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Wave Acoustics Alethe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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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Wave Acoustics Aletheia
  • 최상균
  • 승인 2014.06.01 00:00
  • 2014년 6월호 (50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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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인생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북셀프 스피커

인연이라는 것이 있긴 있나 보다. 2003년쯤으로 기억하는데, 국산 제품 몇 가지를 들어 보고 간단한 리뷰와 총평을 하는 특집을 쓰고 있었던 중 독특한 북셀프 스피커를 보게 되었다. 제품 이름은 알레테이아. 처음 보는 말이라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 단어는 그리스어로 망각, 은폐를 의미하는 ‘레테’ 앞에 부정을 나타내는 ‘a’가 붙어 ‘진리’를 뜻한다고 한다. 망각이나 은폐를 벗어나는 것이 어떻게 진리가 되는지는 이과계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심오함이 있었지만, 라틴어로 ‘베리타스’로 번역되니 ‘진리’가 맞는 것은 분명하다. 누가 이렇게 어려운 단어를 스피커의 이름에 붙였는지 궁금해서 알아보니 관음음향이라는 국내 메이커. 특이하게도 일명이라는 현직 스님이 주재하는 메이커였다. 게다가 경제적인 논리와는 상관없이 항상 수행하는 자세로 좋은 소리를 추구하며 스피커를 만드는 독특한 회사라고 했다. 역시….
당시 알레테이아는 다인 에소타 트위터에 에톤 8인치 헥사콘 우퍼를 상당히 인상적인 구스 원목 인클로저에 장착한 2웨이 북셀프 스피커였다. 에소타의 섬세하고 촉촉한 고역은 실로 매력적이었으며 저역도 꽤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인클로저가 단단하고 고급스러웠지만 부분적으로 만듦새가 빈약해서 아쉬웠던 기억도 난다. 그땐 국산 제품들이 대체적으로 ‘2%’ 부족하던 시절이었고, 그 2%는 대개 음질이나 성능이 아닌, 마무리 가공이나 외관 상태, 포장 등에서 두드러졌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작년, 관음음향의 일명 스님을 만나게 되었다. 관음음향에서 시웨이브 어쿠스틱스로 이름을 바꾼 뒤, 갓 개발된 새로운 스피커에 대해 약간의 자문을 하게 되었는데, 그 스피커가 바로 ‘알레테이아’였다. 그 이름이 반가웠지만 새 스피커는 10년 전의 알레테이아와는 단지 사용된 유닛만 같을 뿐 모든 면에서 다른 스피커였다. 하긴 ‘알레테이아 Ⅱ’라는 이름을 쓴다면 ‘진리 Ⅱ’가 되는 셈이니 어색하긴 하다. 진리는 시대가 바뀌어도 하나이어야 하니까. 10년이 지난 후에도 똑같은 유닛을 고집하는 것은 시웨이브 어쿠스틱스의 상업적 센스를 드러내는 부분. 상업성을 고려한다면 요즘에 유행처럼 널리 사용되는 몇몇 유닛을 사용하는 것이 옳을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바로 이런 점이 시웨이브 어쿠스틱스의 뚝심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잘 알고 있는 유닛으로 최선의 소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인클로저는 놀랍게도 주조 방식의 알루미늄. 주조라는 것은 금속을 녹여 액체 상태로 만들어 미리 만들어 놓은 형틀에 붓고 굳혀서 제품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가까운 예를 들자면 오래된 건물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난방용 라디에이터 같은 것들이 주물로 만든 제품이다. 그런데 주물 제품을 보면 한결같이 느껴지는 것이 표면이 거칠다는 점이다. 게다가 복잡한 형상은 만들기가 어렵고 불량률도 높은데다가, 간단치 않은 후처리 과정도 필요하므로 스피커 인클로저를 주물로, 더구나 몇 조각으로 만들어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통 주물로 만든다는 것은 경제성을 생각한다면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마도 이 크기의 스피커 중에서 가장 비싼 인클로저가 아닐까 하는데, 개인적으로도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통 주물 알루미늄으로 스피커의 인클로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다만 이렇게 어렵게 인클로저를 통 주물로 만들 수 있다면 좋은 점들은 너무나 명확하다. 우선은 인클로저가 단단하다는 점이다. 스위스의 모 업체가 알루미늄 판을 ‘C’자 형으로 굽혀 스피커의 인클로저로 사용하는데, 알루미늄은 표면 재료일 뿐 다른 재료들을 적층하는 구조로 두께에 있어서나 강성에 있어서나 통 주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알레테이아의 경우에는 좌우·전후 벽면은 물론 덕트까지 한 덩어리이므로 더 이상 강성이 좋을 수가 없다. 게다가 인클로저의 소재인 알루미늄은 일반 알루미늄이 아니라 실리콘이 다량 함유된 재질. 실리콘이 함유되면 연성이 좋아지므로 예컨대 망치로 때리더라도 찌그러질 뿐 깨지지 않는다. 즉, 에너지를 흡수하는 능력이 좋아진다는 뜻인데, 이 이야기는 진동에 대한 댐핑 능력이 좋아진다는 뜻과 정확히 일치한다. 좋은 점은 또 있다. 전후·좌우 벽면을 조립하는 형태가 아니므로 3차원적으로 곡면이나 원하는 형상을 만들어 내기 유리하다. 실제로 알레테이아의 인클로저는 유닛이 장착되는 전면을 제외하면 위로 좁아지는 둥그스름한 곡면을 갖고 있는데, 평행면이 없는 것은 물론 인클로저 내에서 공명을 만들어 내는 길이가 연속적으로 변하므로 공명 주파수가 분산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한 가지 더 알레테이아가 독특한 점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내부 배선이다. 스피커를 만들다보면 스피커 단자에서 네트워크, 스피커 유닛까지 여러 점의 접점을 지나쳐야 한다. 그런데 모든 접점에서는 전압 강하가 일어난다. 일명 스님은 이 부분에 주목했다. 지금 최선의 방법으로 선택되는 납땜은 강력하고 편리한 접속 방법이지만 납의 전도도가 구리나 은에 비해 심각하게 떨어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서로 다른 금속을 이용한 결합이므로 시간이 충분히 오래 경과했을 때 신뢰성도 충분하지 않다. 결국 일명 스님은 그가 만드는 스피커에서 납땜을 철저히 배제하기로 했다. 모든 접점은 두 도체에 강력한 압력을 가해 압착하여 고정시킨 후 경년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히 밀봉을 했다. 나아가 신호 경로에서 일체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인덕터나 저항에도 대대적인 연구를 수행했다. 결과적으로 인덕터는 테플론을 절연체로 쓰는 필름 타입의 6N 도체를 사용하게 되었고, 니켈 코어를 도입해 길이를 크게 감소시켰다. 놀랍게도 이 인덕터의 도체 단면적은 AWG 12에 해당하는데, 이는 웬만한 고급 전원 케이블의 심선 굵기가 된다.
이 외에도 알레테이아에 적용된 기술은 참으로 놀랍다. 초저온 처리 정도는 이제 오디오 분야에서 일상적이지만,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이온 주입 처리나, 입자 가속기에서 센서의 지지용으로 사용되는 고 감쇄 금속(High Damping Metal)의 도입 등은 지금까지의 오디오 시장에서는 전례가 없던 것들이다.
굳이 이렇게 어렵게 스피커를 만드는 이유는 이 스피커에 제작자의 염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제작자는 홈 오디오뿐만 아니라 PA 분야에서도 오래도록 활동하면서, 특히 18인치 더블 우퍼가 뿜어내는 완전한 초저역의 위력에 번뇌가 일제히 사라지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카타르시스는 그가 비록 작은 북셀프 스피커를 만들더라도 꼭 내고 싶은, 그리고 반드시 내야만 하는 소리의 ‘이데아’가 되었던 것이다.

이전에 몇 차례 알레테이아의 소리를 들어 보았지만, 이번 오디오 쇼에서 시연을 맡으면서 이 작은 스피커의 소리에 크게 감동했던 이유는 예전에 들었던 시웨이브의 시청실이 알레테이아에 비해 지나치게 넓었기 때문일 것이다(30평 가량 되는 듯). 이번에 일반적인 리스닝 룸의 크기에서 출력이 13W에 불과한 211 싱글 앰프 - 멜로디 AN211 MK2로 들었던 알레테이아의 소리는 충격 그 자체였다. 시연 기간에 자주 틀었던 대편성 관현악 - 불레즈의 말러 교향곡 1번 4악장 또는 코지안의 환상 교향곡 5악장에서 으르렁거리는 저역의 강력함은 도저히 이 크기의 스피커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 네덜란드 그룹 자코(Sjako)의 <Pages> 음반의 ‘Marimba Foot’에서 드럼 연타는 깊고 묵직하며 단단해서 막혔던 속이 뻥 뚫리는 것처럼 통쾌하다.
문득 스피커의 저역 특성은 밀폐형이냐, 베이스 리플렉스냐에 따라 변하는 것보다 인클로저가 얼마나 단단하고 진동을 잘 흡수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소리를 들었던 많은 애호가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알레테이아의 저역은 최고급 밀폐형 스피커의 저역을 잘 울렸을 때의 느낌과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고급 밀폐형 스피커라면 13W의 싱글 진공관 앰프로는 도저히 이런 소리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고급 밀폐형 스피커를 수백W의 고급 앰프로 울리는 소리를 소출력 싱글 진공관 앰프로 들을 수 있다는 점. 이 점이 바로 알레테이아의 특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에소타의 위력은 아직도 대단해서, 화사하면서 섬세한 고음이 쭉쭉 뻗었다. 조르디 사발의 딸인 아리아나 사발의 목소리, 조수미의 목소리는 엉성한 트위터로 크게 들으면 귀가 아플 때가 많은데, 알레테이아의 고역은 해상도를 극대화하면서 도를 넘지 않게 잘 조정되어 있다.
다만 대출력 반도체 앰프와의 매칭은 신중해야 할 것 같다. 인클로저가 거의 울리지 않기 때문인지 댐핑이 큰 쪽보다는 낮은 쪽의 앰프가 나은 것 같고, 비슷한 의미에서 대출력보다는 소출력이 나을 것이다. 실제로 멜로디 AN211 MK2와 함께 준비했던 A급 100W의 하이엔드 앰프와 매칭했을 때에는 저역은 여전히 강력했지만,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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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4년 6월호 -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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