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를 꿈꾸는 고독과 낭만의 창조적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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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를 꿈꾸는 고독과 낭만의 창조적 정서
  • 김문부 기자
  • 승인 2011.07.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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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 교수

김정운 교수의 거침없는 입담이 이곳저곳에서 화제이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통쾌하다. 지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개구쟁이의 마스크. 오히려 그런 모습이 인간적이기에 더욱 더 많은 이들이 환호한다. 고민해왔던 많은 것들이 그의 탁월한 언변으로 해결된다. 웃음을 유발하는 말들 속에 굵은 심지가 들어 있다. 무릎을 치며 웃다가도, ‘정말 그랬지, 그랬어!’ 하며 공감을 유발한다. 숨겨 왔던 많은 난처한 고민거리들을 호쾌하게 해결한다. 여러가지문제연구소, 이름부터 믿음이 가지 않는가. 오랜만에 지적 멘토가 등장했다.

그의 집필실에 들어선다. 굉장히 감성이 전해져오는 낭만적인 분위기. 누구나 내 개인적인 서재나 작업실이 있다면, 이렇게 꾸며놓을 것이라는 꿈을 꾸게 하는 그런 작업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지나치게 화려한 호화 궁전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소박하게 담아놓은 그의 문화적 감수성이 적재적소에 담겨 있다. 꼼꼼하게 정리된 책자들이나 음반들이 그가 살아온 흔적들을 이해하게 한다. 하나하나 모두 소중한 기억들과 추억들이 잠들어 있다. 방송에서와는 달리 상당히 감성적이고, 낭만으로 충만한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탄노이 블랙과 웨스턴 시스템의 조합이 집필실 정중앙에 위치한다. 그의 예스러운 음악적 취미가 이색적이다. 그의 집필실에서 듣는 음악은 큰 감동이 있다고 한다. 글을 쓰다 지칠 때도, 무언가 생각할 때도, 지나간 추억들을 떠올릴 때도, 언제나 음악과 함께 한다. 음악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짧은 문장으로 이해가 간다. 그가 좋아한다고 하는 만년필, 원두커피, 음악, 그리고 오디오…. 그가 아침마다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동선이 그려지는 듯하다. 뭔가 상당히 운치 있지 않는가. 그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의 인생에서 있어 음악은 참 소중한 동반자였다고 한다. 외로움에 사무치던 시절이면 언제나 음악이 있었다. 때론 연인보다도 더 강렬한 추억이었다. 음악의 힘이 그의 외로움을 이겨내게 했다. 군 복무 시절 최전방에서 들었던 그 음악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던 그 적막함 속에 그와 음악, 그리고 최전방의 긴장감이 함께 했다. 몰래 숨겨 들고 와 들었던 휴대용 라디오의 추억. 우연히 잡힌 FM 클래식 채널의 순간, 그리고 흘러나오는 누군가의 바이올린 협주곡…. 음악이 이렇게 감동을 주고, 자신의 외로움을 치유해줄 수 있구나. 그는 그렇게 홀로 생각했다. 바이올린이 하늘하늘하게 펼쳐지는 그 아름다움 속에, 바람에 스쳐 잠시 신호가 잡히지 않는 그 순간마저도 감동적이다.

그 추억을 상기하며, 제대를 하고 곧 오디오라는 것을 들이게 된다. 처음 시작은 아마 인켈 시스템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주위의 추천을 받아 세운상가에서 마샬 스피커를 구매했다. 당시 오디오나 소리에 대한 것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음악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오디오로 듣는 첫 음악의 감동, 누구나 기억하지 않는가. 파바로티의 아리아들, 바흐의 평균율…, 당시 함께 했던 음악들이다.
그가 클래식에 빠질 수 있게 된 계기에 젊을 적에 함께 했던 여인들을 이야기한다. 음악을 전공하는 여인들. 그 여인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의 음악적 지식과 취향도 거기에 맞춰 간다. 호쾌한 발언이다. 특히 성악을 전공하는 여인을 많이 만났는데, 지금 성악을 좋아하는 이유도 다 여기에 있다고 행복한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실 지금의 아내 역시 성악을 전공한 사람이다. 클래식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던 것이다.
오디오는 여인과 비슷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여인을 그렇게나 쫓아다니다가도, 그 여인이 드디어 마음을 열었을 때 그는 뒤돌아선다(물론 지금의 아내는 예외지만). 갑자기 싫어지는 것이다. 오디오 역시 마찬가지이다. 누군가의 집에서 들었던 그 거창한 시스템을 그렇게나 선망했지만, 막상 내 집에 들여놓고 나면 이상하게 싫어진다. 에이징을 어느 정도 완성하고, 소리의 완성을 체험할 때쯤 어김없이 다른 오디오들이 눈에 들어온다. 늘 이별을 감지하는 위태위태한 오디오 생활…, 그는 오히려 그것이 좋다고 한다.
유학을 위해 독일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그는 외로웠다고 추억한다. 옛날 사진을 보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왜소한 모습이다. 그만큼 그에게는 낯선 땅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이 언제나 함께 했다. 그럴 때마다 언제나 위안이 되어준 것은 음악이었다. 북구의 어느 외진 곳에서 듣는 실연과 음악의 감동들. 그가 행복하게 미소 지을 수 있었던 추억이다. 그가 독일에 가서 맨 먼저 한 것은 재미있게도 오디오 구매였다. 물론 오디오에 대한 욕망보다는 음악에 대한 욕구가 강했을 것이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당시 구입했던 것이 칸톤 스피커와 온쿄 앰프. 이 시스템을 어렵사리 구매하여 음악을 들었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낯선 타국에서 듣는 음악들. 당시 기억에 남는 음반으로 톤 쿠프만의 헨델 메시아를 떠올린다. 레코드점을 들어가서 우연찮게 구매한 음반인데, 그 감동의 여운은 오래 갔다. 지금도 가끔 꺼내 듣는데, 그 때의 감동은 여전하다. 바흐 B단조 미사,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등 많은 음악들을 덧붙인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멋들어지게 부르던 헤르만 프라이, 당시 동독 TV에서 우연히 들었던 프리츠 분더리히의 노래, 유난히 키 큰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피셔 디스카우, 그렇게 특히나 성악을 좋아했다. 독일의 어느 교회에서 칸타타를 실연으로 들은 적이 있는데,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파이프 오르간의 매력에 흠뻑 취해 눈을 감고 귀 기울이던 모습을 떠올린다.

그는 외로워야 창조적으로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슈베르트가 좋다고…. 그도 나처럼 그렇게 외로웠을 테니, 그 아름다운 곡들을 써내려갔겠지 하고 상상한다. 그가 지금 슈베르트의 머리와 안경을 하고 있는 것도 모두 슈베르트의 영향이다. 그와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다는 이야기. 하물며 외로움까지도. 하지만 그는 너무도 아름다운 가사와 음악들을 만들어 내었다. 그래서 더욱 감동한다.
그가 빈티지 오디오에 빠지게 된 이유는 재미있다. 이 모든 것이 김갑수(시인)에게 속은 것이라고 분노(?)하며 이야기한다. 사연은 이렇다. 늘 500만원으로 빈티지 오디오를 충분히 맞출 수 있다고 입김을 불어넣었고, 결국 7년 전 그의 꼬임에 드디어 귀 기울이게 되었다. 그래서 500만원으로 어렵사리 첫 번째 빈티지 시스템을 마련하게 된다. 하지만 이상했다. 아무리 들어도 뭔가 부족한 소리가 나오는 것. 또 한편으로는 빈티지 소리는 원래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그래서 한달쯤 있다가 소리가 좀 이상한 것 같다고 물으니 그제야 스피커에 비해 앰프 그레이드가 한참 낮다며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앰프를 업그레이드하자고 또 바람을 넣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빈티지 오디오의 맛을 보게 하려는 밑밥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역시 그러면 그렇지 하며, 업그레이드를 하니, 이번에는 또 스피커가 문제란다. 스피커를 지르자고 또 부채질이다. 그렇게 그의 꼬임에 넘어가서 대략 7년 동안 스피커는 6-7번 바뀌었고, 앰프는 5-6번 교체하게 되었다. 알텍, 파트리션, 매킨토시 등 여러 제품들을 그 덕분에 경험해보았다고 한탄한다. 사실 김갑수 씨와 그는 선후배 사이로 오래 전부터 친하게 지내온 사이. 하지만 곁에 오디오 고수가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현재의 시스템은 탄노이 블랙과 웨스턴 106 프리앰프, 그리고 웨스턴 124B 파워 앰프 조합이다. 이 역시 김갑수 씨의 작품으로,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가 베스트셀러된 기념으로 질러야 한다, 지금 안 지르면 언제 지르냐의 협박 섞인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간 것.

빈티지 시스템을 왜 그렇게 좋아하냐고 물으니, 소리를 만들어 가는 기분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현대 오디오는 처음 들었을 때는 좋을지 모르나, 소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간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금방 질리고, 매력을 잃어버린다는 것. 하지만 빈티지 오디오는 자신이 주체적으로 소리를 만들어가고, 에이징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한다. 최종적으로 소리를 완성했을 때의 그 자부심, 그것이 참 좋다고 미소 짓는다. 물론 에이징과 소리가 완성되면 또 질리는 것은 그의 어쩔 수 없는 숙명.
빈티지 제품의 숙명상 전원에 대한 고민도 빠트리지 않는다. 파워텍의 제품을 시험 삼아 들여놓고 비교하고 있는데, 역시 그 명성만큼 어느 정도 소리의 효과가 있는지 사뭇 기대되는 눈치이다. 또한 진공관이나 케이블 등 소리의 완성을 위해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고민을 곁들인다. 그 역시 오디오 앞에서는 방송에서처럼 고민을 호쾌하게 해결할 수는 없나보다. 물론 모든 오디오 애호가들의 서글픈 운명이겠지만….
그는 집필실에 오면 오디오부터 켠다고 한다. 그만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시간이 있으면 하루 종일 음악을 들어도 부족하다는 그이다. 집필실이 이렇게 생긴 것에 대해 너무도 감사한다고 이야기한다. 지금의 오디오와는 사실 약간의 거리감이 있는데, 이것이 그의 오디오 하는 즐거움이다. 약간 거리감이 있는 여자에 대해, 약간의 시간을 두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참으로 가슴 설레지 않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백건우 연주의 포레의 로망스를 들려준다. 달빛과 빗방울 소리가 그리워지는 그런 소리, 집필실의 공기가 따뜻해지고 있다. 이것의 탄노이 블랙의 영롱한 힘이리라. 

사용하는 시스템
스피커 탄노이 블랙   프리앰프 웨스턴 106   파워 앰프 웨스턴 124B   소스기기 에소테릭 P-2S·D-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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