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sher Wide-Surround Spe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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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er Wide-Surround Speaker
  • 김기인
  • 승인 2013.10.01 00:00
  • 2013년 10월호 (49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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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풀레인지 스피커를 좋아해서 그동안 수많은 종류의 풀레인지 스피커류를 섭렵했다. 독일 텔레풍켄과 사바의 픽스드 에지 타원 말굽 알니코 스피커류와 영국 굿맨 10인치·12인치 엑시옴 시리즈 유닛들, 그리고 미국 웨스턴·알텍의 755A 8인치 풀레인지 등 수많은 제품들이 필자의 리스닝 룸을 들랑거렸다.
텔레풍켄의 알니코 타원 스피커는 단연 10인치 초타원 픽스드 에지 중에서도 깊이가 깊은 말굽형이 최고였는데, 인클로저를 짜는 것보다는 스피커 유닛 자체로 개방적으로 듣는 것이 좋았었다. 오히려 인클로저를 짜서 수납하면 특유의 투명한 중·저역과 경쾌한 고역 특성이 감쇄한다.
영국제 엑시옴류들은 150과 80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자연스럽고 우아한 더블 콘의 고역과 풍성한 저역은 상쾌한 재생감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80의 경우 인클로저에 따라 저역의 양이 차이가 많아 애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굿맨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필자로서는 아마 150을 선택할 것이다.



웨스턴과 알텍의 풀레인지 스피커 유닛의 정점에 있는 755A는 최근 들어 더욱 각광을 받는 명품이다. 레플리카 모델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있으나 역시 오리지널 사운드를 선호한다. 755A의 사운드는 초고가 웨스턴 사운드의 음색을 그대로 재현하는 명품이다. 수억대의 4181, 14A 혼 등의 조합에서 오는 음색을 이 소형 풀레인지가 들려준다는 것이 신기하다. 가장 좋은 풀레인지 스피커 하나를 택하라면 서슴없이 이 웨스턴 755A를 택할 것이다. 초기 웨스턴 755A와 알텍 755A는 그 음질의 차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나, 필자의 경험으로 차이가 거의 없다. 다만 테스트 상으로 더 완벽한 검수를 한 것이 W.E. 755A이니 만큼 완성도가 뛰어난 데서 오는 음질 상위 조건은 상상할 수 있다.



이것은 추억이지만, 고등학교 시절에 들었던 국산 삼미 PB-8, 8인치 알니코 픽스드 에지 스피커 소리도 잊지 못한다. 최근 들어 한 조 구해 다시 들어 보았는데 나무랄 데 없이 훌륭했다. 구매 가격의 10배에 해당하는 외제 스피커들과 경쟁해 부족한 점이 없었다. 신통하기 그지없다. 국내 스피커 역사상 가장 롱런한 제품이며 음질적으로 가장 우수한 스피커로 추천하고 싶다. 지금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바, 한 번 구해서 실험해 보기 바란다. 가격? 몇 만 원 정도! 이 스피커를 울렸던 당시 앰프들은 국내 조립 6V6 P.P. 진공관 장전축이나 바이폴라 TR 출력석의 독수리 전축 정도이니 앰프 매칭 시 참고하기 바란다. 필자는 간단한 6BQ5 싱글 앰프와 매칭시켰는데 매력이 철철 넘쳤다.



그러다 보니 집에 있는 풀레인지 스피커들을 모두 꺼내 본다. 이제는 별로 남아 있지 않고, 텔레풍켄 타원과 또 하나 피셔 사의 오리지널 박스 밀폐형 와이드 서라운드 스피커만 있었다. 와이드 서라운드라고 해서 지금의 홈시어터 서라운드 스피커가 아니다. 아마 당시에 보조 스피커 정도로 쓰인 소형 풀레인지 제품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스피커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책 사이에 끼워 넣도록 설계되어 책장에 딱 수납된다. 그러니까 책꽂이에 다른 책들과 나란히 꽂아 책장에서 음악을 재생하는 보조 스피커였을 것이다. 특이한 것은 인클로저가 원목이라는 것이다. 완전 밀폐형으로, 전면 그릴에 스피커가 부착되어 내부를 보려면 전면 그릴 나사를 제거해야 한다. 궁금한 나머지 내부를 살펴보았다. 1cm 두께의 스펀지 한 장이 달랑인 내부는 아무 것도 없이 휑했다. 전면 전체가 스피커이다시피 한 초타원 픽스드 에지 알니코 스피커 하나가 전부였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그러니까 전면 전체가 다 스피커다. 필자가 좋아하는 텔레풍켄의 풀레인지 유닛 자체 재생과 비슷한 발상이다. 더군다나 유닛을 자세히 살펴보니 미국제가 아닌 독일산 텔레풍켄 마크가 선명하다. 결국 피셔 사에서 텔레풍켄 풀레인지 유닛을 수입해 만든 스피커인 것이다. 에이브리 피셔가 독일계 미국인이니 만큼 이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피셔 앰프의 노브나 콘덴서, 진공관류 등의 부품이 독일제인 것처럼 말이다. 내부는 별 것 없다. 그러나 소리는 별 것 있다. 힘들이지 않고 나오는 중·고역과 맑고 제한적인 저역이 어울려 스피커에서 나오는 것 같지 않게 자연스럽기 그지없는 현과 보컬이 누구라도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것이다. 의외로 출력도 잘 받으며 바람 소리 같은 자유로운 소리 성향을 드러낸다. 피셔 리시버에 연결해서 듣는 자유스러움은 이 풀레인지 스피커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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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3년 10월호 - 4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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