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돌아 제자리, 그리고 AR 인티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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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돌아 제자리, 그리고 AR 인티앰프
  • 이창근
  • 승인 2012.12.01 00:00
  • 2012년 12월호 (485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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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한국식 시스템은 AR, 그 주변도 AR, AR이 최고!'라는 종교에 가까운 신념으로 AR 광풍이 몰아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AR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예전에 비해 '무조건, 무조건이야~' 이 정도는 아닌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 들을 만한 것이 너무 많아졌고, 상인들이 올려놓은 과해진 가격 또한 등을 돌리게 하는데 한몫 했으리라 본다. 그러나 근접 청취가 필수인 데스크 파이가 일반화되면서 다시금 AR의 위력이 살아나고 있는데, 코앞에서도 그리 자극적이지 않고, 고가의 DDC/DAC는 아니더라도 포근하게 감싸주는 특성 때문에 필자 또한 최근 AR7을 들이면서 열심히 주변을 꾸미고 있는 중이다. 그야말로 먼 길 돌아 제자리에 돌아온 기분으로, 작은 크기에 폭까지 좁아 책상 위에 놓고 쓰기엔 안성맞춤이다. AR 스피커가 들어왔다면 매칭될 앰프의 선택이 중요해지는데, 역시 AR엔 AR이 우선될 수밖에 없음을 최근 몇 가지 경험을 통해 깨닫는 중이다. 1969년 튜너부가 추가된 리시버와 함께 탄생한 AR 인티앰프는 발매 당시 각종 디자인상을 휩쓸었을 만큼 단정하고 간결한 전면 패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별매품이었던 오리지널 우드 케이스와 결합된다면 더 한층 은은하고도 고고한 매력을 발산할 것은 당연지사이고, 소리 또한 외향에 반하지 않는 온화하고 품격 있는 기조를 그려낸다. 방열판의 구조와 내장·외장형의 형태 등으로 초기형과 후기형으로 구분되지만 가장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는 출력석과 드라이브석의 교체 여부와 내장된 트랜스의 상태라 할 수 있다. 특히 파워 앰프부 후단에 장착된 출력 트랜스는 동사 밀폐형 스피커에 대한 원활한 구동력 확보와 함께 농밀한 사운드의 추가라는 AR표 사운드의 핵심으로, 그 중요성은 사용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일 것이다. 출력석은 거의 대부분 RCA제 캔 TR이 4개 쓰이지만, 지멘스 TR이 장착된 제품도 드물게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대체로 우리가 알고 있는 부드럽고도 중역대가 몽글몽글한 AR 인티 사운드는 RCA제 출력석 소리로 보면 틀림이 없다. 내부를 열어 보면, 가지런히 정렬된 국군의 날 행사장 같은 레이아웃을 상상한다면 실망하게 된다. 꽤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하드와이어링과 말로리 종이 콘덴서 등의 고전 부품들을 접하게 되는데, 깔끔한 기판 형태에서 누락된 소리만을 추구한 제작자의 열정이 녹아 있음을 먼저 알아야한다. 알니코 버전인 AR3보다는 후기 페라이트 버전 AR3a 이후 스피커와의 매칭이 더 유리하며 그 외 로하스 계열이나 다소 까칠한 프로악과도 무리 없는 어울림을 보여준다. 전체적인 사운드의 경향은 빈티지적인 점잖음과 잔잔함을 바탕으로 주선율의 응축된 밀도감이 돋보이는 타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현악에서의 표현력은 값비싼 구형 진공관의 찰기 그 이상으로 대편성에서 나와야 할 길목마다 터져주는 한방 또한 크기와 스펙을 잊게 만들어버린다. 다소 고전 음악 쪽에 특화된 면이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지만, 여타 보컬 음악에서의 진국 같은 걸죽함만으로도 그 약점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다. AR 사운드는 늘 70점 정도를 추구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외관 디자인도 그리 화려하지 않고, 귀에 쏙 들어오는 해상력이나 넘실대는 스케일도 없다. 그러나 어떤 음악을 들어봐도 외면 또한 쉽지 않다. 요즘처럼 음원으로 플레이하는 음악 감상은 더더욱 진득함을 기대하기가 어려운데, 음악을 내 옆에 붙들어 주는 묘한 힘이 AR 안엔 들어 있음을 느낀다. 깊어가는 겨울밤 AR 인티와 자그마한 AR 스피커로 찰떡같은 음악감상 한 번 해보시길 권하고 싶다. 저마다 추구하고 지향하는 길은 다르지만 어차피 인생의 꼭지점은 AR 안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둔한 표현으로 AR 사운드를 자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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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2년 12월호 - 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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