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네틱 라우드스피커 혼
상태바
마그네틱 라우드스피커 혼
  • 김기인
  • 승인 2013.09.01 00:00
  • 2013년 9월호 (494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인의 아날로그 기행 80
스피커로 가장 초기 단계의 혼은 약 1910년대에 개발된 마그네틱 라우드스피커 혼일 것이다. 이 스피커 혼을 대하면 필자는 묘한 매력에 끌린다. 대체적으로 금속 주물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나무나 합성수지로 혼 부분을 성형하고 넥은 금속으로 만들어 연결한 경우도 있다. 이 혼들은 초기 라디오나 SP 음반 증폭용 혼으로 쓰였다. 그래서 테이블 위에 자체적으로 설 수 있게 성형되었고, 테이블 위에서 가장 적절한 음 확성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테이블에 놓일 적에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이 혼들은 대부분 물음표 형상을 하고 있고, 마치 우주의 블랙홀을 연상시키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는 하부 마그네틱 복스에서 발생된 음 진동이 너무 작기 때문에 이 소리를 확성·증폭하는 혼으로, 소리를 밖으로 퍼지게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시각적으로 오히려 주위의 소리를 빨아들이고 무엇이든 흡인하는 느낌을 받는데, 이것이 필자에게는 블랙홀과 같은 인상을 주는 모양이다. 실내 어디에 있던 이 혼은 시선을 집중시키는 매력을 발산한다. 크기도 그리 크지 않아 소품으로도 적격인데, 미국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스피커 혼이라 말할 수 있다. 대부분 검정색을 띄고 있어서 필자는 블랙홀이라 부른다.


 첫 번째 혼은 유명한 웨스턴 일렉트릭(Western Electric)의 521W 혼이다. 이 혼의 특허는 1918년 7월 29일에 웨스턴 사가 취득했으며, 필자 소장품은 1923년 생산품이다. 당시 가격이 21달러로 고가품이었으며, 몸체는 소위 놋쇠로 불리는 황동 주물품으로 두들겨 보면 청명한 소리가 난다. 넥에서부터 전면 혼까지 이음매가 없는 일체식 주물 혼이며, 하부에 웨스턴 마그네틱 드라이버가 내장되어 있다. 전기 증폭 음악 신호 변환 장치로는 거의 최초 양식이며, 기계적으로 SP 음반을 재생하기에는 최고의 성능을 보장하는 희귀품이다. 웨스턴 4A MC 픽업 헤드를 2B 톤암에 장착시켜 턴테이블과 일체화된 진공관 앰프와 연결하면 특이한 웨스턴 음색을 즐길 수 있어 일본에는 애호가들이 많다. 장착된 마그네틱 드라이버는 내부 임피던스가 약 5㏀ 정도의 하이 임피던스 코일을 감은 고정자 주변에 자석을 배치시키고 얇은 금속 진동판에 근접시켜 전류를 흘리면 진동판이 떨어 소리를 내는 원시적 형태다. 하지만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있고 향기가 있어 중독성의 음색을 느낄 수 있다. 한 세트로 바이올린이나 성악 등을 재생하면 웨스턴 음색으로 음악 감상도 가능해 매력 있다.두 번째 혼은 앳워터 켄트(Atwater Kent)의 라디오 혼으로, Loudspeaker Type-M이다. 이 혼은 알루미늄 합금의 주물 혼으로, 하부 넥과 상부 혼을 위편에서 연결해 만들었다. 227, 225와 같은 소출력 3극 벌룬관을 사용하는 1930년대 라디오의 별도 혼으로, 역시 하이 임피던스 마그네틱 혼이다. 웨스턴 혼보다는 개구부가 2배 정도 넓으며 혼의 길이도 약 1.5배 정도 되어서 더 하부 저역까지 재생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울림은 웨스턴처럼 맑지 않다. 아마 재질 차이에서 오는 변화이며, 중간에 한 번 이은 것도 영향이 있으리라 본다. 세 혼 중 흡입력이 가장 강한 혼으로, 무게감과 질감이 발군이다. 특히 세월을 머금고 있는 표면의 질감이 소품으로서도 더할 나위 없다. 일반 오디오와 연결하려면 매칭 트랜스가 필요하고, 소리가 크지는 않고 일반 육성 정도까지가 최대 음압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웨스턴이나 알텍의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연결하면 정말 더할 나위 없는 소리가 나리라 생각한다.세 번째 혼은 SPCO 사의 The Songbird라는 혼인데, 철판을 가공한 혼으로 두께가 얇다. 무게로 따지면 셋 중 가장 가벼우며, 소리 또한 경쾌한 데가 있는데, 중후한 맛은 덜하다. 하부에 역시 하이 임피던스 마그네틱 드라이버가 장착되어 있고, 이름처럼 새소리가 난다. 세 혼 모두 한 짝씩 있는데, 앞으로 동일 형을 한 개씩 더 구해 오디오용으로 사용해 볼 예정이다. 일반 혼 스피커의 고역 보완용으로 스피커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면 효력도 있으려니와 모양도 아름다울 것 같다. 필자는 특별히 혼 사운드를 좋아하는데, 이 물음표 혼들은 인간의 구강 구조를 본떠 음성 재생에 치중한 느낌이 들어 더욱 애착이 간다. 웨스턴 혼을 제외하고는 그리 고가는 아니어서 일반 애호가들도 한 번쯤 오디오 혼으로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SPCO The Songbird  
Western Electric 521W  
Atwater Kent Loudspeaker Type-M    
494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3년 9월호 - 494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