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탄노이에 대한 조금 특별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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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탄노이에 대한 조금 특별한 생각
  • 이창근
  • 승인 2012.09.01 00:00
  • 2012년 9월호 (482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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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것은 맛있다. 또는 섹시하다란 공통된 관념
빨간 것은 맛있다.
또는 섹시하다란 공통된 관념,  혹은 기대 심리 같은 것이 있다. 빈티지 탄노이의 대표격인 모니터 레드에 있어서도 이러한 생각이 반영되는 것은 다른 모델에 비해 확연히 구분되는 빨간 배꼽이란 초기형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15인치의 경우 빨갛다기보다는 브라운 계열에 가까운 오렌지색, 흡사 오래되어 상한 듯한 자몽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일단 비주얼적으로 그리 매력적이진 않다. 1957년 전작인 모니터 실버에서 자기 회로를 강화하고, 내입력을 올려 새롭게 선보인 모델이 바로 탄노이 모니터 레드이다. 제원 상으로 실버의 12000가우스에서 13000가우스로 자력이 증대되고, 보이스코일의 내열 처리로 정격 허용입력도 50W로 늘어나게 된다. 마그넷 커버를 핑크색 계열의 함머톤 도장으로 착색하여, 주로 모니터 레드로 불리게 되었고, 탄노이 동축형 모델에 모니터란 표시가 처음 채택된 것도 이때부터이다. 1967년 모니터 골드가 출시될 때까지 약 8만여 개가 생산된 걸로 추정되며, 가운데 더스트 캡을 배꼽이라 표현했을 때, 이중 빨간 배꼽이 2만여 개, 검정 배꼽이 6만여 개 정도로 시리얼 넘버 44000번대를 기준으로 그 색깔이 갈리게 된다. 극 초기형 중엔 실버의 프레임에 마그넷 컬러만 핑크색으로 채용된 타입을 포함하여 시기 별로 조금씩 다른 버전을 경험할 수 있기에 컬렉션의 재미가 쏠쏠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극소량 중에 마음에 드는 상태를 만날 수 있음은 약간의 운마저 작용해야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빨간 배꼽은 그 상징성만으로도 구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게 사실이다. 실버에 가까운 앞 번대 시리얼을 가진 모델 중엔 다소 증가된 사각거림과 미묘한 잔향감이 존재하지만 일단 입수가 너무 어렵고, 정작 통 안에 가둬두고 들어보면, 쉽게 판별이 불가할 정도이다. 아마도 그 차이를 감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신의 축복에 해당된다. 모니터 레드의 선택에 있어 한 가지 팁이 있다면 극 초기형과 배꼽에 대한 집착보다는 극후기형을 피하는 쪽으로 가야함을 말씀드리고 싶다. 개인적으로 레드의 소리에 대한 열망과 취향에 부합되는 면이 확실하다면 굳이 값비싼 빨간 배꼽 초기형보다는 좋은 상태의 중기 이후 검정 배꼽 모델을 골라 좋은 통과 연결되었을 때 레드 특유의 중용적 매력을 만끽할 수가 있기에 그러하다. 그러나 극후기형의 경우 이후 모델인 모니터 골드와 유사한 방향으로 퇴보되어, 레드 고유의 성격이 반감된 제품을 만날 때가 있으니 구입에 유의해야 한다. 시리얼 넘버의 확인 외에 외형과 사운드를 꼼꼼하게 체크해야 비싼 가격으로 골드에 근접한 소리를 들이는 우를 막을 수가 있다. 여기에 PX4, PX25, Ed, RE604 같은 유럽계 3극 직렬관을 채용한 파워 앰프와 매칭만 된다면 가슴에 스미는 초연함과 침착하고도 관대한 포용력을 닮은 스케일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5극관, 빔관 계열은 피하는 것이 유리하다. 레드는 아직까지 접근 가능한 가격이 가능한 것도 넉넉한 수량이 보장되기에 그러할 것이다. 그만큼 좋은 컨디션을 유지 중인 물건을 제대로 골라 구사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감히 빈티지 탄노이 중엔 최고의 소리가 아닐까 자평해본다. 바이올린은 물론 첼로까지 아우르는 능력은 절대적으로 레드의 몫이기 때문이다. 카잘스의 흑백톤, 푸르니에의 세련미, 그리고 뒤프레의 처절함까지 걸쭉한 운궁의 향연을 맛보고자 한다면 배꼽의 우열을 초월한 현명한 선택 뒤의 모니터 레드가 있을 때 가능해진다. 진정 애수와 역동성이란 양날의 검을 소유케 됨을 알려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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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2년 9월호 - 4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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