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oon Products EQA-5620 M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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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oon Products EQA-5620 MK3
  • 김성욱
  • 승인 2014.08.01 00:00
  • 2014년 8월호 (50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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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제품들을 압도하는 진정한 포노 앰프의 가치

바쿤프로덕츠의 EQA-5620 MK3은 카트리지가 비닐을 긁어서 생긴 에너지를 증폭하는 단순히 좋은 포노 앰프라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 EQA-5620 MK3은 슬픈 음악은 더 슬프게, 즐거운 음악은 절로 어깨가 들썩이게 하는 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아날로그 비닐 레코드의 본령에 가장 가까이 있는 포노 앰프라고 확신한다.

몇 해전 코닥의 엑타크롬 필름 생산이 중단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진정 안타까웠다. 아날로그 필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을 이제는 더 이상 촬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성능 좋은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 그 자리를 충분히 대신할 수 있겠지만 왠지 정이 가질 않는다. 사진을 촬영하고 현상하고 인화하는 과정에 담기는 사진가의 혼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일까.
CD가 쇠퇴하고 디지털 음원이 휩쓸고 있다. 손바닥만한 하드 디스크에 수천 장의 CD가 저장되어 있다. 몇 년 전부터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PC 파이라는 것을 해 보았다. 원하는 음반을 손가락 하나로 선택하고 손가락 한 번의 움직임으로 재생한다. 디지털 시대의 음악은 얼마나 편리한가.
반면에 음악을 듣기 위하여 빽빽하게 꽂혀 있는 LP 중에 한 장을 어렵게 골라내어 커버에서 꺼내어 손때라도 묻을까 봐 조심스럽게 먼지를 닦아 내고 턴테이블에 올리고 살그머니 바늘을 내리는 과정에 담겨지는 정성에서 우러나는 감성은 디지털 음원에서는 느낄 수가 없다. 디지털의 시대이지만 아날로그적인 감성이야 말로 현대의 우리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러한 느림에서 어쩌면 우리는 더 많은 여유와 안락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CD나 디지털 파일이 절대 흉내낼 수가 없는 LP가 갖고 있는 무한대의 정보량이 표현하는 해상력이 주는 감동 때문에 아날로그는 필자의 메인 소스로서 늘 함께 해 왔다. 최근에 바쿤의 포노 앰프 EQA-5620 MK3를 듣게 되었다.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 소리는 그토록 찾고자 했고 기다려왔던 소리라는 것을….
바쿤 포노 앰프 EQA-5620 MK3에서 첫 번째로 느낀 점은 소리가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인위적으로 부풀리거나 증폭된 소리같지 않고, 늘상 연주회장에서 듣던 소리에 매우 근접해 있었다. 이전에 사용한 경험이 있는 G사의 승압 트랜스와 포노 앰프에서는 소리를 억지로 키워내다 보니 악기 자체의 소리가 부풀려진 느낌이 있어서 조금만 들어도 귀가 피로해지곤 했다.

바쿤 포노 앰프로 들을 때는 LP 레코드와 스피커가 직접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중간에 있는 포노 앰프, 프리앰프, 파워 앰프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고 LP 속에 원래부터 이 정도의 큰 소리가 담겨 있었던 것처럼 스피커를 통해서 술술 나오는 것 같다. 왜 이런 현상을 느끼게 되었는지 한동안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SATRI 회로의 특징에 대해 찾아보게 되면서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두 번째 느낀 점은 무한대의 정보량이었다. 악기에서 하나의 소리가 나타나서 지속되다가 사라지는 과정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 음에서 다른 음으로 이동하는 과정도 너무나 사실적으로 들린다.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드 모차르트는 자신의 저서 <바이올린 교수법>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인간의 목소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 음에서 다른 음으로 이동한다. 활 쓰기를 바꾸는 순간에도 활을 바이올린에서 떨어지지 않게 머문 채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 말은 바이올린의 연주법에 해당되는 것인데, 다른 포노 앰프를 사용할 때는 음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과정, 다른 음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왠지 좀 부자연스럽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런 현상은 느리게 연주되는 피아노곡에서 더 쉽게 느낄 수가 있다. 그러나 바쿤 포노 앰프에서는 매우 사실적으로 음의 이동과 건반의 터치가 느껴진다. LP가 가진 무한대의 정보량을 그대로 재현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세 번째로 느낀 점은 에너지이다. 자연스럽고 정보량이 많으며 해상도가 좋으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오디오의 목적은 연주 당시의 소리에 마스터링 엔지니어의 해석이 가미된 원음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있다. 아무리 훌륭한 오디오라 하더라도 똑같이 재현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휘자 세르주 첼리비다케는 그토록 녹음을 싫어했었는지도 모른다. 음악의 에너지는 현장에서 연주되는 순간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지금 우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음악은 오디오로만 접할 수 있다.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는 미술 교과서에서, 잡지에서, 인터넷에서, 그리고 고속터미널의 지하 액자가게에서 수없이 봐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외국의 어느 미술관에서 <해바라기> 진품을 대면했을 때 그것은 지금까지 필자가 알고 있던 <해바라기>가 아니었다.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느껴지면서 한동안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많은 포노 앰프들 중에서 EQA-5620 MK3의 또 다른 특징은 작곡자와 연주자의 감정을 소리로서 가장 잘 느끼게 하는 점이다. 필자는 이것을 간단하게 음악성이라고 표현한다. 에너지감이라는 용어는 오디오를 평가하는데, 흔히 사용되는 용어이지만 필자는 음악가의 감정, 즉 그 사람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잠시 바쿤 EQA-5620 MK3의 사양을 짚고 넘어가자. 본 기기는 2개의 입력단이 있어서 두 개의 톤암을 사용할 수 있다. 각 입력단은 MC와 MM을 선택할 수 있다. 게인은 -20, -10, 0dB의 세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카트리지의 스펙에 따른 승압트랜스의 승압비, 임피던스 매칭 등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이 일반적인 전압 증폭이 아닌 전류 증폭이기에 가질 수 있는 장점이라고 한다. 아날로그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아날로그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고 쉽다.
기술적인 부분은 바쿤프로덕츠의 제작자 아키라 나가이 씨의 설명을 가져왔다. ‘MC 카트리지의 출력은 원래 전류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소리와 자연스러운 소리는 오로지 포노 앰프의 전류 입력에서만 가능합니다. MC 카트리지의 출력 전류는 자체 임피던스가 낮기 때문에 충분히 높습니다. 우리의 방식은 그 전류 출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S/N이 130-150dB 정도로 매우 높습니다. 이것은 SATRI 회로가 어떤 입력이든 증폭하지 않고 단지 정밀한 방법으로 그 전류를 제어만 한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때마침 비슷한 가격 범위에 있는 몇 가지 다른 포노 앰프와 바쿤프로덕츠의 포노 앰프 EQA-5620 MK3을 비교 청취할 기회를 갖게 됨으로써 본 기의 장점에 대한 제작자의 설명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600만원 대에서 1500만원 이하에 포진한 진공관 포노 앰프(이하 A), 전지로 전원 공급을 하는 포노 앰프(이하 B), 전원부 분리형의 외관이 화려한 포노 앰프(이하 C)를 선택하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바쿤프로덕츠의 EQA-5620 MK3와 비교 청취하였다.

시청용 음반으로는 최근 신보 중 하나인 구스타보 두다멜이 최근 지휘한 멘델스존의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지휘로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협연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그리고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1번을 선택했다.
A 기기에서는 진공관 특유의 부드럽고 따스한 음색이 느껴진다. 그러나 여러 겹의 막이 가로막고 있는 듯 답답한 소리이다. 각 악기의 소리는 서로 뭉쳐 있고, 해상도가 덜하다. EQA-5620 MK3에서는 가로막고 있던 막이 사라지고 맑고 깨끗한 소리이다. 스모그로 뒤덮인 도시에서 벗어나 저 멀리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청명한 가을의 자연에서 맑고 달콤한 공기를 맘껏 들이마시는 기분이다. EQA-5620 MK3의 압도적인 정보량으로 인해 스코틀랜드 궁전의 쓸쓸함과 비통한 느낌이 마치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큰 물줄기로 다가온다. 세차장에서 사용하는 고압 세차기처럼 억지로 강하게 물을 쏘는 느낌이 아닌 부드럽고도 강력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
건전지 전원의 B 기기로 다시 들어 본다. 아! 이번에는 배경이 정숙해지고 해상력이 증가했다. 각 악기의 고유 음색이 선명하고 아름답게 들려온다. 악기의 위치가 잘 분리되어 있다. 그러나 소리의 중심이 약간 떠 있다. 중·고역이 예쁜 소리이지만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느낌이고, 다소 산만한 소리이다. 처음에는 화려하고 섬세하다고 느꼈으나 마치 전원의 극성을 반대로 꽂은 오디오처럼 스테이지는 넓으나 소란스럽고 가볍다. 악기의 소리가 가늘게 들리고 몸통의 울림보다는 표면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듯하다.
바쿤프로덕츠의 EQA-5620 MK3 역시 정숙한 배경을 자랑한다. 각 악기의 질감이 사실적이고, 악기 하나하나가 차지하는 공간이 더 넓게, 그리고 질서정연하게 위치하고 있다. 소리의 무게 중심이 낮아졌고 밀도가 좋다. 무대는 깊게 물러나고 연주회장 2층 맨 앞자리에서 듣는 것처럼 연주 홀의 음장감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원 분리형의 C 기기를 들어보았다. B는 원래 소스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약간 변형하고 양념을 추가해서 귀에 듣기 좋은 소리로 만든 것처럼 느꼈다면, C는 원래 가지고 있는 정보에서 일부를 제거하여 부드럽고 듣기 좋은 소리로 만든 것임을 느낀다. A에서 느꼈던 답답한 막보다는 훨씬 엷지만 그래도 뿌연 유리창이 하나 가로막고 있다. 전체적인 밸런스도 좋고 질감도 좋다. 그러나 정보량이 부족하고 귀가 금세 피로해진다. C 포노 앰프와 바쿤프로덕츠의 EQA-5620 MK3의 차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디지털 파일 재생과 아날로그 소스 재생의 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정보량의 차이인 것이다.
EQA-5620 MK3으로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 중 하나인 31번을 듣는다. 오디오에서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은 의외로 협주곡보다는 독주곡, 그 중에서도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아닐까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대목은 느린 악장이 아닐까. 침묵으로부터 하나의 음이 떠올랐다가 다시 사라지고 또 다른 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실제 악기에서와 거의 유사하게 느껴진다. 슬프면서도 평화롭고 자유로운 베토벤의 심정이 느껴진다.
EQA-5620 MK3을 통해서 드디어 초월적 음악감상의 기전, 즉 알렙(Aleph)을 경험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음악 감상은 작곡자 - 악보 - 연주자 - 오디오 - 청자의 순서이다. 위대한 작품은 시공을 초월하여 작곡자의 뇌에서 직접 청자의 뇌로 전달되는 것을 알렙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전에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바쿤 EQA-5620 MK3을 통해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상태가 되면 오디오 소리는 단순히 귀를 울리는 단순한 물리적인 음파가 아니라 작곡자의 내면이 그대로 나에게 전달되는 공명적인 파장으로 다가 오게 된다.
바쿤프로덕츠의 EQA-5620 MK3은 카트리지가 비닐을 긁어서 생긴 에너지를 증폭하는 단순히 좋은 포노 앰프라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 EQA-5620 MK3은 슬픈 음악은 더 슬프게, 즐거운 음악은 절로 어깨가 들썩이게 하는 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아날로그 비닐 레코드의 본령에 가장 가까이 있는 포노 앰프라고 확신한다.

수입원 바쿤매니아
가격 660만원  입력 Phono×2  출력 Satri-Link×1, Voltage×1

505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4년 8월호 - 5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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