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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는 예술이다
권인희 회장
글 월간오디오 2009-10-01 |   지면 발행 ( 2009년 10월호 - 전체 보기 )




인간은 누구나 살아가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이런저런 것에 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음주, 흡연, 마약, 도박, 여행, 등산, 낚시, 독서, 각종 컬렉션, 음악 감상 등 이렇게 다양한 중독 군(群) 가운데 오디오 역시도 빼놓으면 섭섭할 만큼 예외가 될 수 없는 분야일 것이다.

필자가 처음 오디오에 입문하게 된 시기는 30년 전 모 법인 실무 책임자로 근속할 때이다. 과중한 업무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을 무렵 이사회가 열릴 때마다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어서 시뻘겋게 달아오른 안색으로 회의실 문을 나서곤 했다. 매번 이를 지켜보던 여직원도 측은해 보였던지 ‘총장님, 바람이나 쐬러 가시죠’ 하며 다정한 목소리로 필자를 이태원 소재 모 음악다방으로 안내했다. 그런데 음악다방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베토벤 9번 합창’에 나도 모르게 깊이 빠져들어 종전에 흥분했던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 뒤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자주 그곳을 찾게 되었고, ‘혹시 집에서 이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큰맘 먹고 롯데 파이오니아 풀세트를 장기할부로 들여놓게 된 것이 나의 험난한 오디오 여정의 출발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팝송과 대중음악을 들을 때는 그런대로 들어줄 수 있었지만, 비록 라이선스 음반이지만, 클래식 LP판을 올려놓으면 그 음악다방에서 듣던 음색과는 달리 시커머틱틱한 음색이 흘러나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는 수 없이 그 장비를 반액이라는 헐값으로 처분하고, 오디오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처하는 주변 행상의 권고로 볼륨이 새는 피셔(Fisher) 리시버에 엠엑스 스피커를 접하게 되었다. 뒤이어 그룬딕 4채널 리시버, 듀얼 풀세트에 리복스 다이아몬드형 스피커, 텔레풍켄 리시버에 B&O 스피커, 그룬딕 2채널 리시버에 AR 11 스피커, 너무 긴 세월이 흘러 모델 이름이 기억되지 않는 폴란드제·독일제 3웨이 소형 스피커 등 상여금이 지급될 때마다 청계천 8가에 나도는 저가형 기기들을 헤매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기기들은 고장이 나면 대책이 없어, 속 쓰림을 무릅쓰고 폐기할 수밖에 없었고, 필자가 시각의 장애를 가진데다가 직장생활로 여가가 없어서 오로지 숍(Shop)도 없는 행상에게 의존하다 보니 바가지 역시 면할 수 없었다.


직장생활을 정리하면서부터 오디오숍의 문을 직접 두드리기 시작했는데, 매킨토시 6200 골드에 독일제 콰르트(Quart) 스피커를 구매하였지만 여전히 음악다방에서 느낀 감동은 얻지 못했다. 그래서 유명 연주자와 연주단체가 내한할 때마다 콘서트홀을 찾아 감상하게 되었다. 오디오 리서치 SP11 프리앰프와 D125 파워 앰프, 탄노이 GRF 메모리 스피커에 인피니티 델타 스피커로, 매킨토시 C22 프리앰프와 MC275 파워 앰프에 ATC 50 스피커, 마크 레빈슨 26S 프리앰프와 마크 레빈슨 파워 앰프에 탄노이 웨스트민스터 로열 스피커, 제프 롤랜드 파워 앰프, 자디스 JP-200 프리앰프에 자디스 JA-80, JA-500 파워 앰프, mbl 101C 스피커, mbl 6010C 프리앰프에 자디스 JA-800 파워 앰프, mbl 101D 스피커, 볼더 1012 프리앰프에 코드 SPM 12000, SPM 14000 파워 앰프, 틸 CS7.2 스피커, 윌슨 베네시 비숍 스피커, 볼더 2010 프리앰프에 볼더 2050 파워 앰프, 에어리얼 20T 스피커, mbl 101E 스피커 등으로 전전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현장의 실연과는 거리가 멀어 좀처럼 방황의 끈을 놓지 못했다. 홈시어터에 기대를 걸고 메리디언 800·861, DSP8000 스피커만으로 5채널을 구성하는 홈시어터에도 입문했고, 어큐페이즈 C-2801 프리앰프, FM 어쿠스틱스 801 파워 앰프, MC2 MC750 파워 앰프에 우드 혼과 18인치 주름 우퍼 2발을 횡으로 구성하는 테드(TAD) 사의 대형 스피커와 이소폰의 아라바 2 스피커도 사용하였지만 현장의 실연을 접하게 되면 예외 없이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가 방황기에 사용했던 아날로그 시스템은 BAT 포노 EQ, 오디오 리서치 포노 EQ, FM 어쿠스틱스 222 MK2 포노 EQ에 턴테이블로는 토렌스 320, 토렌스 520, 베이시스 데뷔 MK5, 롤프 켈츠 레퍼런스 2, 노르마 베이스에 가라드 301과 토렌스 124로 구성한 것 등이다. 어느 한 턴테이블은 사용한 지 1개월 만에 벨트가 대책 없이 벗겨져서 3개월 동안 사용하지 못하다가 결국 방출하였는데, 수입상에서 가격을 대폭 인하한 관계로 구입가격의 50%도 건지지 못하는 불상사도 있었다. 그 후 그 수입상의 제품이 아무리 호기심을 유도하는 기기라 하더라도 접근을 꺼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위에서 소개한 기기들이 필자의 오디오 방황 길에서 접한 기기들의 전부는 아니다. 그 밖에도 소개하지 못한 기기들이 많지만 지면 관계상 생략하도록 한다. 필자는 이렇듯이 오랫동안 기기 교체를 지속하던 과정에서 명주실과 같은 실크음과 면사와 같은 무명음, 그리고 화학섬유와 같은 나일론음 등 그 기기마다 가지고 있는 음의 특성을 발견하게 되었고, 내가 혹시 심한 오디오병에 걸린 대책 없는 중독자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필자는 적은 악기로 구성된 소편성의 음악보다는 오케스트라와 같은 대편성으로 구성된 관현악을 감상하는 성향이라서 오디오를 접할 때는 늘 장쾌한 현장 실연에 바탕을 두고 중·고역보다는 저역 악기에 초점을 맞추어 튜닝을 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오디오 장비가 팝, 재즈나 소나타, 독주 등의 소편성 음악과 같은 어느 한 장르에만 편향적으로 치우쳐서 소리를 낸다면, 그 시스템은 그 해당 분야만을 감상하는 것에는 만족할 수 있을지 모르나, 총체적인 음악을 감상하는 것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동안 필자가 30년에 가까운 오디오 여정에서 체득한 결론은 대편성 음악을 실연과 같이 재생하지 못한다면 결코 완성된 튜닝이라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대편성 음악을 실연과 같이 완벽하게 재생할 수 있어야 그 밖에 다른 장르의 음악까지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 1 토렌스 TD121. 2 노이만 커팅머신(220V/60Hz).

아날로그의 경우, 어느 특정 음반은 훌륭하게 소리를 내는데 비해 여타의 음반은 부족한 소리를 낸다면 그것은 실패한 튜닝이다. 필자는 아날로그에 처음 입문했을 때 음반 숍과 아날로그 동호인들로부터 데카 와이드밴드와 컬럼비아 SAX 음반, 다른 레이블에서도 초반의 음질이 좋으니 그것을 위주로 구입하라는 권고를 받은 바 있다. 실제 튜닝에 들어가서는 데카 와이드밴드 음반이 가장 좋은 소리를 내면 컬럼비아 SAX 음반은 지나치게 건조한 소리를 내고, SAX 음반이 훌륭한 소리를 내면 데카 SXL 음반은 윤곽이 없이 푹 퍼진 소리를 낸다. 그것은 튜닝이 지나치게 강성이거나, 연질로 치우쳤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경우에 소리의 성질을 가급적 중립적으로, 물기가 축축한 정도의 적당한 연질로 튜닝을 했다. 그렇게 하면 서구와 동구, 초반이나 재반, 제조사를 불문하고, 음질의 차이는 약간 있는 듯하지만, 턴테이블에 올리는 음반마다 모두 명반이다. 그래서 필자는 음반을 구입할 때 레이블보다는 연주자를 중심으로 삼았고, 컬럼비아 SAX 음반보다는 미국 컬럼비아 SIX EYE, TWO EYE 음반을 더 좋아하게 되었으며 마이너 레이블의 음반도 홀대하지 않게 되었는데, 특히 동구권 음반을 무척 좋아한다.
3년 전 유명 하이엔드 제조사에서 출시한 최고가액 레퍼런스 프리앰프 5대를 2주일씩 비교 감청하면서 실황 연주에 근접하는 기기를 선별하여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지만, 기기가 지닌 특성만을 파악했을 뿐 성과를 얻지 못했다. 명확성이 결여되어 몽롱한 소리를 내는 기기도 있었고, 악기 소리를 판별하기 곤란할 만큼 웅얼거리는 기기도 있었고, 소리가 밋밋해서 연주자의 감정 묘사가 불가능한 기기도 있었고, 악기 소리가 살아 움직이지 못하고 죽은 소리를 내는 기기도 있었다. 어느 제조사의 엔지니어는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컨슈머의 취향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취향은 악기마다의 원음을 재생한 이후 약간의 음색 문제를 논할 수 있는 것이지 악기 원음도 재생하지 못하는 상태를 컨슈머의 취향으로 돌리는 것은 그 역시 왜곡이라 하겠다. 사실상 질량 불변의 법칙에 따라 아무리 긴 세월이 흘러도 악기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음색은 변함이 없는데, 하이엔드 오디오는 음악을 계측기로 측정하여 대역을 무작정 넓히고, 악기가 지닌 고유의 음색을 제조사마다 착색·변조시켜 원음과는 차이가 있고, 그 개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원음을 왜곡하고 있어서 하이엔드 오디오로는 오디오 방황 길을 끝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필자는 지난 2년 반 동안 빈티지에 입문하여 연주회장의 실연 음악을 찾기 위해 많은 번뇌를 하기에 이르렀지만, 그 역시도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는 험난한 방황 길임을 인지하였다.
빈티지에 입문하여서는 기기 교체에 따른 케이블 튜닝에 주력하였는데, 오디오 숍이 아닌 고수를 자칭하는 사람들로부터 선재의 제조사나 모델명이 표기되지 않은 줄들을 그저 30~40년대 노이만 줄이니 웨스턴 줄이니 하는 말만 듣고 구입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해, 어떤 경우에는 실제 가격의 십여 배 이상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아이러니컬한 일도 있었고, 희대의 명기를 회로 점검 능력이 없는 장인에게 맡겨 폐기처분할 뻔 한 웃지 못할 경험도 하게 되었다. 케이블에 관해서는 하이엔드 시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튜닝에 자신을 갖는다는 어느 동호인이 케이블을 들고 와서는 미국 나사에 납품되는 선재라면서 선재의 마지막이라고 하기에, 하이엔드 선재 값에 맞먹는 고액을 지불하고 여러 조 구입해서 사용하다가 단자를 바꾸려고 해체해 보았는데, 허접한 선재에 테플론으로 감아 자작한 제조사와 모델이 없는 ‘묻지마’ 케이블이어서 다시 팔지도 못하고 지금까지 애물단지로 껴안고 있다.


▲ 1 피셔 FM-100-B 튜너. 2 테크닉스 SL-P1200 CD플레이어. 3 데카 스테레오 데콜라 프리앰프. 4 데카 스테레오 데콜라 EL34 모노블록 파워 앰프.

필자는 이와 같이 시행착오를 반복하던 끝에 전문가를 자처하는 동호인이나 장인에게 의존해서는 실망만 반복될 뿐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고, 내가 추구하고 얻고자 하는 소리는 본인 스스로가 직접 찾아 만들어야 하며 결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유닛과 네트워크가 일체형으로 구성된 가장 초기형 탄노이 블랙을 구입하여 기대를 걸고 끝장을 보려고 튜닝을 시도했지만, 저역의 약점 때문에 대편성에서 실연의 현장음을 얻을 수가 없어서 방출하였고, 2년 전 우연히 클립시 혼 알니코 스피커를 구입하였는데, 유닛과 네트워크의 배선재로 질이 몹시 낮은 주석줄을 사용한 탓에 중고역이 너무 사납고 날카로워서 도저히 들을 수 없었지만 종전에 접했던 수많은 스피커들에 비하여 무한대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엿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 스피커로 필자가 추구하는 현장음을 필자의 손으로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는 집념을 갖기에 이르렀다. 인내심을 가지고 배선재를 10여 차례나 바꾸면서 튜닝을 시도하였고, 심지어 네트워크 배선까지 교체하였다. 물론 클립시 스피커의 튜닝은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하이엔드를 추구할 때보다는 기기를 그다지 많이 교체하지 않았지만, 럭스만 CL32, CL34 프리앰프, 다이나코 패스 2 프리앰프, 캐년 트랜스 2조로 구성된 프레스토 프리앰프, 인터스테이지 방식의 피셔 50A 파워 앰프, 보겐 650 파워 앰프, 파이(PYE) 파워 앰프, PX25 PP 파워 앰프, 데카 장전축에서 발췌한 데콜라 EL34 3극관 방식의 파워 앰프 등을 경유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을 경험했다.
특히 지난 6월 30일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Russia National Orchestra)와 플래트네프가 내한하여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을 연주회장에서 듣고 돌아와서, 어느 정도 튜닝이 완성되었다고 믿고 있던 필자의 시스템으로 의기양양하게 동일 악단의 동일 지휘자가 연주·녹음한 음반을 듣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실연에서와 같이 관악기들의 찬란함과 걸쭉함, 북소리와 저역 악기들의 장쾌함을 느낄 수가 없었고, 2년여 간의 튜닝으로 자신감에 찼던 시스템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없었다. 필자는 이것이 바로 실연과 가까워지기 어려운 오디오 기기의 한계인가 하는 체념에 빠져, 오디오 기기를 정리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시스템 전부를 매각하기로 결심하고, 가지고 있던 기기의 정리에 들어갔는데, 우연히 국내에서 오디오 장비를 제작하여 해외에 수출하는 제조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선입견 때문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오디오가 서구에 수출된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겨, 중고 시장에 나온 올닉 사가 제조한 PX25 싱글 파워 앰프를 구입하여 감청하게 되었다. 뜻밖에도 실연과 흡사한 무대감, 드넓은 대역, 팀파니와 큰북, 모든 저역 악기가 군더더기 없이 장쾌하고 명료하게 표현되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 놀란 것은 종전에 주력기로 사용하던 파드리치 트랜스가 탑재된 영국제 PX25 PP 파워 앰프에 비해 동일 출력관의 싱글 앰프가 청감상 4~5배의 힘을 쏟아 낸다는 사실이다. 오디오 불모지라고 단정했던 우리나라가 이렇듯 훌륭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가지게 되었고, 올닉 사를 방문하여 시스템을 새롭게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필자는 오디오 기기를 모두 정리하여 기나긴 오디오 여정의 종지부를 찍는 상황에서 올닉 사로 인해 결국 오디오 중독증을 치유하지 못하고 만다.


필자가 다시 구축한 시스템은 노이만 커팅머신(220V/60Hz)에 스테레오 카트리지를 장착하고, 토렌스 TD121에 모노 카트리지를 장착하고, 헤드 앰프, 포노 EQ, 프리앰프, 파워 앰프는 모두 올닉 사의 레퍼런스 기종으로 편성하였다. 현재는 오랫동안 나의 오디오 철학으로 목표를 삼았던 현장 실연 음악을 필자의 리스닝룸에서 쉽게 즐길 수 있어서 긴 방황 여정을 마감하게 되었기에, 아직도 끝없는 오디오 방황 길을 헤매고 계신 오디오 집시 동료들에게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오디오 인생 30년만에 뒤늦게 만난 올닉 오디오의 국제 시장에서의 선전이 정말 자랑스럽고, 부디 올해 수출 목표인 150만 달러를 달성하기 바란다.
음악은 과학이 아니다. 따라서 음악을 표현해 내야 하는 오디오 기기도 과학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든다면 큰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다. 필자의 오디오쟁이 30년사에서 사람이 알 수 없는 그 무엇들을 체험하면서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스피커의 배선재를 교체할 때 납땜에서 납의 종류에 따라 소리가 천국과 지옥을 오가기도 하였고, 인터 케이블을 만들 때 단자와 납의 종류에 따라 기기가 바뀐 것처럼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체험하기도 하였다. 튜닝을 하면 할수록 겸손해질 수밖에 없고, 단정적인 말을 아끼게 된다. 현대 오디오 기기가 악기의 원음과 실황 연주를 표현하는데 있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은으로 만든 선재와 동선에 은을 도금한 선재가 바로 그 주범이다. 물론, 필자의 이 의견이 과학적으로 전기전도율이 가장 우수하다고 검증된 은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제조사의 엔지니어들을 설득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필자는 튜닝 과정에서 악기의 원음과 디테일한 연주자의 감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최종적으로 시도했던 것이 모든 기기의 배선재를 동선으로 교체하는 일이었다. 동선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어떤 동선은 푹 퍼진 소리가 나기도 했고, 또 어떤 동선은 희뿌연 안개가 낀 것 같은 소리를 내기도 했고, 또 어떤 동선은 도저히 들을 수 없을 정도의 무척 과장된 소리를 내기도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결과 동선이라 하더라도 배선재로 통용될 수 있는 선재는 2~3 종류로 지극히 제한적임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기기 교체로 집을 한 채 살만큼의 수업료에다가 선재 값에 납땜쟁이 품삯까지 가세되어, 보이지도 않는 눈알이 빙빙 돌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 어떤 기기를 만나더라도 망설이지 않고 과감히 배선재를 교체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오디오 기기는 사용자의 열정과 튜닝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그러므로 사용자가 기기 자체에만 의존하여 추구하는 소리를 얻고자 한다면 방황의 수평선을 계속 헤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방황을 끝내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소리는 내가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 사용하는 시스템

스피커 클립쉬 혼, B&W 매트릭스 801   프리앰프 올닉 L-5000, 데카 스테레오 데콜라
파워 앰프 올닉 A-6000(에미션 300B-XLS 사용), 올닉 특주 PX25 싱글 앰프, 데카 스테레오 데콜라 EL34 앰프
CD 플레이어 테크닉스 SL-P1200  
턴테이블 노이만 커팅머신(220V / 60Hz), 토렌스 TD121
카트리지 올닉 베리토·승압트랜스 : 올닉 HT-2500 헤드 앰프  
포노 EQ 올닉 H-3000
튜너 피셔 FM-100-B   액세서리 뮤직툴스 오디오 랙



▲ 1 올닉에서 제조한 PX25 싱글 모노블록 파워 앰프. 2 올닉의 LCR 포노 스테이지 H-3000. 3 올닉의 레퍼런스 라인 프리 L-5000. 4 올닉의 300B 더블 파라 싱글 모노블록 파워 앰프 A-6000.

·올닉의 다이렉트 방식의 MC 카트리지 베리토(Verito)
일반 MC 카트리지가 모두 오토폰의 SPU를 기초로 한 일종의 간접 방식의 MC이나, 올닉의 베리토는 LP 레코드를 제조할 때 쓰이는 커터헤드의 방식의 직접 구동 방식 MC 카트리지기 때문에 다이내믹하고 디테일하며, 왜율이 낮기 때문에 현악기나 보컬의 생생함을 나타내는데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덕분에 지금까지 문제없이 사용하여왔던 카트리지가 중음이 뭉치면서 소극적인 재생인 것을 발견하고 즉시 교환하였다.

·올닉의 진공관식 헤드 앰프 HT-2500
현재 정식 생산 중인 진공관식 헤드 앰프는 올닉의 HT-2500이 유일하다. 정확히 MC 승압 트랜스와 같은 기능을 하는 앰프이므로 MC 카트리지 사용자에게만 필요한 것이며, 물론 포노 앰프는 별도로 필요하다. 승압 트랜스는 패시브 제품으로 별도의 전원 없이 입력된 작은 신호를 전압만 증폭하므로 트랜스 자체의 손실이 약 20% 정도 있다(트랜스의 사이즈가 작기 때문). 즉, 약 20%의 작은 신호는 승압 트랜스 자체에서 없어져 버리므로 음의 디테일과 뉘앙스가 손상을 입는다는 사실이다. 사실 헤드 앰프의 노이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남기고 포기하여 왔다. 그러나 올닉의 헤드 앰프 HT-2500은 누비스타 7895라는 극소형, 저잡음의 진공관을 사용하였고, 고정 바이어스 방식의 회로로 인하여 극히 낮은 잡음으로 LP를 즐기는데 전혀 감지 못할 정도의 잡음 수준이며, 신호의 손실이 없는 전력 증폭 방식이므로 그 다이내믹과 음의 디테일 및 음색의 아름다움 등에서 어떤 결점도 보이지 않은 진공관식 헤드 앰프이다.

·올닉의 LCR 포노 스테이지 H-3000
전단 트랜스포머 결합 방식의 LCR 포노 이퀄라이저 앰프이다. LCR 방식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으나 600Ω 임피던스의 LCR 유닛의 결합 기술이 매우 고난도의 기술이다. 올닉은 15년 전부터 LCR 포노 제조에 매진하여, 지금은 전 세계 포노 앰프 시장에서 LCR 포노 및 일반 포노 앰프의 최강자로 인정받기 시작하였으며, 그 해외 수출량이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필자는 올닉의 LCR 포노 중 최고급인 H-3000을 사용하고 있다. 자연스러움과 대역의 밸런스 및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 최고의 S/N비 등으로 더 이상 바랄게 없는 최고의 포노 앰프로 평가하고 싶다.
·올닉의 레퍼런스 라인 프리 L-5000
올닉의 대표작 L-5000 라인 프리를 사용하였다. 대편성의 음악을 선호하는 관계로 더 넓은 대역과 다이내믹 및 각 악기의 질감 표현 등을 고려하여 올닉의 최고급 수주 생산품인 레퍼런스 프리를 특주하였다. E55L이라는 특별한 진공관을 사용한 출력 트랜스 결합 방식이다. 출력 트랜스 결합 방식의 프리앰프는 좁은 대역과 왜곡에 의한 독특한 음색과 중역대의 도드라짐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독특한 프리앰프의 한 형태이다. 올닉의 레퍼런스 프리는 그 재생대역이 10Hz~50kHz까지 평탄하고, 낮은 왜율로 인하여 일반 CR 결합의 진공관식 프리나 트랜지스터 방식의 프리보다 오히려 대역이 매우 넓고, 음색은 각 악기의 특성을 최고로 표현해 주는, 객관성이 확보되는 독특한 프리이다. 각 음악 재생 시 필요에 따른 강약과 힘의 조절이 절묘하다. 특히 저음대의 막강한 힘과 저음의 빠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금까지 사용하였던 최고급 프리앰프 등을 능가하고 남음이 있다.

·올닉의 300B 더블 파라 싱글 모노블록 파워 앰프 A-6000
올닉의 300B 진공관 구동 방식은 독특하다. 트랜스 결합과 CR 결합의 장점만을 조합한 초크트랜스 결합 방식이다. 20Hz~50kHz까지 평탄한 주파수를 전달할 수 있으며, 또한 300B 앰프의 가장 큰 단점인 저음의 구동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삼극관 싱글 엔디드 구동 방식의 아름다움과 음악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것이다. 단, 싱글 엔디드 방식은 출력이 적어 특별히 높은 음압을 가진 스피커에만 쓸 수 있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올닉에서 개발하여, 특히 해외에서 인기 있는 방식인 이 싱글 엔디드 방식은 출력관의 개수를 높여서 음질의 순수성을 지키면서도 출력과 구동력을 높이는 ‘파라’ 싱글 엔디드 방식이다. 필자는 그중 가장 상위 모델인 4 파라 싱글 엔디드 300B 파워 앰프 A-6000을 선택하였다. 원래 오리지널 버전은 순 A클래스 50W 급이나 출력관인 300B를 에미션(Emission)의 300B-XLS로 교체하여 순 A클래스 80W 급으로 특주하였다. A-6000은 순 A클래스 싱글 엔디드 방식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유지한 채 어마어마하게 증가된 스피커 구동 능력을 보유하여 필자가 좋아하는 대편성 관현악곡을 가장 자연스럽게 재생하여 주고 있다.

<Monthly 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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