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man PD-171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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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man PD-171AL
  • 최윤욱
  • 승인 2014.06.01 00:00
  • 2014년 6월호 (50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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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기에 필적하는 무대 크기와 저음의 깊이

호소력이 강하다거나 무대를 꽉 채우는 진함과는 거리가 멀고, 담백하고 심심하면서 점잖게 사운드를 그려낸다. 담담하게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스타일로 총주에서도 무대가 흐트러지거나 음상이 뭉개지는 현상이 별로 없다. 크기로 치자면 그렇게 큰 턴테이블은 아니지만 그려내는 무대는 상당히 큰 편으로 대형기에 필적한다고 할 수 있다.

앰프로는 아주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턴테이블은 그에 비하면 아는 이가 많지 않다. 그런데 알고 보면 럭스만은 턴테이블뿐만이 아니라 카트리지, 승압트랜스 등 다양한 아날로그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럭스만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다. Luxman의 앞에 Lux가 럭셔리(Luxury)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럭스만의 사운드도 진한 음색으로 호소력 깊기보다는 담백하고 점잖은 느낌의 고급스런 사운드다.
사실 럭스만 턴테이블은 내가 잘 아는 턴테이블이다.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90년대에 출시되었던 PD-310이라는 모델을 몇 년째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리 성향도 익히 잘 알고 있다. 다소 심심한 느낌이지만 S/N비가 아주 좋고 자극이 없는 투명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준다. 사실 PD-310은 럭스만 브랜드를 달고 있긴 하지만, 내부를 보면 턴테이블 제작 업체로 아주 이름이 높은 마이크로 세이키(Micro Seiki)에서 제작해서 납품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마이크로 세이키가 없어진 지금 이 제품은 럭스만에서 설계 제작했을 것이다.
턴테이블이 오자마자 궁금해서 내부를 열어 보았다. 기본 구조는 10mm가 넘는 두꺼운 알루미늄 판을 정밀 가공해서 플린스로 만들고 모터를 비롯한 각종 컨트롤 장치를 이 알루미늄 플린스 밑에 고정했다. 그리고 플린스의 하부는 두꺼운 철판을 절곡해서 빈틈없이 감싸도록 했다. 플라스틱 커버로 감싸지 않고 두꺼운 철판을 절곡해서 감싼 이유는 외부의 자기장이나 전자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해서 노이즈를 줄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예전의 모델과 디자인이나 모양은 비슷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변화된 부분이 많다. 우선 모터의 크기가 엄청나게 커졌다. 예전 모델은 회전이 아주 부드럽긴 했지만 크기가 작아서 힘(토크)도 약했다. 이 모델은 모터의 크기가 거의 4배에 이를 정도로 커져서 도는 힘이 상당히 강력해졌다. 부드럽게 도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터의 토크가 충분해야 낮은 저음이 제대로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이렇게 제작한 것이다. 강한 토크에 걸맞게 벨트도 넓으면서 두터워졌다. 그래서 플래터가 두터운 알루미늄 재질로 상당히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2초 정도에 거의 정상 속도에 도달한다.
교류 전원이 들어오면 직류로 정류한 후 교류 발진을 통해서 다시 사인파를 만들어서 싱크로너스 모터를 구동하는 구조다. 따라서 다시 만들어내는 교류 주파수를 통해서 속도를 조정하기 때문에 속도의 미세 조정이 쉽고 정확하다. 이런 구조라 45회전도 벨트를 옮기거나 하지 않고 간단히 주파수를 바꾸는 스위치 조작으로 전환할 수 있다. 모터만 커진 게 아니라 본체를 받치는 완충 장치도 개선되었다. 럭스만 턴테이블은 기본적으로 리지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리지드 방식이지만 받치는 받침에 적당한 완충재를 두어 진동을 어느 정도 차단하는 절충을 도모하는 형태다. 진동 방지를 위해 네 곳에 완충 기둥을 두고 있는데, 예전 모델에 비해서 좀더 단단한 느낌의 재질을 사용했다. 부드럽게 물렁거리는 재질은 진동 방지 효과에 좋지만 저음이 약해지거나 물러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좀더 단단한 재질을 사용해서 깊은 저음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암보드 부분도 상당히 정교하게 가공되어 있는데, 이번 시청에는 SME 신형 암인 M-2 9R에 맞는 암보드가 따라왔다. SME 톤암에 맞게 슬라이드 베이스를 장착할 수 있는 구조인데, 묵직하기도 하지만 사용하기도 편리해서 믿음이 간다. 암보드도 그렇지만 속도 조절이나 선택, 회전 속도의 확인, 그리고 카트리지를 볼 수 있는 기둥형 라이트 등 전체적으로 조작이 편리하고 시각적으로 만족스럽게 배치되어 있다. 특히 카트리지를 비추는 라이트는 마치 등대 같아서 LP 플레이 시 세워두면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시간을 두고 여러 음악을 들어보니 확실히 럭스만 혈통의 소리가 맞다. 호소력이 강하다거나 무대를 꽉 채우는 진함과는 거리가 멀고, 담백하고 심심하면서 점잖게 사운드를 그려낸다. 담담하게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스타일로 총주에서도 무대가 흐트러지거나 음상이 뭉개지는 현상이 별로 없다. 크기로 치자면 그렇게 큰 턴테이블은 아니지만 그려내는 무대는 상당히 큰 편으로 대형기에 필적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예전 모델에 비해서 무대가 전체적으로 아래로 내려오면서 크기가 상당히 커지고 앞 뒤 깊이도 깊어졌다. 며칠을 음악을 듣는데 전체적으로 무대가 크고 총주 재생이 좋아서 만족스럽긴 한데, 고음이 약간 순한 느낌이 들어서 이걸 어떻게 바꿔 볼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래 맞다! 오야이데의 알루미늄 매트(MJ-12와 BR-1)다.
오야이데 매트(MJ-12)를 깔기 전에 BR-1이라는 부틸 고무로 된 얇은 매트를 깔고 MJ-12를 얹었다. 소리를 들어보기도 전에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순은색의 플린스에 역시 같은 순은색의 오야이데 매트를 얹으니 한 폭의 그림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잘 어울렸다. 특히 알루미늄 매트 중간에 난 방사상의 구멍은 그로테스크한 느낌까지 더해 주었다. 자 이제 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판을 걸어보자. 첫 음부터 전체적으로 대역이 더 넓어지면서 소리에 힘이 더 붙는다. 무엇보다 빈 공간을 꽉 채우는 오야이데의 매트의 특성이 럭스만 턴테이블과 잘 어울린다. 특히 럭스만 턴테이블이 고음이 약간 순한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오야이데 매트가 들어감으로 해서 이 부분의 아쉬움이 완전히 사라졌다. 깊은 저음과 아쉬움 없이 뻗는 고음에 거기다 빈 공간을 가득 채우는 소리의 여운, 이 조합은 어떤 대형 턴테이블과 붙어도 한 번 겨뤄 볼 만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럭스만 턴테이블에 조합한 SME의 신형 M-2 9R 톤암의 성능은 극한의 하이엔드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럭스만 턴테이블은 대형기에 필적하는 무대 크기와 저음의 깊이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것 하나는 잡음이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같은 판을 이 턴테이블, 저 턴테이블에 옮겨서 들어보면 럭스만 턴테이블이 LP 고유의 잡음을 현저히 적게 내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럭스만 턴테이블이 잡음이 적고 정숙하며 정돈된 사운드를 내주는 것이다. 이런 럭스만 턴테이블의 특성은 흡사 일본 라이선스 판과도 흡사하다. 사실 일본 라이선스 판은 잡음이 적기는 하지만 중역이 야위고 고음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경직된 소리를 들려준다. 그런데 일본 라이선스 판을 럭스만 턴테이블에 걸었을 때 소리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다소 부드럽지 못해서 거슬리던 고음이 적당히 순화되고 중역의 야윈 특징도 럭스만 턴테이블이 적당히 가려줘서 듣기에 좋았다. 일본 턴테이블에 일본 라이선스 판의 조합이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것이다. 일본 라이선스 판을 좋아하는 애호가라면 이 턴테이블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요즘 출시되는 하이엔드 턴테이블의 성능은 예전의 것에 비해 확실히 저음의 깊이가 깊어지고 정숙함에서 분명히 좋아진 소리를 들려준다. 그렇지만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가격을 생각하면 선뜻 추천하기가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럭스만 턴테이블은 나름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고전적인 디자인에 납득할 수 있는 가격, 거기에 잡음이 적어지고 좀더 커진 무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망설임 없이 추천할 수 있다. 럭스만 턴테이블은 앰프로 유명한 럭스만이라는 브랜드에 걸맞은, 아니 오히려 앰프보다 더 럭스만스러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680만원(톤암 SME M-2 9R 포함, 톤암 베이스 OPPD-AB1 별매)  구동 벨트 드라이브 
크기(WHD) 49.2×14×40.7cm  무게 23.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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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4년 6월호 -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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