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입문기에 속하는 오디오 기기들이 예사롭지 않다. 100만원 안 되는 스피커에 50kHz가 넘는 슈퍼 트위터를 달지 않나, 역시 저렴한 앰프에 고급스런 하이 스피드 전원부를 채용하기도 하고, 앰프에 DAC는 보너스로 주는 식으로 된 고성능 DAC가 내장된 앰프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오디오도 공산품의 하나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 준다. 자유로운 경쟁 시장 아래에선 제품들의 가격은 떨어지고 성능은 올라가는 것이 바로 자유 시장 경제의 원리가 아닌가. 그 결과 자본주의 경제는 더욱 경쟁력을 갖추고 발전하는지 모른다. 오디오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너무 거창하게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오디오의 거품이 걷히고 온갖 미사여구도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이해해 주면 좋겠다.
1985년에 설립된 영국의 록산은 원래 턴테이블 제조업체로 시작했다. 록산의 턴테이블은 린 LP-12 손덱과 더불어 영국 턴테이블을 대변할 정도로 유명하다. 특히 록산의 저크시스(Xerxes) 모델이 그렇다. 하지만 턴테이블 한 가지로 회사를 운영하기 힘들었는지 곧 앰프도 만들기 시작했고, 현재는 CD 플레이어, 스피커까지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다.



이번에 필자가 시청한 록산의 캔디 K2 CD 플레이어와 인티앰프는 록산의 하위 기종이다. 하지만 최근 업그레이드된 캔디 K2 시리즈는 디자인을 확 바꾸어서 돌아왔다. 그동안 구조와 내용물만 바뀌어 왔을 뿐 디자인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았었는데, 그야말로 환골탈태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확 바뀐 것이다.
캔디 K2 CD 플레이어는 아날로그 출력에 1조의 RCA 단자, 디지털 출력에 1개씩의 AES-EBU, 옵티컬, 코엑셜 단자가 있다. 크기는 432×90×380(mm, WHD), 무게는 9kg이다.
캔디 K2 인티앰프는 아날로그 입력에 5조의 RCA 단자와 포노 MM, 테이프, 바이패스가 각각 1개씩 있다. 출력으로 스피커 1조, 프리앰프 1개, 테이프 1개, 헤드폰 1개가 있다. 출력은 8Ω에서 125W, 4Ω에서 190W를 낸다. 432×90×380(mm, WHD), 무게는 14kg이다.
록산 캔디 K2 CD 플레이어와 인티앰프에 연결해서 들어 볼 스피커는 역시 영국의 와피데일 덴톤 북셀프 스피커이다. 이 스피커는 와피데일 80주년 기념작으로, 1967년 최초 생산되어 베스트셀러였던 모델을 다시 80주년 기념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라고 한다. 전체적인 모습은 클래식한 분위기인데, 재미있는 것은 후면에 있는 덕트가 2개이고 나란히 있는 것이다. 25mm 텍스타일 돔형 트위터, 125mm 우븐 케블라 베이스 콘의 미드·우퍼를 채용하여 44Hz에서 24kHz까지의 주파수 범위를 갖는다. 크기는 200×320×305(mm, WHD), 무게는 7.9kg이다.



이렇게 록산 캔디 K2 CD 플레이어, 인티앰프와 와피데일 덴톤 북셀프 스피커를 연결해서 시청해 보았다. 먼저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 3악장 장송행진곡(Hyperion)을 최고의 기교파 피아니스트 마르크-앙드레 아믈랭의 연주로 들어 보았다. 앞부분에 장엄한 장송곡이 나오는데, 아믈랭의 강력한 타건이 비교적 명징하게 울려 퍼진다. 전체적으로 적당한 해상력과 무난한 음색이다.
정트리오가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의 유명한 피아노 트리오 '위대한 예술가를 회상하며'(EMI)의 앞부분을 들었다. 악기들의 정위감이 잘 잡히고, 첼로와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의 음색이 전체적으로 무난히 묘사되는 편이다.
조수미가 부른 비발디의 '이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RV630' 중에 나오는 '라르게토'(Warner Classics)에서 반주악기인 저음 현악기의 정위감과 에너지가 잘 표현된다. 조수미의 목소리도 힘이 있게 표현한다.
첼리비다케가 지휘하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EMI) 제4악장 합창 부분에서는, 우선 오케스트라의 무대가 좌우로 넓게 그려진다. 힘을 느끼게 하는 타악기의 울림도 좋은 편이다. 솔로 가수와 합창단의 목소리에서도 힘이 느껴진다.
록산 캔디 K2 CD 플레이어, 인티앰프와 와피데일 덴톤 북셀프 스피커의 조합은 모두 영국 오디오 업체의 제품이다. 전체적으로 적당한 해상도와 적당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무난한 음향을 들려준다. 훨씬 고가의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들려주는 정밀한 음향과 더 입체적인 음향과는 약간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딱히 크게 흠잡을 데도 없는 음향을 들려준다. 요즘 하이엔드 입문기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과거에 비해서 많이 좋아졌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결국 끝없는 경쟁을 통해 가격은 내려가고 성능은 향상되는 것이 시장에서 무한 경쟁을 겪는 제품들의 기본 속성일 수밖에 없다. 가격 부담은 그다지 크지 않고, 적당히 대중적인 음향으로 잘 버무려 낸 현대 하이파이 오디오의 입문기의 성향을 잘 보여 주는 조합이다.

수입원 사운드솔루션 (02)2168-4525
Wharfedale Denton 80th Anniversary
가격 12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2.5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44Hz-24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3kHz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86dB/W/m 
권장 앰프 출력 20-100W  크기(WHD) 20×32×30.5cm  무게 7.9kg

Roksan Kandy K2 Integrated Amplifier
가격 160만원  실효 출력 125W(8Ω), 190W(4Ω)  주파수 응답 3Hz-100kHz(-3dB)  입력 임피던스 47KΩ 
입력 감도 470mV  댐핑 팩터 110 이상  게인 37.3dB  하모닉 디스토션 0.005% 이하  S/N비 100dB 
크기(WHD) 43.2×9×38cm  무게 14kg

Roksan Kandy K2 CD Player
가격 160만원  DAC PCM1798 어드밴스 세그먼트  주파수 응답 20Hz-20kHz(±0.2dB) 
출력 전압 2.2V  S/N비 105dB  채널 분리도 110dB(1kHz)  크기(WHD) 43.2×9×38cm  무게 9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