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AMP-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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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oon Products AMP-5521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4.10.01 00:00
  • 2014년 10월호 (50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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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스피커를 위하여, 바쿤 5521!

오디오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매칭이다. 특히, 앰프와 스피커의 매칭은 모든 애호가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붙여봤을 때 되는 조합이 있고, 되지 않는 조합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뭐 이론적인 배경이 아무리 풍부한 사람도 헤매는 터라 뭐라 설명하기 힘들다. 결국 현장에서 다양하게 연결한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번 매칭은 정말 불가사의하다. 말썽쟁이로 유명한 이글스톤 웍스의 안드라가 아주 순한 양이 되지 않은가? 통상 300W 이상의 강력한 TR로 구동해야 하는 스피커를 그 1/10밖에 되지 않는 출력으로 어떻게 이렇게 쉽게 움직인단 말인가? 물론 자세히 들으면 저역에 약간 아쉬움이 있지만, 이 정도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바쿤, 35W, 그리고 안드라. 그간 숱한 매칭을 들었지만, 이런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바쿤의 내막을 좀 아는 나는 조용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니까.
바쿤에 대한 개인적인 인연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장안의 화제를 몰고 왔던 프리앰프를 만들던 분에게서 급하게 연락이 왔다. 아주 흥미로운 설계와 퍼포먼스를 갖춘 파워 앰프를 찾았는데, 정말 놀랍다는 것이다. 평소 자존심이 세고, 기술적인 고집이 심하기로 유명한 분이 이렇게 광분한 데에는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둘러 약속 장소인 인사동의 어느 레스토랑에서 바쿤을 설계, 주재하는 나가이 씨를 만났다. 첫 눈에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덩치도 크고, 백발의 무성한 머릿결은 강한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기술을 이야기하면서 전혀 잘난 체하지 않고 진중하게 설명하며 오히려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나가이 씨의 모습이 어딘가 곰을 닮기도 했다. 실제 그의 고향인 구마모토에는 ‘곰’이라는 뜻의 ‘熊’이 들어간다. 정식으로는 ‘熊本’이다. 곰의 본령? 곰의 본고장?
아무튼 주변에 아소산이 있고, 일본에서 히메지, 오사카 등과 더불어 3대 성에 속하는 구마모토 성을 갖고 있는 도시. 작지만 기상이 웅대하고, 안에 부글부글 들끓는 용암을 간직하고 있는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사트리(SATRI) 회로를 위해 오랜 기간에 걸친 집념과 연구를 쏟아온 나가이 씨와 오버랩된다. 현재 구마모토에는 성과 스이젠지 공원 등이 명물로 꼽히는데, 바쿤을 여기에 넣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그 만남 이후 나는 바쿤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참 여러 곳에서 바쿤을 들었다. 처음에는 소출력 파워를 만들더니(실제 내용은 인티앰프), 점차 출력이 높아지고, 덩치도 커져갔다. 그에 따라 일부 동호인들의 입소문에서 조금씩 하이엔드 유저들의 리스닝 룸까지 점령해갔다. 국내에 본격적인 마케팅과 런칭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식의 확산은 좀 이례적이기는 했다.
특히, 최근에는 오디오파일로 좀 알려진 병원장 두 분이 극적으로 최상위 제품들을 들이는 바람에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도 이 분들의 댁에 가서 여러 차례 시청도 하고, 함께 평가도 나누고 했는데, 아무튼 불가사의한 부분이 없지 않다.
생각해보라. 불과 100W도 되지 않는 출력으로 어떻게 대형기를 이렇게 펑펑 울릴 수 있을까? 그것도 그냥 울리는 것이 아니라, 디테일와 뉘앙스가 풍부하고, 음악적 에센스가 고스란히 담긴 음으로 말이다. 사실 두 분은 난다 긴다 하는 하이엔드 제품을 두루두루 섭렵했고, 이론적인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수하에 여러 애호가들을 거느린, 이를테면 나름대로 고수로 자처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평소 오디오를 하면서 갖고 있던 불만을 바쿤이 일거에 해결해주는 모습에서 더 이상 선택에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덕분에 상당한 덩치의 모노블록 파워가 퇴출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바쿤의 기술적인 내용에 대해선 이미 9월호에 최상균 씨가 훌륭하게 소개했으므로, 따로 덧붙일 말은 없다. 그래도 복습을 위해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우리가 통상 아는 앰프는 전압 증폭이 주류를 이룬다. 포노 앰프니 OP 앰프 또한 마찬가지. 그러나 바쿤은 전압이 아닌, 전류 전송 및 증폭을 구현하고 있다. 사실 이런 접근법은 음질적인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발열이라는 면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출력을 높이는 데에도 힘들었는데, 꾸준한 연구와 개량 끝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기술적 경지를 이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대체 사트리 방식의 장점은 무엇일까? 전송 시 거의 손실이 없다는 점이 최대 메리트다. 요즘 하이엔드에서 최단 신호경로를 추구하는 것이 최대 미덕임을 감안할 때, 사트리만큼 유리한 회로는 없다. 일체 피드백을 걸지 않고, 전송 케이블에서 저항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뿐 아니라, 볼륨단을 최종단에 위치시켜 빼어난 S/N비를 얻는다는 점 등은 상당히 높이 평가할 만하다. 덕분에 이렇게 싱싱하고, 빠르고, 다이내믹하고, 리얼한 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시청에서는 안드라뿐 아니라 울리기가 또한 쉽지 않은 쿼드의 ESL 2812라는 정전형 스피커도 동원했다. 서로 다른 형태의 스피커를, 그 각각의 개성과 장점을 부각시키고 또 무리 없이 드라이브한다는 점에서, 이번에 만난 5521의 존재는 무척 귀중하다. 물론 채널당 8Ω에 35W라는 스펙이 좀 부족하다면 모노블록으로 사용할 경우 97W가 된다. 그 위에 5513이나 5516과 같은 상급기도 있다. 그러나 통상의 아파트 거실이나 리스닝 룸을 전제로 한다면 본 기로 충분하다. 아니 남는다.
우선 안드라로 들은, 얀센이 연주하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곡 자체가 갖고 있는 노스탤지아적인 분위기가 살아 있으면서도 빠른 움직임과 적절한 오케스트라의 백업 등이 유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바이올린의 예리하면서도 선명한 음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정도다.
이어서 카산드라 윌슨의 ‘You Don't Know What Love Is’를 들으면, 그녀 특유의 주술적이고, 관능적인 목소리가 시청실을 가득 장악한다. 듣는 쪽에서는 옴짝달싹할 수 없다. 적절한 통울림을 지닌 어쿠스틱 기타의 여섯 개 현이 명징하게 포착이 되고, 환각적인 바이올린의 솔로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로 안내하는 듯하다. 대체 이 스피커에서 어떻게 이런 음이? 계속 놀라게 된다.
비틀즈의 ‘While My Guitar Gently Weeps’는, 바닥을 두드리는 킥 드럼과 여러 대의 기타가 내는 하모니, 그리고 조지의 보컬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소가 쫄깃쫄깃 수려하게 펼쳐진다. 듣는 쪽에서는 살포시 미소 지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옛날 녹음인데도 마치 좀 전에 한 것처럼 싱싱하게 들리는 것은, 그간 우리가 얼마나 많은 베일 속에서 음악을 들었는지 새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최근에 리마스터링한 버전으로 듣는다면, 링고 스타의 드럼이 주는 박력이 뭔지 충분히 깨닫게 될 것이다.
한편 스피커를 바꿔서 이번에는 쿼드. 첫 곡으로 게이코 리의 ‘Night & Day’를 들었다. 눈을 감으면 일체의 스트레스나 디스토션이 없는 음이 쑤욱 이쪽으로 밀고 온다. 3차원으로 펼쳐지는 드럼과 브라스군과 보컬. 심지어 그녀가 침을 삼키거나 한숨을 쉬는 디테일도 명확하다. 게다가 나는 그녀와 개인적으로 좀 아는 터라, 그 목소리의 뉘앙스나 맛을 충분히 알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음은 바로 그녀 그 자체다.
마지막으로 롤랜드 한나가 연주하는 ‘Serenade’. 론 카터, 그래디 테이트 등과 함께한 트리오 편성인데, 피아노의 터치나 드럼의 어택, 질주하는 더블 베이스의 양감 등이 골고루 조화되어 쾌도난마의 질주를 선보인다. 정말 빠르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음의 홍수가 쏟아져 나온다. 디테일과 뉘앙스의 묘사도 발군이지만, 전체 악단의 밸런스도 뛰어나다. 국내에 쿼드 스피커의 애호가들이 적지 않은 만큼, 본 기와 연결된 음은 꼭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렇게 보면, 바쿤이란 존재는 정말로 스피커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 세상의 모든 스피커들을 위해 구마모토의 도사 한 명이 평생을 바쳐 완성한 앰프라고 하면 좀 지나친 표현일까? 혹시 본기를 듣게 된다면 현명하게 판단하기 바란다. 

수입원 바쿤매니아
가격 583만원(스테레오), 1,166만원(모노)  실효 출력 35W(8Ω, 스테레오), 97W(8Ω, 모노) 
입력 RCA×3, SATRI-LIN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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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4년 10월호 - 5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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