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 오디오에서는 그냥 브랜드 이름만으로도 그 가격과 가치를 상상하며, 꿈을 꾸게 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이들이 제시해놓은 가격을 볼 때마다 한숨을 내쉬게 되지만, 이들의 사운드를 직접 듣게 되면 또 그 가격에 순응하며, ‘나도 언젠가는…’ 하는 크나큰 상상들을 만들 수밖에 없다. 하이엔드 오디오 업계에서는 이런 명품으로서의 고가의 이미지들이 많이 부각되어 있는데, 단순히 가격만 높게 책정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부품이나 설계, 그리고 엔지니어링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사운드를 극한까지 실현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겠지만, 실제 오디오쇼나 시청회로서 이런 하이엔드 제품들을 경험해보면, 왜 오디오 취미가 위험한 취미인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나중에는 고가의 브랜드를 찾게 되고, 작은 소리 변화에도 열광하게 된다. 헤드폰 업계에서도 이런 이미지의 업체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이번에 소개할 울트라손이 그 대표적인 브랜드라 할 수 있다.
울트라손 하면 역시 에디션 시리즈로 대표되는 ‘고가의 헤드폰’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만큼 가격적으로는 거의 독보적인 위치에 서 있는 브랜드이며, 사운드 역시 울트라손만의 특징들이 가득 담겨 있다. 물론 앞서 이야기했듯이, 완성도나 성능을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책정한 것은 아니다. 그 가격만큼 독자적인 기술들을 연구했고, 엔지니어 팀을 위해 투자했으며, 투입되는 모든 부품들을 고급화한 것이다. 수공과 장인 정신, 그리고 명품이라는 이미지가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덕분에 사운드 역시 플래그십 모델다운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에디션 8 시리즈는 많은 버전으로 출시되었는데, 기본 모델인 루테늄, 마감에서 차이를 두는 팔라듐, 888개 한정 생산의 리미티드 버전, 그리고 감각적인 마감의 로미오와 줄리엣 버전이 있다. 이번에는 그 중에서도 로미오 버전을 소개한다.
처음 받자마자, 그레이톤의 하우징이 아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준다. 사실 팔라듐 버전과 거의 동일한 디자인으로, 로미오 버전이 더 어두운 색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우징 역시 팔라듐 코팅 처리되어 있다. 줄리엣 버전이 여성 유저를 적극 공략한 아이템이라면, 로미오 버전은 남성적인 중후함을 최적으로 담아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전 에디션 8 시리즈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분리형 케이블을 채용했다는 것. 커스텀 케이블을 적극 활용하는 헤드 파이 유저들을 배려한 것인데, 실제로도 이 부분이 좋은 반응으로 이어졌다. 에티오피오산 양 가죽 이어 패드를 채용하여, 최적의 착용감을 제시하며, 헤드 밴드와 결합되어, 오래 써도 자극을 주지 않는다. 울트라손이 자랑하는 S-로직 플러스 버전이 탑재되었다. 특유의 음장감과 공간감을 위한 것으로, 귀와 유닛, 그리고 하우징의 소리 반사를 최적으로 세팅해놓은 것이다. 덕분에 유닛이 귀 정 중간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약간 위치를 달리하여 장착해놓은 것이 특징. 반사로서 소리를 컨트롤하기 때문에, 왜곡되거나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들 철학의 첫 번째 목표가 자연스러움과 원음 재생이니, 그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한 귀에 다이렉트로 소리가 전달되는 것보다, 이들의 방식이 청력 보호에 좋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 외에도 자기장 방출을 98%까지 감소시키는 ULE 기술 적용의 뮤-메탈 실딩 채용도 이들이 강조하고 있는 포인트이다.
울트라손 그들의 사운드를 들어본다. 이들의 여러 제품을 청음해 보았지만, 확실히 울트라손만의 사운드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아주 개성적인 사운드를 품고 있다. 그렇다고 이해하지 못할 소리는 절대 아니다. 기존 트렌드의 사운드와는 다르지만, 설득 당할 수밖에 없는 레퍼런스 사운드가 시종일관 흐른다. S-로직 플러스 기술 때문인지, 결과로 가는 해법이 약간 다를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어떻게 음악이 흘러나와야, 청자가 기분 좋을 수 있는지, 무엇보다 잘 아는 듯하다. 아주 영리한 사운드 튜닝이 가미된 것이다. 레퍼런스 모델답게, 해상력은 극한까지 보여준다. 지금껏 듣지 못했던 미세한 사운드 차이도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풍성하게 퍼지는 저역이 아닌, 타이트하고 깨끗한 저역을 만들어주고, 고음역으로 치닫는 느낌도 굉장히 유려하다. 조금은 두툼한 소리가 나왔으면 좋겠지만, 섬세하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접근도 그리 나쁘진 않아 보인다. 이들의 장점은 아웃도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밖에서는 밀폐형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자연스러움과 퀄러티에 압도될 수밖에 없다. 탁월한 착용감과 함께, 울트라손만의 마성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250만원 임피던스 30Ω 주파수 응답 6Hz-42kHz 음압 96dB 무게 260g(케이블 제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