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intosh Model MR67·MR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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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intosh Model MR67·MR71
  • 김기인
  • 승인 2014.07.01 00:00
  • 2014년 7월호 (50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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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가장 건재하게 남아 있는 아날로그 오디오 제품이 아마 튜너일 것이다. 물론 이미 디지털 FM 방송에 대한 기본 계획은 수립되어 있는 상태이고, 멀지 않은 기간 내에 FM 디지털 방송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무엇인가 주춤하는 기색도 역력하다.
사운드에 있어서 디지털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CD 소스의 부진함에서 보여지고 있는 형편이고, 오히려 아날로그로의 귀환, 즉 LP의 강세라는 일련의 흐름은 오히려 아날로그 튜너에 대한 새로운 평가의 기회가 됐을런지도 모르겠다. 어떻든 디지털 FM 방송이 시행된다고 해도 아날로그 방송을 병행한다고 하니 기존 아날로그 튜너의 생명은 당연히 연장되는 것이라 생각해도 틀림이 없다.
가끔 방송국의 CD 소스를 진공관 튜너로 듣다 보면 그 자연스러운 음색이 오히려 CD 플레이어로 듣는 음색보다 정감도 가고 훨씬 음악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특히 진공관 튜너에서 두드러지는데, 진공관 특유의 음색이 가장 잘 발휘되는 부분이 튜너가 아닐까 생각한다.

진공관 튜너의 계보를 보면 가장 현실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명기로 마란츠, 매킨토시, 피셔를 들 수 있다. 최상급기로 마란츠 10과 10B가 있으며, 피셔의 T-1000과 200B가 사랑받고 있고, 매킨토시 MR67과 MR71이 또한 명기로 평가 받고 있다. 마란츠 10은 잘 알다시피 과도한 설계 투자로 마란츠의 운명을 기울게 한 장본인이다. 보급기로 피셔 200B가 인기 있으며, T-1000은 고급 튜너로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제조 물량이 적어 완벽한 기계를 손에 넣기 어렵다. 그리고 세간의 진공관 튜너로 가장 세련된 디자인과 내구성, 음색을 두루 갖춘 제품이 바로 매킨토시 MR67과 MR71이다.
마란츠 튜너의 음색이 디테일이 선명하고 자연스러운 음색과 음악성을 고루 갖춘 최고의 반열이라면, 피셔 튜너는 그보다는 굵직하고 남성적이며 약간은 거친 특색을 보이며, 매킨토시 튜너는 MR67과 MR71 사이에 극명한 음질 특성을 보이나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온화하며 단정한 음색으로 튜닝되어 있다.

MR67과 MR71의 전면 창은 세 회사의 튜너 중 가장 세련된 디자인을 보인다. 블랙 튜닝 창에 푸른색 튜닝 미터와 흰색 다이얼 게이지, 알루미늄 헤어라인 패널에 달려 있는 솔리드 알루미늄 노브는 정말 세련된 디자인으로 매킨토시 튜너의 인상을 각인시켜 놓았다. 이련 면에서 MR67과 MR71은 거의 동일한 전면 디자인 콘셉트이며, 내부 크롬 도금 섀시에 돌출되어 있는 트랜스와 중간 주파 코일, 바리콘 진공관, 그리고 각 역할과 진공관 명이 프린트된 문자의 기품은 가히 세련된 도시의 안내판을 연상시킨다. 특히 정리가 매우 단정하며, 복잡한 기능을 일목요연하고 심플하게 단계적으로 처리한 설계는 더할 나위 없이 세련되어 있다.
튜너는 오디오 기기 중 가장 복잡하고 설계에 따라 그 음질도 천차만별이다. 좋은 튜너는 회로도 복잡해 질 수밖에 없고 부품 양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가격 또한 비싸진다. 발매 당시 튜너 가격은 동등 그레이드 프리앰프의 2배 정도가 일반적이며 파워 앰프보다 비쌌다. 따라서, 오디오 기기 중 손에 넣기가 가장 어려운 품목이기도 했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 코일 값의 변형이나 콘덴서 값의 변형으로 잡음이 나거나 중간 주파 증폭단의 에러로 좋은 소리를 낼 수 없게 되는데, 정확히 조정하지 않으면 원래 음색을 잃는다. 그러나 국내 실정에서 진공관 튜너를 잘 조정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드물어 가능한 완벽한 컨디션의 튜너를 구하는 것이 관건이다. 내부 코일이나 기타 조정 팩터를 함부로 만지면 안 되며, 청소 시에도 휘발유나 기타 약품 등이 중간 주파 코일로 스며들면 음질이 확연히 변하며 잡음이 나는 만큼 조심해서 청소해야 한다. 바리콘도 내부 먼지를 불어 내면 튜닝 포인트가 샤프해지는데, 함부로 만지면 콘덴서 용량이 변해 튜너 주파수가 흐트러지는 만큼 전문적 지식 없이 함부로 대들지 말기 바란다.

MR67과 MR71은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나뉜다. MR71이 내부 중간 주파 증폭단이 2단 더 있으며, 오실레이터관이 6AB4에서 6BN4로, 뮤팅관이 6AV6에서 6BN8로 바뀐 것 외에는 거의 구성이 동일하다. 우드 캐비닛도 동일하게 사용하며, 전면 유리 다이얼 판도 사이즈가 같다. 그러나 음색은 MR67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움이 더하며 특히 저역이 좋은 반면, MR71은 고역 특성이 확장되어 있고 투명하며 질감이 살아나는 대신 자연스러운 느낌과 저역의 양감은 상대적으로 감쇄되어 있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MR67을 선호하며, 시중 거래 가격은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양 튜너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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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4년 7월호 - 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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