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턴테이블이 있다. 턴테이블은 가장 안정적으로 회전하며 비닐 레코드에 새겨져 있는 그루브의 진동을 왜곡 없이 끄집어내어 그 진동을 전기적 에너지로 바꾸어 주는 일종의 트랜스듀서(에너지 변환계) 기기이다. 스피커도 이 증폭된 전기 에너지를 다시 소리 에너지로 바꾸어 주는 트랜스듀서이다.오디오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트랜스듀서이다. 트랜스듀서라는 에너지 변환계는 그 능률이 지대하게 낮을 뿐 아니라 왜곡 현상도 크기 때문에 좋은 변환계를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항상 물리적으로 상반되는 두 특성 사이에서 타협하고, 타협해서 좋은 성능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특성과 음질 사이에서 회의적인 경향이 크다. 따라서 그 물리적인 특성보다는 경험치와 역사가 중요한 오디오 기기가 이 분야이기도 하다. 턴테이블과 톤암, 카트리지 모두가 이런 선험적 음질 특성이 중요시되는 분야다.가장 단순한 구조로 가장 사실적인 사운드를 추적해 내는 회사 중에 웰템퍼드가 있다. 물론 타 회사도 이런 정신을 모토로 제품화하는 것이겠지만, 그중 필자의 기억에 가장 남는 턴테이블이 바로 AR과 웰템퍼드이다. AR은 어떤 측면에서 하이엔드적 성향이라 보기에는 약한 서스펜션 구조를 주로 한 보급기라 보면 맞는데, 그에 반해 웰템퍼드는 심플하지만 각 요소에 가장 하이엔드적인 발상을 가미해 수많은 시청 테스트를 결과로 탄생한 턴테이블이라 볼 수 있다.이 턴테이블은 암 일체의 1식 구조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구조 자체를 보면 심플하지만 그 조정은 매우 섬세해 까다롭기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정확히 세팅된 이 턴테이블의 소리는 회사명처럼 아주 숙성되고 다듬어진, 자연스럽고도 섬세하며 온도감이 매우 좋아 거슬리는 데가 없는 좋은 소리를 낸다.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특이한 물리적 구조를 채택하고 있기도 한 턴테이블이 웰템퍼드의 아마데우스라 볼 수 있는데, 우선 구조적 특징을 한 번 살펴보기로 하겠다. 우선 베이스는 중량 알루미늄 패널 2장 사이에 댐핑재를 넣어 겹쳐 사용하는데, 하부 패널에 모터와 플래터 축이 고정되어 있고, 상판에 암 플로팅 탱크와 암 축 걸이 등이 부착된다.플래터는 오히려 암 베이스보다 가벼운 특수 합성수지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까 턴테이블 베이스에 플래터가 떠 있는 셈이라고 할까. 턴테이블 베이스 하부는 또한 불건성 댐퍼의 아주 부드러운 합성수지 패킹으로 완충되어 있는데, 턴테이블 전체를 매우 부드럽게 플로팅시키면서도 리지드 구조를 유지하게끔 했다. 그리고 플래터 축이 삼각형 합성수지에 기대어 지지되어 있는 독특한 형태이다. 그러니까 플래터 축은 삼각형 축 베이스 하우징에 기대어 서 있는 구조인데, 어떻게 보면 가장 접착 부위가 적은 지지 구조라 볼 수 있다. 이 턴테이블의 가장 특이한 구조는 톤암에 있다. 톤암은 약 6mm 두랄루민 파이프에 내부를 모래 댐퍼재로 충전시켜 공진 계수를 낮춘 후 아주 심플한 단선 암 케이블을 삽입해 완성했다. 이 암 파이프는 실제 골프공에 고정되어 있고, 이 골프공 위를 실로 매달아 암 축처럼 사용한다. 골프공은 점액질 댐퍼 탱크에 담겨져서 회전하며, 암 자체 공진과 회전력을 강하게 댐핑시켜 암의 능력을 극대화해 놓았다. 잘 세팅된 웰템퍼드 톤암은 필자가 보아 온 여러 암 중 가장 부드럽고도 음악적인 사운드를 재생한다.모터는 24극 소형 싱크로너스 모터에 낚싯줄 벨트를 걸어 사용하며, 속도 전환은 실제 모터 풀리에 이 스트링 벨트를 손으로 이동시켜 하는 구조이다. 플래터 위에 부드러운 수지 매트가 깔려 있고, 왼쪽에 전원 온·오프 스위치만 있는 간단한 구조이다. 전체적인 사운드 경향은 리지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소리의 저역·중역·고역이 잘 댐핑되어 한없이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면서도 귀에 감미로운 음질이 특징이다. 값에 비해 훌륭한 음질을 재생하는 노하우가 반짝이는 명기 중에 하나이다.