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tofon SPU-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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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tofon SPU-GT
  • 김기인
  • 승인 2012.11.01 00:00
  • 2012년 11월호 (484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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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인의 아날로그 기행 70
 바흐 마태 수난곡을 빼 들고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습니다.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텔레풍켄 4장의 LP 하드 박스로 발매된 연주입니다. 예수의 수난을 선율에 실어 작곡한 바흐의 기도를 나는 듣고 있습니다. 모든 사랑의 열정에는 수난이 뒤따르는 법. 예수의 사랑에는 좁디좁은 인간의 대지에서는 감히 보이지도 않는 수난이 실려 있습니다. 바흐는 말로 표현 못할 그 탄식들을 모아 그만의 기도로 이 곡을 완성했습니다. 이 가을 마태 수난곡을 들으니 보고 싶은 얼굴들이 모두 수난의 아픔으로 곡조가 되어 흐릅니다. 이미 고인이 된 얼굴,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들의 얼굴, 그리고 보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 술 마시고 대화하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 모두가 수난의 곡조가 되어 흐릅니다. 왜 가을이 되면 보고 싶은 사람들이 그리도 그리워져 회상의 곡조가 되어 흐르는지 나도 잘 모릅니다. 가을은 종말을 예고하는 서곡처럼 영혼에 와 닿기 때문일까요. 우리는 그 곡조를 못 이겨 혼자만의 고독한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합니다. 사실 삶 자체가 이미 고독한 여행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우리는 혼자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습니다. 원래 혼자서는 고독하기에, 남자·여자로 분리된 이후 태초부터 고독하였기에 항상 둘이 합해 고독하지 않은 하나, 완성된 하나가 되고 싶어 남자 여자가 사랑하는 것처럼 우리는 절친한 대화의 대상을 찾아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몰두합니다. 진정 대화하는 것을 인간의 낙 중에 최고로 친 공자님처럼 그 통쾌함과 아름다움, 즐거움은 진정한 대화에 있기에 그 대화를 하고픈 누군가를 그리워하나 봅니다. 그 대화의 대상이 친구이든 애인이든 부모이든 스승이든 말입니다. 마태 수난곡을 듣다가 그리운 카트리지가 생각났습니다. 나에게는 추억과 같은 카트리지로, 항상 카트리지 박스에 꽂혀 있지만 잘 듣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부에 승압 트랜스가 내장되어 타 카트리지와는 달리 포노 연결 라인에서 승압 트랜스 설치를 제거해 다시 라인업 해야 하는 불편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소리는 매우 밸런스가 좋고 구수하며 우수에 젖어 있어 그 사운드의 추억은 항상 뇌리에 있는 그런 카트리지입니다. 수수하기 그지없어 떨어진 가을 낙엽만큼이나 정감가고 우수에 차 있습니다. 트랜스 내장 타입은 트랜스가 셸 내에 장착되어야 하는 관계로 내부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A타입 셸은 없고 모두 G타입 셸로만 제품이 나와 있습니다. 트랜스를 포함한 무게가 32g으로 일반 G셸 타입 카트리지와 동일하게 맞춰져 있습니다. 보통 2가지 모델이 상품화되어 계속해서 대량 생산되었지만 후기로 갈수록 개량이기보다는 원가 절감 측면에서 다루어진 듯한 인상을 주어 무언가 허술한 소리를 냅니다. 두 모델이란 SPU-GT와 SPU-GTE입니다. GT는 트랜스 내장의 0.6mil 침선의 스페리컬 팁이 붙어 있으며, 출력 2mV에 주파수 특성 20-20,000Hz, 침압 2-3g의 기본형입니다. GTE는 트랜스 내장의 일립티컬 타원 팁이 붙어 있고, 출력 2mV~5mV에 주파수 특성 20-20,000Hz, 침압 2-3g의 개량형입니다. GTE가 GT보다 디테일이 향상된 느낌이 있으나 전체 음의 두께가 얇아지는 경향입니다. 필자가 선호하는 타입은 GT형으로, 초기 죠겐쇼우 승압 트랜스가 내장되어 있고 셸 리드선이 스프링으로 되어 있는 타입입니다. 후기로 가면서 오토폰 자체 생산 트랜스를 내장시키게 되는데, 초기형에 비해 음악성이나 질감이 손상된 느낌을 줍니다. GT는 뒤집으면 내부 연결이나 구조가 그대로 다 노출되어 보입니다. 셸 리드선이 스프링으로 되어 있어 특이합니다. 트랜스 말단에 검은색 플라스틱 띠가 두껍게 보이는 것이 조겐쇼우의 트랜스이며, 초기형은 스테레오 L·R 그라운드가 한 선으로 링크되어 있습니다. RF-297에 GT를 연결해서 들으면 초기 전류 발생 단계에서 승압하기 때문에 노이즈나 선명도가 좋고 단호한 음상을 제공해 줍니다. 이것이 카트리지 내장 승압 트랜스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정말 구수하며 음악성이 좋으면서도 우수에 흠뻑 젖은 질감을 보입니다. 간혹 연결 스프링 헤드셸 라인이 녹이 슬어 저항이 생기면 질감이 감쇄됩니다. 이럴 때는 스프링 접속부를 청소해 깨끗하게 한 후 다시 연결하면 속이 후련해질 만큼 질감이 향상됩니다. 그래서 GT형의 경우 카트리지 접속부 청소는 필수입니다. 가을 낙엽 쓸듯 카트리지를 정성스럽게 청소해 보십시오. 그만큼 보답합니다. 이 가을 GT와 함께 마태 수난곡을 한 번 듣는다면 영혼도 정화되어 외롭지 않을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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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2년 11월호 - 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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