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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현태
  • 승인 2013.06.01 00:00
  • 2013년 6월호 (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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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을 잘 살린 음향의 미학
 오랜만에 가야금 산조가 수록된 국악 음반을 소개하는 것 같은데, 토종 레이블인 오디오가이에서 선보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림에서 한국 수묵화의 매력이 여백의 미라고 한다면 전통 국악의 묘미는 여백을 잘 살린 공간의 사운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가야금을 녹음한 국악 음반들은 평면적이고 공간의 느낌을 전혀 만끽할 수 없는 다소 밋밋하고 인위적인 사운드가 아쉬웠다. 그렇다면 과연 국악 음반의 재미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오디오가이가 제시해 주고 있는데, 기존의 따분하고 쉽게 와 닿지 않게 녹음된 장르에 새로운 시도를 통해 과감히 도전한 음반이 바로 조정아가 연주한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다. 앞서 언급한 국악 음반에서 쉽게 느낄 수 있었던 아쉬웠던 부분들이 이 음반에서는 느낄 수가 없었는데, 이는 뛰어난 공간 잔향 효과를 이용한 녹음의 기술을 통해 입체적인 공간감으로 바꾸어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오디오가이는 사람의 머리 모양에 마이크가 장착된 독일 노이만 사의 KU100이라는 더미 마이크를 사용했고, 이를 통해 360도 공간의 배음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는데, 인위적인 이펙트의 사용을 전혀 없으며, 철저히 녹음 환경의 울림만을 통해 최고의 가야금 산조 연주를 담아냈다. 필자도 지금까지 수많은 가야금 산조 음반을 접해 왔지만, 이 음반과 같이 내추럴하고 정적인 녹음을 접해 본 경험은 없었던 같다. 특히 서양음악에서의 독주 악기의 녹음이 가장 어렵다고 하듯이, 가야금도 마찬가지로 현악기의 독주 녹음 이상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어 자연스러운 여백의 미를 표현하기란 쉽지 않은데, 그만큼 오디오가이의 노하우와 경험이 만들어 낸 훌륭한 결과물이란 생각이 든다. 연주는 조정아 씨의 가야금과 정준호 씨의 장구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조정아 씨는 국내의 다양한 국악 경연 대회에서 수상을 한 화려한 경력이 있으며 국악 실내악단 나랏소리에서 연주 활동을 하고, 출강 중이다. 장구를 연주한 정준호 씨는 국립국악원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특히 조정아 씨의 연주는 가야금 산조의 마치 내면의 에너지가 숨어 있는 듯 진지함과 조심스러운 연주 속에서 침착함이 돋보이며, 내면의 잠재된 절제력 있는 표현도 느껴졌다. 이 한 장의 가야금 연주 음반은 가야금을 통한 음장감이 완성된 녹음의 진수를 만날 수 있었는데, 진정한 국악의 정갈함과 고귀함이 와 닿는 음반이다. 마이크와의 거리가 있는 장구의 흥과 어울림 소리들도 가야금 산조를 듣는 동안에 또 다른 재미를 가져다주고 있다. 이 음반은 뛰어난 녹음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오디오파일용 레퍼런스 음반으로도 손색이 없으며, 리스닝 시스템의 공간 재생 능력과 가야금과 장구의 거리를 표현할 수 있는 스테이지 재생 능력도 또 하나의 체크 포인트가 된다. 오디오가이가 시도한 국악 음반은 뛰어난 가야금 연주와 새로운 녹음 시도가 만들어 낸 성공적인 데뷔가 아닐까 생각되고, 적극 추천하고 싶은 음반이다. _글 장현태 

조정아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조정아(가야금)정준호(장구)AGCD0048연주 ★★★★★녹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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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3년 6월호 - 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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