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스키 레이블의 두 장의 음반을 통해 러시아를 대표하는 두 명의 작곡가들의 작품과 두 명의 명연주자들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차이코프스키와 프로코피예프의 작품과 함께 피아니스트 마추예프와 게르기예프의 지휘(마린스키 오케스트라)를 만날 수 있다.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는 1998년 11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만큼 정통 러시아 음악가들의 연주에 탁월하다. 그의 피아노 연주 스타일은 에너지 넘치는 연주와 끊어 치는 피아노 건반이 특징이다. 그런 점에서 차이코프스키와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은 가장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그리고 게르기예프와의 협연 역시 명콤비를 만난 듯 멋진 조화다.
첫 번째 음반은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이다. 제목 그대로 데니스 마추예프가 가장 자신 있는 곡들이기도 하며,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협연이고,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훌륭하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3대 피아노 협주곡으로 불리는 명작인 만큼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의 연주와 명반들이 많은 곡이다. 마추예프의 연주는 과거 리히터의 전성기 시절을 연상시킬 만큼 자신감이 넘치고 스케일이 큰 연주로, 피아니스트 마추예프의 성향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한 장의 음반에 이렇게 1, 2번을 동시에 수록하는 경우가 드물며, 워낙 1번의 웅장함에 2번의 존재가 가려져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1번보다는 오히려 2번 협주곡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이 음반의 연주를 들어보면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2번도 눈부신 것을 알 수 있다. 2번 각 악장마다의 테마가 다채로우며, 차이코프스키가 1번의 성공으로 2번에 대한 부담과 함께 곡에 신경을 쓴 흔적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발레 음악들에서 느낄 수 있는 선율들과 극적인 표현들을 들을 수 있으며, 마추예프의 피아노도 좋지만, 게르기예프의 순발력이 더욱 돋보이는 뛰어난 연주다. 극적인 요소와 함께 교향악적인 부문들이 잘 드러나 있어 2번 협주곡이 두 사람의 만남을 가장 잘 드러내어 주는 연주라고 생각된다. 특히 게르기예프가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에 정통한 만큼 그 시너지 효과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음반은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과 교향곡 5번이다. 프로코피예프의 대표적인 피아노 협주곡 3번에서는 격렬하고 에너지 넘치는 피아노 연주를 만날 수 있으며,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프로코피예프이기에 더욱 상승효과를 거두고 있다. 물론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마추예프의 피아노도 무시할 수 없지만,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를 통한 게르기예프의 완벽한 연주가 더욱 부각되어 있다. 마추예프의 피아노 연주는 스케일이 크며, 디테일과 빈틈없는 연주가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은 웅장하고 스케일이 큰 곡으로,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이다. 어떤 작곡가든 유난히 5번 교향곡은 명곡이 많은데, 프로코피예프 곡도 예외는 아니다. 2차 대전 당시 작곡되었고, 1945년 1월 그가 직접 지휘해 초연된 곡이기도 하다. 다양한 소재와 멜로디의 독창성까지 프로코피예프 교향곡의 진면목을 경험할 수 있는 교향곡이고, 이 곡은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을 위한 찬가이기에 서정적이고 서사적인 교향곡이다. 프로코피예프의 곡에 탁월한 해석을 가진 게르기예프의 지휘에서 일체감이 느껴지는데, 그의 열정이 느껴지고, 다채로운 선율과 다양한 악기들의 기복이 큰 변화들로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금관과 팀파니의 명료한 리듬들은 듣는 이를 취하게 만들 정도로 쉽게 빠져드는 명연이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 2번>
데니스 마추예프(피아노)
발레리 게르기예프(지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MAR0548
연주 ★★★★★
녹음 ★★★★★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교향곡 5번>
데니스 마추예프(피아노)
발레리 게르기예프(지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MAR0549
연주 ★★★★★
녹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