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캐럴의 계절이 왔다. 사실 짜증나는 때도 있다. 종교적인 경건함과 숭고함은 고사하고, 소비 시즌에 한몫 챙기려고 급하게 대충 만든 음반도 많이들 나온다. 인기를 얻고 있는 리사 발란트도 캐럴을 내면서 본인의 지명도를 입증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동안 몇 번의 리사 발란트의 신보를 접하고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과정에서, 어찌된 일인지 오히려 전에 소개하던 정규 앨범보다 이 캐럴 음반이 더 좋은 것 같다. 심플하고 단순하게 곡을 전개시키면서 오히려 본인의 가창력도 돋보이고, 발터 랭 트리오의 사운드도 매우 좋은 상태로 녹음되어 있다. 콘트라베이스의 묵직한 저음이 리사 발란트의 목소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면서 매우 깔끔한 전개가 이어진다. 리사 발란트의 목소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소리가 더 맑아지는 것 같다. 이전 작들도 매우 좋은 음향 상태로 녹음되어 오디오 마니아용으로 손색이 없었지만, 이 앨범의 구성의 단순성은 오히려 그런 오디오적인 만족을 더욱 높여 준다. 아직도 묵직한 저음 위에 실리는 투명한 목소리가 어른대는 이 음반을 한 달여 밖에 듣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워지는 캐럴 음반이다. 하지만 재즈풍의, 그리고 독일어 발음이라 그런지 별로 캐럴이라는 느낌이 강하지는 않다. 오래 들을 수 있어 차라리 잘된 일이다.

리사 발란트 & 스벤 팔러
<Home For Christmas>
GOOD3157
연주 ★★★★☆
녹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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