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n Logan Summit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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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n Logan Summit X
  • 신우진
  • 승인 2013.07.01 00:00
  • 2013년 7월호 (49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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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매력의 마틴 로건, 그 마성에 빠져들다
여성 보컬의 투명함은 이 스피커 거의 극강이다. 수많은 억대의 시스템을 들어보아도 이런 소리를 내는 것은 오로지 마틴 로건 하나뿐이다. 수많은 정전형 리본 스피커를 들어보아도 마틴 로건처럼 이렇게 아름답고 투명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투명하면서 가늘고 여리지만 아무리 거친 소리도 자극적이지가 않다.  이 스피커의 소리는 아름답다. 유독 의인화시켜 말하기를 좋아하는 취미의 세계에서, 이 스피커를 대입시키자면, 시한부 삶을 사는 마르고 창백한 얼굴, 하얀 원피스에 생머리를 한 눈이 커다란, 그런 모습이 그려진다. 이 스피커와 사귀는 것은 그런 영화 같은 일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세심하게 대해야 되고 함부로 울려서도 안 된다. 결혼을 전제로 건전한 교제도, 육욕에 얽매인 원초적인 연애와도 다르다. 흔히 크리스털 클리어(Crystal Clear)라 표현되는 음색, 그렇게 투명하고 깨끗하게 들려준다. 


 모든 스피커 호 불호가 갈리지만 이 스피커처럼 극명하지는 않다. 대신 한 번 빠져들면 벗어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나는 10년 가까이 이 스피커에 빠져 있었다. 도저히 헤어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치 수십 년 전 연애담을 떠들 듯, 나는 이 스피커를 쓰면서 아름다운 순간을 떠올리곤 한다. 그때가 내가 오디오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해 본다. 지금 내 시스템에 큰 불만은 없지만, 그래도 가끔은 말이다.


 몇 세대를 거치면서 정전형 스피커의 대표주자인 마틴 로건은 패널이 변하였지만, 기본적인 구조나 모습은 같다. 서미트 Ⅹ는 CLX 바로 밑, 하지만 ESL과 우퍼의 조합이라는 마틴 로건의 일반적인 특성을 가진 것 중에는 현재 나오는 가장 상위 기종이다.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크기와 키가 점점 작아지는 것 같다. 약간 비스듬한 모습, 물론 청취 위치에 따라 스파이크를 조정해 기울기를 조절할 수 있다. 우퍼는 이 모델의 경우 전면에 하나, 그리고 스피커 아래쪽에 하나가 있다. 무지향성의 패널을 고려하여 방사형 우퍼를 채택한 것 같다. 2000년 초반 AV화에 맞추어 다양한 방사형 서브우퍼를 개발하면서 노하우를 얻은 구조인 듯하다.


 과거와 가장 큰 다른 점은 이 우퍼는 액티브형으로 구동된다는 것이다. 구동 앰프는 200W의 출력을 가지고, 그래서 스피커 단자 역시 한 쌍만을 가지고 있다. 이전 모델의 대형 밀폐형 구조에서 구동에 애를 먹었는데, 이런 일은 없어졌다. 십 년 전쯤 고장이 많이 발생하여 패널의 필름 두께를 약간 두껍게 하였는데, 아마 이것은 유지되는 듯 보인다. 그래서 그때부터 소리가 이전보다는 약간 도톰해지긴 했다. 좋게 말하자면 현실적이 되었다고 할까?나는 정말 오랜만에 마틴 로건을 다시 만나러 나서면서, 음원 파일을 USB에 넣고, 체스키 레이블의 재즈, 'Sambolero'가 들어 있는 루이즈 본파의 음반과 오르페우스의 심플 심포니, 실비아 맥네어의 목소리가 들어 있는 모차르트 미사곡 3장을 들고 나섰다. 과거 마틴 로건을 쓸 때 가장 좋아했던 음반들이다. 심벌음을 이렇게 투명하게 내고 기타음을 이렇게 깨끗하게 들려주는 오디오가 있었던가? 바로 앞에서 와인잔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스피커 자체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공기를 밀어 만드는 소리여서 발음체가 그냥 스피커의 모든 뒤 공간이 된다. 마치 3D 영화처럼 음의 이미지가 중첩적으로 잡히고, 듣는 사람을 멍하게 만든다. 여기 빠져 들면 마틴 로건을 써야 된다. 칼 같은 핀 포인트는 아니지만, 스피커 사이 뒤 편에 실루엣 같은 포인트가 만들어지면서 입체적인 배치를 만들어 낸다. 모차르트의 미사를 들어보면 4중창의 한명 한명 스피커 뒤에 서 있는 것 같다. 실비아 맥네어의 'Agnus Dei'가 울려 퍼지면서 나는 이 스피커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든다.


 여성 보컬의 투명함은 이 스피커 거의 극강이다. 수많은 억대의 시스템을 들어보아도 이런 소리를 내는 것은 오로지 마틴 로건 하나뿐이다. 수많은 정전형 리본 스피커를 들어보아도 마틴 로건처럼 이렇게 아름답고 투명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투명하면서 가늘고 여리지만 아무리 거친 소리도 자극적이지가 않다. 이런 비현실성은 호 불호를 명확하게 가른다. 누군가는 마치 헤드폰으로 듣는 듯한 기분이라는 소감을 말하기도 하였는데, 그 느낌은 이해가 된다. 듣는 사람의 호 불호도 있지만 이 스피커 장르에 따라 그 편차가 크다. 거칠고 투박한 탁한 소리도 너무 곱게 풀어내어 같은 재즈라도 버브나 블루 노트를 틀었을 때 너무 미끈하게 나오는 거친 색소폰이 썩 좋지는 않지만, ECM이나 체스키를 틀었을 때는 거의 적수가 없다. 현의 총주나 심포니 같은 대편성은 아쉬움이 있지만, 현악 사중주 소편성은 바로 앞에서 연주하는 듯하다. 같은 현악기라도 활로 긁는 것과 뜯는 것 역시 재생 능력차가 크다. 그리고 경험상 이 스피커는 앰프나 케이블 등도 많이 가린다. 다른 데서 좋다던 앰프나 케이블이 여기 와서 전혀 딴판의 소리를 만들기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래저래 다루기 힘든 까탈스런 아가씨이다. 


 이 스피커가 어떤 느낌이라는 것 내가 말로 표현하기보다 제대로 한 번 들어보면 바로 알게 된다. 기존의 스피커로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을 소리일 것이다. 그리고 취향이 갈리는데 10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전에 없던 기능이 추가되었다. 스피커 뒤판에 보면 스피커 바닥, 뒷면 우퍼부 윗면 등에 설치된 조명을 컨트롤하는 스위치가 있다. 방을 어둡게 하고는, 단출한 연주에 실린 여성 보컬을 나지막이 틀고, 투명한 스피커 패널 너머로 설치된 조명을 은은하게 비춘다면,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드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 스피커,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수입원 ㈜코리아솔루션 (02)713-1284가격 2,100만원  재생주파수대역 24Hz-23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70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91dB/2.83V/m  권장 앰프 출력 20-600W
크기(WHD) 32.2×154.8×54cm  무게 3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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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3년 7월호 - 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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