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uv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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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uve 5
  • 김남
  • 승인 2014.03.01 00:00
  • 2014년 3월호 (500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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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진동판 정전형 스피커의 밀도 깊고 완벽한 음향 전달력
소리가 얼굴에 튀는 듯하다. 해상도 역시 극치. 선열함과 끈기, 밀도가 완전 합치되고, 피아노 음은 소리의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 같다. 소리에서 기포를 모두 빼 버리고 진국만을 퍼오는 듯한데, 제대로 된 설렁탕의 진국을 먹어본 입맛이라면 이런 표현을 이해할 것이다.

국내에서 한지를 사용해서 제작된 이 정전형 스피커에서 안네 소피 무터가 연주하는 타이스의 명상이 나오자 머리끝이 쭈볏 해졌다. 소리의 밀도라든가 침투력이라는 표현을 흔히 쓰지만, 마치 소리가 두뇌 끝까지 파고들어 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독주 악기 연주라거나 솔로 보컬도 모두 마찬가지. 일찍이 이 정도로 강렬한 소리를 스피커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 금관 밴드의 연주는 더 강렬하다. 소리가 얼굴에 튀는 듯하다. 해상도 역시 극치. 선열함과 끈기, 밀도가 완전 합치되고, 피아노 음은 소리의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 같다. 소리에서 기포를 모두 빼 버리고 진국만을 퍼오는 듯한데, 제대로 된 설렁탕의 진국을 먹어본 입맛이라면 이런 표현을 이해할 것이다.
항상 듣는 곡 중에서 지나 로드윅이 부르는 'Too Young'의 발음이 '투 영'인지 '추 영'인지 기기마다 다르지만, 이 스피커는 분명하게 '추 영'이라고 부르고 있다. 소리를 압착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주곡이 되면 다소 딱딱해진다. 강렬한 세부 음이 엉기는 것은 아니지만, 각 악기의 개성이 모두 경쟁하듯 치솟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안하고 풍성한 맛은 떨어지는데, 인클로저의 후면을 간단히 열어서 밀폐형이 아닌 후면 반사형으로 바꾸면 또 소릿결이 달라진다. 이런 설계는 이 스피커가 아마 세계 유일이다. 긴장도가 약간 풀어지며 자연스러운 색상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독주 악기나 솔로 보컬은 밀폐형으로, 합주나 재즈류는 반사형으로 들으면 좋겠다.
이 독특한 스피커는 제작자가 각고의 실험 끝에 한지로 된 진동판을 사용, 정전형 제품으로 만들어 낸 것인데, 우리나라는 기본이고 미국과 일본에서 특허를 받았다. 그러나 오디오 쇼에 등장시켜 수인사를 했지만 수작업의 소량 생산으로 홍보는 별로 되지 않았다.



광주광역시의 천주교 임동성당은 천정 높이만도 25m이며 18대의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는 곳인데, 친지의 결혼식이 있어서 한 번 가 봤지만 심한 에코 현상 때문에 신부의 강론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대안이 없어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던 터인데, 바로 이곳에 얼마 전 18대의 스피커가 철거되고 전면에 단지 4대의 본 시청기가 설치되었다. 단 한 번의 AB 테스트로 그렇게 결정되었다고 한다. 이유는 에코가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밀도 깊고 완벽한 음향 전달력 때문.
거의 100년 전에 탄생한 정전형 스피커는 쿼드에서 1957년 발표한 ESL 57, 그 후 ESL 63으로 이어지면서 명기의 반열에도 올랐다. 원리적으로 가장 디스토션이 적어 가장 우수한 스피커로 불리지만, 그러나 근본적인 저역 부족, 또 음상이 다소 일치하지 않는 점 때문에 차츰 정상에서 멀어졌다. 이런 정전형 스타일은 모두 유사 풀레인지 구조로 4개의 유닛이 하나의 구성체로 통합되는 원리이기 때문에 중심부와 주변부의 시간차가 발생하게 된다. 숙명인 것이다. 게다가 정전형에 따르기 마련인 전원부의 트러블도 많았다. 지금의 신제품들은 상당히 개선이 되었지만, 그런 측면에서 볼 때도 본 시청기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하다. 우선 전체가 단일 진동막으로 되어 있어 모든 주파수 대역이 단일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으며, 음상이 정확하며 순도도 뛰어나다. 정확한 측정 장치로 측정한 20Hz까지의 하한선이 공개되어 있다.



기왕에도 한지 진동판을 사용한 국산 스피커가 있지만, 정전형 스피커에 한지 진동판을 사용한 경우는 이 제품이 세계 최초인데, 부직포나 어떤 특수한 섬유보다도 한지의 장점이 많다고 한다. 한지는 일반적인 한지가 아니고 원료부터 엄선, 수많은 파지를 내 가면서 품질 균일도를 유지하는데 당연히 전 과정이 수작업.
이 스피커는 공기만 진동하기 때문에 몸체가 떨지 않는다. 따라서 바닥 공진이 없어 주변의 소음 피해가 없으며, 특이하게 스피커에 가까이 갈수록 소리가 작게 느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옆방에서 들어도 작은 라디오 소리 정도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현대 자동차에서도 이 제품으로 자사 차량 탑재를 추진했지만 크기를 소형화할 수 없기 때문에 무산되어 버린 내력도 있다고 한다. 현재로는 진동판의 면적이 일정 크기 이상 되어야 하기에 때문에 소형기는 제작 불가능.



현재 3종의 제품(3, 5, 7)이 있지만 모두 진동판만 1m 내외의 대형기이다. 200W 이상의 대출력 파워 앰프가 권장 사양이며, 진공관 앰프는 서로 출력 트랜스가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후면에 아크릴로 된 인클로저가 있지만 이것은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재질을 바꿀 수가 있다는 것도 장점. 한지 진동판의 내구성은 뛰어나서 100년 이상이라지만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우선 10년 보증이며, 최초 구입자에는 평생 보증을 한다고. 가격이 좀 비싸다는 것만이 약점인데, 한 번만 소리를 들으면 그 약점도 단숨에 상쇄될 만하다.



제조원
Accuve (050)2000-9119
가격 2,300만원
 

500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4년 3월호 - 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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