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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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oon Products
  • 김관명
  • 승인 2014.12.01 00:00
  • 2014년 12월호 (509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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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쿤 프로덕츠의 수장, 아키라 나가이 씨를 만나다 Part.1

바쿤. 이 말에서 ‘바쿠’를 먼저 떠올렸다면 당신은 건담 마니아일 것이고, 바쿤(Bakoon)을 제대로 짚었다면 실제 바쿤 유저이거나 최소한 요즘 핫한 브랜드 정도는 놓치지 않는 오디오파일일 확률이 높다. 특히 ‘돌덩이 스피커’를 울리는 것만이 마치 앰프의 최고 미덕으로 여겨지는 요즘 시대에, 고작(?) 15~100W 출력에 묶여 있는 바쿤 앰프들에 주목했다면 말이다. 10여 년 전부터 ‘기존 앰프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입소문만으로 마니아들을 양산하며 사트리 회로, 사트리 링크, 전류 증폭 등의 낯선 단어까지 유행시킨 일본 바쿤 프로덕츠. 그 수장 아키라 나가이(氷井明) 씨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필자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에 판매된 모노 파워 앰프 AMP-5521 초기 모델들을 업그레이드하고, 수입원(바쿤매니아) 및 판매대리점(한음전자, 21 SOUND) 현황 및 바쿤 사용자와의 소통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인터뷰에 앞서 바쿤 앰프가 생소할 독자들을 위해 바쿤프로덕츠의 이력과 라인업, 필자가 파악하고 있는 바쿤 앰프의 세계를 간단히 정리한다.

■ 바쿤 프로덕츠
1986년 사트리(SATRI) 회로 개발
1991년 바쿤 프로덕츠 설립
1997년 사트 리링크 개발
1998년 사트리 IC 개발
2012년 사트리 IC UL 버전(72개 트랜지스터 사용) 개발

사트리 회로
신호를 전압으로 제어하지 않고 전류로 제어한다. 즉, 기존 앰프의 증폭률(gm)이 전류/전압인데 비해 사트리 회로의 증폭률(Gain)은 출력저항/입력저항이다. 앰프의 입력과 출력에 저항을 연결하고 이 저항의 비율로 증폭한다는 것. 

사트리 링크
사트리 회로가 채용된 기기들을 전류로 신호를 전송, 서로 연결하는 방식.

게인 조절
파워 앰프의 게인을 조절하기 때문에 인티앰프로 사용이 가능하여 볼륨을 줄이면 노이즈도 함께 줄어들어 S/N도 좋아진다. 

주요 제품 출시 이력 
1991●DAC-5710, DAC-5720
1992●AMP-5510 파워 앰프
1997●AMP-5530(100W) 파워 앰프, EQA-5610 포노 앰프
2001●DAC-2000(24비트/96kHz)
2002●SCA-7511(15W) 파워 앰프
2003●SCA-7511KR (15W, 한국 수출 버전) 파워 앰프
2004●PRE-5410 프리앰프
2005●HAD-5210 헤드폰 앰프, AMP-5513 A급 파워 앰프
2012●PRE-7610 MK3 프리앰프
2012●SCA-7511 MK3(15W) 파워 앰프
2013●DAC-9730(24비트/192kHz)
2014●AMP-5521(35W) 파워 앰프



Q. 바쿤 앰프가 추구하는 1순위는 무엇인가요.

바이어스의 안정도라 할 수 있습니다. AMP-5521의 경우 바이어스 전류와 신호 전류가 완전히 분리되고 바이어스 전류는 신호 전류의 변화 또는 주위 온도에 따라 바이어스가 변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는 시간의 정밀도입니다. 통상의 앰프에서는 부귀환(NFB, Negative Feedback)을 걸어 낮은 왜곡과 저잡음, 높은 댐핑 팩터를 얻는데, 문제는 신호 레벨에 따라 출력이 확정될 때까지 시간이 딜레이된다는 것입니다. 입력 신호가 출력되기까지 100만분의 1초 이상 지연되는데, 바쿤은 피드백을 사용하지 않기에 신호의 지연이 거의 없습니다.

Q. 어느 정도까지 시간차를 용인할 수 있습니까.
100억 분의 1초입니다. 즉, 주파수로 말하면 1GHz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는 돼야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사실 제가 오디오 회사를 차리기 전 계측기 회사를 21명의 직원을 두고 운영했는데, 그 분야에서 100억분의 1초는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하물며 100만분의 1초, 이런 것은 꽤나 긴 시간이었죠. 예전 일본 철학자와 뮤지션의 대담을 엮은 책을 읽었는데, 철학자는 불교 용어 ‘찰나’가 75분의 1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뮤지션(사카모토 류이치)은 음악은 1000분의 1초 차이에서 음악이 달라짐을 느낀다고 말했지요. 그것을 읽고 상황에 따라 ‘순간’ 혹은 ‘지금’이 서로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오디오에서 ‘순간’이라는 것은 얼마 만큼일까 궁금했습니다. 당시 CD 플레이어가 막 나왔을 때였는데, 그때 CDP에서 말하는 순간, 즉 그 당시의 표준은 ‘3억분의 1초’였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지터가 100억분의 1초인 DAC을 만들었고, 그러자 굉장히 자연스러운 소리가 났던 것입니다.

Q. CD가 나오던 초창기에 이미 지터를 100억분의 1초로 줄인DAC을 만들었다는 얘기이군요.
그렇습니다. 요즘은 ‘100억분의 1초’는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지만 그 당시에 지터를 줄이기 위해서 세 장의 기판을 겹쳐서 사용했습니다. 이런 DAC을 만들고 나서, 이를 앰프에 응용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당시 거의 모든 앰프에는 부귀환이 걸려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출력이 결정되는 시간에 변화가 생깁니다. 앰프 안에서 지터가 만들어진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부귀환을 안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진공관이든, 트랜지스터든 비직진성의 증폭률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연 시간이 0초인 증폭 소자는 세상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갔고, 신호를 전압이 아닌 전류로 제어하는 사트리 회로를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Q. 드디어 사트리(SATRI)가 언급되었군요. 제작자가 앰프를 제작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은 정도라 정의할 수 있는데, 정도란 정확한 표현, 즉 무엇도 가미하지 않은 녹음 현장의 순수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사트리(SATRI)라는 독창적인 회로를 개발한 것은 아닙니까?
전에는 300W짜리 앰프도 만들었지만 스피커가 견디지 못했습니다. 정전형 스피커처럼 고출력이 필요한 스피커라면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스피커에는 100W면 충분했던 것이지요. 바쿤 앰프는 정보량이 많기 때문에 같은 출력의 앰프에 비해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전 계측기 회사를 운영할 때, 제 힘의 120%를 사용하지 않으면 경쟁자들을 이길 수 없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오디오 쪽이라면 80% 힘만 써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사트리 회로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시 많은 사람들이 사트리 회로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기존 앰프 방식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입니다. ‘사트리 회로는 사기다!’라는 소리도 들을 정도였으니까요.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반발력이 너무 심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공개된 사트리 회로를 이용하여 오디오 테크니카가 앰프 제작을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Q. 이런 맥락에서 BTL(Balanced Transformerless)을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BTL은 스테레오 파워 앰프를 모노로 구동해서 출력을 높이기 위한 것만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직접 쓰신 글을 보니, BTL을 통해 왜곡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었다고 하셨는데, 여기에 대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왜곡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측정해보니 노멀 타입보다 왜곡이 10분의 1로 줄었던 것입니다. 출력을 높이려 모노를 하다 보니, 오히려 왜곡이 낮아지는 효과를 얻은 것입니다. 바쿤의 BTL 방식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고, 예전 야마하에서 프로용 오디오에 적용한 적이 있는데, 신호가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서로 맞물리면서 왜곡이 상쇄되는 효과를 얻은 것입니다.

Q. 바쿤이 추구하는 음은 무엇입니까.
생음을 만들어 내는 게 모토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직접 녹음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휴렛팩커드의 자동 설계 분야를 그만 두고, 계측기 개발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계측기 개발 회사가 경쟁이 심해서 그만두고, 녹음 스튜디오를 운영했는데 만성 적자였지요(웃음). 요즘도 직접 녹음을 많이 하는데, 녹음된 소리와 비교도 많이 해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재생된 음악은 원음보다 더 좋은 소리가 나올 때가 많습니다. 사람의 귀는 2개이지만 녹음을 할 때는 2개 이상의 마이크를 사용합니다. 악기 바로 옆에 설치하기도 하고, 천정이 높은 홀의 중간에 놓기도 하고, 3미터 높이에 설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위치에서 실제로 음을 듣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스튜디오에서 합성된 재생 음악은 사람이 절대 들을 수 없는 최상의 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스튜디오의 녹음 엔지니어가 가장 정확한 소리를 아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게 오디오라는 것이지요. 바쿤은 바로 녹음된 소리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는 소리를 수십 번 들어서 만들지 않습니다. 소리를 만드는 것은 연주자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합니다. 오로지 우수한 회로 개발을 통한 증폭의 정밀도를 높여서 생음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시스템이 바뀌면 소리도 변합니다. 그렇지만 재생의 정밀도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스피커를 가리지 않는 장점이 있는 것이지요.

Q. 바쿤 파워 앰프는 게인 조절이 가능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보통 앰프는 신호 전압을 컨트롤해서 음량을 조정합니다. 바쿤 앰프는 부귀환을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게인을 내리는 것은 부귀환을 거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노이즈도 내려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낮은 음량에서도 밸런스를 잃지 않고 좋은 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사트리 회로는 입력 임피던스가 0에 가깝고, 출력 임피던스는 수십 ㏁ 이상입니다. 따라서 프리앰프나 DAC 같은 앞단의 출력 임피던스가 높을수록 노이즈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바쿤 DAC와 5 시리즈 이상의 프리앰프는 사트리 IC에서 곧바로 출력이 되기 때문에, 수십 ㏁이라는 높은 임피던스를 냅니다.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가 완전히 한 덩어리로 붙어 있는 효과가 나오는 것이죠

Q. 바쿤 DAC가 가격 대비 자연스러운 음질로 많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DAC-9730에는 어떤 칩을 사용합니까.
버브라운 PCM1792 칩을 씁니다. 물론 칩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칩의 가격 또한 얼마나 많이 구입하는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더 좋은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DAC에서 중요한 것은 칩 다음에 있는 아날로그 회로입니다. 그곳에 부귀환을 사용하는 OP 앰프를 사용하게 되면 아무리 칩이 고성능이어도 부귀환의 결점이 다 나옵니다. 정보량이 줄어드는 것이죠. 바쿤 DAC에서는 칩 다음에 사트리 회로를 쓰기 때문에, 칩이 소리에 주는 영향 자체는 크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Q. 노브로 오렌지색 베이클라이트를 쓰는 이유가 있습니까.
베이클라이트는 인간이 만든 최초의 플라스틱인데, 절연 성능이 좋아서 아직도 일상생활에 많이 사용합니다. 특히 대용량 전기 절연체로 많이 쓰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 때문에 베이클라이트를 선택한 것은 아니고, 진동 특성이 매우 좋아서 자연스러운 음악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오래 사용하면 레드와인 색깔이 나오면서 투명해지는 매력이 있습니다. 겨울철에 손으로 잡았을 때 차가운 느낌을 주지 않기도 하지요.

Q. 바쿤 유저들은 어떤 분들입니까.
녹음 스튜디오 엔지니어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성 고객들이 많은 편인데, 불면증에 시달리던 고객이 바쿤의 앰프를 틀어 놓고 잠을 잔다고 한 경우도 있습니다. 반려 동물들도 좋아하는 소리인데, 사람이 듣지 못하는 영역의 소리까지 왜곡이 없기 때문에, 반려 동물들이 도망을 가지 않는다고 고객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오디오 숍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오디오 마니아도 50~60대가 중심이구요. 얼마 전 오디오 페어에서 어떤 젊은이가 스피커로 듣는 음악이 난생 처음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좋은 시스템으로 듣는 사람이 없다보니 녹음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시스템으로 음악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오디오 가게에서는 ‘이렇게 싼 가격으로 이런 소리를 내면 다른 상품을 팔 수 없다’며 바쿤을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쿤 앰프를 사용하고 나서는 다른 앰프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졌다는 유저들도 있지요. 또 10년 전에는 일본 스테레오사운드의 스가노 오키히코 평론가가 부탁도 안 했는데, 바쿤 DAC(DAC-2000-SP)를 와디아, 마크 레빈슨과 비교하고, 올해의 제품에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자극적이고 화려한 소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바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하지만 헤드폰 앰프와 헤드폰이 중요해진 세상 아닌가요.
물론입니다. 바쿤 앰프를 사용하면 볼륨을 줄이더라도 좋은 음악이 나옵니다. 평범한 헤드폰 앰프라면 못들을 적은 소리도 바쿤 앰프를 통해서라면 들을 수 있습니다. 사트리 마이크를 개량하고, 악기용 앰프를 대량으로 주문을 받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향후에 PA 오디오 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Q. 일본은 110V, 한국은 220V인데, 오디오 구사에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보십니까.
사실 큰 상관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220V가 더 유리합니다. 110V에 비교하면 절반 정도의 전류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Q. 댁에서는 어떻게 오디오를 사용하십니까.
옛날에는 스피커가 폭발할 정도로 크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크게 들으면 주변에서 클레임이 들어와 작게 듣는 편입니다. 100W 출력의 5516 시그니처 모델(전원부 분리형)과 중고 스피커, 그리고 제가 직접 개발한 사트리 스피커를 사용합니다. 즐겨 듣는 음악은 재즈 쪽입니다. 친구들 중에 재즈 음악가가 많아 그들의 연주를 직접 녹음해서 듣곤 합니다.

Q. 오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의 바쿤 사용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요.
바쿤의 앰프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 또한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의 음식을 좋아합니다. 한국의 사용자들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수준이 높은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수출하는 앰프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만듭니다. 한국의 수입원이 사용자들과 소통을 잘 하고 있어서,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꾸준히 피드백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저렴한 앰프 출시를 검토하고 있으며, 또한 더 하이엔드급의 앰프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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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4년 12월호 - 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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