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와 달리 해외 리뷰에서 만날 수 있는 브랜드들이 많다. 사실 국내의 경우 이미 해외에서 검증된 인기 브랜드들의 제품들을 중심으로 수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레거시 오디오는 그런 평가들을 바탕으로 이제야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듯하다. 레거시 오디오는 미국의 스피커 전문 브랜드로, 필자의 경우도 리뷰들을 통해 먼저 접했을 만큼 익숙하지는 않다. 하지만 제품의 구성과 스펙적인 면에서 시선이 집중된 브랜드이고, 하이파이와 프로 및 스튜디오 제품으로 분리된 제법 탄탄한 라인업의 구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리뷰에서 살펴볼 제품은 스튜디오 HD라는 북셀프 모델이다. 제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우선 스튜디오용으로 콘셉트가 맞춰져 있는 듯하다. 하이파이와 스튜디오 스피커는 비슷한 요소들이 있지만, 실제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차별화를 요구하는 경향이 많다. 필자의 경우도 스튜디오 및 녹음에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다 보니 항상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쉽게 접근이 가능한 니어필드 모니터로 불리는 소형 모니터 스피커는 더욱 관심이 가는 품목이다. 니어필드 스피커라고 함은 스튜디오에서 메인으로 이야기하는 붙박이형 대형 모니터 스피커와 별도로 믹싱용 콘솔 위에 설치하는 간이형 모니터 스피커를 의미한다. 특히 메인은 대부분 액티브 타입 스피커와 10인치 이상의 우퍼를 선호하기 때문에 실제 사용 빈도는 높지 않고, 오히려 마스터링이나 녹음 시에는 주로 니어필드 스피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특히 이 분야에서는 제네릭, KEF, 야마하, 포컬 등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브랜드들이 있지만, 실제 사운드 퀄러티를 본다면 오히려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레거시 스튜디오 HD는 이런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또 하나의 스피커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먼저 니어필드의 핵심적인 역할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첫 번째, 작지만 대형기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음향 레벨에서의 음의 전개가 중요하고, 대역 밸런스 조정을 위한 트림 볼륨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스피커 간격이 좁고 스피커와 가까운 공간에서의 음장감과 대역 재생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특정 대역에 특별히 반응이 빠르거나, 해상력 향상을 위해 고역 특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위험하다. 세 번째, 다양한 소스, 특히 고음질 재생 능력에서 음의 분리도와 디테일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 세 가지 항목을 잘 생각해 보면 레거시 스튜디오 HD 모델은 충분히 스튜디오 니어필드용으로서의 위치를 잘 담아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제품을 살펴보자. 우선 리본 트위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사용된 것은 1인치 듀얼 폴 AMT 리본 트위터이다. 미드·우퍼의 경우 제품 사이즈에 비해 큰 8인치 우퍼를 채용하고 있으며, 실버/그래파이트 우븐 콘지와 위상 보정 플러그가 장착된 타입이 적용되었다. 보통 동일 사이즈에서 주로 6.5인치를 사용하던 것과 달리 큰 사이즈를 적용하여 저역의 양감을 충만하게 하였고, 인클로저 전면이 꽉 차게 자리 잡았다. 베이스 리플렉스 제품으로 후면 포트가 적용되어 있으며, 견고하고 무거운 캐비닛에 고급스럽게 마감되어 있다. 참고로 다양한 컬러의 선택도 주문이 가능하다.
특이하게 리본 트위터와 미드·우퍼는 간격을 두지 않고 바로 밀착하여 장착되어 있다. 이는 의도적인 디자인으로, 실제 사운드 재생 시 이로 인해 대역 재생의 일체감이 더해져 자연스러운 음이 전개된다. 재생 주파수 대역은 41Hz-30kHz으로 고역 및 해상력에 대한 재생 능력이 돋보이며, 음압 레벨도 93dB로 제법 높다는 점에서 앰프 선택의 폭도 넓다. 크로스오버는 2.8kHz이며, 고역과 저역은 2dB 트림 볼륨으로 레벨 조정이 가능하다.
대편성곡에서 기대 이상의 사운드로 깜짝 놀라게 만들었는데,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지휘와 베를린 필의 연주한 말러 교향곡 5번 1악장에서 각 악기의 표현력이 분명하게 그려졌다. 스케일은 크거나 스피커 사이즈를 벗어나지는 않지만, 음악 감상에 적당하며 정확한 음의 분리도와 스테이지의 재현력에 주목할 수 있었다.



리본 트위터의 명료도를 살펴보고자 글렌 굴드가 연주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어보았는데, 예상대로 피아노의 질감과 터치가 좋다. 특히 그가 조율한 스타인웨이의 피아노 현을 튕기는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의 허밍 소리와 함께 피아노의 엠비언스까지 잘 잡아내는데, 까다로운 피아노 재생에서 모니터적인 냉철함도 느낄 수 있었다. 피아노의 고역이 결코 부족하지 않고, 해상력과 디테일의 표현력이 만족스럽다.
라이브 녹음에서의 표현력을 살펴보고자 브라이언 맥나잇의 2010년 로스앤젤레스 라이브 앨범 중 'Find Myself in You'를 들어보았다. 우선 리얼한 라이브의 공간감이 잘 표현되었고, 공연장의 리버브 환경과 잔향을 고스란히 표현해 줌으로써 정돈이 잘된 모니터 스피커적 성향이 비춰진다. 리본 트위터 특유의 투명함과 해상력 역시 잘 드러내 주고 있었다. 이어서 재즈곡으로 스콧 헤밀튼이 연주한 'That's All'을 들어 보았는데, 테너 색소폰의 거리가 정확히 그려지고, 그 질감이 잘 느껴진다. 거칠지 않고, 풍요로운 것도 인상적. 자연스러운 울림이 좋았는데, 작은 공간의 음장감이 잘 표현되고, 스테이지도 적당하다.
전체적인 사운드를 정리해 보면 정확한 음의 존재감과 자연스러운 저역, 그리고 빠른 응답 속도가 돋보였다. 이런 장점은 장르에 대한 편견 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기분 좋은 사운드 재생을 만들어낼 줄 아는 스피커이다. 특히 AMT 리본 트위터를 통한 고음질 재생에서 장점은 더욱 빛났으며, 재생 주파수가 넓은 기본적인 스펙의 영향으로 고역의 디테일과 직진성이 뛰어나면서도 자연스러웠다. 작은 북셀프 사이즈지만, 과감하게 8인치 우퍼를 채용하였고, 스튜디오 니어필드용을 겨냥한 스펙의 모델인 만큼 하이파이용으로도 최적의 스피커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레거시 오디오가 우리에겐 생소한 브랜드지만, 상당한 매력을 지닌 중독성 있는 사운드가 돋보이는 반향을 일으킬 만한 스피커로 기억된다.

수입원 SP-오디오 (070)7119-5287
가격 수입원 문의 구성 2웨이 2스피커  사용유닛 우퍼 20.3cm, 트위터 리본  재생주파수대역 41Hz-30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2800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93dB  권장 앰프 출력 25-200W 
크기(WHD) 27.4×33×27.4cm  무게 14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