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 디자인 트렌드가 이제는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두툼하고 유선형 형태의 묵직한 느낌을 강조했다면, 지금에서 와서는 한층 더 슬림해진, 세련미가 강조된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다. 덕분에 소리 성향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 이전에 저음 위주의 강렬한 타격감이 주류였다면, 이제는 전체적인 밸런스를 추구하는 플랫 사운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와 함께 여러 브랜드들이 자신만의 개성으로 헤드폰·이어폰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이번에 소개할 프랑스의 에이들(Aedle) 역시 단연 주목해 볼 만한 제조사가 아닌가 한다. 최신 디자인 트렌드로 대표되는 그들의 첫 작품 VK-1을 소개한다.
누구든 이 헤드폰을 보고 매료되지 않을 수 있을까. 처음 제품을 꺼내보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게 된다. 마치 하나의 산업 디자인 작품을 보듯, 단순한 디자인임에도 굉장히 유니크하고 모던한 느낌이 특별하다. 10년, 20년이 지나도 그 클래식한 매력을 잃지 않을 그런 제품. 패키지에 대한 정성도 각별한데, 메탈 소재의 시리얼 카드부터 고급스러운 느낌의 파우치까지, 하나하나에 디자인 감각을 부여한 것이 인상적이다.
충분히 높은 가격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제품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들이 그 가격만큼이나 물량 투입을 했다는 것이다. 소재나 품질을 최상의 것으로 마무리했고, 모두 수작업의 공정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였다. 실제 제작자의 인터뷰에서도 ‘타협 없음’을 강조하고 있는데, 실제 VK-1를 받아 들면 하우징 마감부터, 헤드 밴드, 그리고 작은 바느질까지 그 강조 포인트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각 분야에서 특별한 프랑스 장인들의 정성과 노력이 깃들어져 있다고 이해하면 쉽다. 덕분에 명품의 이미지가 강렬히 드러나는 것이다.
알루미늄 합금의 고급스러운 하우징을 보면, 단연 이들이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알 수 있다. 잘 정제되어 있는 마감은, 수십 번의 공정을 자연히 상상하게 만든다. 묵직한 하우징 덕분에 무게가 제법 나가는 듯한데, 실제 스펙에서 보여주는 무게는 215g으로 그리 부담되는 느낌은 아니다. 하우징 아래 부분에는 덕트가 뚫려져 있다. 저역을 효율적으로 구동하기 위함으로 보이는데, 실제 굉장히 매력 있는 저음을 들려주기도 한다. 양 가죽으로 마무리되어 있는, 이어 패드와 헤드 밴드는 단연 이 제품의 포인트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특히 클래식 에디션의 브라운 색감은 사심을 가지고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블랙 톤의 카본 리미티드 에디션도 출시되어 있다. 케이블은 착탈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소재는 아라미드 섬유로 최근 고급기에서 자주 보이는 것이다.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 사실 이런 패션 성향이 강한 제품들은 사운드에서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역·중역·저역 밸런스가 말도 안 되게 깨져 있어, 오랜 시간을 음악 듣기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VK-1 역시 패션 성향이 강한 제품임은 분명하지만, 다행히 말도 안 되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지는 않다. 물론 완벽한 그래프 곡선을 그리는 플랫 사운드를 표방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에이들만의 사운드라고 느껴지는 개성 강한 사운드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 고급스러운 풍미와 고급기를 표방하는 해상력은 충분한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첫 음을 듣자마자, 제법 강한 저역들이 밀려나온다. 아마 실외에서 자주 듣는다는 것을 감안하고 세팅된 것으로 보이며, 실제 밖에서 듣다보면 응집력 있는 저역들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고음에 대한 느낌도 훌륭한 편으로, 강렬한 저음에 묻힌다는 느낌은 들지 않으며, 최적으로 치고 올라오는 느낌이 꽤 즐겁다. 특유의 무대를 만들어내는 입체감들도 인상적으로 다가오는데, 밀폐형에서 다가오는 답답한 사운드들을 최대한의 공간감을 펼치며, 영리하게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패션 아이템과 강렬한 저역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단연 베스트 아이템이며, 영화 <루시>에서 최민식이 듣고 있던 바로 그 헤드폰이다.
수입원 소리샵 (02)3272-8791
가격 56만9천원 유닛 크기 40mm 유닛 타입 다이내믹, 밀폐형 임피던스 32Ω
음압 129dB 주파수 응답 20Hz-20kHz 무게 215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