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ec 604, 납득이 가는 보컬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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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ec 604, 납득이 가는 보컬을 위하여
  • 이창근
  • 승인 2012.10.01 00:00
  • 2012년 10월호 (48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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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처럼 가슴이 답답할 때면 아래로부터 소화제마냥 뻥 뚫어주는 강렬한 한방, 혹은 그와 같은 음악들이 절실해진다. 그래서 20대 때에도 그리 많이 찾지 않았던 하드록·헤비메탈 음악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무질서하게 저장된 외장하드 속에서도 어김없이 에어로스미스의 음원들이 선택의 1순위가 된다. 오랜 세월 함께해 온 멤버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조화로운 통일감이 있어 좋고, 비주얼과 대중적 멜로디로 치장된 LA 메탈 밴드들과는 역시나 차원이 다른 내공이 있어 들을 때마다 매료되는 점이 크다. 특히 1999년 오사카돔 실황공연은 노익장 그 이상의 것으로 보컬리스트 스티븐 타일러의 가식 없는 능동적 무대 매너와 특유의 철성을 보고 듣고 있노라면 세상의 시름이 잠시나마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다. 개성 강한 매력적인 보이스와 함께 간간히 감상할 수 있는 하모니카 연주에서 장르를 넘나드는 폭넓은 음악성이 녹아내림을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이들이 세대를 초월해서 꾸준히 차트에 이름을 올렸던 건 결코 우연이 만들어 낸 행운만으론 불가능했으리라. 과거의 명성에 의존하지 않는 끊임없는 변화의 추구와 그에 따른 노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지금껏 추앙받지 않았겠는가. 술을 한잔 마시고 다시금 공연에 집중해보았다. 무대 위에서 온갖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보컬리스트의 얼굴이 점차 청년으로 변하는 것만 같은 착각 속에 빠져든다. 열정이 기반된 절대 경지의 발산으로 전해지는 환상이자 에어로스미스와 스티븐 타일러에게서만 뿜어지는 파우스트적 마법이 아닐 수 없다. 음주 감상 속에서도 머릿속을 맴도는 건 '그런데 이걸 무엇으로 울려야 하지?' 스티븐 타일러의 음색을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스피커는 무엇으로 해야 할까란 과제였다. JBL 모니터 스피커들로 한때 매끈하고도 세련되게 들어보았지만, 에어로 스미스 사운드, 즉 양념이 배제된 소금구이 같은 맛은 많이 반감됨을 느꼈다. 맹수를 우리에 가두면 초원에서 울리는 포효를 들을 수 없고, 생선회에 인위적인 온도가 첨가되면 날것의 느낌을 상실해버리듯 있는 그대로 그들이 추구하는 록 스피리츠를 제대로 구현코자 한다면 알텍을 빼놓고는 얘기가 안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순도 높은 보컬, '아! 이 맛이야'라고 절감케 되는 야성을 함유한 원초적 보컬을 원한다면 604를 콕 집을 수밖에 없다. 1944년 604 오리지널을 시작으로 604B, C, D, E, 604-8G, 8H, 8K 순으로 일련의 시리즈를 형성하게 된다. 빈티지 604의 원형은 604C까지로 볼 수 있는데, 이후 모델에서는 구조적 변화의 폭이 커져서 사운드에 있어서도 후기 모델은 초기형과 구별되는 점이 확연하다. 특히 604-8H까지는 알니코 자석이나 604-8K부터는 페라이트가 채용되었다는 점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604의 제원과 특성에 관한 내용은 전에 여러 번 다루었던 관계로 생략하겠다). 하지만 최근 빈티지 604의 가격이 너무 올라버렸고, 클래식까지 수용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보컬 자체의 매력을 만끽하기엔 후기형, 그 중에서도 604-8K 같은 페라이트 채용 모델도 소스나 앰프 매칭에 따라 훌륭한 결과를 얻기에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관구식 앰프를 보유 중이고 여러 장르를 울릴 수 있는 올라운드형을 원한다면 604E·604-8G 정도가 베스트라고 말해두고 싶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야성을 살리고 보이스 자체 음색을 얻고자 한다면 알텍 604 시리즈로 여러 보컬 음악을 들어보실 것을 권해본다. 조금은 쌉싸래한, 그래서 칼칼함이 희생되지 않는 원색적 보이스는 좀처럼 현대적 소리통에선 찾기가 어렵다. 스카닝이나 스캔 스픽 알맹이들이 전해주는 깔끔함과 뚝 떨어지는 아래 대역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 다른 장르보다 하드록·헤비메탈 음악에선 더욱 그러하다. 특히 40대 이전 세대들이라면 알텍에 대한 친화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흑백 TV조차 귀하던 시절, 그들에게 소리란 개념을 정립시켜 준 곳이 극장이었고, 그곳에 설치되었던 스피커가 알텍이었으니 말이다. 유년기의 기억은 충격으로 남아 있게 마련이고, 나이 들어서도 회귀본능으로 다가와 그 만족의 기준은 늘 절대적이다. 알텍 604로 스티븐 타일러를 들어본다면 그가 말해줄 것이다. 지금 나오는 소리가 원래 내 목소리야! 납득이 가는 보컬을 찾고 있다면 알텍 604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확인만 하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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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ec #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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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2년 10월호 - 4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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