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도입기
상태바
시스템 도입기
  • 정승우
  • 승인 2009.07.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Rockport Altair <제1부>

오디오라는 취미를 알고 이를 추구한 지 벌써 20년이 훌쩍 넘은 것 같다.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과 함께 인생의 반 이상을 보내면서, 음악을 재생하는 오디오 기기들에 대한 남다른 집착과 추구는 중년의 나이가 된 지금에도, 항상 필자 곁을 떠나지 않고 끊임없는 탐구와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며, 이는 어쩌면 타고난 숙명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남들은 이런 필자를 보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필자의 오디오와 음악에 대한 열정과 탐구는 청각의 감각이 허락하는 한 계속될 것 같으며,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수많은 추억들을 공유한 인생의 반려자로 그 가치와 의미는 자세한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이다. 아무튼 지난 20여 년을 돌아보면, 수많은 시스템이 기억된다. 좋은 기억들과 실망감과 함께 좌절감을 던져 주었던 경험들, 아무튼 결과가 참담했던 경우를 되돌아보면 기기 자체의 성능적 문제보다는 환경적 문제와 이를 세팅하고 컨트롤하는 필자의 능력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렇듯 오디오 기기는 여러 가지 외부적 요인에 민감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스피커 시스템의 경우 리스닝 룸의 환경과 설치 위치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며, 앰프 등 기타 기기들 역시 매칭과 올바른 세팅에 따른 음의 변화는 상상 이상이다. 특히 하이엔드 시스템은 이런 여러 가지 환경과 매칭에 따르는 영향이 엄청난데, 미스 매치된 하이엔드 시스템의 경우, 오히려 저가 컴포넌트 시스템보다도 밸런스가 덜 잡힌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을 우리는 종종 경험하게 된다. 예로, 리스닝 룸의 바닥과 벽 면의 튼튼함이 확보되지 않은 공간에 대형 우퍼를 탑재한 스피커를 운용하는 경우, 저역의 부밍과 혼탁함은 결코 밸런스 잡힌 음을 들려주지 않게 되며, 너무 데드한 공간이나 혹은 반대로 라이브한 공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음의 밸런스를 확보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외에도 앰프와 스피커의 기본적인 매칭 관계는 물론이고, 소스기기의 매칭, 혹은 접속 케이블 심지어는 전원 케이블의 매칭 등 우리가 하이엔드 오디오를 완벽하게 추구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부분도 완벽한 배려가 이루어졌을 경우에만 천상의 사운드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 수많은 경험을 겪은 필자의 경우 자칫 자기 자랑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현재 아주 협소한 공간에서 초대형 스피커를 완벽에 가까운 밸런스로 운용하는 노하우를 얻게 되었으며, 필자와 같은 협소한 룸 환경을 가진 애호가 분들은 오디오 기기의 성능을 탓하기 전에 이런 환경적 요인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먼저 선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바이다.
서론이 무척 길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글을 통해서 독자 분들에게 전달해야 할 내용은 현재 필자가 사용 중인 락포트의 알테어 스피커 도입기이다. 하이엔드 스피커의 도입기를 정리하는 데 앞서 언급한 서론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본 스피커를 협소한 필자의 환경에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분명, 20년이 넘는 필자의 오디오 경력을 통한 세팅과 매칭에 대한 노하우와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알테어라는 스피커는 협소한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초대형 스피커로, 이를 선택한 필자의 경우 다소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환경적 요인이 들어맞았을 때 본 스피커의 사운드는 필자가 추구해 온 이상의 최상의 정점에 위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에, 다소의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도입하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년이 넘게 운용해온 이소폰의 아라바 스피커는 필자에게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던 스피커이다. 이전에 사용했던 와트/퍼피, 자라스트로, 800D 모델들 역시 대형 제품으로 분류될 수 있는 제품들이었지만, 아큐톤 9인치 우퍼 3조를 탑재한 아라바의 경우, 비교가 되지 않는 초대형 제품이다. 빈티지를 추구했던 시절에 사용했던 15인치 블랙 유닛을 탑재했던 오토그라프 제품 역시 초대형 제품이었지만, 밸런스 잡힌 사운드 스테이지와 정확한 음상, 입체적인 재현을 추구해야 하는 하이엔드 시스템의 경우 협소한 공간에서 이런 완벽한 밸런스를 얻는다는 것 자체는 무척 어려운 일로, 아라바 스피커는 필자에게 대형 스피커의 운용에 대한 많은 경험과 방법을 제시해 주었던 경우이며, 모든 조건이 맞았을 때 들려주는 아라바의 사운드는 과연 더 이상의 시스템은 의미 없다고 느낄 만큼 완성도가 높았던 경우로, 이를 포기하고 시스템 교체를 하게 된 배경에는 결코 불만이 아닌 새로운 봉우리에 대한 도전 의욕과 더불어 설명할 수 없는 만유인력과 같은 이끌림 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락포트의 알테어 스피커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약 1년 전 일로, 아이어쇼를 통해 처음으로 조우하게 되었으며, 이후 여러 번의 리뷰 작업과, 수입원의 시청실을 통해 많이 접해 마음속으로 항상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초현대적인 미려함으로 외모에서부터 필자를 사로잡은 알테어의 경우, 그 사운드 역시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주며, 점점 필자의 마음속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 스피커는 그리 단순하고 간단하게 사운드의 완성도를 얻을 수 있는 제품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 정도로 시청 때마다 알테어는 천사와 악마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시청 환경과 매칭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심지어 어떤 상황에서는 밸런스가 틀어져 청취가 힘든 경우도 보여 주는 등 도저히 판단이 어려운 스피커로 필자에게 당혹감을 던져 주기도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지켜보며 간접 시청을 해온 경험으로 내린 결론은 바로 앞서 언급한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만큼은 최고의 스피커라는 판단이며, 결국 최종 시청을 통해 도입하기로 결심한 후 수입원의 시청실을 찾게 되었다.
시청실에 매칭된 조합은 솔루션 700을 중심으로 한 매칭, 그동안 많은 시청을 통해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조합으로, 비교적 괜찮은 매칭으로 평가할 수 있는 구성이다. 하지만 첫 음을 듣는 순간 오늘은 완벽하게 악마로 돌변했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중고역의 에너지감과 절제되지 않은 저역의 성향은 이해가 되지 않는 사운드를 재현해 주었다. 주변을 다시 꼼꼼히 살펴보아도 악마의 모습으로 변모된 주된 원인을 찾을 수 없었으며, 이대로 도입을 포기해야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던 중, 아주 사소한 문제가 원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건 다름 아닌 청취 위치의 문제로 평소보다 청취 위치가 좀더 가까웠음을 직관적으로 알게 되었으며, 의자를 뒤로 조금씩 이동하며 사운드의 변화를 확인한 후 최적의 위치를 찾게 되었다. 물론 이런 사소한 원인 때문에 전체 시스템 밸런스가 틀어진다는 측면에서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독자 분들도 계시겠지만, 오디오 시스템의 음 변화는 이런 사소한 것에 의해 좌우되는 현상을 필자는 수없이 경험해왔다. 아무튼 잠시 동안의 위치 이동 후 들려오는 사운드는 악마에서 천사로 돌변했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다른 경향의 사운드가 재현되었다. 특히 유닛을 시원스럽게 이탈하는 각 음의 에너지감과 강한 임팩트 시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 인클로저의 위력은 특히 대편성 곡의 재현 시 탁월한 매력을 선보여 필자가 추구하는 사운드 철학과 정확히 일치하는 경향을 보여 주었다. 사실 당시 사운드의 완성도 측면은 오랜 시간의 튜닝 후 완성된 필자의 아라바와 비교 시 더 뛰어나다고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앞서 말한 무한한 잠재력은 다시 한 번 알테어와 필자의 만유인력적 이끌림을 다시금 강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모든 다른 분야의 제품 역시 마찬가지이겠지만, 오디오 시스템 역시 제품별로 그레이드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고가의 값어치를 못하는 일부 제품들도 존재하지만, 투입된 물량이나, 만듦새,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알테어는 분명 아라바보다는 몇 단계 높은 그레이드의 제품이다. 아라바 역시 동일 그레이드 제품에서는 최고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알테어와 비교하기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무리라고 생각된다. 알테어는 아라바가 도달하기 어려운 또 다른 능력과 신세계를 갖고 있는 제품으로, 필자가 비록 완벽하게 완성한 시스템이 아니지만, 그런 능력을 시청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시청 후 도입에 대한 집착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느낌이었는데, 이는 알테어 자체의 성능과 사운드에 대한 불신이 아닌, 필자가 운용 중인 현 조합과의 매칭 문제와 청취 거리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필자의 경우 입체적인 사운드를 얻기 위해 뒷벽으로부터 전진 배치하는 세팅을 좋아하지만, 금일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과연 입체적인 스테이징 능력의 확보와 최적 청취 거리의 위치와의 관계 등 머리가 복잡해지는 순간이었다. 또한 전체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교체도 불사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등 여간 고민스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모든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필자를 지배하는 가장 뚜렷한 생각은 바로 도전에 대한 의욕이었다. 만약 알테어를 필자가 생각하는 밸런스로 운용할 수만 있다면, 이는 분명 종착역이라는 표현이 가능할 것 같은, 천상의 사운드를 재현할 수 있다는 확신과 함께 어쩌면 필자의 오디오 인생에 있어서 최대의 난적이 될 수 있는 심정과 함께 알테어의 도입을 결심하게 되었다.
도입 전날 밤, 밤잠을 못 이루며 필자는 향후 어떤 방향으로 알테어를 튜닝하여 사운드를 완성시켜야 할지 갖은 고민을 하며 나름대로의 방향을 잡게 되었다. 기본적인 지식과 오랜 세월을 통해 얻은 튜닝의 노하우를 통해 큰 원칙을 세우게 되었다. 이를 잠시 언급하면, 첫 번째는 바로 사운드 스테이지의 입체적인 형성, 즉 락포트와 같이 에너지감이 강하고 정보량이 많은 스피커의 경우 그 수많은 정보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서는 음의 입자들이 정확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입체적인 사운드 스테이지의 확보가 최우선적인 과제라고 생각되었다. 특히 이의 해결 없이는 오히려 알테어의 에너지감과 정보들은 혼탁하고 소란스러운 음을 더욱 강조시킬 뿐이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입체적인 사운드스테이지의 확보를 위해, 얼마 동안의 사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스피커의 설치 위치와 룸 튜닝 등을 통해 가장 먼저 완성해야 할 문제로 기본적인 윤곽을 잡게 되었다.

다음으로 고려한 문제는 바로 음향 대역간의 완벽한 밸런스를 잡는 일이었다.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겠지만, 밸런스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스피커와 파워 앰프간의 완벽한 매칭을 찾는 일이었다. 일단은 현 사용 중인 앰프가 중심이 되겠지만, 필요하다면 교체까지도 불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최상의 파워 앰프를 찾는 것은 분명 가장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일로 두 번째 과제로 고려되었다. 알테어의 경우 필자가 현재까지 간접 시청을 통해 얻은 결론으로는 그리 구동이 쉽지 않다는 점과 한편으로는 절대적인 출력 수치를 동반한 단순한 파워핸들링 문제가 아닌, 좀 차분하고 S/N이 뛰어난 안정적인 앰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아무튼 이런 측면에서 필자가 보유중인 브라보 2 역시 기대감을 갖게는 했지만, 매칭 이전에 결론과 확신을 갖기에는 오디오의 궁합은 오묘하다는 생각을 해 보면, 아무튼 파워 앰프 교체까지도 불사하겠다는 마음은 필자를 떠나지 않게 되었다.
다음으로 고려한 요소는 음의 뉘앙스를 잡는 일, 상당히 애매모호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필자는 머리 속으로 그려 본 알테어의 궁극의 음이 있었다. 그건 바로 다름 아닌 정확한 표현력과 음의 잔향이나, 배음과 관련된 문제로 직선적인 음이 아닌 실제 연주회장의 전망감과 악기들의 자연스러운 질감을 확보하는 일, 바로 그런 문제였다. 이를 위해서는 프리앰프, 소스기기, 케이블 등의 교체를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방침을 세워 두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정이 들고 대안이 없다고 판단되는 골드문트 22S는 제외한다는 원칙으로, 특히 소스기기의 교체를 통해 이런 방향의 음을 잡아가자는 쪽으로 결론을 세우게 되었다. 즉, 섬세하고 미세한 부분의 정보들을 표현해 내는 현대 최고의 정보량과 섬세함을 갖는 그런 소스기기 말이다. 마지막으로 고려한 점은 바로 음색적 완성으로, 알테어의 기본적인 투명하며 중립적인 음색에 음악적인 아름다움을 첨가하는 일로서 케이블이나 액세서리 등으로 최종 튜닝하는 작업이다. 이상 한 4가지 방향으로 튜닝에 대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물론 4가지 모두 생각해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이는 하나의 시스템을 완성하는 데 있어서 무척 중요한 튜닝의 노하우이다. 예를 들면, 필자가 첫 번째로 언급한 정확한 위치와 룸 튜닝을 통한 스테이지의 확보 없이, 파워 앰프나 케이블, 기타 다른 기기들을 교체할 경우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되며, 이외에도 기본적인 밸런스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기기나 케이블의 교체 등을 통해 핵심에 근접하지 못하고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발견하게 된다. 즉, 음의 공간을 잡고, 대역 밸런스를 확보한 후, 그 다음에 음색이나 뉘앙스 등의 최종 튜닝을 통해 각자 원하는 사운드를 완성시켜 가야 하는 것이 바로 오디오 시스템 세팅의 기본이다. 물론 개인마다 취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필자가 언급한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제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결코 보편타당한 좋은 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강한 믿음이다.
아무튼 이런 4가지로 정리된 필자의 튜닝 방향을 실현한  후 재현될 알테어의 사운드는 넓고 깊숙한 무한한 음향 공간에, 전 대역에 걸친 완벽한 밸런스로 특정 부분이 강조되거나 부족함이 없이 아름다운 음색과 잔향감과 배음 성분이 남김없이 표현되는 그런 이상적인 음으로, 과연 알테어는 그런 세계에 도달할 수 있을까 자문을 해본다. 분명 알테어의 기본기는 그런 세계를 경험하게 해줄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을 갖춘 스피커라는 확신이 들었다. 만약 그런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이는 분명 필자의 실력과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아니라는 자답을 하며, 굳은 결심과 의지를 갖고 알테어를 맞이하게 되었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