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ga Coax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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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ga Coax 10.2
  • 김남
  • 승인 2013.06.01 00:00
  • 2013년 6월호 (491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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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가 연상되는 황홀하게 아름다운 소리
 현존하는 리본 트위터 중에서 가장 완벽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피에가의 트위터는 지극히 고난도의 작업 과정을 거치며, 재생 한도가 50kHz에 달한다. 차마 품에서 떼어 내기가 어렵다. 좋은 앰프로 울리면 실로 황홀한 사운드가 나온다. 스위스 취리히의 호반에 자리잡고 있는 스피커 제작사인 피에가의 제품들은 이제 스위스 고원에서 불어오는 청명한 소리라는 캐치프레이스로 유명해졌다. 현존하는 리본 트위터의 전통적 명문이기도 하고, 시종일관 전 제품을 알루미늄으로 제조하는 것도 트레이드마크가 된 지 오래이다. 강도가 최고도에 달한다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인클로저는 그 강도 자체가 목재 합판이나 MDF와는 비교가 되지 않아 전체적으로 인클로저 크기가 다소 작다. 가격에 비해 겉보기가 작기 때문에 크다는 것에 대해 일종의 콤플렉스가 있는 동양 시장에서는 다소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각도 있지만, 스피커의 크기를 가치 척도의 평가 기준으로 삼지 않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런 아담한 사이즈의 스피커가 오히려 더 환영을 받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작은 공간에 굳이 어울리지 않는 대형기만을 갖추려고 하는 우리나라나 일본 등지의 오디오에 대한 시각이 아직도 50년 전에서 크게 진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외람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십여 년 전부터 국내에 수입되기 시작한 피에가의 제품을 처음 들어본 것이 본 시청기의 종전 모델인 TC10X이었다. 작은 체구에 알루미늄이라는 다소 낯선 시청기를 받아 들고 그냥 되는대로 벽 한 쪽에 세워 두고 파워 앰프는 집에서 찬밥 신세이던 6V6의 국산품에 걸어 놓고 소리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나는 본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냥 들어왔기에 소리나 울려 보자는 타성, 그리고 본업인 방송 원고를 하나 쓰느라 여념이 없었는데, 그럴 때는 당연히 소리도 잘 감별이 되지 않는다. 잘 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돌연 어디선가 그때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던 아름다운 소리가 마치 넝쿨 장미로 뒤덮여져 있는 담장 너머의 집에서 어떤 여인의 허밍 소리처럼 귓전에 들어 박혔다. 나는 순간적으로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지? 하며 고개를 돌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두리번거려 보니 바로 내 방, 그리고 한쪽 구석에 처박히다시피 되어 있던 이 스피커가 내주는 소리였다.집에서 숱하게 들어 봤던 오디오 제품 중 그런 경우는 상당히 드물기 때문에 아직도 뚜렷이 생각이 난다. 찬밥으로 이 구석 저 구석으로 숨기 바빴던 보잘 것 없는 6V6도 당연히 재평가되어 기름 걸레질을 했음은 물론이다. 그 앰프는 세라믹 스피커와 울리고자 구입한 제품이었는데 도무지 신통한 소리가 나지 않아 방출 직전의 상태였는데, 그날 이후 마치 재발견이라도 한 것 같았다.


 그때 눈을 뜬 피에가의 세계. 나는 아직까지 피에가를 갖고 있지 않지만 아마 지금의 메인을 바꾼다면 제1순위가 피에가일 것이다. 이 소리가 나로서는 참으로 좋다. 그리운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라일락이 피어 있던 학창 시절의 통학 골목, 그리고 돌아가신 고모님 생각을 나게 하는 목련꽃의 자태, 거기에 5월 밤 아카시아꽃의 향기. 그런 것이 낱낱이 연상되어 다소 괴롭기도 하지만, 그 뒤로 피에가의 전 제품을 들어 봤다. 단연코 공통적인 그런 그리움이 스위스 고원 지대의 바람과 함께 밀려오는 것이다.피에가는 연전부터 시리즈를 통일해 종전의 시리즈 넘버를 모두 .2로 바꿨다. Coax 모델의 경우 10·30·70·90·120이 모두 그러하며, 바뀐 점은 알루미늄 강도를 더 높이고, 인클로저의 형상도 물방울 모양을 좀더 키웠으며, 네트워크 부분도 개량이 이루어졌고, 유닛도 변경되었다. 그러면서 소리는 약간 더 청명하고 자연스러워졌다. 나로서는 꽃향기가 조금 줄어든 것처럼 들린다. 사실 그 편이 오래 음악을 듣고 오래 한 기종을 사용하기에는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스피커를 만져 보는 것은 누구나 해 보는 짓이지만, 이 강인하고 매끈한 제품을 만져 보는 것은 남다른 느낌을 준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의 머리를 만져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리본 트위터 중에서 가장 완벽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피에가의 트위터는 지극히 고난도의 작업 과정을 거치며, 재생 한도가 50kHz에 달한다. 차마 품에서 떼어 내기가 어렵다. 좋은 앰프로 울리면 실로 황홀한 사운드가 나온다. 

 수입원 샘에너지 (02)3271-7502가격 1,190만원  구성 3웨이  사용유닛 우퍼 15cm MOM 베이스, 트위터 C2 리본
재생주파수대역 36Hz-50k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90dB/W/m  권장 앰프 출력 20-200W
크기(WHD) 19×41×22cm  무게 11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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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3년 6월호 - 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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