가의 하이엔드 시스템도 아니고,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의 방대한 음반 컬렉션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아니지만 적어도 오랜 시간 동안 추구한 열정과 70을 넘긴 현재에도 우리들 젊은 세대 못지 않게 애정과 정열을 갖고 취미 생활을 하고 있는 이 분의 자세는 분명 우리들에게 많은 귀감이 된다고 생각한다. 재생되는 사운드 역시 상식을 깰 정도의 훌륭한 밸런스감과 음악성을 두루 갖추고 있는 등 이는 분명 오랜 경험이 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한 차원 다른 세계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으며 이런 분이야말로 진정한 슈퍼 아날로그 마니아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이번 탐방의 목적과 의도에 정확히 일치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 사용하는 시스템

스피커 클랑필름 Biodyn   프리앰프  마란츠 7   파워 앰프 마란츠 9   턴테이블 EMT 927st
톤암 EMT 톤암   카트리지 EMT TSD-15, EMT 모노, 미야비 커스텀   튜너 마란츠 10B

<Monthly 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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