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755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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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755a
  • 이창근
  • 승인 2013.02.01 00:00
  • 2013년 2월호 (487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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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청반으로 들어본 황제의 가치
 이것저것 두서없이 쌓여만 가고 매칭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포기 내지는 휴식의 차원에서 우리는 주로 풀레인지를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풀레인지는 힐링의 대상이 아니라 또 다른 고난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텔레풍켄, 클랑필름, 슐츠 등 내로라하는 독일 계열들을 거쳐 웬만한 영·미계 명기들까지 섭렵했다면 또 다시 최고에 대한 타는 목마름이 갈증을 넘어선 집착으로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가수 싸이가 그의 노래에서 부르짖었던 것처럼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산으로 오르고 또 오르다 보면 대체로 WE-755a에서 정상의 이정표를 발견케 된다(물론 그 이정표란 것이 신기루처럼 잠시 보이다 사라질게 뻔하다). 이쯤에 와서는 가히 풀레인지계의 끝장이라 해도 좋을 만큼 일단 가격에서 숨고르기가 필요하다. 어지간한 초기형 A5·A7 풀 시스템 한 조와 맞먹을 뿐만 아니라 콘지 완벽하고 좌·우 페어 매칭된 물건을 소유하려면 좋은 꿈을 꿔야만 가능할 정도다. 1947년 웨스턴 일렉트릭의 디자인으로 탄생한 755a는 페이퍼 콘지와 고정 에지란 기본 구조 위에 진동에 대한 강화 차원에서 에지에 댐퍼재의 코팅이 되어 있고, 센터캡이 콘지와 일체로 성형된 특징을 가진다. 원래 기차역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의 음성 확성용 목적으로 개발되어 내부 설치의 편의성을 고려해 뒤로 납작한 형태를 보여 일명 팬케이크로 불리기도 한다. 4Ω에 재생 주파수 대역은 70Hz-13kHz, 최대 입력 8W, 능률 81.5dB의 스펙을 가지는 8인치 풀레인지로, 당시 스피커 하청업체에 의해 OEM 생산되거나 알텍에서 납품받은 것이 대부분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초기형 알텍 755a와는 형번뿐 아니라 자기회로나 콘지까지 스펙이 같아 소리 또한 '다르다, 다르지 않다'로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둘의 차이는 일단 QC(Quality-Control) 마크에서 확연해진다. 메커니즘, 자기회로, 프레임, 진동계, 노이즈, 응답 주파수 특성을 각각 품질 관리한 증명서 같은 것으로 WE 고유 기준에 의해 모든 부분을 수차례 테스트한 뒤 통과된 유닛에만 부착되었기에 최우수 인증 마크라 해도 좋을 것이다. 간혹 알텍 755a에도 QC 마크가 붙어 있는 것이 있지만 아주 극소량이다. 그리고 공정에 따른 검수인이 WE은 8개, 알텍은 2개뿐이며, 마그넷 캡 용접 부위가 WE은 6개, 알텍은 4개인 점과 보이스코일에서 단자로 연결되는 선재가 WE은 얇은 알루미늄 판으로 알텍은 일반선으로 연결된 점 등이 다르다. 필자의 경험상으로만 보았을 때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755a의 성향은 편안함보다는 다소 거친 마초(Macho)적 기질로 대변할 수 있는데, WE 쪽이 아주 약간 구수한 뒷맛이 존재하고 알텍 쪽이 조금 더 매끈한 원초성이 살아있다면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블라인드 테스트 시 느낄 수 있을 정도는 아니며, 듣는 사람에 따른 약간의 심미안도 작용할 수 있는 미미한 정도라 우열의 격차는 참으로 애매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둘의 가격 차이를 고려한다면 굳이 WE에 대한 집착은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알텍 755a만으로도 보컬과 피아노 등에서 적수가 없음을 알게 되는데 채 5분이 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가의 풀레인지에 익숙한 분에게는 또 다른 신천지의 세계를 알려줄 풀레인지계의 황제임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사람 냄새 나는 보컬용 애청반풀레인지의 능력을 제대로 끌어내려면 역시 보컬 음악이 제격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진정 사람이 부르는 소리 아닌 음악을 듣고자 할 때 위대권 & 강미영의 <밤기차>란 앨범을 꺼내들곤 한다. 레코딩의 마법이 배제된 순수 보컬만으로 수놓아진 몇 안 되는 음반으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추천되는 야신타나 웅산 같은 가수들의 앨범에서 압도되는 세련됨도 없고, 그 음반들을 더욱 빛내주는 고음질반이란 무기 또한 여기엔 없다. 한가닥 한다로 표현되는 인지도를 언급하자면 더욱 게임은 되지 않는다. 우선 재킷 사진만 보더라도 아마추어 뮤지션의 개인 앨범마냥 수수하다 못해 초라함이 먼저 다가온다. 기획력만 매겨 보았을 때 0점에 가까운 점수이다. 언뜻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면 그저 그런 7080류 통기타 음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평범함이 전체적인 인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타이틀곡 밤기차로 들려지는 가수의 담백한 발성에서 시종일관 그가 추구해온 자기 음악이 용해되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체감하게 된다. 안상학·김소월 시인 등의 작품에 자작곡을 입혀 탄생시킨 시 음악에 대한 쉼 없는 담금질 속에서도 가수는 청자로 하여금 노래를 억지로 들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한 편안함 속에 진정 수수한 사람 냄새 같은걸 음악 속에서 전달 받게 되는데, 일정 부분 힘을 빼고 부르는 내공으로 빚어진 편안한 창법과 거기에서 비롯된 음악적 향기는 쉽게 표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 앨범의 백미는 김소월의 시를 가사로 한 '눈 오는 저녁'을 들 수 있다. 위대권의 편안함과 달리 강미영이 부르는 이 곡은 가수가 발산하는 뜨거운 열기로 인해 후끈한 자극이 피부에 와 닿는다. 과거 노동 현장에서 불리던 민중가요처럼 저 아래로부터 솟구치는 뜨거움이 가수의 절창과 믹스되어 낭낭하게 마무리가 된다. 서로 다른 음색으로도 훌륭한 조화를 이룸은 이들이 부부라는 관계이기에 더욱 자연스러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아쉬움을 들자면 디렉팅 과정에서의 미세 작업이 부족해서 이들의 음악성이 조금 묻힌 듯한 점이다. 그러나 대신 보컬의 순도로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수준이라 시스템에 따라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각자의 경중을 그러한 것과 그딴 것들로 양분하는 버릇이 생겨버린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도 값진 것들을 세속의 평가와 잣대에만 의지하여 나도 모르게 그딴 것들로 편입시키는 우를 범할 때가 대부분이다. 음악에 있어서도 대중들의 진지하지 못한 접근법에 가로막혀 인정받아야 할 귀한 음반들이 그딴 것들로 분류되어 사장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으로 위대권 & 강미영 같은 음악인들이 지역 가수의 울타리를 벗어나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풀레인지와 음악을 사랑하는 동호인들의 성원 또한 부탁드리고 싶다.  



 음반 문의 : 한국 시음악 연구회 (010)5555-0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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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3년 2월호 - 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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