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닮은 가수, 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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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닮은 가수, 허설
  • 이창근
  • 승인 2014.07.01 00:00
  • 2014년 7월호 (50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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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엔 너무도 알려지지 않았으나, 모르고 지나가선 안 될 여가수 한 명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그 장본인은 바로 민중가요, 시노래 가수인 허설이란 사람이다. 일단 북한 보도 방송에서나 봤음직한 트렌드에 역행하는 외모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고집스런 사감 선생 같다고나 할까? 여기에 애연가임을 짐작케 하는 걸걸한 허스키보이스, 가끔은 삭발도 마다않은 기행까지 그녀에게서 발견되는 어느 것 하나 도무지 대중성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1989년 광주의 창작 음악 단체 꼬두메 활동을 시작으로 이후 20주년 기념 공연까지 ‘시를 노래하는 달팽이’의 회원으로 활동하였고, 유종화, 한보리 등과 함께 1999년 ‘시하나 노래하나’ 운동에 참여해 온 그녀는 1997년 첫 음반 <바람 한 줄기>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꼬박 12년이 걸려 나온 두 번째 음반 <웃는 발톱>에 이르러 가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 중이다. 스스로를 내핍으로 몰고 가는 성향 탓에 그녀를 무대에서 보는 것조차 점점 어려워 졌고, 여러 개인사까지 겹쳐 주위 지인들과도 거의 소통 없이 살고 있다고 전해진다.
2006년에 건너간 제주도 생활을 정리한 뒤 충남 홍천으로 내려온 이후 21세기의 석기인처럼 세상과 단절한 채 본인의 음악과도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하다. 공연 섭외도 어렵고 음원조차 대중가수가 아니다 보니 딱히 구할 곳이 없어 점점 더 그녀와 그녀의 음악은 세상에서 사장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녀의 노래를 들어보면 명쾌함 속에 지난날 아린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절절함이 있다. 앞서 언급한 애연가의 까칠함까지 그대로 묻어나와 음악의 일부로 표현되고 있어 청자에게 전해지는 설득력은 오히려 배가된다. 가공되지 않은 날것 그 자체인 음색으로 진정 노래 잘하는 가수의 전형을 엿볼 수가 있고, 소위 돈들인 녹음이 아님에도 그녀의 역량으로 모든 것이 커버되고 있음을 음반 안에서 얘기해 주고 있다. 음악이란 퇴비를 양식 삼아 벌판의 들꽃 같이 살고 있는 허설이란 가수에게 이제 우리가 관심과 성원을 보내 그녀의 음악에 햇살을 쐬어 주길 간곡히 바라 본다.
지금껏 주워 섬겼던 에바 캐시디나 노라 존스 외에도 가슴 한 켠을 먹먹하게 해 줄 우리나라 가수 허설의 노래를 한 번 들어보도록 하자. 질경이 같은 그녀의 음악은 첫맛은 씁쓸할지라도 세파에 지친 감성에 분명 치유란 선물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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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4년 7월호 - 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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