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섬세하고 정밀한 입체 음향 무대를 추구하기보다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음향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페이퍼 콘을 채용했기 때문이고, 그런 면은 이 스피커를 처음 대면했을 때, 외관에서 풍기는 강렬한 고전적인 모습에서 충분히 예상되었던 점이다. 그렇지만 소리는 요즘 흐름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 상당한 해상도에 어느 정도 섬세한 면까지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필자가 시청한 스피커는 좀 특이하게 생겼다. 즉, 외모에서 일단 애호가의 눈길을 확 끈다. 요즘 스피커 인클로저는 위에서 볼 때 사각형이거나 사각형의 둘레를 둥글게 처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튼 대체로 사각형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스위스오너 바흐 10 스피커는 위에서 보면 직각 삼각형이고, 감상자를 향한 전면의 모서리만 깎여 있는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5각형과 비슷하다. 그야말로 스테레오 스피커가 나오기 전의 모노 스피커와 닮은꼴이다. 그래서 이 스피커를 처음 보는 순간 '모노 스피커로 들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언뜻 들 정도였다. 그만큼 외형은 고전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게다가 스피커 유닛도 탄노이 스피커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듀얼 콘센트릭 유닛과 비슷하게 생긴 동축형 유닛이 전면에 하나 박혀 있다. 그러니 소리는 과연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더욱 생기게 하는 스피커이다.
스위스오너 바흐 10 스피커는 스위스오너라는 브랜드명에서도 나타나 있듯, 스위스 오디오 업체의 제품이다. 상품명 바흐 10에서 '바흐'는 음악가 '바흐'가 아니고, 'Bass Adjustable Coaxial Horn'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숫자 10은 10인치 동축 드라이버의 구경을 나타낸다. 스위스오너는 '음악이 살아 숨쉬는 듯, 사실적인 분위기로 재연하고, 안정되게 음악을 실현할 수 있는 고효율의 스피커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바흐 10 스피커의 음압은 96dB이나 된다. 이 정도면 소출력 앰프로도 충분히 울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소출력 앰프로도 잘 울리는 스피커가 좋은 스피커이다. 왜냐하면 앰프가 소출력일수록 앰프의 제어력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앰프의 가격도 싸지기 때문에 애호가로선 소출력 앰프에 잘 맞는 스피커는 이래저래 좋은 스피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스위스오너는 앰프도 7~8종 생산하고 있으며, 스피커의 바흐 시리즈로 8인치 구경의 바흐 8e, 10인치 구경의 바흐 10, 12인치 구경의 바흐 12가 있다. 바흐 10 스피커의 동축 드라이버는 다이캐스팅 알루미늄 프레임에 페이퍼 진동판을 채용하고 있다. 그리고 중심에 있는 트랙트릭스 혼에 장착된 컴프레션 드라이버는 셀프-센터링 다이어프램을 채용하고 있다. 재생 주파수 대역은 50Hz-18kHz이다. 크기는 320×950×320(mm, WHD)이다. 재미있는 것은, 스피커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는 단자가 바닥 쪽으로 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저역과 중·고역을 조절할 수 있는 단자도 바닥에 있다.
스위스오너 바흐 10 스피커에 대한 사전 예비 조사를 이 정도로 끝내고, 본격적으로 시청에 임했다. 먼저 최고의 기교파 피아니스트 마르크-앙드레 아믈랭이 연주하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 3악장 장송행진곡(Hyperion)을 들어 보았다. 페이퍼 콘 진동판을 채용해서인지 따뜻한 울림이 인상적이다. 피아노 소리도 상당히 명료하게 울린다.
정트리오가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의 유명한 피아노 트리오 '위대한 예술가를 회상하며'(EMI)를 들었다. 첼로와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들의 음색과 질감은 무난하게 표현되는데, 역시 포근한 분위기가 좀더 우세하다.
조수미가 부른 비발디의 '이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RV630' 중에 나오는 '라르게토'(Warner Classics)에선, 반주 악기의 음향이 좌우 무대를 꽉 채운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며, 모나지 않게 들린다. 조수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매끈한 편이다.



첼리비다케가 지휘하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EMI) 제4악장 합창 부분에서는 타악기의 소리가 제법 박진감 있게 울린다. 관현악 역시 상당히 큰 무대를 연출한다. 오케스트라 소리도 박력 있게 구사한다. 솔로 가수의 목소리도 꽤 우렁찬 편이다. 합창대의 목소리도 부드럽게 들리는 편이다.
이렇게 몇 가지 음반을 들어 보니, 스위스오너 바흐 10 스피커가 어떤 성향인지 확연히 알 수 있다. 바흐 10 스피커는 매우 섬세하고 정밀한 입체 음향 무대를 추구하기보다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음향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페이퍼 콘을 채용했기 때문이고, 그런 면은 이 스피커를 처음 대면했을 때, 외관에서 풍기는 강렬한 고전적인 모습에서 충분히 예상되었던 점이다. 그렇지만 소리는 요즘 흐름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 상당한 해상도에 어느 정도 섬세한 면까지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고전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했다고나 할까. 이런 점에서 이 스피커를 개발한 이들의 고심이 엿보인다.

수입원 SP-오디오 (070)7119-5287
가격 1,350만원  재생주파수대역 50Hz-18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1.4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6dB/W/m  권장 앰프 출력 4-30W(진공관), 20-80W(솔리드스테이트)  크기(WHD) 32×95×32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