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Audio D-5000 D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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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nic Audio D-5000 DHT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4.08.01 00:00
  • 2014년 8월호 (50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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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간 꿈꿔온 궁극의 프로젝트 완성

주얼이 부른 ‘Deep River’. 초반에 나오는 어쿠스틱 기타의 음향이 리얼하다. 줄 하나하나의 결이 보이고, 풍부한 통울림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이윽고 보컬에 이르면 다소 코맹맹이 느낌의 매력이 잘 살아서 마치 요 앞에 서 있는 듯하다. 평소 오디오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소스라고 생각하는데, 바로 이런 부분에서 왜 양질의 DAC가 필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올닉이 돌아왔다! 그것도 10여 년간 꿈꿔온 제품의 완성으로! 이렇게 쓰면 좀 의아할 독자도 있을 것이다. 올닉이 어디 갔던 것도 아니고, 앰프 메이커에서 무슨 새로운 기종이 나올까 싶기도 하니까. 여기엔 설명이 필요하다. 그간 올닉의 활동은 주로 해외 마케팅 중심이었다. 실제로 CES, 뮌헨 하이엔드 쇼 등 다양한 행사장에서 나는 올닉의 제품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국내 리뷰를 해볼 기회가 없었다. 분명 신제품은 목격했는데, 국내에서 들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 10여 년간 꿈꿔온 프로젝트는 뭔가? 바로 DAC다. 그런데 이게 그냥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외국에서 칩 몇 개 사다가 아날로그단을 적당히 구성한, 그것도 칩 메이커가 제시한 레퍼런스 회로를 카피한 수준의 DAC라면, 아예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올닉이 세계적인 메이커로 부상하는 데엔 기술적 완성도가 바탕이 되었다. 당연히 DAC에도 그런 기술적 성과가 담보되어야 한다.
물론 올닉은 아날로그 전문이다. 디지털은 또 다른 분야라서, 아무리 공부한다고 해도 제품을 만드는 데엔 한계가 있다. 그 사이 외국 유수의 업체가 여럿 접촉해왔던 모양이다. 즉, 디지털은 우리가 커버할 테니까, 아날로그 쪽은 올닉에서 맡으시죠, 라는 식이다. 물론 욕심이 났다. 하지만 자신의 기술력을 그런 식의 OEM에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 사이 많은 전문가를 만났다. 디지털 하면 한가닥한다는 국내외 엔지니어 상당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프로젝트도 시도해봤는데, 영 성에 차지 않았다. 올닉에서 자체 개발의 DAC를 만든다는 것은 영영 꿈에 불과하단 말인가?
이때 알게 된 분이 신준호 박사다. 디지털 쪽의 세계적인 전문가로, 만나자마자 바로 이 사람이구나 감이 왔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어, 그간 공상만 해왔던 기획이 구현된 것이 바로 이번에 만난 D5000 DHT다. 본 기의 출시를 계기로 해외뿐 아니라 국내 시장에도 적극적인 런칭을 시도할 것이라니, 이제야 제대로 올닉의 제품을 들어보게 된 것이다. 참고로 올닉의 전 라인업은 분당에 소재한 오디오 멘토스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전문적인 시청실까지 완비했다고 하니, 언제 시간이 되면 꼭 방문해보고 싶다.

아무튼 본 기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자. 여기서 DHT가 무슨 뜻인가 의아할 분도 있을 것 같다. 나 또한 마찬가지여서, 직접 문의를 해보니 ‘Direct Heated Triode’라고 한다. 이른바 직열 3극관 방식. 아마 진공관식 DAC 제품 중에 전단부터 출력단까지 모두 직열 3극관 방식으로 제작한 것은 본 기가 최초라 하겠다.
여기서 조금 더 설명하면, 3극관 설계를 할 때, 직열이 있고 방열이 있다. 당연히 음질은 직열이 좋은데, 문제가 좀 있다. 일단 진동에 약하고, 가격이 비싸며, 구하기도 쉽지 않다. 다행히 올닉에선 20년 전부터 계속 이쪽 계통의 진공관을 모아왔다. 무려 1만 개 이상의 스탁을 갖고 있다고 하니, 이 부분에선 안심해도 좋을 듯싶다. 참고로 본 기에 쓰인 것은 3A5. 당연히 전단부터 출력단까지 총 4개가 쓰였다.
한편 파워 서플라이도 진공관으로 설계한 것이 돋보인다. 7233과 5654 두 개의 관이 쓰였는데, 이렇게 사용한 이유는 정전압 때문이다. 외부의 전압이 아무리 변동해도 일정하게 내부 전압을 유지하는 데에는 TR보다 진공관이 유리하다. 심지어 트러블이 생길 경우, TR은 회로 전체를 날리는 데에 반해, 진공관은 자신이 죽더라도 앰프는 꼭 보호한다.
이런 전기적인 대책은 입력 트랜스를 사용한 데에도 잘 드러난다. 입력 트랜스가 하는 역할은 전류를 전압으로 바꾸는 IV 변환에서 트랜스 방식이 더 우수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저항을 써서 설계하는데, 그 자체로 완전하지 않다. 또 이럴 경우 커플링 콘덴서를 쓰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직결과 같은 효과도 거둔다.
물론 디지털용 입력 트랜스를 제조하는 회사가 몇 몇 군데 있기는 하다. 룬달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올닉 같은 회사에서 이런 것을 사서 쓸 리는 만무하다. 역시 직접 개발을 통해 최상의 퀄러티를 확보하고 있다. 사실 트랜스 제조 기술은 진공관 앰프 메이커의 진짜 노하우에 속한다. 스테레오파일과 같은 잡지에서 올닉을 높이 평가하는 것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편 디지털부를 보면, ESS의 최상급 칩인 ES9018K-2M을 쓴 가운데, 신준호 박사가 디지털 회로 전체를 새로 디자인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이 칩의 성격을 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자체로는 2채널 스테레오를 다 커버한다. 그러나 모노로 변환해서 쓸 경우, 32비트/384KHz까지 업샘플링된다. 당연히 본 기엔 채널당 하나씩, 말하자면 모노로 사용하고 있다.
본 기의 최대 장점은 PCM과 DSD 신호를 다 커버한다는 것이고, 어떤 형태의 고음질 파일도 모두 384kHz까지 업샘플링한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다양한 디지털 입력단의 제공이 눈에 띄고, 특히 USB 입력은 독자적으로 설계한 인터페이스가 개재되어 매우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외부 클록을 사용할 수 있게 배려한 점도 장점 중 하나.

한편 본 기의 시청을 위해 패스에서 나온 SR-2 스피커를 매칭했다. 그리고 노트북에서 USB를 통한 음원도 들어보고, 플래그십의 CD 플레이어를 트랜스포트로 하여 CD를 들어보기도 했다. 참고로 본 기의 실력을 비교하기 위해 다른 브랜드의 DAC와 AB 테스트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쓸 데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더 전문적이고, 퀄러티가 좋은 하이엔드 DAC와 맞싸워도 결코 뒤지지 않을 내용이라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첫 곡으로 들은 야니네 얀센 연주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역시 음이 엷거나 하늘거리지 않는다. 심지가 곧고, 골격이 튼튼한 가운데, 진공관 특유의 포실한 음색이 기분 좋게 흘러나온다. 원곡 자체가 상당히 빠른 연주인데, 전혀 뒤처지는 기색이 없다. 정교·치밀하게 재생하면서, 풍부한 음악성을 자랑한다. 오케스트라와 아귀를 딱딱 맞춰가며 질주하는 대목에선 짜릿한 오디오적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이어서 주얼이 부른 ‘Deep River’. 초반에 나오는 어쿠스틱 기타의 음향이 리얼하다. 줄 하나하나의 결이 보이고, 풍부한 통울림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이윽고 보컬에 이르면 다소 코맹맹이 느낌의 매력이 잘 살아서 마치 요 앞에 서 있는 듯하다. 평소 오디오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소스라고 생각하는데, 바로 이런 부분에서 왜 양질의 DAC가 필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레드 제플린의 ‘Since I've Been Lovin' You’. PC에 리핑을 해서 USB로 연결해서 들었는데, CD 플레이어를 이용했을 때와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우선 위풍당당한 드럼 세트가 오른쪽 채널에 위치하고, 반대편엔 기타가 서 있다. 처음에는 사색하듯 천천히, 그러다 점차 열기가 올라가면서 빨라지고 또 현란해진다. 여기에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의 보컬이 포효하면, 천지가 진동하는 듯하다. 그 드라마틱한 구성이 일목요연하게 감지된다. 특히 새로 리마스터링된 음원으로 들어보니 오리지널 LP에 대한 욕구를 잊게 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바람직한 조화가 여기서 정점에 달한 음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원 올닉오디오 (031)777-9447  |  총판 오디오멘토스 (031)716-3311
가격 1,250만원  사용 진공관 3A5×4, 7233×1, 5654×1  DAC 듀얼 모노/모노 ES9018K-2M
디지털 입력 AES/EBU×1, Coaxial×2, Optical×1, USB×1, Word Clock×1
USB 입력 PCM 384kHz, DSD 64, DSD128 지원  주파수 응답 20Hz-20kHz  THD 0.1% 이하
출력 전압 2.5V  출력 임피던스 150Ω  크기(WHD) 43×15×29cm  무게 9.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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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4년 8월호 - 5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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