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uv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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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uve 5
  • 김남
  • 승인 2014.04.01 00:00
  • 2014년 4월호 (50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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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소리의 밀도로 공간을 제압하는 지배자
소리가 몸을 관통해 탄환 몇 발이 뼈와 살과 머리를 관통하고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얼마나 소리의 밀도가 강력한지 소리를 손으로 움켜쥘 정도였다는 생각도 남아 있다. 주먹으로 치면 지나가는 소리가 탁 부딪칠 것 같았다.

국내에서 한지를 사용해서 제작된 이 정전형 스피커를 지난 호에서 이미 들어 봤다. 그때의 충격이 지금도 생생하다. 마치 소리가 몸을 관통해 탄환 몇 발이 뼈와 살과 머리를 관통하고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얼마나 소리의 밀도가 강력한지 소리를 손으로 움켜쥘 정도였다는 생각도 남아 있다. 주먹으로 치면 지나가는 소리가 탁 부딪칠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떤 하울링이 심한 큰 홀에서도 뻗어나감이 정확하기 짝이 없어 소리 전달력이 기가 막힌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천정 높이가 25m나 되는 광주의 임동성당은 하울링이 극심해 어떤 PA 업자와 상의를 해도 건물을 통째로 새로 짓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한심한 얘기만 들었는데, 그곳에 이 스피커를 설치하자 거짓말처럼 하울링이 사라졌다. 소리의 강도와 직선성이 하울링을 용납하지 않은 것이다. 그 반면 소리의 밀도가 너무 높아서 그것을 상쇄하기 위해 통을 달았는데, 그것도 밀폐형이다. 그래서 다시 후면을 열 수 있도록 자유롭게 전환을 할 수 있도록 해 놨다. 열어 놓으면 후면 방사형이 되어 소리가 상당히 부드러워진다.
지난 호의 제품과 이번 시청기가 다른 것은 후면에 인클로저가 없다는 차이. 대부분의 정전형 스피커는 인클로저가 없으며, 더러 저역 부분에만 작은 통을 부착해 놓은 제품이 있기는 하다. 통이 없는 상태에서 들어야 정전형 스피커의 가장 순수한 소리가 나온다는 것이 제작자의 평가인데, 이 제품을 울려 보고 난 뒤 상당히 착잡했다. 대체 뭐라고 평가를 할 것인가.



왜 인클로저를 굳이 아크릴로 만들었는지 물었더니 목재며 알루미늄이며 여러 종류를 실험해 봤지만 가장 착색이 덜한 쪽이 아크릴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보다도 아무것도 입히지 않고 홀딱 벗겨서 정전형 패널만 세워둔 것이 더 순수했다는 것.
제작자는 오랫동안 정보 통신 업체에 근무하면서 음악을 들어 왔는데, 물론 사용 스피커는 정전형. 그 스피커에서 진동막 하나가 수명이 다 하고 말았다. 정전형 스피커는 큰 평판이 4분할, 혹은 8분할되어 각각 유닛이 나뉘어져 있다. 그 나뉘어져 있는 소리가 합해져서 음이 통합되는 원리인데, 그중 한 개의 유닛의 진동막이 망가졌으니 그 부분만 고치려고 덤벼들었다가 그의 긴 도전이 시작된다. 한 개를 갈아 봐야 모두 생산 연도가 다른 탓으로 소리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이리저리 손을 봐 가면서 정전형 스피커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만 것.
왜 진동판을 하나로 합치지 못하고 이렇게 유닛을 나누어야 할까? 그런 도전 끝에 하나의 커다란 진동판을 가진 제대로 된 정전형 스피커를 만들어 보자는 힘든 도전이 이어지면서 한지라는 특이한 소재를 사용한 통판 패널 제작에 성공, 한·미·일에서 동시에 특허를 받아 냈다. 놀라운 성과이다. 미국이나 일본도 아무런 이의를 달 수 없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지로 올린 성가라는 측면으로만 소개가 된 탓으로 스피커의 성능이라는 측면에서는 별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우리 언론이나 관료의 한계일 것이다.



한지 생산부터 몹시 작업이 더디어 소량 생산을 하는 바람에 아직 홍보 부족 상태이지만, 이 제품은 PA, 홈시어터 분야에서 평가할 때에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확실하다. 제작자는 이제 타깃을 그쪽으로 두고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동시에 최고의 입체감, 현장감을 가진 한지 헤드폰도 곧 제작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 현장감이란 하늘에서 새가 날아가고, 바닥으로 총알이 튀는 등의 사방 여러 군데에서 소리가 정확하게 위치를 잡아내는 것인데, 이 스피커를 AV용으로 사용해도 그 효과는 동일하다.
이 스피커를 구입한 사람들에게 당부는 한 가지다. '한 달쯤 소리를 익히세요. 그 다음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100%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아직 환불해 간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 대신 이제 다른 스피커로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반응만 있다고 한다. 수명 100년을 보증하는 것도 이색적.
약점은 출력이 높은 앰프를 써야 하고, 진공관 앰프는 트랜스가 서로 상충하므로 좋지 않다는 점이고, 지나치게 해상력 위주의 앰프와도 궁합이 좋지 않다. 스피커 자체로 이미 완성된 해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처음 들으면 상당히 당황스러워진다. 조미료를 완전히 빼 버린 음식 같은데, 전 대역이 평탄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부풀려지고 양념이 가미된 스피커에 중독되어 있는 탓일까. 최소한 일주일은 귀를 익혀야하기 때문에 집으로 가져가서 들어 보시라는 제작자의 권유가 있었지만, 아뿔싸 집에 있는 것은 진공관 앰프뿐. 별수 없이 머릿속에서 그 소리들을 익힐 뿐이지만, 그래도 그 미려한 촉감과 만듦새를 잊을 수가 없다. 



제조원 Accuve (050)2000-9119
가격 2,300만원

501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4년 4월호 - 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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