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과 동행 두 단어로 함께하는 오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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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과 동행 두 단어로 함께하는 오디오
  • 월간오디오
  • 승인 2009.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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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 윤현규 씨

"나는 다른 애호가 분들처럼 오디오나 음악을 평가하는 단어들을 잘 모른다. 그냥 많이 들어서 익숙할 뿐이다. 하지만 요리처럼 소금이 몇 그램, 설탕이 얼마큼, 향신료는 뭐가 들어 있는지 알면 좋겠지만 몰라도 얼마든지 맛있는 요리를 구분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오디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금 들리는 음악이 왜 좋은지 모르겠지만 좋은 것을 느끼고 즐길 줄 알면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1982년 따뜻한 어느 봄날에 만났던 두 녀석이 있다. 그  중에 한 녀석은 ‘평생직업’이 되었고, 한 녀석은 ‘평생친구’가 되었다.

동부이촌동에 있는 모 중학교 1학년 교실 안.
새 친구 : ‘반가워. 취미가 뭐야? 내 취미는 오디오로 음악 감상이랑 컴퓨터야.’
나 : ‘응?(내 취미가 뭘까? 뭐지?)’

이렇게 나는 팔자에도 없는 부자 동네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내가 다니던 지역에는 중학교가 부족해서 강을 넘어 다른 학교에 입학한 것이다. 1980년대 초에는 일반적인 가정에 오디오가 없었다. 컴퓨터라는 것은 정말로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이 친구들의 취미 덕분에 나의 인생은 많이 달라졌다. 나는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남들이 하는 것은 다 해보는 성격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그 친구들에게 무시당하기 싫어서 클래식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속성으로 하기 위해서 음반 소개 책자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다. 얼핏 기억에 일주일 정도 계속 공부했던 것 같다. 물론 음반 구입도 병행했다. 그러나 우리 집은 그 당시 보통 사람들의 집처럼 오디오가 없었다. 당시 시집간 누님 댁에는 혼수로 가져간 인켈 벽걸이 오디오가 있었는데, 결국 음반을 구입해서 누님 댁에 가서 듣곤 하였다. 그렇게 오디오와 음악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결국 그 앰프는 얼마 후 2년 정도 빌려오게 되었다.
중학교 3년 동안에는 한 달 용돈의 전부를, 어떤 때는 전부에 플러스알파를 투자해서 음반을 구입했다. 그때 구입했던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 비발디의 사계 등은 지금도 가지고 있다. 한 100여장이 되었을 무렵에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집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교에 들어오니 정말 아무도 클래식은 듣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의 음반 수집은 다양성을 가지게 되었다. 팝과 가요 등 닥치는 대로 구입했고 들었다. 음악을 듣는 것이 좋아서 헤드폰을 귀에 아예 걸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6년 동안 음악 성적은 언제나 ‘수’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대학을 무사히 입학해서 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2년 동안 학과 그룹사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담당했다. 그리고 가끔 노래도 했는데 이 경험으로 인해 음악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대학교 때에는 다른 여러 가지 많은 놀거리로 인해서 오디오와 음악은 그렇게 가깝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물론 오디오(그 당시는 미니 컴포넌트들이지만)는 언제나 조금씩 바꿔 가며 내 주위에 있었다. 그때 이후로 모든 음악들을 악기별로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취직을 하고 재정적으로 독립이 되고 나니 본격적으로 오디오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를 좋아한 나는 돌비시스템에 먼저 눈을 돌리게 되었다. 연애시절에는 전자상가 아이쇼핑을 정말 좋아했는데(나만) 우연히 보게 된 LD의 화면에 푹 빠져서 인켈 7500R을 구입하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진정한 긴 장정의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돌비프로로직을 지원하던 캔우드 컴포넌트를 구입하고, 웹이 없던 시절 ‘고퍼’라는 텍스트 인터넷을 이용해서 외국에서 LD를 사 모으게 되었다. 하이텔 AV동 ‘LDM’이라는 소모임에 가입하게 되면서 많은 기기들의 정보도 알게 되었고, 서서히 빠져들게 되었다. 
1996년에 결혼을 하고 분가를 하면서 나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시청 공간을 구성할까하는 생각뿐이었다. 처음으로 AV 리시버인 온쿄 TX-DS838을 구입했다. 돌비 디지털이 되는 최신 모델이었다. 영화 한 편에 한 장면만 100번을 볼 정도로 신기한 소리였다. 실제와 똑같은 총 소리, 그 다음으로 들리는 뒤에서 앞으로 구르는 콜라 깡통 소리… 이제 기기는 되었으니 다음은 스피커였다. 처음으로 하이파이 소리를 들려주는 스피커를 구입했다. 그 당시 매우 인기가 좋았던 제품으로, 미국의 신생 브랜드인 NHT의 슈퍼 제로였다. 그때까지 필자는 커다란 스피커가 좋은 것이고, 작은 것은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처음 산 그 스피커에서 나온 소리는 경악 그 자체였다. 중급 AV 리시버에 달려 있던 손바닥보다 조금 큰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필자가 처음 들어보는 아름다운 소리였다. 지금까지 많은 오디오를 바꾸고 들어보았지만 이때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LD 플레이어도 파이오니아 9G로 바꾸고, 서브우퍼도 하나 들이고 즐거운 신혼 시절을 보낸 것으로 기억된다. 이후 앰프를 야마하 A2로 바꿨다가 데논 A1D로 정착하고, 스피커도 AE109를 거쳐서 NHT 슈퍼 원 5 채널로 정착했다. 이러던 와중에 DVD라는 새로운 매체가 미국과 일본에서 나타났다. 새로운 것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또 인터넷을 뒤져 마구 구입하기 시작했다. 오디오도 없이 음반을 모으던 중학교 시절처럼 플레이어도 없이 말이다.

2000년에는 내 집을 가지게 되었다. 양평동에 위치한 조그마한 그 아파트는 나의 오디오 생활에 또 한 번 전환점을 주게 되었다. 거실에 멋진 시스템을 구성하겠다는 일념 아래 아파트의 크기는 생각하지 않고 AV 스피커 중에서 유명했던 보스턴의 VR965 스피커를 필두로 프론트, 센터, 리어, 서브우퍼까지 동원하여 꾸몄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소리가 모두 뭉치고, 울리고, 엉망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보스턴 스피커를 모두 방출하고 시청 공간을 집에서 제일 큰 공간이었던 안방으로 옮겼다. 스크린과 프로젝터를 설치하고 스피커를 모두 판 자금에 조금 더 보태서 B&W 노틸러스 805를 들였다. 이 스피커는 B&W 사랑의 시작이 되었다. B&W의 스피커는 일단 만듦새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오디오 기기의 인테리어 역할에도 큰 의미를 두는 나에게 만듦새가 좋은 B&W의 스피커들은 큰 만족감을 주었다. 둥글둥글 예쁘고, 마무리도 깔끔하고, 모나지 않으며 모니터적인 소리로 잘 내보내주었다. 이어서 센터 스피커로 B&W HTM1을 구입했다. 그리고 벨로다인 HGS-12 서브우퍼를 구입했고, 리어 스피커는 벽에 걸 수 있는 린 스피커를 사용했다. 서서히 하이파이적인 소리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AV와 하이파이를 같이 즐길 수 있는 앰프들을 찾기 시작했다. 파워 앰프는 프로시드 AMP2를 거쳐서 크렐 KAV-500이라는 5채널 앰프로 바뀌었다. 소릿결이 아주 거칠기는 하지만 엄청난 구동력을 보여준 파워 앰프였다. 이 앰프를 동호회 회원에게 구입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기 위해서 양평동 집에서 미아리까지 왕복 1시간 만에(구입 시간을 포함해서) 주파했던 일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프리앰프도 바뀌었다. 데논 A1D에서 렉시콘 MC1으로 바뀌었을 때도 또 한 번의 충격을 받았다. 30만원짜리 싸구려 비디오를 닮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조그마한 앰프에서 정말 예쁜 소리가 나왔기 때문에다. 동사 매뉴얼에 써있듯이 크리스털 사운드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단, 인테리어 효과에서 거의 0점에 가까운 렉시콘 MC-1은 오랜 시간 함께 하지 못하고 말았다. 인터넷 업체를 다니는 필자는 인터넷 사용이 자유로웠다. 그래서 더욱더 DVD 같은 것도 구매하고, 오디오곤(audiogon.com)을 통해 많은 오디오 기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중에 눈에 특히 띄었던 클라세 오디오의 SSP-25를 오디오곤을 통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처음 해보는 비싼 물건의 거래라서 많은 걱정이 앞섰지만 너무나 가지고 싶은 마음에 모험을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정말 좋은 프리앰프였고, 상태도 무지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클라세 SSP-25와 크렐 KAV-500을 5채널 밸런스 단으로 연결을 하고, B&W 노틸러스 805와 HTM1로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볼 때의 행복함이란…. 필자가 꾸몄던 어떤 AV 조합보다 음악성이 높았던 시스템으로 기억한다. 얼마 후 최신 포맷으로 무장한 온쿄 RDC-7로 바꾸게 되었다. 교체 후 음악성은 조금 떨어졌지만 최신 음향 효과들은 뛰어났다. 그 당시만 해도 AV가 하이파이보다 7:3 정도로 관심이 더 많았기 때문에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었다.
중간에 한 번 이사를 하게 되면서 큰방 하나를 완전히 AV 룸으로 꾸며보게 되었다. 도배 자체를 검정색 비슷한 것으로 하고, 전기도 새로 끌어 오고, 암막 커튼도 설치하는 등 엄청 노력해서 꾸몄다. 그러나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 약간 오디오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사실 많은 사건들이 있어서 취미 생활을 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나의 오디오 생활에 일종의 암흑기가 되었다). 그러다가 2006년 가을에 현재의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나는 AV와 하이파이의 통합을 확실하게 포기했다. 양쪽 모두 추구해서 만족하려면 정말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 같았다. 운이 좋아서 이사 오기 전까지 3개월 정도 인테리어를 꾸밀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거실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벽에 전깃줄을 넣고, 스크린 박스도 만들고, 필요한 곳에 영상 케이블과 음성 케이블을 인입하는 등 작업들이 너무너무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완성된 것이 현재의 우리 가족의 놀이 공간이다. 전면에는 하이파이와 관련된 모든 기기들과 AV 리시버가 존재하고, 사진에는 없지만 왼쪽 공간에는 비주얼에 관련된 모든 장비가 존재한다. TV, DVD,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엑스박스360, PS3, HD 튜너, Tvix, BS 튜너, DVHS, 각종 실렉터 등이 있다. 머리 위에는 프로젝터를 달았다. 우리 집 거실에는 줄이 하나도 안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했다. 지저분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기 때문이다. 물론 고수들이 보기에는 음악적 요소들이 많이 결여되어 있겠지만, 나의 선택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믿는다. 이 공간은 우리 가족들이 함께 24시간 지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장비를 들이고 설치하면서 정한 기본적인 방침은, 우선 AV는 최대한 간단하게 최소 공간에 가격대 성능비가 아주 뛰어난 제품들로 구성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하이파이는 내가 만들 수 있는 최대한 자금을 사용해서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제품으로만 구성하기로 했다.

첫 번째로 구성했었던 하이파이 시스템은 마크 레빈슨 38SL 프리앰프에 에이프릴 M200 모노블록 파워 앰프, 그리고 B&W 시그너처 805 스피커였다. 스피커 스탠드는 오리지널 스탠드에 모래를 반을 채워서 사용했다. 전기 장치로는 트랜스페어런트 파워아이솔레이터 8을 사용했다. 명료하고 단정한 소리가 나오는 조합이었다. 음악이 참 좋게 느껴지고, 즐거운 소리를 내주었다. 한동안 이 시스템으로 음악을 들었다. AV 시스템은 전에 회사에서 쓰다가 남은 온쿄 TX-DS595 리시버를 사용하고, 보스 AM-15를 사용해서 5.1 채널을 구성했다. 가격대 성능비로 치면 지금까지 어떤 AV 시스템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방배동에 있다. 그 회사를 1994년 6월부터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근처에 유명한 클래식 카페가 한 곳 있는데, 그 곳에는 많은 빈티지와 오디오 기기들, 그리고 수많은 음반들이 있다. 그 카페에 들어서면 아주 따뜻한 고향에 온 느낌을 받는다. 넓은 공간을 꽉 채워주는 클래식의 선율이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그곳의 메인 시스템은 매킨토시였다. 파란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앰프들 말이다. 술 한 잔 하고 방문하면 유난히 큰 파란 눈은 나에게 더욱더 각인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매킨토시 MA6900이라는 인티앰프를 저렴하게 구할 기회가 왔다. 망설일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여성 재즈 보컬, 올드 팝을 주로 듣는 나에게 매킨토시 MA6900은 약간 실망스러운 소리를 내주었다. 클래식의 현악이나 피아노 소리는 정말 좋은 소리를 내주었지만, 가슴을 저리는 여성 보컬의 소리는 내주지 못했다. 나의 실력 부족으로 인한 것도 있겠지만, 나는 그냥 그렇게 느꼈다. 속으로 약간 실망했다. 아내의 한 마디에 더욱더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좋아하던 가수가 없어졌네’ 이 말 한 마디로 모든 설명이 끝났다. 그 앰프는 새 앰프였다. 처음 소리는 정말 아니었지만 한 달 두 달 지나면서 소리가 많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에이징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1년 2년이 지나도 성향은 바뀌지 않았다. 예쁜 여성 보컬이 듣고 싶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파란 눈을 내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인티앰프의 장점을 맛본 나는 인티앰프만 찾았다. 사실 분리형으로 가고 싶었지만 도저히 제대로 된 조합을 만들 자신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설픈 조합의 분리형보다는 제대로 된 인티앰프가 더욱 좋은 소리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프 롤랜드의 콘체르토라는 인티앰프를 구입했다. 매킨토시 MA6900과 1:1 비교 시청을 했다. 제프 롤랜드의 콘체르토는 정말로 예쁜 소리를 내주었다. 여성 보컬의 소리는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만들고, 가슴을 저리게 만들었다. 아내도 아주 만족했다. 그런데 그게 전부였다. 걸쭉하게 나와야 하는 남성 보컬도 예쁘게, 묵직하게 나와야 하는 대포 소리마저도 예쁘게 나왔다. 세상의 모든 음악이 예쁘게 되어 버렸다. 정말 가지고 싶었던 디자인에 예쁜 보컬 소리의 앰프는 7일 만에 필자의 집을 떠났다. 다시 파란 눈의 앰프가 우리 집을 점령하게 되었다.
사실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인티앰프의 개발에 매진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는 분리형이 음악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도 있지만, 두 개의 컴포넌트를 판매하는 것이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인티앰프는 몇 가지가 되지 않았다. 그중에 하나로 골드문트 미메시스 330이 있었다. 밸런스 단자를 지원하지 않아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후에 텔로스 390D라는 멋진 앰프가 출시되어 유통하기 시작했다. 채널당 8Ω에서 195W를 냈고, 내부에 D/A 컨버터를 가지고 있어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앰프였다. 역시 좋은 기회가 있어서 구입했다. 결과는 정말 아주 좋았다. 제프 롤랜드의 콘체르토같이 예쁜 소리도 내주고, 매킨토시 MA6900과 같은 웅장한 현악기의 소리도 내주었다. 그렇다고 만능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이 앰프 역시 밸런스 케이블 단자가 없는 관계로 내가 사용하고 있는 SACD 플레이어인 마란츠 SA-11S1의 성능을 100% 발휘하지 못하였다. 어찌되었든 세 번째 인티앰프인 골드문트 텔로스 390D는 다시 음악에 푹 빠지게 해준 앰프다. CD 플레이어를 트랜스포트로 이용해서 텔로스 390D의 D/A 컨버터를 이용하는 음질과 CD 플레이어 자체의 D/A 컨버터의 음질을 비교해볼 수 있었고, 내가 어떤 소리를 선호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애호가들 누구나 똑같겠지만, 무엇 하나가 좋아지면 또 다른 것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3년이나 잘 써오던 스피커를 바꾸기로 했다. 쭉 북셀프만 써보았으니 톨보이가 정말로 써보고 싶었다. 또 자주 가던 방배동에 한 숍에서 B&W 803S를 거의 구입 단계까지 갔다가 못 구입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이후에 스피커를 사고 싶은 욕심이 계속 들었다. 보통 오디오들은 같은 수입처의 제품들로 조합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나의 오디오도 역시 그래왔다. 그런데 이번에 앰프가 다른 수입처로 바뀌었고, 그래서 스피커도 바꿔보기로 했다.
나는 방배동이 좋다. 15년 동안 출근을 했다는 것도 있지만, 오디오 매장이 무지 많다는 것도 있다. 물론 용산이나 서초, 종로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하면 많다. 그 중 한 오디오 매장에서 나는 이미 한 스피커에 눈을 떼지 않고 매료되어 있었다. 새로 바뀐 앰프에게 어울리는 녀석이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 스피커는 우리 집 거실에 들어와 있었다. 그 스피커가 베리티 오디오의 리엔치다. 스피커가 들어오면서 스피커 케이블을 초저가에서 중저가 케이블로 바꿨고, 인터커넥터 케이블도 초저가에서 중가로 바꿨다. 전에 들을 수 없었던 엄청난 저음을 듣게 되었다. 마치 AV를 할 때 서브우퍼에서 나오는 저음과도 같았다. 아주 만족스러웠고 골드문트와 베리티 오디오는 정말 좋은 조합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태풍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인터넷 동호회를 하나를 가입했는데 그것이 시작이었다. 얼마 전 아내와 방배동에 있는 매장에 앰프 구경을 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스피커가 있었다. 와이프도 너무 좋아하는 디자인에 나 역시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였다. 많은 동호인들이 사용하고 있고, 사용하고 싶어 하는 스피커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가격이 문제인 그런 스피커였다. 가입한 동호회의 회원 기기 사진 메뉴에서 그 스피커를 사용하는 회원의 사진을 보고 댓글로 나중에 방출할 때 연락을 달라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인사성 글을 남겼는데, 정확하게 3일 만에 인수 의향을 물어왔다. 며칠 동안 정말 잠을 설쳤다. 뻔한 통장잔고도, 현재 시스템과의 어울림도 다 잊어버리고 머리는 하얗게 되었다. 무조건 들였다. 힘들게 구입했던 베리티 오디오의 리엔치도, 세컨드 장비로 도입해서 한 번도 출사를 안 나간 소니 카메라와 렌즈도 하루 만에 모두 판매하고 무조건 달려갔다. 그렇게 구입하게 만든 스피커가 바로 B&W 802D다. 설치를 하고 두 번 놀랐다. 너무나 큰 크기와 정말로 마음에 드는 소리였다. 하지만 대부분 인티앰프로는 절대로 제대로 된 소리가 안 나온다고 했지만 내가 듣기에는 이게 진정한 소리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자기 능력의 전부를 발휘하지 못하면서도 이정도 소리를 내준다고 생각하니까 더욱 좋은 스피커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드북 전용으로 린의 이케미도 한 대 들였다. SACD 겸용 CD 플레이어보다 한수 위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여기까지가 현재의 시스템이 구성되기까지 내가 달려온 길이다. 다른 수많은 애호가 분들의 글과 조언으로 먼 길 돌지 않고 앞으로만 오고 있다. 조금씩 달려와야 하는데 너무 빨리 달려와서 진정 좋은 기기들을 오랫동안 사용해 보지 못한 것이 조금은 서운하기는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물론 나의 급한 성격이 일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스피커가 중형기 이상으로 바뀐 지금, 스피커의 능력을 전부 느끼고 싶은 것은 애호가라면 누구라도 느낄 만한 욕심일 것이다. 인티앰프를 포기하고 분리형으로 가야 될 것 같다. 그래서 현재 생각하고 있는 파워 앰프는 패스의 X 시리즈나 코드, 클라세 등의 제품을 생각하고 있다. 프리앰프는 파워 앰프가 먼저 정해지면 고민해 볼 작정이다. 이런 고민하는 과정이 애호가들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닌가 한다. 이번에는 정말 열심히 조사해 오랫동안 사용할 기기들을 구입하고 싶다.
우리 집에는 서브시스템이라는 것은 없지만, 요즘 푹 빠진 애플 컴퓨터와 아이팟 터치로 또 다른 음악 생활을 하고 있다. 불법 음원은 사용하지 않고, 내가 가진 CD를 압축하지 않고, 음원 그대로 아이맥에 넣고, 그것을 다시 아이팟 터치에 넣어 가지고 다닌다. 오디오 테크니카의 ATH-CM7Ti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은 또 다른 맛이 있다. 그리고 애플에서 잠시 판매되다가 단종된 아이팟 하이파이라는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아름다운 재즈 선율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이 몇 가지가 나의 두 번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오디오에서 추구하는 것은 편안함과 동행이다. 나의 취미 생활은 좀 많은 편이지만 크게는 세 가지 정도 된다. 오디오와 카메라, 그리고 애플 컴퓨터이다. 카메라는 가족과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여행이나 나들이 때, 맛집에 가서, 여러 가지 가족 행사에서, 가끔씩은 스튜디오를 대여해서 즐거운 시간도 가진다. 컴퓨터도 온가족이 같이 신문도 만들고, 인쇄도 하고, 아이챗으로 화상채팅도 하고, 찍은 사진들을 정리도 한다. 오디오도 마찬가지이다. 온가족이 같이 음악도 듣고, 이야기도 나누고, 영화도 보고, 같이 웃고 즐긴다. 가정이란 곳은 평안해야 하고, 가족은 같이 영원히 동행해야 되는 관계이다. 오디오가 만일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나의 취미 생활에서 퇴출되어 버릴 것이다. 오디오가 꼭 소스를 재생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설사 소스가 얼마 없더라도 오디오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과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언제나 편안하게 동행하는 친구처럼 말이다.
나는 다른 애호가 분들처럼 오디오나 음악을 평가하는 단어들을 잘 모른다. 그냥 많이 들어서 익숙할 뿐이다. 하지만 요리에 소금이 몇 그램, 설탕이 얼마큼, 향신료는 뭐가 들어 있는지 알면 좋겠지만 몰라도 얼마든지 맛있는 요리를 구분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오디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금 들리는 음악이 왜 좋은지 모르겠지만 좋은 것을 느끼고 즐길 줄 알면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보면서, 들으면서, 즐기는 것으로 행복하고 만족해하는 것이 진정한 취미 생활이고, 진정한 오디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같이 즐기고, 걱정하고, 이것저것 많은 취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도와준 우리 가족 김현목, 윤수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하면서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 사용하는 시스템

스피커 B&W 802D   AV 스피커 보스 AM-15   인티 앰프 골드문트 텔로스 390D
AV 리시버 온쿄 TX-DS595   CD 플레이어 린 이케미   SACD 플레이어 마란츠 SA-11S1
블루레이 플레이어 파나소닉 DIGA BW-730(BS 튜너 겸용)   튜너 티볼리 오디오 모델 1
턴테이블 듀얼 CS 455-1   카세트덱 아남 AD-3500   프로젝터 엡손 TW-600
스크린 윤씨네 아쿠아메트 그레이(와이드 100인치)   인터커넥터 케이블 킴버 케이블 KS-1021
디지털 케이블 킴버 케이블 D-60   스피커 케이블 후루텍 뮤-2T
전원 케이블 킴버 케이블 PK14, PS 오디오 프렐류드 SC   전원장치 트랜스페어런트 파워아이솔레이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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