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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이후, 그가 사랑하는 음악의 시간
청담동 김종현 씨
글 이승재 기자 2011-09-01 |   지면 발행 ( 2011년 9월호 - 전체 보기 )




오후 10시 이후에 한두 시간 음악을 듣는 것이 행복하다는 그는 요즘 부다페스트 현악 4중주단이 연주한 베토벤의 현악 4중주를 열심히 듣고 있는데, 전 곡을 마스터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오디오보다는 음악을 좋아하고, 음반을 모으는 재미에 푹 빠진 그의 오디오 라이프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이번에 만난 청담동에 살고 계신 김종현 오디오 애호가 분은 오디오를 좋아하는 분이 아닌 음악을 사랑하는 분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이 정도의 기기로 월간 오디오에 나와도 되는 것인지 물어 보았고, 의뢰가 들어왔을 때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하며, 여러 번 고사했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취재에 응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가 처음 오디오를 시작한 것은 음반 구입부터다. 젊었을 때 그는 울산에서 회사를 다녔다. 당시 울산은 문화의 불모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FM 라디오도 안 나오고, 음반을 사는 것도 쉽지 않았다. 기숙사에서 생활을 했던 그는 어쩌다가 대구 FM을 듣게 되었는데, 어디에서 많이 들어본 음악이 흘러 나왔고, 그때 나온 음악이 스페인 악단이 연주한 팝으로 편곡된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였다. 그는 얼른 그 곡의 이름을 적어 그것을 들고 음반점에 가서 그 음반을 달라고 했고, 그 음반이 그의 첫 번째 클래식 음반이다. 그 당시 월급을 받으면 그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술 먹기에 바빴지만, 술 먹는 취미가 없던 그는 시내에 나가 음반을 구입했다. 그 당시 오디오가 없는데도 음반을 사 모으는 재미에 빠져 음반만 150장 넘게 샀고, 울산에는 클래식 음반을 파는 곳이 없어 대구까지 가서 미제 물건 파는 데에서 살 정도로 푹 빠져 있었다고.


그러다가 보너스를 받아 산 것이 마란츠 2330B 리시버에 테크닉스 SL-1301 턴테이블, AR11 스피커였다. 당시 지불한 금액이 150만원으로 큰돈이었다. 그리고 구입하게 된 사연도 인상적이었다. 울산에 미제 물건을 파는 곳이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디오가 있냐고 묻게 되었고, PX에서 흘러나온 것이 있어 사게 되었는데, 밀수품인데다가 블랙마켓(?)에서 구매하는 것이 처음이라 너무 걱정이 되어 가게 주인에게 구입하면 잘못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잘못되어도 자기가 잘못된다고 해서 구입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 구입한 마란츠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을 조강지처처럼 함께하고 있다고.
결혼을 한 후에도 그 오디오를 애지중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에 음악을 듣다보니 소리가 벙벙해서 그릴을 열게 되었다. 그랬더니 스피커의 에지가 다 찢어진 것이었다. 범인은 큰딸. 그때는 에지를 교환하는 것도 몰랐고, 결혼해서 생활했던 울산에는 교환할 수 있는 곳도 없어서 그냥 두었다. 그러다 캐나다에 갈 일이 생겨 캐나다의 AR 대리점에서 수리를 했고, 그 후로 잘 들었지만, 결국 아이들이 커 가면서 치는 사고 때문에 더 이상 음악을 들을 수 없어서 오디오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이들이 다 컸다고 생각해 10년 전부터 오디오를 다시 시작했다. 오디오를 다시 시작하면서 스피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정말 많은 여러 가지 스피커를 들어 봤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는 스피커를 쉽게 만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KEF의 107/2 스피커를 만나게 되었고, 첫눈에 반했다. 딱 맞는 스피커를 만나 지금도 아끼고 사랑하고 있고, 현재 가지고 있는 시스템 중 단 하나만 갖는다면 이 스피커를 택할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박스까지 보관할 정도라고.


▲ 1 KEF 107/2 스피커. 당대 최고의 스피커로 혁신적인 요소가 가득한 제품이다. 중·고역 모듈의 회전으로 쉽게 토인이 가능하며, 무지향 스타일의 저음 재생도 인상적. 2 스레숄드 T2 프리앰프. KEF 107/2 스피커와 매우 잘 어울려 애지중지하고 있다. 3 패스 X350 파워 앰프. 패스와 KEF의 매칭은 자극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려준다. 4 마란츠 2330B 리시버. 오디오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조강지처. 5 마크 레빈슨 No.390S CD 플레이어. 도톰한 느낌의 아날로그적인 음색이 매력적이다. 6 어큐페이즈 DP-75 CD 플레이어. 콤팩트하고 해상력 있는 음색이 일품이다. 7 파워텍의 PAV-5000·PW-3000DW·벽체 콘센트. 전원장치의 도입으로 밸런스와 깊이가 변화되어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 린 손덱 LP12 턴테이블은 에코스 톤암, 아키바 카트리지, 린토 포노앰프, 링고 전원장치로 구성된 풀 린 시스템으로, 현악과 소편성에 탁월하다.


그는 플레이어를 여러 개 사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장르에 따라 음악을 재생하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어큐페이즈 DP-75의 콤팩트하고 해상력 있는 음색, 도톰한 느낌의 아날로그적인 음색 마크 레빈슨 No.390S, 현이나 실내악에 좋은 린 손덱 LP12, 대편성에 좋은 토렌스 TD520이 주는 각각의 매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하고 있는 턴테이블이 모두 플로팅 타입이라 리지드 타입인 EMT나 SME의 턴테이블과 바꿔 사용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는 한때 전원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사람들이 파워텍에서 나온 AVR과 차폐 트랜스를 써보라고 했지만 큰 변화가 없을 것 같아 포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냥 지내다가 우연히 그가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 회원 집에 가게 되었고, 그 회원이 사용하고 있는 AVR과 차폐 트랜스의 적용으로 인한 밸런스와 깊이의 변화에 충격을 받았다. 그 효과에 놀라서 파워텍의 AVR과 차폐 트랜스를 사용하게 되었고, 어느새 벽체 콘센트도 바꾸게 되었다. 사용하고 있는 현재 매우 만족한다.


LP를 물로 닦을 때 사용하는 라벨 보호기를 자작할 정도로 오디오의 열정을 가지고 있다. 그가 이것을 제작하게 된 이유는, 기존의 라벨 보호기가 크기의 여유가 없어 라벨이 젖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알루미늄으로 제작했고, 알루미늄 덩어리로 하면 무거워서 속을 파낸 것도 그의 아이디어. 그리고 애지중지하는 오디오를 깔끔하게 사용하고 싶어서, 버튼에 블루택을 조금 붙이고 그 위에 버튼을 덮는 투명 비닐을 붙여 오디오 푸시풀 전원 버튼이 손때로 변색되지 않는 예방 팁도 그의 아이디어.
1990년대에 LP는 죽었다고 해서 CD를 모으기 시작했지만 삭막하고 음악을 듣는 맛이 없어서 6~7년 전부터 다시 LP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판들을 사기 위해 이베이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라이보비치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을 사기도 했다고. 얼마 전 이베이에서 딱 한 번 본, 국내에 없는 콘트라베이스 음반을 경매에서 놓쳐서 무척이나 아쉽고, 지금도 생각난다. 전에도 LP가 많았지만 지금은 더 늘어나서 다른 방에 나누어 LP를 보관하고 있다. 그의 음반 욕심은 끝이 없는 듯하다.
실연은 오디오로 듣는 것과는 다른 큰 감동을 주기에 서울시향 연주회에 자주 가는 그는, 사실 지휘자 정명훈의 팬으로, 서울시향 취임 첫 해에 있었던 베토벤 사이클 일 년 치를 예매해 다 들었다. 그 후에 있었던 브람스 사이클 역시 다 들었다고 하며, 얼마 전 전람회의 그림 할 때도 다녀왔다고. 그가 정명훈은 좋아하는 이유는 쉽게 느낄 수 없는 눈물이 날 것 같은 큰 감동을 주기 때문이라고.


▲ 토렌스 TD520 턴테이블은 SME 3012-R 통암과 오토폰 SPU 마이스터 실버 카트리지, EAR 834P 포노 앰프의 구성이며 대편성 위주의 음악을 주로 듣고 있다.

경제도 안정되고, 예쁜 딸 둘에 늦둥이 아들까지 남부러울 것 없던 그에게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의 부인이 난소암으로 투병하다 떠난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힘들었을 때 그를 위로해 준 것은 오디오였다. 술과 담배를 좋아하지 않기에 어려울 때 그를 위로할 것이 거의 없었지만, 오디오가 따뜻하게 받쳐 줘서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현재 목표는 가족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이다. 그의 둘째 딸이 작곡과에 다닌다고 하는데, 클래식 전공이지만 시험 때만 잠깐 듣고 공부하는 정도로 클래식을 거의 듣지 않아 고민이다. 딸의 친구들에게도 물어봐도 마찬가지라 뭐가 잘못된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심정. 음악을 듣기에 너무 좋은 환경인데 활용하지 않아 아쉽다. 대신 가끔 아들과 함께 음악을 듣는다고 한다. 아들이 피아노 소나타와 바이올린 소나타, 피아노 트리오 등 형식을 구분해서 흐뭇하며, 나중에 아들에게 오디오를 물려주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 요즘은 아들이 홈시어터를 하자고 졸라서 고민 중이라고 한다.
오후 10시 이후에 한두 시간 음악을 듣는 것이 행복하다는 그는 요즘 부다페스트 현악 4중주단이 연주한 베토벤의 현악 4중주를 열심히 듣고 있는데, 전 곡을 마스터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오디오보다는 음악을 좋아하고, 음반을 모으는 재미에 푹 빠진 그의 오디오 라이프가 정말 행복해 보였다.


▶▶ 사용하는 시스템
스피커 KEF 107/2   프리앰프 스레숄드 T2   파워 앰프 패스 X350   리시버 마란츠 모델 2330B
CD 플레이어 마크 레빈슨 No.390S, 어큐페이즈 DP-75   턴테이블 린 손덱 LP12, 토렌스 TD520
톤암 린 에코스, SME 3012-R   카트리지 린 아키바, 오토폰 로만, 오토폰 SPU 마이스터 실버
승압트랜스/포노 EQ 린 린토, EAR 834P   전원장치 린 링고, 파워텍 벽체 콘센트, 파워텍 KEF 큐브 파워 서플라이, 파워텍 PAV-5000, 파워텍 PW-3000DW
인터커넥트 케이블 오디오플러스 신포니아 1617 RCA 케이블, 실텍 SQ-110 클래식 XLR 케이블
스피커 케이블 킴버 바이포컬 XL
전원 케이블 오야이데 PA-23, 타이스 인피니티 스피드, 파워텍 전원 케이블

<Monthly 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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