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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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4.07.01 00:00
  • 2014년 7월호 (50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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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테이블의 근본을 묻다 Part.2

전형적인 공업 지대의 분위기. 이 건물엔 작고 알찬 회사들이 많은데, 특히 옆에 있는 유리 전문 회사는 마돈나, 레이디 가가 등의 무대 장치를 맡아 큰 돈을 번다고 한다.

이곳에서 세일즈와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다. 처음 VPI가 창업할 때 멤버는 해리, 그의 아내 쉴라, 그의 어머니, 그리고 리오였다. 나중에 소개하겠지만, 리오는 메인 엔지니어고, 그 밖엔 가족들이다. 전형적인 패밀리 사업체로 시작한 셈. 그런데 특히 아내가 유능해서, 이곳에 이사 오기 전 당시 크지 않은 공장을 상당히 크게 보이도록 인테리어를 잘했다고 한다. 한편 벽에 걸린 책자는 놀랍게도 <플레이보이 1996년 5월호>로, 신디 크로포드가 표지 모델. 그 전에 한 미녀가 VPI를 사갔는데, 그 후 이 잡지에 TNT라는 모델을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턴테이블’로 소개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그 미녀가 플레이보이 센터 폴드였단다. 이래저래 VPI는 공짜로 널리 알려졌던 것.

본 기는 맷이 기획한 히트 상품. 가격도 저렴할 뿐 아니라, 편의성도 뛰어나다. 일단 헤드폰 단자가 달려 있고, 별도로 프리아웃단도 있다. 즉, 액티브 스피커만 연결하면 된다. 왜냐하면 본 기에 일종의 볼륨단이 달린 프리앰프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통 아날로그 하면 포노 앰프니 뭐니 참 골치 아픈데, 본 기는 아주 간단한 ‘LP-FI’를 실현시킬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역시 젊은 사장의 재치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VPI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는 리오. 지금도 어셈블리 라인에 투입되어, 주로 플래그십이나 고가의 제품을 다루고 있다. 한동안 해리가 심적인 고통을 겪을 때에도 꿋꿋이 회사를 지켜나간 분이다.

현재 VPI의 공장은 두 개의 파트로 이뤄졌다. 지금 소개하는 것은 A동으로, 각종 어셈블리가 이뤄지고 있지만, 한편 미국 내 제품 발송도 행해진다. 한편 B동에는 해외 발송 및 주요 스텝의 사무실이 모여 있다.

패키징을 담당하는 라이언이라는 젊은이. 놀랍게도 한때 맷이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수강을 했던 학생이었단다. 이제 성인이 되어 이런 식으로 사제 간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세일즈 앤 마케팅에도 역시 맷의 제자였던 분이 근무 중. 좁은 지역 사회의 독특한 커뮤니티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팩토리 투어가 시작되었다. 처음 본 것은 일종의 커팅 머신으로, 작은 부품이 필요할 때 바로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다. 그러나 손으로 다뤄야하는 만큼, 세심한 기술이 요구된다. 하긴 이런 제품을 만드는 분들이 작동 중에 무슨 실수를 할 리는 없을 것이다.

역시 제품의 조립에 필요한 기구. 외부에서 주요 부품이나 플래터 등을 조달한다고 하지만, 실제 조립 과정에서 요구되는 부분도 많다. 이렇게 베이스에 구멍을 뚫는 일은 당연히 직접 해야 하는 것이다.

유능한 엔지니어는 바로 그가 사용하는 공구로 말한다. 이렇게 벽에 가득한 공구들은, VPI의 오랜 연조와 하이 퀄러티를 그대로 대변한다 하겠다.

이 공간에는 몇 사람의 부스로 나뉘어 있다. 처음 들른 곳은 리오의 부스로, 지금 한참 스카우트 마스터의 어셈블리 작업 중이었다. 두터운 베이스 사이에 알루미늄 패널을 끼워서 조립하는 모습이다. 그가 주로 담당하는 것은 플래그십 모델로, 특히 클래식 시리즈는 그의 손을 꼭 거쳐야 한다.

리오가 소유한 여러 공구와 부품함. 워낙 정밀한 기기를 만드는지라,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손길이 많이 간다. 특히, 작은 부품들은 세밀하게 분류해서 쓰지 않으면 안 된다.

VPI의 제품들은, 암을 탈부착하기가 무척 편리하게 되어 있다. 오히려 카트리지를 갈아 끼우는 것보다 쉽다. 당연히 그레이드가 다른 암들을 제조하고 있으므로, 여러 개를 준비해서 그때 그때 바꿔서 듣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그 교체 방법이 얼마나 용이한지 설명하고 있다.

VPI가 어려울 때 홀연히 나타나서 도움을 준 신비의 인물. 개인적으로 엄청난 오디오파일이라 소장한 기기들도 많다고 한다. 직접 납땜이니 뭐니 할 수 있어서, 금세 VPI의 현장에 투입될 수 있었다. 지금은 어엿한 자기 부스뿐 아니라 독자적인 리스닝 룸까지 확보한 거물(?)이 되었다. 나중에 함께 차이니스 레스토랑에 갔는데, 당연히 주문은 스티브 몫이었다.

암 내부에 배선을 해서 본체와 카트리지 간에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이다. 매우 섬세한 작업으로,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와이어링이 끝난 다양한 암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12인치와 10인치짜리 두 종으로 구분이 된다.

스티브가 직접 암을 어떻게 베이스에 부착하는지 보여줬다. 한 번만 보면 누구나 따라할 정도로 쉬웠다. 한편 이 암은 뉴저지에 있는 한 공장에서 OEM으로 생산된다고 한다. 당연히 설계는 VPI가 한다.

턴테이블에 없어서는 안 되는 매트. 당연히 그 재질이나 만듦새에 따라 음이 달라진다. 오랜 연구 끝에 만들어진 이것은 VPI 음질의 숨은 비밀 중 하나다.

최종적으로 어셈블리가 완료된 기기들은 이렇게 1차로 체크된다. 제대로 돌아가는지, 전기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등 기본적인 항목들이 점검되고 있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명기로, 무려 35년간에 걸쳐 제조되고 있다. LP 애호가라면 꼭 소장해야 할 기기다. 그 사이 약간의 수정만 가해졌을 뿐, 오리지널 설계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모델명은 HW-16.5다. 물론 지금도 신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VPI의 고급형 턴테이블에 들어가는 기기다. SDS라는 모델인데, 바로 ‘Synchronous Drive System’의 약자다. 모터의 성능을 최적화해서 최상의 RPM을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전압과 프리컨시를 미세 조절할 수 있다. 턴테이블에서 모터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VPI인지라, 이런 기기까지 제작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VPI에서 생산되는 톤 암을 걸기 위한 베이스다. 암을 올리고 내리는 단순 기능을 하지만, 매우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오랜 기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VPI 제품들은 내구성이 뛰어난 바, 초창기에 생산된 모델도 당당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단다.

VPI가 자랑하는 12인치 롱 암. 하긴 LP 애호가치고 이런 롱 암에 대한 욕구가 없을 리 없다. 보는 것만으로도 강한 카리스마가 풍겨 나온다.

잠시 2층으로 올라가봤다. 일종의 보물 창고라고나 할까? 초기에 생산된 모델도 많은데, 오리지널 HW-16도 여기서 볼 수 있었다. VPI의 역사를 쉽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나중에 잘 정비해서 아예 작은 박물관을 만들면 어떨까?

한편 16의 상급기인 17도 볼 수 있었다. 강력한 진공 기능을 갖고 있어서, 그만큼 대형 모터가 장착되어 있다. 이보다 더 강력한 머신을 원한다면 그 위로 27이 있는데, 별칭이 태풍(Typhoon)이다. 얼마나 힘이 세면, 태풍이라고 불렀을까?

오늘날의 VPI가 있게 해준 효자 상품이 바로 16이다. 여기 처음에 생산된 모델이 그대로 놓여 있다. 여기서 조금씩 개량을 거듭해 16.5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합리적인 가격과 빼어난 성능으로, 이 분야의 스탠더드라고 해도 좋을 모델이다.

이어서 B동으로 이동한다. 일종의 거대한 창고로, 다양한 부품과 완성품들로 채워져 있다. 원래는 큰 푸드 공장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거대한 쇠고기 덩어리를 취급했던 모양이다. 2011년 입주 당시, VPI를 사랑하는 이들이 각지에서 몰려와 성대한 파티가 벌여졌다고 한다. 그 전에 공간이 모자랄 땐, 공동묘지 같은 곳에다 물건을 쌓아놓은 적도 있단다. 역시 VPI는 뭔가 매니악하고, 주술적인 면이 있는 메이커라 하겠다.

이 웨어하우스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수출품 관리다. 현재 VPI의 마켓 쉐어를 보면 미국과 외국이 5대5의 비율이라고 한다. 그런 만큼, 이 창고의 역할도 막중한 셈이다. 전술했듯, 미국 내로 발송하는 제품들은 주로 A동에 있고, 해외 수출품은 주로 이곳에 보관된다. 약 50여 개국에 보내는 만큼, 일일이 체크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선반에 가득한 수많은 패키징용 박스들. 물론 이 파트는 라이언이 담당하고 있다. A동과 B동을 왔다갔다 하면서, 동시에 엔트리 클래스의 제품을 어셈블리도 하는 등, 의외로 라이언이 하는 역할이 많았다. 축구로 치면 수비형 미드필더라고나 할까?

웨어하우스 중간에 있는 키친. 이름하여 바이널 카페(Vinyl Cafe). 직원들이 점심을 먹거나 혹은 간단한 요깃거리를 필요로 할 때 사용된다. 실제 취재 당일 오후에 던킨에서 가져온 커피와 도넛을 갖고 간단한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창고 안쪽에 몇 개의 룸이 또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잰이라는 분이 사용하는 부스다. 역시 VPI에 오래 몸담았으며, 여기서 또 어셈블리가 이뤄지고 있다. VPI가 꾸준한 성장을 기록한 덕분에 이제 A동의 스페이스만 갖고는 해결이 안 되는 셈이다. 나중에 소개하겠지만, 이 공간에 간단한 테스팅 장비며 포토 홀이 있고, 해리의 작업실, 리스닝 룸 등 의외로 많은 룸들이 숨겨져 있었다.

불쑥 자진해서 VPI의 멤버가 된 스티브도 이제는 당당한 VPI의 일원. 워낙 많은 오디오를 소장한 탓에 그 일부를 아예 가져왔다고. 역사적인 빈티지 명기들이 눈길을 끌었다.

완성된 제품들을 실제 들어보는 공간. 이렇게 귀로 일일이 듣지 않으면 결코 출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VPI의 오너인 해리 역시 오디오파일이며 레코드 콜렉터다. 그러므로 상당히 많은 기기를 소유하고 있는데, 여기 그 일부가 있다. 특히, 방송용으로 활약했던 릴 테이프 머신인 DTari MTR-10까지 소유한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당연히 아무 문제없이 작동하며, 소리 또한 기막히다고 한다. 참고로 해리는 릴 테이프도 많이 소장하고 있었다.

아예 스티브는 자기 룸도 갖고 있었다. 그 안에는 그간 모아온 수많은 빈티지 명기들이 가득하다. 나중에 잠시 음을 들었는데, 밸런스가 좋고, 정취가 묻어나는 음색에서 역시 노련한 오디오파일의 내공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벽에 걸린 수많은 음반 재킷들은,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에게 턴테이블을 만들고, 테스트하는 일은 마치 취미의 연장처럼 느껴졌다. 이제야 천직을 만난 듯(?)하다.

VPI의 제품을 찍기 위한 포토 홀. 알고 보니 해리는 카메라에도 관심이 많았다. 거의 프로용 장비를 소장하고 있었는데, 가끔 망원 렌즈를 갖고 새를 촬영하기도 했단다. 그러니 이 정도의 미니 스튜디오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

포토 홀이 자리한 곳 옆에 이렇게 사무 공간이 따로 있었다. 여기엔 맷이 파워 포인트로 작업한 VPI에 관한 다채로운 자료가 축적되어 있었다. 즉, 아버지의 취미와 아들의 전공이 한 자리에 모여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안쪽 사무실에 들렀다가 아주 귀한 분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해리의 어머니로, 맷에겐 할머니인 분이다. VPI 창립부터 지금까지 회계를 담당하고 있단다. 아직도 정정하게 현역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해리가 사용하는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장식장. 그 안에는 상당한 고가의 기기들이 보존되어 있었다. 비싸기도 하지만 희소성이 무척 높은 것들로, 해리가 얼마나 많은 오디오 기기를 섭렵했는지 알게 해준다.

벽에 걸린 액자들과 함께 멋지게 진열된 제품들. 이쪽에 와서 서성거리기만 해도 간단하게 VPI가 걸어온 길을 알 수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맷의 어머님 모습도 사진에서 발견할 수 있다. 패밀리 비즈니스의 전통이 멋지게 살아있는 메이커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VPI의 오너답게, 별도의 사무실을 갖고 있었다.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다가 잠시 책상 안을 열어 보이며 카메라 자랑을 한다. 오디오에 음반 컬렉션에 레이싱 카에 카메라. 정말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구나 싶었다. 또 이렇게 장르가 다른 기기에 조예가 깊은 것은, 그만큼 VPI의 신제품 개발에 많은 영감을 줄 수도 있다는 뜻도 되리라.

사진을 위해 잠깐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준 해리. 커팅 머신을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는지 직접 시범을 보였다. 과연, 장인의 손길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해줬다. VPI의 제품에 더욱 신뢰가 가는 순간이었다.

직접 모터를 들고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엄청 큰 모터도 있었는데, 몇 번이고 상용화하려고 했단다. 단지 그 소음 때문에 거북해하는 분들이 많아서 계속 보류했다고. 그러나 실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소음이 적다고 한다. 만일 이 거대한 모터가 제품에 투입되었더라면 한 차례 파란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점심을 먹고 잠시 해리의 집에 들렀다. 거대한 지하실 공간 곳곳에 수많은 컬렉션이 산재하고 있었는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릴 테이프이었다. 그중에는 스튜디오 마스터도 있었다. 하긴 60년대부터 컬렉션을 시작했으니, 이런 유산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나중에 리스닝 룸에서 직접 릴 테이프를 듣고 감격하기도 했다.

한편 지하실에는 다양한 오디오도 놓여 있었다. 한 번 산 기기는 되도록 내치지 않는 모양으로, 거의 빈티지에 가까운 스피커며 앰프도 많았다. 기본적으로 소유주가 엔지니어인지라 어떤 제품도 바로 작동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지하실에 있는 테이프이며 기기도 컬렉션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집을 리모델링하고 있는데, 본격적인 리스닝 룸이 완성되면 어떤 음이 나올지 정말 궁금해진다.

지하실 한쪽에 마련된 작업실. 다양하게 준비된 공구를 보니, 집에서도 얼마든지 작업이 가능한 수준이다. 엔지니어로 얼마나 철두철미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잠시 카메라 구경도 했다. 극단적인 망원이 가능한 줌 렌즈도 보여줬는데, 이것으로 찍은 새 사진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단, 요즘엔 누가 장총으로 착각해서 갖고 다니기 불편하다고 한다.

이후 잠시 인근에서 메탈 워크를 해주는 공장을 방문했다. 정식 명칭은 베이쇼어 메탈 프로덕츠(Bayshore Metal Products)로, 사장을 포함한 3인 구성이지만, 그 숙련도와 완성도는 대단하다고 한다.

쇠를 다루는 공장의 전형적인 모습. 선반, 공작기계, 드릴 등 다양한 기기들이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다. 연조가 오래되어 보이지만, 튼튼하게 작동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서는 클리닝 머신에 들어가는 탱크를 만들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진공 박스로, 강력한 모터에 의해 흡입된 먼지들이 이 안에 들어간다. 약간 무뚝뚝한 사각형 디자인이지만, 매우 꼼꼼하게 정교하게 제작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VPI의 강력한 내구성은 이런 작은 부품 하나까지도 절대적 완성도를 추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교하게 구부려서 사각형으로 만들어진 탱크는 웰딩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그런데 이 공정을 담당한 분이 여성이다. 바로 사장의 여동생으로, 역시 이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했다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일체의 군더더기가 없는 매끈한 처리가 그녀의 노련한 솜씨를 증명하고 있었다.

전술한 VPI 공장의 B동 내부, 그러니까 해리의 오피스 안에 바로 시청실이 있었다. 사실 많은 메이커를 방문했지만, 본격적인 시청실을 갖춘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각자 집에 가서 자기 시스템으로 듣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여기처럼 진지하게 하이엔드 제품들을 설치해서 틈만 나면 듣는 경우는 오히려 희귀종에 속한다. 아마 오랜 오디오파일의 경력이 반영된 듯하다. 참고로 라인업을 보면, 스피커는 최근에 들인 JBL의 D66000이고, 앰프는 매킨토시로 프리는 진공관 방식의 C2300에다 3채널 파워가 가능한 MC303을 쓰고 있었다. 왜 3채널이냐 했더니, 초창기 스테레오라는 방식은 원래 3채널을 지향했다고 한다. 클립쉬나 마란츠의 제품을 보면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때에 따라 D66000 사이에 놓인 밴더스틴의 스피커를 사용하기도 한다. 한편 소스기기로는 동사의 최신작이자 플래그십인 클래식 다이렉트를 사용했다. 사실 오랜 기간 벨트 드라이브를 제작해온 VPI에서 이런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은 생소하지만, 그 장점을 충분히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필할 만하다. 또 이야기를 들어보니, 해리의 오랜 숙원이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심기일전, 완성해버린 셈이다. 그 음으로 말하면, 솔직히 전형적인 JBL & 매킨토시 콤비를 훨씬 상회해서 놀랐다. 여느 하이엔드 못지않은 해상력, 다이내믹스, 투명도 등, 두루두루 만족시켰을 뿐 아니라, 원래 이 매칭이 갖고 있는 진솔하면서 진한 매력도 놓치지 않았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그 답은 바로 클래식 다이렉트에 있다고 하겠다. 참고로 릴 테이프를 듣기도 했는데, 클래식 다이렉트와 확실히 통하는 면이 있었다. 평소 나는 전체 오디오 시스템에서 소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반은 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서 소스는 하드 및 소프트웨어 모두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바로 그런 생각을 여기 시스템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마침 이때 마케팅 팀에서 연락이 왔다. 좀 전에 헐리우드의 한 영화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VPI의 제품을 <어벤져스 2>에 내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어벤져스 2>라면 서울에서도 로케이션을 한 작품이다. 참 묘한 인연이다. 만일 실현이 된다면, 개봉관을 찾은 많은 분들이 VPI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될 것 같다. 아무튼 축하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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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4년 7월호 - 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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