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 바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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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 바늘에 대하여
  • 김기인
  • 승인 2012.10.01 00:00
  • 2012년 10월호 (483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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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인의 아날로그 기행 69
 유성기 수집가라면 그에 병행해 유성기 바늘 수집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콘셉트로 말한다면 그 둔하디 둔한 유성기 사운드에 음질 변화가 얼마나 있겠는가 하겠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다. 유성기 바늘에 따른 음색 변화나 음질 변화는 최근의 고급 카트리지들의 섬세한 음질 변화보다도 그 편차가 클지도 모른다.유성기 바늘은 그 재질에 있어 대단히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가장 흔한 것은 강철제 니들이다. 강철제도 단순하게 마감된 것이 아니라 철의 가공 강도와 두께, 모양에 따라 여러 가지 타입이 있으며, 그 각자의 음량이나 음질이 모두 다르다.유명한 영국 HMV의 니들은 기본적으로 1번 사용하는 타입(Use Once Only)으로, 유성기 바늘의 기본이다. 강철을 가공한 1개의 바늘로, SP 음반 한 면을 들을 수 있게 가공되었다. 즉, 한 번 들으면 바늘이 편마모되도록 제조해서 SP 음반 자체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스러운 음색으로 사운드를 마감한다.그러나 그들의 SP 니들은 형태에 따라 Extra-Loud-Tone(검은색 니들 박스), Loud-Tone(붉은색 니들 박스), Half-Tone(노란색 니들 박스), Soft-Tone(초록색 니들 박스)가 있으며, 라우드 톤에서 소프트 톤으로 갈수록 바늘이 얇고 섬세해지며, 음질도 동일한 패턴으로 변한다.






 바늘 박스 겉면의 니퍼 그림이 아름다운 HMV 니들 박스는 수집가들의 수집 대상 1호이며, 전통적 SP 사운드 재생의 기준이기도 하다. 필자가 사용해 본 경험으로 SP 음반 음구 손실도 적으며, 중역이 두툼하고 재생 음이 사실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내용물인 니들보다 오히려 박스 자체의 아름다움 때문에 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비교적 힘들이지 않고 구할 수 있는 제품으로, 수집가라면 대부분 소지하고 있는 상황이다.실제 사용하기에는 한 번 사용하는 바늘의 경우 매번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있어 유성기를 많이 듣는 마니아의 경우는 소위 약 10-20매의 SP 음반 재생이 가능한 세미퍼머넌트(Semi-Permanent) 니들을 주로 사용한다. 이 방면에서 유명한 제품은 독일의 폴라 베어(Polar Bear) 니들과 미국 콜롬비아(Columbia)의 듀라골드(Duragold) 니들이다.독일의 폴라 베어 제품은 초강성 강철을 사용해 가공한 것으로, 각 니들 몸체에 콘도르(Condor)라는 영문체로 글자가 음각되어 있으며, 복스에 집히는 부분은 붉은색 도장으로 마감되어 한 번 사용하면 도장이 벗겨지도록 고안되었다. 하단부에 양쪽으로 2개의 돌기가 나와 있어 쉽게 구분된다. 음이 명료하지만 약간 강한 톤을 유지하며, 세미 퍼머넌트 타입으로는 SP 음반 음구 손상도 적은 편으로, 실제 사용 시에는 매 사용 시마다 바늘을 복스홀에서 돌려가면서 시청하는 것이 안전하다.컬럼비아 세미 퍼머넌트 니들은 초강성 강철에 열처리를 한 후 금도금해 노란색을 띤다. 섬세하고 맑은 소리를 내며, SP 음반 손실 면에서는 폴라베어보다 불리하다.그 외에도 독일의 마샬(Marschall)·아이기르(Aegir), 미국의 빅터(Victor)·송스터(Songster) 등 다양한 니들이 있으며, 각 회사마다 음색이나 수명 등에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가장 장시간 사용 가능한 니들은 빅터롤라의 텅스톤(Tungs-Tone) 니들이다. 이 바늘은 끝부분에 별도의 강하지 않은 텅스텐 촉을 접합시켜 이 촉이 달면서 SP 음반을 재생하도록 설계되었는데, 각 니들은 100-300매의 SP 음반 재생이 가능하다. SP 음반을 손상시키지 않고 니들 촉이 달면서 운행되는데, 수명이 다하면 SP 음반의 그루브를 읽지 못하고 미끄러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모양도 특이해 니들 중간에 깊은 홈이 파여져 있으며, 끝 부분에는 머리카락 두께의 촉이 약 1.5mm 나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리는 고역이 살아나오며 중역은 다소 얇다. 특히 저역감은 일반 바늘보다 많이 떨어진다. 다면 한 번 장착하면 거의 바늘 교환의 불편 없이 장시간 레코드 감상이 가능해 편리하다.




 가장 부드럽고 온도감이 높으며 자연스러운 소리를 재생하는 니들은 대나무를 사용해 만든 죽침이다. 죽침은 삼각형으로 가공해 외피부가 촉으로 사용되도록 복스에 장착된다.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죽침 전용 가위로 절단 후 재 장착하도록 되어 있으며, 잘 건조된 고강성 대나무를 주로 사용하고, 집에서 만들어 사용해도 되는 것이 바로 죽침이다. 고역은 섬세하지 않지만 중·저역 특성이 좋고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




 가장 비싼 니들은 코끼리 상아로 만든 상아침이다. 이 상아침은 가격이 비싸지만 소리가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워 애호가가 많다. 끝이 달면 숫돌이나 사포로 갈아 쓰며, 구하기 쉽지 않은 유성기 바늘이다. 사용한 강철 바늘은 숫돌에 갈아 재사용이 가능한데, HMV에는 바늘을 재생하는 SP 음반 모양의 회전 숫돌도 있다. 유성기에 SP 음반처럼 올려놓고 틀면서 사용한 니들을 복스에 장착 후 재생하면 사용된 바늘이 재생되고 재생 연마가 다 되면 저절로 회전을 멈추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가능한 신품 바늘을 사용하는 것이 소리도 좋고 SP 음반 손실도 적어 재생 니들 사용은 권장 사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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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2년 10월호 - 4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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