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화된 LE-8T는 보통 패시브 우퍼인 PR8과 함께 인클로저에 수납되었고, 1970년대 후반 페라이트 자석이 채용된 LE-8TH로 모델 체인지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보이스 코일과 댐퍼의 개발로 내입력이 50W로 늘어난 LE-8TH는 더 호방해진 이탈감을 자랑하지만 알니코 계열인 전작들에 비해 포커싱이 다소 흐릿해진 아쉬움이 있다. LE-8T 또한 명료해진 음색과 JBL다운 강렬함이 추가되었으나, 음장의 심도면이나 자연스런 질감에서 초기 LE-8에는 미치지 못한다. 전체적인 사운드의 특성은 고역보다는 저역대에서 장기를 보이는 스타일로 통 설계에 따라 30Hz까지 평탄하게 내려가는 풀레인지답지 않은 스케일이 돋보인다. 그러나 고역대 재생 한계가 10kHz 언저리에서 감도는 수준이라, 초고역대가 잘린 부족한 지향성이 최대 단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한정된 고역대 안에서 솜씨 있는 밸런스를 설정해 두어 청감상 훨씬 더 위로 치솟는 에너지감을 맛볼 수가 있다. 이는 알루미늄 리본 보이스코일과 연결된 반짝이는 센터 돔에서 만들어지는 매직으로, 여기서 비롯된 광채감이 LE-8T만의 악센트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폄하의 칼날을 좀더 깊숙이 휘두른다면 독일계 고급형 풀레인지들에서 재생되는 우수 어린 심오함이나 텐션을 동반한 예리함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해 볼 수가 있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고급형 로더 등과는 가는 길이 다른 PA용 내지는 근접 모니터용임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수용 가능한 부분일 것이다. 풀레인지로서는 꽤 낮은 89dB이라는 능률로 인해 3극관 싱글로는 역부족인 면 또한 크게 다가오지만 6L6PP나 ST관일 경우 6V6PP 정도와 매칭 시 꽤 괜찮은 조합을 이끌어낼 수가 있다. 여기서 독자 제현께 부탁 한 가지를 드리고자 한다. 우선 LE-8T로 구성된 시스템을 각자 머리 속에 새겨보시길 권한다. 두터운 초저역과 고운 입자감으로 흩뿌려지는 고역의 향연에 몰입된 자신이 그려지는가? 마지막으로 몰입된 자신이 그려진다면 콤콤한 고물 쿵짝 사운드로 각자 내면의 그늘을 훑어내셨으면 좋겠다. 음악으로 쓸어대는 빗자루질 주변엔 바흐가 있어도 좋고, 이미자도 상관없을 것 같다. 한바탕 대청소의 중심에 JBL LE-8(T)이 놓여질 수만 있다면 더 이상의 조건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낙담과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도 있는 2012년 끝자락이지만 과거의 천재들이 완성해낸 작은 알맹이 하나가 자신의 심연 속을 다스려줄 것이라 확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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